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폭리? '중국담배 밀수' 보따리상 변천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23 14:31:40
  • 호수 13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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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주고 사서 3000원에 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담뱃값 부담이 늘면서 반대급부로 담배 밀수가 늘고 있다. 중국산 담배가 은밀하게 밀수돼 불법거래되는 것이다. 담배를 화물인 것처럼 속이거나 임차 어선을 활용해 옮겨 싣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던 A씨에게 한 중국인이 “담배를 싸게 주겠다”며 접근했다. 중국인은 중국산 담배 몇 개비와 담배 구매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A씨에게 건넸다. 담뱃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A씨는 받은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에 연락을 시도했다.

4500원인 담배 가격이 10년 내 8000원대로 인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애연가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를 노린 담배 밀수가 늘어나고 있다.

89만갑
역대 최대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객이 줄면서 수출입 화물을 이용한 담배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5월 1분기에 정상 화물을 가장한 담배 밀수입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13건, 179만갑(시가 72억원 상당)을 적발했다.

특히 중국산 담배 밀수가 89만갑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단속 기간 동안 적발된 담배는 전년 동기 대비 2배가 넘는 양이다. 담배 밀수업자와 국내 유통업자 등 41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관세청은 이들이 담배 밀수를 위해 단체, 집단을 구성한 점을 포착해 밀수 사건으로는 처음 관세법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했다. 이번 단속에서 정상화물에 뒤섞인 무신고화물로 밀수, 임차 어선을 이용해 공해상에서 옮겨 싣기(분선 밀수), 타인 명의를 이용한 품명 위장·커튼 치기 밀수, 반송수출 물품을 가장한 보세운송 중 물품 바꿔치기 등 다양한 밀수 유형들이 적발됐다.

정상화물에 섞는 무신고화물 수법은 가장 흔한 방법이다. 밀수업자는 보세창고, 운송업자 등과 결탁해 다른 정상화물과 뒤섞어 신고 없이 담배를 수입했다. 이들은 보세창고 반입 전 미리 준비한 차량에 밀수입 담배를 정상화물처럼 반출·적재해 국내 유통업자에게 바로 배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밀수업자는 수출용 국산 담배, 가짜 담배, 중국산 담배 등 76만여갑(23억원)을 밀수입했다.

관세청은 의심 차량을 추적해 대구 교동시장 인근에서 유통업자에게 밀수 담배가 인계되는 현장을 적발, 통화내역 분석과 CCTV 분석 등 추가 조사를 통해 담배 밀수 조직원 15명을 모두 검거하고, 이 중 7명을 구속·고발했다.

임차 어선을 활용해 옮겨 싣는 방법을 분선밀수라 한다. 밀수업자는 임차 어선을 이용해 공해상에서 중국 선박으로부터 중국산 담배 53만여갑(28억원)을 넘겨받았다. 그는 국내로 밀수입 과정에서 수상한 운항 행태(공해상에서 배 두 대가 장시간 붙어 있거나, 통상적이지 않은 항로로 운항)를 보이는 선박을 감시하던 세관, 해경의 합동조사반에 적발됐다.

단체·집단화…관세법 아닌 특가법 적용
정상화물 혼합, 임차어선 이용 등 수법 

합동조사반은 해상 운반책을 구속하고, 통화내역·CCTV 분석 등 추가 조사를 통해 밀수 담배를 국내 외국인 식품점 등에 유통시킨 중국인 2명(구속)을 추가로 검거해 고발했다.

품명 위장은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밀수업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의류 수입업자 명의를 이용해 마스크를 수입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는 컨테이너 안쪽에 밀수 담배를 넣고, 입구 쪽에 마스크 포장박스를 쌓는 일명 ‘커튼치기’ 수법으로 수출용 국산 담배 20만갑(8억원)을 밀수입하려다 세관 검사 과정에서 적발돼 구속됐다.


내용물이 비어있는 국산 담배와 바꾸기도 했다. 밀수업자는 캄보디아로부터 반입돼 부산항에 보관 중이던 수출용 국산 담배 15만갑(6억원)을 스리랑카로 반송 수출한다면서, 선적을 위해 인천항으로 보세 운송하는 것처럼 이동시키던 중 빈 담배갑과 바꿔치기해 밀수입했다.

이때 담배갑 케이스는 동일하고 안에는 스펀지로 형태를 유지하고 고무로 중량을 채웠다. 

관세청은 담배 반입과 수출 경로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수출 검사 과정에서 빈 담배갑을 확인하고, 이동경로를 역추적해 밀수입을 입증하고 밀수업자를 구속했다. 담뱃잎을 숨겨서 가져오는 사례도 있다. 복싱용 샌드백에 담배 13만갑 상당을 제조할 수 있는 중국산 파쇄 담뱃잎을 숨겨 밀수한 중국인도 있었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관세법 위반 혐의로 4명을 붙잡아 벌금형에 통고 처분했다. 4명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중국산 파쇄 담뱃잎 1.3t을 복싱용 샌드백, 가정용 에어필터 등에 숨겨 약 2달 동안 103차례에 걸쳐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로 적발됐다.

빈 갑
바꿔치기

이들은 중국과 호주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에서 호주로 직접 수출 물품에 대한 검사가 강화되자 한국을 거쳐 원산지를 세탁한 뒤 중국산 담뱃잎을 밀수출하고자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밀수한 담뱃잎 중 412㎏은 한국산으로 둔갑해 호주로 다시 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관은 중국인들이 국내로 밀수한 뒤 보관한 담뱃잎 909㎏도 압수했다. 이들이 밀수한 담뱃잎은 중국에서 시가 1300여만원에 불과하지만, 담배 1갑에 3만원 상당인 호주에서는 39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담배 밀수는 해외에서 외국 담배를 밀반입하는 경우보다 국내 담배를 해외 수출로 위장했다가 국내에서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담뱃값이 외국에 비해 싸기 때문에 해외에서 담배를 밀반입해봤자 국내에서 얻는 이득은 크지 않다.

대신 수출용 면세 담배를 수출하지 않고 국내에서 팔게 되면 면세분만큼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담배를 수입하는 경우 관세와 부가세 외에도,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부담금의 세금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관세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밀수업자 해외 구입 가격과 국내 밀수 담배 유통가격의 차이는 1갑당 2000원 상당(에쎄 기준)으로 20피트 컨테이너 분량인 35만갑 밀수 시 7억원의 부당 이득이 발생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문 보따리상에 의한 담배 밀수가 주를 이뤘다. 2003년부터 중국에서 생산된 시가 10억원 상당의 가짜 던힐 45만갑을 매입한 뒤 유통시킨 담배 도매상과 알선책이 활개를 쳤다. 당시 중간도매상들은 던힐 1갑당 1800원에 구매해왔으나 500원이 싼 1300원에 살 수 있다는 꼬임에 빠졌고 던힐 제조사인 BAT 코리아가 7만5000갑을 회수해 소각한 점을 감안하면 37만5000갑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듬해 2월에도 부산항에 도착한 화물 중 진품 가격으로 10억원 상당의 가짜 말보로 담배 4만7000보루가 적발된 적 있다.


보따리상
4770여명

2006년부터 2011년에는 주로 선원, 승무원이나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자행됐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선원·승무원 214건 ▲여행자 328건 ▲정상화물 가장 58건 ▲기타 38건 등의 순이었다. ‘여행자·선원·승무원’ 유형의 단속 실적을 보면 여행자 등을 통한 밀수 적발 건수가 2012년 21건, 2013년 58건, 2014년 63건 이후 담뱃값이 오른 2015년부터 511건, 2016년 455건, 2017년 566건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담배 밀수 규모는 조직적이고 대형화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밀수 담배의 불법 유통이 늘어났다. 

관세청 추정 중국 보따리상은 총 4770명이었다(2019년 기준). 이들은 통상 1~2주에 한 번씩 한국으로 입국하며 담배를 몰래 들여왔다. 이들이 월 6회 입국해 1인당 면세 범위인 담배 10갑(1보루)만 반입했더라도, 월평균 약 38만1600갑이 이들에 의해 유통됐다고 볼 수 있다. 숨겨 들어온 밀수 담배까지 치면 그 양은 더 많다.

하지만 보따리상들의 활동이 막히면서 담배 밀수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화물에 숨겨 들어오는 등 좀 더 큰 규모의 전문화된 방식이 필요했다. 실제 이런 변화는 통계서도 드러난다.

관세청 따르면 2019년 보따리상 같은 여행자를 통한 담배 밀수는 2277건(99억원) 적발됐다. 32건(53억) 적발된 화물 밀수에 비해 액수는 약 2배, 건수로는 70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담배 밀수 적발은 여행자 234건(11억원), 화물 22건(635억원)으로 역전했다.


특히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인 근로자는 한국 담배의 높은 세금 때문에 자국 담배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 수요를 원래 보따리상이 해결해줬다. 이 때문에 중국산 담배는 대부분 여행객을 통해 들여왔고 화물을 통한 밀수의 90% 이상은 국산 담배였다.

수출용 면세담배 되팔아
1갑당 2000원 부당 이득

하지만 보따리상이 막히자 화물에 숨겨 오는 중국산 담배가 많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물 밀수 담배 중 절반인 49%가 중국산 담배로 나타났다. 

물론 이 막대한 세금이 모두 밀수업자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밀수 담배인 만큼 일반 담배보다는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밀수업자가 해외에서 산 담배 원가와 밀수해 국내에 유통한 가격은 1갑당 2000원가량 차이가 났다. 밀수 당시 담배 가격이 약 1000원 정도라고 하면 2000원을 더 붙여 3000원 정도로 유통한다는 얘기다. 

20피트 컨테이너 분량인 35만갑을 밀수하면 7억원가량의 부당 이득이 발생하는 셈이다. 2000원 이익 중 실제 밀수업자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절반가량인 800~1000원으로 관세청은 보고 있다. 나머지는 도매상과 소매상 수익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12월 국회 기획재정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적발된 밀수입 액수는 총 23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밀수입 주요 품목은 담배였다. 지난해 적발된 담배가 114억원어치였다면 지난 1월부터 8월에는 638억원어치가 적발돼 전체 적발 액수 증가를 견인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밀수액 증가는 ‘해외 직구 목록통관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목록통관은 개인이 해외직구할 때 물품 가격이 150∼200달러 이하일 경우 통관 목록만 제출하면 수입신고를 생략하는 제도다.

국내 유통
추적 검거

관세청 관계자는 “밀수 수법이 지능화·다양화되는 만큼, 적발 사례를 정밀 분석해 담배 밀수 우범 경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밀수가 적발되면 국내 유통업자까지 추적·검거해 근원을 차단하겠다”며 “또 해외세관·국내 담배 관련 사업자와 정보교류를 확대해 주요 담배 밀거래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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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