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한전 사장, 정부에 초강수 '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11 09: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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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쌍수' 꼴 나지 않으려면 '선공'이 최고?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자산총액 165조원 규모의 '공룡 공기업' 한국전력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정부를 상대로 연신 초강수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올해 내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더니 최근 전력거래소에다 수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태가 이쯤 되자 사장 경질설까지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 그는 왜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걸까?

적자에 허덕이는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안 제출에 이어 전력거래소에 4조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정부를 상대로 계속해서 초강수를  두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떼쓰기 왕?

지난 5월 한전은 정부가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받아 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평균 13.1% 인상안을 요청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퇴짜. 2개월 후 한전은 오히려 총 16.8%(평균 10.7%인상 포함)에 달하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 의결은 관행을 깬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한전이 비공개로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전달하면 지경부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이를 다시 한전이 이사회를 열어 의결하는 '짜고 치는' 방식이었으나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지경부에 인상안을 넘긴 것.

뿐만 아니라 한전은 정부 방침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두 자릿수 요금인상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한 자료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어림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한전은 5% 이하로 인상하라는 정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며 지난달 3일 전기요금 평균 4.9%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인상하고 하반기에 추가 인상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것으로 한전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한전은 국내 전력시장 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와 그 산하 비용평가위원회를 상대로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혀 세간을 놀라게 했다.


한전은 한발 더 나아가 전력거래소 등이 정산조정계수 정상화를 지연해 1조5000억원의 추가손실이 예상되므로 전력거래대금을 초과하는 부분은 감액 지급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전에 따르면 해당 대금이 책정되는 과정에 반영되는 정산조정계수 지표가 한전에 불리하게 적용돼 지속적으로 전력거래소에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로 인한 누적손실이 4조4000억원에 육박하므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전력거래소는 물론 전력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까지 크게 반발했다. 아무리 전력거래가격 산정에 오류가 있다 해도 함께 전력공급을 담당해 한 식구나 다름없는 정부기관을 상대로 천문학적 배상을 요구한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전력거래소는 "한전은 지금 전기요금 인상 좌절에 따른 불만을 애꿎은 정부기관에 풀고 있다"며 전력거래대금을 감액 지급하겠다는 통보에 대해서 "일부라도 미결제하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고, 고의적으로 이를 시도하는 경우라면 전력시장 질서를 해치는 심각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관을 위반할 경우 이를 주도한 임원 등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며 한전에 대해서는 제재금도 부과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에 지경부도 전력거래소를 거들며 "한전이 제기하는 소송이나 전력대금 감액 조치가 전력시장 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제재하겠다"라는 경고성 공문을 한전에 발송했다. 이를 접한 다수의 언론들은 '제재'를 '경질'로 해석해 '김중겸 사장 경질설'을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경부는 "한전 사장에 대한 교체 건의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고 청와대도 "현시점에서 후임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끝없는 전기료 인상 논란 재점화
재벌기업엔 특혜, 한전만 봉이야?

한전은 전력거래소와 지경부의 강한 경고에 소송은 일단 유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은 않았다. 한전은 연내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밝혀 전기요금이 인상된 지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인상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이는 지난달 27일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다시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발언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마치 퇴진을 각오한 것처럼 보이는 김 사장의 초강수들은 배임논란을 피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전기를 계속 원가 이하로 팔아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김쌍수 전 사장이 개인주주들부터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그 재판이 지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김 전 회장이 '안' 올린 것이 아니라 정부의 극심한 반대로 '못' 올렸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한전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으므로 소액주주의 천문학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한전 사장에게 건 것이다.


더구나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기에 김 전 사장은 수억원 규모의 변호사 선임 비용도 자신이 부담하고 있다. 이에 김 전 사장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를 불과 3일 남기고 돌연 자진사퇴를 해 정부를 향해 불만을 표출했고 "이번 소송에 패소하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 낼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 이후 한전 경영진과 이사회는 추후 책임추궁을 당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끝까지 무리한 요금인상을 주장하고 정부기관을 상대로 수조원대 소송까지 제기하며 "우리도 할 만큼 했다"라는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 관계자도 "공공기관과 개인을 상대로 4조원대 소송을 하겠다는 행위 자체는 잘못됐지만 그 배경 자체는 이해가 간다"고 말해 김 사장의 처지를 대변했다. MB정부 들어 한전의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한전의 적자누적을 강요했고, 이제는 자산건전성마저 한계상황에 와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물가관리 기조가 한전에만 적용됐을 뿐, 민간업자에겐 엄청난 특혜를 안겨줬다는 데 있다. 정부는 민자발전사가 생산하는 전기에 대해서만은 적정이윤을 보장한다는 명분 아래 비싼 전기값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어 포스코·GS·SK 등 재벌 계열사들은 MB정부 들어 해마다 영업이익률 15~30%에 이르는 호황을 누려왔다.

이에 삼성물산·대우건설 등 24개 기업이 내년부터 시행될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맞춰 민자발전 운영을 신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력노조의 한 관계자는 "물가를 잡겠다며 한전의 적자구조가 심화됐는데, 그 와중에 민자발전사들은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것은 그야말로 모순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전은 'CEO무덤'

이처럼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공익성을 위해 공기업 한전이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상장기업이란 사실을 애써 외면해 왔다. 그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선처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한전 경영진과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아 수조원의 손해를 봤다는 소액주주들 사이에 충돌이 계속돼 왔다. 또 할 말 많을 것 같은 김 전 사장에 이어 김 현 사장이 곤혹을 치르게 되자 한전은 '스타CEO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이를 보면 김 사장이 소송을 당할 바에 경질당하고 말겠다는 식의 강행돌파를 선택한 것도 김 전 사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인 셈이다.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합리적이고 극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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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