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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17일 09시02분

사회

‘기상천외’ 짝퉁 판치는 골프용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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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짜리가 5만원…중국산 찾는 골린이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골프 붐이 일면서 짝퉁 골프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이들을 노린 짝퉁 골프용품 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오죽하면 골프 용품들이 나서서 단속에 나설 정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자 사람들은 골프장으로 향했다. 비즈니스용 스포츠로 인식되던 골프가 최근 남녀노소 즐기는 스포츠로 변모했다.

MZ세대
우르르∼

지난해 1회 이상 골프장을 찾은 골프 인구는 637만명으로 최근 3년간 35.8% 증가했다. 연간 누적으로는 4371만명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지난 1년간 평균 7회 정도 골프장을 찾은 셈이다. 2010년대 들어 매년 4조~5조원에 머물던 국내 골프장 매출은 지난해 7조원대로 올라섰다.

골프장을 처음 찾은 인구가 늘어난 데에는 2030인 MZ세대가 한몫했다. 이들이 골프장과 스크린골프장을 찾고 골프용품을 구매하면서 ‘골린이’(골프+어린이 합성어)가 2020년 골프업계를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골린이 열풍은 올해도 식을 줄 모르며 골프업계에 훈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이마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상반기(1~6월) 골프용품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0.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1~6월 골프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5% 증가했다. 통상 여름철은 ‘골프 비수기’로 알려졌지만, 무더위가 시작한 6월에도 전년 대비 42.3% 매출이 늘었다. 

최근 중고용품 거래에서도 골프용품 거래량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18세부터 34세까지 거래한 골프용품 거래 건수와 거래액이 각각 105%, 245% 늘었다. 검색한 키워드로 ‘드라이버’ ‘퍼터’ ‘아이언’ 등을 포함한 골프채가 4만9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골프를 치려면 용품이 필요해 초기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골프채, 골프모자, 선글라스, 골프복, 골프장갑, 골프화, 볼라이너(퍼팅 시 볼을 정확하게 넣기 위해 볼에 선을 그릴 수 있는 도구), 볼마커(그린 위에서 자신의 볼 위치를 표시할 때 사용), 골프티(티샷 시 필요), 보스턴백, 골프공, 캐디백 등이 있다.

초보자 위한 골프클럽 출시
장비부터 사고 보는 젊은 층

그중 골린이의 부족한 실력을 보완할 수 있는 골프용품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클럽 제조사들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초보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다소 힘이 부족하거나 자세가 불안정해도 긴 비거리를 낼 수 있는 클럽, 실력이나 신체 스펙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클럽, 미스샷이 나더라도 비거리 손실과 정확도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관성 모멘트가 높은 클럽 등 초보자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장착한 클럽이 잇따라 시장에 출시되며 골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품목별로 ‘골프 클럽 풀 세트’(드라이버, 아이언, 우드, 퍼터 세트) 175.8%, ‘아이언 세트’ 112.7% 등 골프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용 골프 클럽 판매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골프채, 골프공 등 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마저 발생했다. 골프채 그립과 골프공 원료인 고무가 부족해진 것.

타이어 등 산업용 고무로 많이 사용되는 나이트릴 고무의 전 산업 수요가 증가했으나, 주 수출국인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의 업황 부진으로 경작지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그립 교체나 맞춤형 피팅 클럽 제작이 쉽지 않거나 장기 대기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으며 용품업체마다 그립, 샤프트 재고 확보도 어려워지게 됐다. 

한 골프용품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동남아 부품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헤드, 샤프트 등의 공급이 예년의 50%도 안 된다. 아이언에 사용되는 스틸 샤프트는 추가 주문이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10년 만에 고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어, 공급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기야 짝퉁 골프용품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중국산 짝퉁 브랜드에서 골프용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지난달 17일 ‘일부 업자들이 유명 브랜드를 모방한 중국산 가짜 용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6월 있었던 세 차례 단속에서 중국 둥관시에서만 1만개가 넘는 짝퉁 골프클럽이 압수됐다’고 보도했다.

메이커 
과시욕

지난해 세관에서 적발한 골프용품 짝퉁 건수는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인 PXG만 3657건에 달했다. 타이틀리스트, 마크앤로나, 캘러웨이, 스카티 캐머런, 혼마 등 다른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까지 고려하면 총 1만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청탁용 짝퉁 골프채를 받아 감봉 3개월에 그친 판사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골프채가 알고 보니 감정평가액 50만원에 그치는 짝퉁 제품이었다. 

실제로 A급 짝퉁의 경우 유명 골프채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제작된다. 유사한 제품 제작을 의뢰한 뒤 국내로 들여와 정품 상표와 홀로그램을 부착한다. 이렇게 제작된 짝퉁은 대부분 SNS, 오픈마켓, 단독 온라인 몰을 통해 판매된다.

골프클럽은 구별이 어려운 만큼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으로 생각하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품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구분을 못하는 초보 골퍼의 피해자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있는 골퍼를 대상으로 짝퉁 골프채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짝퉁 골프채는 이전부터 많이 있었는데, 짝퉁 C급을 들었을 때 정품과 비교해 무게부터 다르지만, A급은 전문가가 봐도 구별이 잘 안 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무게나 크기 차이가 거의 없고 도장이나 페인트의 홈이 조금 다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수리 때문에 왔다가 짝퉁이라는 걸 알고 버리고 간다. 인터파크에서 정가보다 비싸게 주고 구입한 골프채가 짝퉁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다”며 “업자들도 너무 싸게 팔면 사람들이 짝퉁으로 의심하니까 최근 정품하고 크게 가격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가짜인 줄
알면서 산다

그러면서 “정품은 본사에서 모니터링하므로 가격 할인이 불가능하다. 오프라인 할인매장이나 정품 숍에서만 가끔 할인한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인터넷쇼핑을 많이 하니까 짝퉁 유통이 더 활발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골프웨어가 호황을 누리는 만큼 짝퉁 골프 의류들도 덩달아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명품 골프 의류 브랜드가 주목받으면서 골린이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골프웨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이 강한 MZ세대의 특성이다. 

골프웨어 업계에서는 골린이를 타깃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새로 나온 골프웨어 브랜드만 해도 코오롱FnC의 골드베어, 제이씨패밀리의 혼가먼트, 제이엔지코리아의 유타, 하이라이트브랜즈의 말본골프, 까스텔바작의 제이씨디씨 등이 있다.

기존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골프웨어 브랜드는 물론, 새로운 브랜드가 잇따라 탄생하며 시장규모를 더욱 성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온라인 업계에서는 국내 골프의류 매출이 3조~5조원까지 전망하고 있다.

골프웨어 브랜드 시장이 커지면서 MZ세대 골린이 사이에서 SNS에 골프 치는 사진을 올려 유명 브랜드 노출을 과시하는 문화도 생겼다. 


골프장 관계자는 “작년부터 젊은 층 고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젊은 고객이 SNS에 골프장 사진과 함께 골프웨어를 자주 올린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젊은 층 골린이들은 골프웨어가 짝퉁이라는 걸 알고도 구입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비싼 진품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골린이들이 짝퉁 골프웨어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짝퉁 품질이 진품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상품’ ‘병행제품’으로 호객
알리바바·쿠팡·밴드 통해 판매

또 짝퉁 용품사들은 ‘병행제품’ ‘특별상품’이라고 소비자를 속여 판매하고 있다. 정품과 비교할 수 없게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파는 짝퉁 업자들도 있다. 알리바바나 쿠팡 등의 오픈마켓, 네이버 밴드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짝퉁 용품을 파는 곳이다. 

PXG가 만드는 골프웨어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돼 미국 등으로 역수출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쿠팡에 올라온 상품을 보면 ‘해외구매 대행’ 문구가 달린 게 많다. 마치 해외 직구(직접 구매) 상품인 것처럼 눈속임해 판매한다. 

에코 골프화는 대중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다. 천연가죽을 소재로 사용하고 우수한 기술력으로 골프화를 생산해 비싸지만 갖고 싶은 골프화로 꼽힌다. 짝퉁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다.

쿠팡에서 거래되는 에코 골프화는 5만원 전후다. 30만원 중반인 정품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판매업체는 “동일 제조사 상품을 다른 경로로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거짓말인 확률이 높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세관 공무원이나 관계자를 속이며 폐기되기 전 빼돌린 밀수품을 싸게 판다는 식으로 구매자를 속이는 수법도 있다. 이외에도 오프라인을 통한 개인 거래, 중고거래 등에서도 짝퉁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직구나 병행수입도 문제다. 국내에서는 유통이 금지된 짝퉁 물품을 직구를 통해서 들여와 동대문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실정이다.

다양한 경로로 유통된 위조품은 중고거래를 통해 암암리에 다시 소비자의 골프백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허세를 부리기 위해 짝퉁을 알고도 구매하는 골퍼도 문제지만 더 큰 피해를 보는 건 자신의 골프클럽이 정품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골린이들이다.

결국 업체들이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PXG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단속에 나섰다. PXG 직원은 매주 목요일 인천공항 인근 국제우편물류센터로 출근할 정도였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전담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다. 짝퉁 국내 반입 원천 봉쇄가 목표다. 골프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정부 기관단체인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과 협력해 짝퉁 단속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처음 출시한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경우 2017년 70차례에 걸쳐 600여점의 짝퉁을 적발했는데, 이 규모가 지난해엔 80여회, 1만점으로 늘어났다. 시가로만 50억원어치다.

전문가도 
못 알아봐

온라인 적발 건수는 줄고 있지만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짝퉁 용품이 적발되는 건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명 골프용품 브랜드들은 전담팀을 꾸려 짝퉁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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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으로 본 의료민영화 이면

녹지국제병원으로 본 의료민영화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병원은 지역사회 주민의 치료와 예방을 포함한 총괄적인 의료를 서비스하며 병의 예방과 연구도 함께 시행한다. 병원은 공익적 목적에 설립 기반을 두지만, 제주도 서귀포시의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기점으로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녹지국제병원’이 설립되면 한국에 의료민영화가 시작될 거라고 지적한다. 녹지국제병원의 전신은 녹지 제주 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했다. 2015년 12월 녹지그룹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영리병원이란 개인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병원을 말한다. 영리병원 첫 시작 이렇게 따지면 진료나 입원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이 전부 영리병원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개인병원을 제외한 국내 병원은 병원에서 취득한 이윤을 병원의 인건비, 시설투자 등 병원 내부 투자를 하는 데만 이용 가능하다. 반면 영리병원은 병원의 이윤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어 특정 사업을 하는 다수의 투자자가 모여 설립한 법인이 된다. 즉 ‘영리 추구’의 의미가 아닌 ‘영리법인이 설립한 병원’을 뜻한다. 영리병원은 병원이 번 돈을 병원의 내부 투자 외에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는 병원 개설의 자격을 제한한다. 이 법에는 병원 개설 자격을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지방의료원·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으로 제한해 영리병원 설립을 막고 있다. 한국이 영리병원 설립을 막은 이유는 병원의 이익금이 밖으로 빠져나갈 경우, 병원이 사익만을 추구해 환자의 치료가 뒷전이 될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서다. 실제로 미국 조지아주 영리병원 응급실 담당 국장인 크레이그 브러머 의학박사가 밝힌 사실에 따르면 영리병원은 경제적 이득만을 위해 환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조건 없는 입원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영리병원의 사례다. 열이 40도까지 올라간 생후 11개월 된 아기가 응급실로 왔다. 여러 조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체온이 정상인 37.1도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병원은 ‘열병’ 진단으로 입원 조처를 했다. 또 목 통증 때문에 응급실을 찾은 71세 노인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전도 검사와 흉부방사선영상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으나 가슴 통증 규정에 따라 불필요하게 입원 조처됐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영리병원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국의 영리병원은 병원 방침을 거역한 의사를 가차 없이 해고했다. 한국 공공병원 5% 내외로 OECD 최하 일본은 영리병원 금지, 공공병원 30% 미국 연방수사국은 “이 병원은 외부 의사들과 사무실 임대계약을 해 정상가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거나 검사 대행 계약으로 검사비를 계약서보다 높게 지불했다. 이런 금전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들 의사들이 이 병원에 환자 진료 의뢰를 한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영리병원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오래전 일이다. 이런 와중에 녹지국제병원은 어떻게 승인을 받은 것일까.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정부는 의료법 제23조 ‘의료기관 또는 외국인 전용 약국의 개설’에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폐기하고 ‘외국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이라는 개념으로 대체했다. 이 기관에서는 내국인이 진료 받을 수 없게 했고 건강보험 비용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 진료만으로는 대규모 외국 의료기관 개설이 어려웠다. 곧 정부는 내국인 진료를 무제한 허용하는 취지로 법률을 개정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구제주 국제 자유 도시 특별법 법률’ 제20조의4에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특례를 규정해서, 제주도 내에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을 설치할 법적인 근거가 최초로 도입됐다.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원 38만1495㎡에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위한 녹지 제주 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예산은 800억원이 들었다. 2015년 6월 이 회사는 제주도지사에게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사업계획서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대상이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의료기관’이라고 명시돼있고, 같은 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정부가 적극 주도 2017년에는 녹지국제병원 건물 착공·준공 후 진료과목을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로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영리병원 개설에 부정적이었다. 여론조사 결과 제주도민의 10명 중 7명은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반대했다. 이 같은 제주도민들의 의견은 반영됐다. 이듬해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 심의위원회’가 녹지국제병원 의료기관 개설허가 문제에 대해 의논했다. 의논에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숙의형 정책개발’ 절차를 거쳤다. 녹지국제병원은 개설 불허 권고를 받았고, 녹지국제병원은 비영리병원으로 활용될 것을 제시했다. 이후 녹지국제병원은 ‘진료 대상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함’으로 바꿔 원 도지사로부터 개설허가를 받았지만,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원 도지사는 의료법 규정을 들어 청문 절차를 거쳐 2019년 4월17일, 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유한회사 측에 제주도 보건의료 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와 청문 일정을 보냈다. 심의위 측은 녹지국제병원이 제주특별법상 외국인 투자 비율을 충족하지 못했고, 병원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외국 법인만 가능해 녹지국제병원이 당장 영리병원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외국인만? 내국인 포함 수차례 법적 공방 끝에 개설허가 취소 소송은 지난 1월13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이달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는 녹지국제병원 논란이 발생한 지 벌써 7년째다. 다만 녹지국제병원이 이번 재판에서 최종 승소해도 단기간 내 국내 첫 영리병원이 열릴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외국인 진료를 모두 허가할지 아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운영되면 발생할 문제점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도 국민들이 의료민영화를 걱정하는 것은 제주도가 2006년부터 꾸준히 영리병원 개설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제주 메디컬리조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나 투자가 무산됐다. 2007년에는 PIM(Philadephialnternational Medicine-Management Development)와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설립 부지 미확보, 국내 협력사의 열악한 재무구조 등의 문제로 설립이 무산됐다. 이런 식으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도는 영리병원 개설을 위해 7번의 양해각서(MOU) 체결 및 사업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녹지국제병원은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사례까지 합치면 영리병원 개설을 위해 총 8번 시도한 것이다. 제주도 이외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 ▲부산 ▲대구 등지에서도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 운영된 사례는 없다. 지자체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개설을 막은 것은 영리병원이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시 종로구에서 개최한 ‘왜 다시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인가?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 의료위기 토론회’에서는 녹지국제병원을 포함한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다방면으로 다뤘다.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태국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태국은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관광을 실시했다. 이후 태국 연 의료비는 10~25% 상승했고 의료에 관한 지역 불균형도 초래됐다. 의료비 10~25% 상승 지역 불균형도 초래 한국과 유사한 의료체계를 가진 일본은 영리병원을 금지하고 공공병원을 비중을 25~30%로 유지하고 있다. 영리병원을 허용한 미국도 의료체계가 OECD 최하위지만 공공병원 비율은 22%다. 반면 한국은 공공병원이 5%밖에 되지 않고 비영리병원의 수익성 추구도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공공병원이 확보된 미국도 영리병원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공병원 확보가 부족한 한국에 녹지국제병원이 생기면 문제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변 위원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 폭등, 지역 병원 폐쇄,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는 정부가 추진한다고 밝혔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서비스산업의 고도화와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민영보험은 미국식 관리 의료형 민간의료보험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에도 개인의료정보 데이터베이스화와 환자 정보 공유 등 의료정보화, 건강관리 서비스 등 예방산업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당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 이를 그대로 시행했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 정책을 이어 보험회사 건강관리 서비스 합법화를 추진했고, 보험회사가 병원을 통제해 의료제공자로서 해야 할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변 위원은 “즉각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법을 개정해 우회적 영리병원 도입 및 의료민영화 추진을 막아야 한다. 또 공공병원을 대폭 확충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공공의료 및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도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영리병원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들이 공적 통제에서 벗어나 데이터 수집과 집적화를 쉽게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현재 기업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라이프로그 정보 수준만 접근할 수 있다. 개인의 의학적 과거력과 검사 결과 및 처방 내용은 병원에서 발생하고 축적되는데, 영리병원이 허가되면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데이터를 의료기관 밖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위협받는 국민건강 이 국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자원의 절대 다수를 민간이 공급하고, 영리적 의료행위가 용인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영리병원을 허가하면 국민의 생명이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과도한 의료화로 상업적인 낭비 의료가 증가할 것이고, 국민건강 수준은 향상되지 않는 가운데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이 의료인력으로 대체되면서 환자 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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