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짝퉁 판치는 골프용품의 세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9.07 10:20:57
  • 호수 13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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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짜리가 5만원…중국산 찾는 골린이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골프 붐이 일면서 짝퉁 골프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이들을 노린 짝퉁 골프용품 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오죽하면 골프 용품들이 나서서 단속에 나설 정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자 사람들은 골프장으로 향했다. 비즈니스용 스포츠로 인식되던 골프가 최근 남녀노소 즐기는 스포츠로 변모했다.

MZ세대
우르르∼

지난해 1회 이상 골프장을 찾은 골프 인구는 637만명으로 최근 3년간 35.8% 증가했다. 연간 누적으로는 4371만명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지난 1년간 평균 7회 정도 골프장을 찾은 셈이다. 2010년대 들어 매년 4조~5조원에 머물던 국내 골프장 매출은 지난해 7조원대로 올라섰다.

골프장을 처음 찾은 인구가 늘어난 데에는 2030인 MZ세대가 한몫했다. 이들이 골프장과 스크린골프장을 찾고 골프용품을 구매하면서 ‘골린이’(골프+어린이 합성어)가 2020년 골프업계를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골린이 열풍은 올해도 식을 줄 모르며 골프업계에 훈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이마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상반기(1~6월) 골프용품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0.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1~6월 골프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5% 증가했다. 통상 여름철은 ‘골프 비수기’로 알려졌지만, 무더위가 시작한 6월에도 전년 대비 42.3% 매출이 늘었다. 

최근 중고용품 거래에서도 골프용품 거래량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18세부터 34세까지 거래한 골프용품 거래 건수와 거래액이 각각 105%, 245% 늘었다. 검색한 키워드로 ‘드라이버’ ‘퍼터’ ‘아이언’ 등을 포함한 골프채가 4만9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골프를 치려면 용품이 필요해 초기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골프채, 골프모자, 선글라스, 골프복, 골프장갑, 골프화, 볼라이너(퍼팅 시 볼을 정확하게 넣기 위해 볼에 선을 그릴 수 있는 도구), 볼마커(그린 위에서 자신의 볼 위치를 표시할 때 사용), 골프티(티샷 시 필요), 보스턴백, 골프공, 캐디백 등이 있다.

초보자 위한 골프클럽 출시
장비부터 사고 보는 젊은 층

그중 골린이의 부족한 실력을 보완할 수 있는 골프용품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클럽 제조사들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초보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다소 힘이 부족하거나 자세가 불안정해도 긴 비거리를 낼 수 있는 클럽, 실력이나 신체 스펙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클럽, 미스샷이 나더라도 비거리 손실과 정확도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관성 모멘트가 높은 클럽 등 초보자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장착한 클럽이 잇따라 시장에 출시되며 골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품목별로 ‘골프 클럽 풀 세트’(드라이버, 아이언, 우드, 퍼터 세트) 175.8%, ‘아이언 세트’ 112.7% 등 골프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용 골프 클럽 판매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골프채, 골프공 등 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마저 발생했다. 골프채 그립과 골프공 원료인 고무가 부족해진 것.

타이어 등 산업용 고무로 많이 사용되는 나이트릴 고무의 전 산업 수요가 증가했으나, 주 수출국인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의 업황 부진으로 경작지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그립 교체나 맞춤형 피팅 클럽 제작이 쉽지 않거나 장기 대기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으며 용품업체마다 그립, 샤프트 재고 확보도 어려워지게 됐다. 

한 골프용품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동남아 부품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헤드, 샤프트 등의 공급이 예년의 50%도 안 된다. 아이언에 사용되는 스틸 샤프트는 추가 주문이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10년 만에 고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어, 공급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기야 짝퉁 골프용품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중국산 짝퉁 브랜드에서 골프용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지난달 17일 ‘일부 업자들이 유명 브랜드를 모방한 중국산 가짜 용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6월 있었던 세 차례 단속에서 중국 둥관시에서만 1만개가 넘는 짝퉁 골프클럽이 압수됐다’고 보도했다.

메이커 
과시욕

지난해 세관에서 적발한 골프용품 짝퉁 건수는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인 PXG만 3657건에 달했다. 타이틀리스트, 마크앤로나, 캘러웨이, 스카티 캐머런, 혼마 등 다른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까지 고려하면 총 1만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청탁용 짝퉁 골프채를 받아 감봉 3개월에 그친 판사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골프채가 알고 보니 감정평가액 50만원에 그치는 짝퉁 제품이었다. 

실제로 A급 짝퉁의 경우 유명 골프채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제작된다. 유사한 제품 제작을 의뢰한 뒤 국내로 들여와 정품 상표와 홀로그램을 부착한다. 이렇게 제작된 짝퉁은 대부분 SNS, 오픈마켓, 단독 온라인 몰을 통해 판매된다.

골프클럽은 구별이 어려운 만큼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으로 생각하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품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구분을 못하는 초보 골퍼의 피해자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있는 골퍼를 대상으로 짝퉁 골프채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짝퉁 골프채는 이전부터 많이 있었는데, 짝퉁 C급을 들었을 때 정품과 비교해 무게부터 다르지만, A급은 전문가가 봐도 구별이 잘 안 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무게나 크기 차이가 거의 없고 도장이나 페인트의 홈이 조금 다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수리 때문에 왔다가 짝퉁이라는 걸 알고 버리고 간다. 인터파크에서 정가보다 비싸게 주고 구입한 골프채가 짝퉁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다”며 “업자들도 너무 싸게 팔면 사람들이 짝퉁으로 의심하니까 최근 정품하고 크게 가격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가짜인 줄
알면서 산다

그러면서 “정품은 본사에서 모니터링하므로 가격 할인이 불가능하다. 오프라인 할인매장이나 정품 숍에서만 가끔 할인한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인터넷쇼핑을 많이 하니까 짝퉁 유통이 더 활발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골프웨어가 호황을 누리는 만큼 짝퉁 골프 의류들도 덩달아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명품 골프 의류 브랜드가 주목받으면서 골린이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골프웨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이 강한 MZ세대의 특성이다. 

골프웨어 업계에서는 골린이를 타깃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새로 나온 골프웨어 브랜드만 해도 코오롱FnC의 골드베어, 제이씨패밀리의 혼가먼트, 제이엔지코리아의 유타, 하이라이트브랜즈의 말본골프, 까스텔바작의 제이씨디씨 등이 있다.

기존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골프웨어 브랜드는 물론, 새로운 브랜드가 잇따라 탄생하며 시장규모를 더욱 성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온라인 업계에서는 국내 골프의류 매출이 3조~5조원까지 전망하고 있다.

골프웨어 브랜드 시장이 커지면서 MZ세대 골린이 사이에서 SNS에 골프 치는 사진을 올려 유명 브랜드 노출을 과시하는 문화도 생겼다. 


골프장 관계자는 “작년부터 젊은 층 고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젊은 고객이 SNS에 골프장 사진과 함께 골프웨어를 자주 올린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젊은 층 골린이들은 골프웨어가 짝퉁이라는 걸 알고도 구입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비싼 진품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골린이들이 짝퉁 골프웨어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짝퉁 품질이 진품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상품’ ‘병행제품’으로 호객
알리바바·쿠팡·밴드 통해 판매

또 짝퉁 용품사들은 ‘병행제품’ ‘특별상품’이라고 소비자를 속여 판매하고 있다. 정품과 비교할 수 없게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파는 짝퉁 업자들도 있다. 알리바바나 쿠팡 등의 오픈마켓, 네이버 밴드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짝퉁 용품을 파는 곳이다. 

PXG가 만드는 골프웨어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돼 미국 등으로 역수출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쿠팡에 올라온 상품을 보면 ‘해외구매 대행’ 문구가 달린 게 많다. 마치 해외 직구(직접 구매) 상품인 것처럼 눈속임해 판매한다. 

에코 골프화는 대중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다. 천연가죽을 소재로 사용하고 우수한 기술력으로 골프화를 생산해 비싸지만 갖고 싶은 골프화로 꼽힌다. 짝퉁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다.

쿠팡에서 거래되는 에코 골프화는 5만원 전후다. 30만원 중반인 정품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판매업체는 “동일 제조사 상품을 다른 경로로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거짓말인 확률이 높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세관 공무원이나 관계자를 속이며 폐기되기 전 빼돌린 밀수품을 싸게 판다는 식으로 구매자를 속이는 수법도 있다. 이외에도 오프라인을 통한 개인 거래, 중고거래 등에서도 짝퉁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직구나 병행수입도 문제다. 국내에서는 유통이 금지된 짝퉁 물품을 직구를 통해서 들여와 동대문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실정이다.

다양한 경로로 유통된 위조품은 중고거래를 통해 암암리에 다시 소비자의 골프백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허세를 부리기 위해 짝퉁을 알고도 구매하는 골퍼도 문제지만 더 큰 피해를 보는 건 자신의 골프클럽이 정품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골린이들이다.

결국 업체들이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PXG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단속에 나섰다. PXG 직원은 매주 목요일 인천공항 인근 국제우편물류센터로 출근할 정도였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전담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다. 짝퉁 국내 반입 원천 봉쇄가 목표다. 골프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정부 기관단체인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과 협력해 짝퉁 단속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처음 출시한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경우 2017년 70차례에 걸쳐 600여점의 짝퉁을 적발했는데, 이 규모가 지난해엔 80여회, 1만점으로 늘어났다. 시가로만 50억원어치다.

전문가도 
못 알아봐

온라인 적발 건수는 줄고 있지만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짝퉁 용품이 적발되는 건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명 골프용품 브랜드들은 전담팀을 꾸려 짝퉁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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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