'숙부의 그림자' 유경그룹 3세의 고민

벗어날 수 없는 2세대 그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동엽 유경PSG자산운용 대표가 취임한지 5년이 지났다. 한 대표는 주요주주 중 지분이 가장 낮다. 한상철 유경PSG자산운용 전 대표와 유경그룹의 실세이자 2세대인 한상만씨의 지분이 한 대표보다 높다. 한 대표는 급한대로 지분 매집에 나섰지만 여전히 2세대의 벽은 높기만 하다. 유경산업을 통한 또 다른 2세대들의 지배력도 3세대에 앞서는 상황이다. 

유경PSG자산운용은 최대주주인 유경산업을 필두로 오너 일가가 각자 독립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경산업의 지분이 84.40%로 가장 많고 오너일가의 지분이 13.57%를 차지한다.

교통정리 필요

한동엽 유경PSG 대표의 지분은 1.23%다. 한 대표는 2017년 취임 직후 보유 지분 0.51%를 모두 매각했다. 올해 7월까지 지분을 보유하지 않다가 7월30일과 8월20일 각각 1%, 0.23%를 취득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2세대들의 지분이 한 대표보다 모두 높다는 점이다. 한상철 전 유경PSG자산운용의 대표의 지분율이 3.98%로 가장 높고 한상만 유경산업 전임 대표도 지분율 3.84%를 보유하고 있다.

한 전 대표의 경우 지분율 4.98%(10만9862주)에 달했지만 최근 낮아졌다. 한 전 대표는 유경그룹의 부회장으로서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유경PSG운용의 경영을 조카인 한 대표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에게 경영권은 넘어왔지만 영향력은 그렇지 못하다. 유경산업을 통한 우회적인 지배력을 고려하면 직접지분이 없는 또 다른 2세대도 3세대와 비교해 입김이 세다. 3세대 중에서도 한 대표보다 한승엽·한기엽씨의 지분율이 앞선다.

부친인 한상호 유경산업 대표가 한승엽·한기엽씨에게 지분을 증여했기 때문이다. 

유경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9.35%를 보유한 한상호 대표다. 한상혜씨의 지분이 7.89%, 한상만 유경산업 총괄회장의 지분이 2.03%다. 차남인 한상일씨와 한 전 대표의 지분은 각각 0.92%와 1.53%다. 

2세대에서 이뤄졌던 명확한 ‘교통정리’가 3세대로는 내려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인 고 한익하 회장에서 2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될 당시에는 2세간의 지분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유경그룹은 한익하 회장의 4남이 각자 요직을 분담했다.

각자의 영역을 정확히 구분해 형제갈등을 사전에 차단했다. 

경영권으로만 보면 유경산업은 2세대, 유경PSG운용은 3세대로 재편된 모습이다. 한 대표와 사촌지간인 한승엽씨는 사내 요직인 주식운용본부에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 또 다른 3세인 한정엽씨는 유경산업의 패션 별도법인인 RKFN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권 넘어왔지만 영향력 그대로
한동엽 대표 중심으로 3세대 확대


한 대표도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취임과 동시에 털어냈던 유경PSG자산운용 지분을 사들이며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한 대표는 지난 7월30일 공시를 통해 유경PSG운용의 지분 1%를 신규 취득했다고 알렸다. 지난 8월20일에는 0.23%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도 했다. 이로써 전체 지분은 1.23%가 됐다. 높지는 않지만 취임 직후 지분을 모두 정리했던 한 대표가 다시 독립적인 지분을 취득한 데 의미가 있다.

한 대표의 신규 취득 지분은 한 전 대표로부터 나왔다. 한 전 대표의 지분율은 4.98%(10만9862주)에서 3.98%(8만7762주)로 줄었다. 한 대표가 매집한 0.23%는 소액주주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배력 확대를 위해 승부수를 띄운 한 대표. 하지만 유경PSG자산운용이 역성장 추세로 돌아서며 발목을 잡았다.

공시에 따르면 유경PSG운용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42억원보다 16%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57억원에서 41억원으로 27.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역시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10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올해 같은 기간 87억원에 불과했다. 운용자산(AUM)이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업에서 가장 큰 비용 항목은 판매비와 관리비다. 펀드매니저의 맨파워로 수익이 창출되는 사업 모델이어서 판관비에서 급여 항목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유경PSG운용은 지난해 판매관리비와 급여가 각각 75억원, 5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103억원, 87억원)보다 약 30%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판매관리비(41억원)는 지난해 상반기(42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추가적으로 비용 합리화 작업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용 감축이 없었던 만큼 외형 위축의 여파가 그대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 반영됐다.

지분이 답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엽 대표는 유경산업의 지분은 들고 있지 않아 유경산업을 통한 우회적인 지분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배당과 지배력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직접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편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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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