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논란만 던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입맛만 다시다 끝난 ‘벼슬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어깨는 늘 무거운 법이다. 리더십 뿐 아니라 다양한 덕목을 갖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덕목을 갖추지 못한 수장에게는 ‘지인 찬스’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면서 일었던 논란이 수습되는 양상이다.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냈던 황씨가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전문성 결여
어떻게 입성?

황씨는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칼럼니스트다. <농민신문> 기자로서 식품 등에 관한 기획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칼럼니스트가 됐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방송계에도 진출해 꾸준히 이름을 알렸다. 

tvN 프로그램 <수요미식회> <알쓸신잡> 등에 출연한 뒤에는 더욱 유명해졌다.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당시 맛 칼럼니스트로서 요식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황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황씨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저격한 데 이어 음식에 대한 배경지식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격한 발언과 행보도 문제가 됐다. 과거 황씨는 혼밥러(혼자 밥 먹는 사람)를 ‘자폐아’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 불고기가 일본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해 역사관 비판도 받았다.


현재 그는 <우리가 남이가> 예능방송에 고정출연이라고 전해진다. 황씨는 방송계가 아닌 본업 경력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부위원장 등 방남단이 한국을 찾았을 때 식사 메뉴 선정을 돕기도 했다. 

2019년 평양공동선언 1주년 행사 당시에는 이북음식과 관련된 토크쇼도 진행한 바 있다. 경기도와 지속적으로 일해 온 황씨는 최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내정됐다.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가 100% 투자한 공기업으로 사장직은 경기도지사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동규 전 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면서 9개월가량 공석인 상태다. 

사장 선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경기관광공사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사장직을 공개 모집했다. 서류전형을 거쳐 4명이 면접을 치렀으며 이 중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황씨도 그중 한 명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 지명
‘이재명 찬스’ 보은 인사 뒷말

경기관광공사는 심사기준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점수를 매긴 뒤 고득점자 3명을 선정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채용 심사기준은 ▲전문적 지식 및 경험 ▲조직경영 경험 및 능력 ▲자질 ▲리더십 ▲윤리관 ▲인품 등이 있다. 이는 공기업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이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여겨진다. 

경기관광공사의 역대 사장 대부분은 고위 공무원이나 전문 경영인들이 역임했다. 2002년 5월 경기관광공사 김종민 초대사장은 문화체육부 차관 등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전문 경영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 2대 신현태 사장은 오랜 기간 개인사업체를 운영했고, 4대 김명수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러나 전직 사장들과는 다른 이력을 가진 황씨가 후보로 지명되자 문제가 불거졌다. 황씨는 공사의 조직 및 인사 관리, 사업 기획 및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였다. 그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과거 경기관광공사에 비공직자, 비경영인 출신이 사장직에 임명됐던 사례는 이선명 전 사장이 유일하다. 이 전 사장은 이 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사직했다. 

황씨의 취임은 처음부터 논란을 촉발했다. 인사청문회 야당 패싱 문제가 나와서다. 청문위원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황씨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은 경기도 의원 15명으로 구성돼있었다. 

이 중 14명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나머지 1명은 비교섭단체인 민생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은 청문위원에 들어가지 못해 청문회 자료를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민주당이 경기도의회의 유일한 교섭단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교섭단체는 의원 12명 이상이 소속돼있어야 한다. 경기도의회는 전체 142석 중 민주당 132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2명, 민생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있다.

자격 있나?
어떤 기준?

황씨 임명에 동의하는 청문 결과보고서 채택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경기도의회 측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의원 비율로 청문위원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민생당 도의원이 청문위원으로 포함된 이유로는 “공공기관장 인사청문 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의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황씨의 내정에 대해 “경기관광공사 이름을 ‘경기맛집공사’로 바꿔야 한다”며 “(황씨 지명은)관광 전문가들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전문성 논란이 커지자 경기관광공사는 “공개모집을 통해 절차대로 진행한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 캠프는 “황씨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중요 만찬도 기획했다”며 “전문성이 있다”고 엄호에 나섰다.
여론도 황씨 임명을 반대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경기도민 청원사이트에 임명 취소하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원에는 황씨가 경영이나 관광에 대한 경력과 지식 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문성 논란은 보은 인사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앞서 황씨는 과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두고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보은 인사 논란은 황씨의 유튜브 채널에 이 지사가 출연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문제가 된 이유는 이 지사의 출연 시점 때문이다. 

영상이 공개되고 약 일주일 뒤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황씨가 평소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점과 이 지사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를 통해 드러낸 점이 보은 인사 의혹을 촉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커지자 황씨는 “‘황교익 TV’는 다른 정치인에게도 열려 있다”며 “다른 대선 예비후보에게도 이 지사처럼 황교익TV 출연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논란을 회피했다.

경험 없고
자질 부족

한편으로는 친분에 의한 내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황씨와 이 지사는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황씨는 “동문회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단체로 차 한 잔 한 사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연이어 황씨를 향해 날을 세웠다. 황씨가 일본음식을 좋게 평가했다고 비판하며 ‘친일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황씨가 일본 관광공사로 적합하다”고 강도 높은 공세도 이어갔다. 


해당 발언을 두고 황씨는 “본인에게 던진 친일 프레임을 이낙연에게 돌려주겠다”며 “이낙연은 일본 총리가 어울린다”고 맞받아쳤다. 황씨는 청문회 전까지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며 결기를 드러냈다.

또 이 지사를 공격하는 극렬 문파를 ‘악마’에 비유했다. 이 전 대표에게는 사과까지 요구했다. 이 지사 캠프는 즉각 황씨 엄호에 나섰다. 논평을 내고 관련 의혹들을 반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지속될 경우 이 지사 행보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TV토론에서도 황씨 내정에 관한 공격을 받았다. 황씨는 보은 인사 등의 의혹을 제기하는 여권 지지율 2위 경쟁주자인 이 전 대표 측과 연일 공방을 벌이며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황씨의 발언들이 선을 넘었다며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황씨의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도 황씨를 ‘이재명의 싸움 개’로 비유하며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이어 “황씨가 자질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협공에도 황씨는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며 입장을 견고히 했다.

이낙연과 붙었다가…
결국 사과하고 자진사퇴

이 지사 캠프 내부서도 ‘철회’와 ‘유지’를 두고 입장이 나뉘었다. 캠프 특보를 맡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황씨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황씨가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제력을 상실한 발언으로 여론을 등 돌리게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내정을 결정한 이 지사 본인만 황씨 지명철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과 공방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해찬 전 대표가 직접 나선 이유는 황씨를 둘러싼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여권의 대선레이스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황씨는 문정부 탄생부터 총선 등 민주당 승리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제가 대신 위로 드린다. 마음을 푸시라”고 말했다. 또 황씨에게 직접 전화해 위로도 건넸다.

이낙연 전 대표도 한 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힌 셈이다.

황씨는 이 전 대표의 사과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일 프레임의 막말을 내게 직접 한 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생명’ 등을 언급한 점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격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연일 수위를 넘나든 발언과 사퇴하지 않는다는 발언과 대비되게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황씨가 심경 변화를 시사하자 여권에서는 “자진사퇴로 사태가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가 황씨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해 ‘황교익 리스크’로 위기에 몰린 이 지사에게 퇴로를 마련해주면서 여권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선 넘은 언행 
여권 리스크 

연이은 사퇴 압박에 황씨는 지난 20일 후보직을 내려놨다. 그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선 “청문회를 통해 검증했으면 됐는데 위기를 자초해 사퇴까지 이어졌다”며 “황씨가 성급했던 탓에 이 지사까지 이미지가 추락하는 계기가 된 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쿠팡물류센터 화재 이재명 대처 논란
황교익과 유튜브 먹방?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쿠팡물류센터 사고 당일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와 촬영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화재는 센터 전체로 번졌을 만큼 대형 사고였다. 또한 고 김동식 소방구조대장이 진화를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센터 안에서 고립됐다. 이틀이 지난 뒤 김 구조대장은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소방관이 순직한 화재 현장에 이 지사가 바로 가지 않았다며 비판에 나섰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전 국민이 김 구조대장의 생사에 대한 걱정을 할 때 이재명은 황교익TV에 (출연)한다”고 비판했다. 

남은 일정 취소하고 복귀
다음날 되서야 현장으로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이 지사는 재난 책임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화재가 발생 하자마자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지사는 6월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 1단계 해제’보고를 받고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다”며 “이천 쿠팡 화재 당시 이 지사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말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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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