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메달보다 값진 4위 높이뛰기 우상혁

작은 키에 짝발 한계를 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이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달 수확에는 실패했으나 우상혁은 경기를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 등으로 더 큰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달을 따지 못한 우상혁을 두고 병역면제 혜택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병역을 면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우상혁이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cm를 2차 시기에서 성공시키며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1996년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

우상혁은 결선 2차 시기에서 2m33cm를 넘으며 역대 한국 선수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또 2m35cm를 넘으며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2m37cm를 실패하고 메달 도전을 위해 2m39cm에 도전했지만 간발의 차로 실패했다. 

결국 우상혁은 4위를 기록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트랙과 필드를 통틀어 개인전 최고순위라는 값진 기록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육상에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우상혁은 군 매체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일, <국방일보>에 따르면 우상혁은 “군은 제 꿈을 이뤄줄 토양”이라며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군 복무를 통해 인내와 포기하지 않는 군인정신을 새기고, 못다 이룬 올림픽 메달을 향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경기 후 거수경례를 한 데 대해 “군인 선수로서 경기의 시작과 끝은 반드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올림픽 마지막 시기에서도 꼭 성공하고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게는 다음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육상 역사 새로 쓰다
경기 즐기는 모습으로 큰 감동

그는 “제가 군인인 것이 자랑스럽기에, 항상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며 “국가와 군이 있었기에 제가 올림픽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축하 전보를 받았다. 서 장관은 지난 4일 축전에서 “우상혁 일병은 명예로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이자 우리 군의 자랑”이라며 “투철한 군인정신과 뛰어난 기량으로 군의 명예를 높이고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우 일병의 노고를 격려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화제가 된 우상혁에게도 어두웠던 시절이 있었다. 2019년 종아리 부상을 입은 우상혁은 거의 매일 훈련을 거르고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 정도로 정말 힘들어했다. 하지만 2020년을 앞두고 김도균 코치를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김 코치는 우상혁에게 세계적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그가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훈련 기간은 물론 도쿄올림픽 기간까지도 김 코치, 진민섭 선수와 함께 생활하며 연습에 전념했다. 우상혁은 “김 코치의 도움으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한육상연맹은 “2020년 6월 11일 시행한 한국 신기록 포상금 지급 기준에 따라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에게 200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한국 육상에서 대한육상연맹이 지급하는 ‘공식 포상금’ 2000만원을 받는 건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가 처음이다. 


어두운 시절
연습에 전념

우상혁의 높이뛰기 선수로서의 신체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탓에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은 ‘짝발’이다 보니 균형감을 찾는 게 큰 숙제였다. 1m88cm의 신장도 다른 높이뛰기 선수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우상혁은 “발 크기가 다르니까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다”며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균형을 잡고 나니 짝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자신만의 도약 루틴이 완전히 몸에 벤 상태다. 우상혁의 기록 추이 등을 몇 년간 분석하고 밀착 지원한 김태완 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2018년 도움닫기 과정에서 도약 진입 속도가 안정적으로 나오다 이듬해 미국 캠프에서 자세 수정 뒤 감속의 폭이 크게 나타났다. 다시 원래 자세를 찾으면서 도약 전 마지막 3~4보에서 감속없이 운동에너지를 도약에 그대로 활용하는 루틴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과거 자세로 돌아간 우상혁은 근력 훈련 등으로 무릎, 발목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도약 지점에서 감속 없이 무릎을 굽히지 않고 편 상태로 하중을 그대로 운동에너지로 바꿔 점프하는 루틴을 갖게 됐다. 마치 바닥에 세게 던져진 볼펜이 더 탄성 있게, 통통 튀어 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24년 만의 한국 신기록으로 세계 4위에 오른 우상혁이지만 결국 병역면제 혜택은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병역을 면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제도 모순
누적점수제 왜?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상혁 선수에게 동메달 혜택을 주세요”라는 글이 올랐다. 청원자는 “메달은 불발됐지만 세계적인 인기 종목인 육상에서, 특히 우수한 신체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높이뛰기 종목에서,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좋은 에너지를 보여준 우상혁 선수가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로 입상하면 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다. 체육요원이 되면 3주 기초군사훈련 후 34개월간 자신의 종목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면서 의무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우면 된다.

현행 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재차 드러나면서 과거 논의됐다가 좌절된 누적점수제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병무청은 2013년 스포츠선수 병역특례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누적점수제 도입을 추진했다. 누적점수제는 각 대회별로 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20점, 은메달 100점, 동메달은 60점으로 정하고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50점, 은메달 25점, 동메달은 15점으로 정해 각종 대회에서 얻은 누적점수가 100점 이상인 선수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하는 식이다.


1cm 위해 4년 훈련 “238도전 계속된다”
후회 없는 4위 “파리올림픽 우승 자신”

이 제도는 한 번의 메달 획득으로 사실상 병역면제의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병역특례의 편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체육계는 대회 참가의 목적이 변질돼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 점수 획득을 위해 많은 대회를 참가함에 따라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 체육계 전반의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스포츠 정신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들어 누적점수제에 반대했다.

이혜정 고려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스포츠선수 병역특례제도(체육요원제도)의 형평성 확보 방안’ 논문에서 “누적점수제를 통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수차례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병역특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선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 등 올림픽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병역특례에 편입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국군체육부대 차원에서 포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13조에 따르면 지휘관은 모범이 되는 공적이 있는 군인에게 10일 범위에서 포상휴가를 줄 수 있다.

우상혁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38도전은 계속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우상혁의 계정 아이디에도 ‘238’이 들어가 있다. 238은 2m38cm로 그에게는 꿈의 기록이다. 도쿄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최종 기록은 2m37cm. 2021시즌 최고 기록도 2m37cm다. 현재 ‘238’ 세계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기록이다.


다음은 항저우
금메달 노린다

우상혁의 시선은 이미 내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향하고 있다. 실력 면에서 이번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30·카타르)과 정면으로 맞붙는 1대1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바르심의 최고기록은 2014년 작성한 2m43cm으로 발복 부상 후유증 등으로 기록이 정체되는 상황이다. 우상혁이 1~2cm만 더 높이면 치열한 ‘한 끗’ 승부가 예상된다. 우상혁은 3년 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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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