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황제 의전' 논란 강성국 법무부 차관

“비 좀 맞으면 죽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황제 의전’ 논란에 휘말렸다. 강 차관이 빗속 브리핑을 하는 내내 한 공무원이 무릎을 꿇은 채로 우산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야권을 비롯해 전방위에서 맹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강 차관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아프가니스탄 특별 입국자 정착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내내 법무부 직원이 무릎을 꿇고 그를 위해 우산을 받친 데에 대한 비판이 끊이고 있다.

무릎을?
맹비난

강 차관은 이날 오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직원 및 가족의 입국에 대한 설명을 했다.

강 차관이 비오는 야외에서 약 10분간의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한 법무부 직원은 뒤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우산을 들어 강 차관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은 그는 목에 공무원증을 걸고 있는 채였다.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이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 직원도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 아닌가”라며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라고 썼다. 그러면서 “저 차관님 나리 반성하셔야”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캠프도 “법무부 차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밝혔다. 김인규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방송용 카메라가 돌고 있음에도 이 정도면 커튼 뒤에선 문재인정부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이 그 이상의 갑질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강 차관을 향해 “국민의 공복이 될 자격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강 차관을 즉각 경질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눈을 의심케 하는 ‘황제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강 차관은 물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녹아내리는 설탕인 것인가. 그야말로 물에 젖으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슈가보이’ 아니겠는가”라고 비꼬았다.

‘빗속 브리핑’ 무릎 꿇고 우산 받친 공무원
“때가 어느 때인데” 아리송한 사과도 도마

그는 “국민의 상식과 괴리된 ‘황제 의전’은 강 차관이 법무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 나아가 뒤떨어진 시대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다른 부처도 아닌 정의를 대표하는 법무부의 차관이 국민 앞에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직원의 무릎을 꿇린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강 차관은 ‘황제 의전’에 대해 해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과거 정치인들이 직접 우산을 쓰고 일정을 진행하는 모습과 함께 강 차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과한 의전으로 곤혹을 겪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우산은 본인이 직접 들고 브리핑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모습이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비 좀 맞으면 죽느냐”라며 강 차관의 의전을 비판했다. “벌 받는 모습인가” “썩은 관료주의”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강 차관은 “엄숙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루어지도록 저희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진력을 다하는 그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 자신부터 제 주위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강 차관의 사과를 두고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우산을 받친 직원의 행동을 ‘숨은 노력’이라고 표현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무릎을 꿇은 직원이 아닌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사과도
아리송

야권 대선주자들도 강 차관의 ‘황제 의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강 차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강 차관의 사진을 올리며 “이 사진 하나로 문재인정권 5년이 평가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국민을 이렇게 대한 5년이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국민은 이렇게 모시고 가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시민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페이스북에 “부끄러움은 아는 세상이 되자”고 적었다. 그는 “어제 참모들로부터 법무 차관의 우산을 받쳐 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넘어갔다”고 운을 뗐다.

최 전 원장은 “그런데 밤늦게 영상을 보게 됐고,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사진도 봤다. 신문 제목처럼 저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법무 차관, 비 안 맞아서 좋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비 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차관이 비를 안 맞도록 우산을 받쳐 든 그 젊은이는 속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우리 사회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저는 분노한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과 미래를 빼앗아 가 버린 정권, 입으로만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정권, 이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지난 6월18일 새만금사업 현장 방문 당시 영상을 공유하며 “우산이요?”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참모로부터 건네받은 우산을 직접 들고 15분가량의 현장 브리핑을 듣는 영상과 강 차관을 대비시켜 우회 비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의전사

국민의힘 신인규 상근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 차관의 과잉 의전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형전달식 취재 요청을 두고 “인권 감수성 제로인 법무부의 장관과 차관은 법무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기초적인 자질이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박 장관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를 무리하게 진행시켰다”며 “심지어 법무부는 기자단에게 ‘협조를 안 해주면 허가를 안 해줄 수도 있다’는 겁박까지 하면서 박 장관의 행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인형이 뭐라고 이렇게 난리를 펴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강 차관은 어물쩍 사과가 아닌 사퇴로 책임져야 하며, 박 장관 역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논란과 관련해 “그 과정이야 어떻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고위 공직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이유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히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가진 주례회동에서 과잉 의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같이 말했다고 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김 총리는 이어 “재발방지를 위해서 ‘장·차관 직무 가이드’ 등 관련 매뉴얼을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나가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과 김 총리는 필요 이상의 의전 등 과잉 행위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그간 관행화된 의전 등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사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의 ‘황제 의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과거 비슷한 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2017년 5월 김 전 대표는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마중 나온 수행원에게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한 손으로 밀어 보냈다.

‘우산 지붕’ ‘노룩 패스’…
필요 이상 과잉 행위 점검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가방을 미는 모습에 일부 네티즌들은 ‘노룩(no look) 패스’라며 김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 전 대표 는 우산과 관련된 의전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14년 8월 전남 순천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당시 당 관계자들이 차량에서 건물 입구까지 우산을 들고 일렬로 선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전 대표를 포함한 회의 참석자들이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 ‘우산 지붕’을 만든 것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또한 국무총리 재임 시절 수차례 과잉 의전 논란을 겪었다. 2015년 7월 서울 구로노인종합복지관 방문 당시 황 총리를 태우기 위해 관계자가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는 바람에, 정작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6년엔 황 총리의 열차 탑승을 돕기 위해 관용 차량이 서울역 기차 승강장까지 진입한 사례도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뒤에도 황제 의전 꼬리표는 계속 따라붙었다. 2017년 1월 황 권한대행은 충남 논산시 육군 훈련소에서 열린 훈련병 수료식에 참석했다.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겨울철에는 실내 강당에서 수료식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의전 및 경호 문제로 야외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영하 13도에 달하는 한파 속에서 장병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마찬가지다. 홍 의원은 2017년 7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충북 청주시 수해 현장을 찾은 바 있다. 문제가 된 것은 홍 의원이 장화를 신고 벗는 과정이었다. 홍 의원이 선 채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자 한 관계자가 허리를 숙여 장화를 신겨준 것이다. 한 수행원이 허리를 숙인 채 직접 홍 의원의 장화를 벗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논란이 반복되는데도 황제 의전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의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저서 <의전의 민낯>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는 권위를 살리는 방편이 되고, 행하는 사람에게는 습관이고 관행이기 때문”이라며 “의전에 싸인 리더는 자신이 제법 근사하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유는?
습관·관행

‘의전 해체’는 수혜자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허 전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그는 ▲임원진 비서를 통합할 것 ▲상급자가 직접 식사 약속을 잡고 식당을 예약할 것 ▲집무 공간을 최대한 줄일 것 ▲수행 비서가 차 문을 열게 하지 말 것 ▲관용차 앞 좌석을 당기지 말 것 등 사소한 일부터 상급자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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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