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메달보다 값진 4위 높이뛰기 우상혁

작은 키에 짝발 한계를 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이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달 수확에는 실패했으나 우상혁은 경기를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 등으로 더 큰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달을 따지 못한 우상혁을 두고 병역면제 혜택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병역을 면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우상혁이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cm를 2차 시기에서 성공시키며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1996년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

우상혁은 결선 2차 시기에서 2m33cm를 넘으며 역대 한국 선수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또 2m35cm를 넘으며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2m37cm를 실패하고 메달 도전을 위해 2m39cm에 도전했지만 간발의 차로 실패했다. 

결국 우상혁은 4위를 기록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트랙과 필드를 통틀어 개인전 최고순위라는 값진 기록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육상에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우상혁은 군 매체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일, <국방일보>에 따르면 우상혁은 “군은 제 꿈을 이뤄줄 토양”이라며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군 복무를 통해 인내와 포기하지 않는 군인정신을 새기고, 못다 이룬 올림픽 메달을 향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경기 후 거수경례를 한 데 대해 “군인 선수로서 경기의 시작과 끝은 반드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올림픽 마지막 시기에서도 꼭 성공하고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게는 다음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육상 역사 새로 쓰다
경기 즐기는 모습으로 큰 감동

그는 “제가 군인인 것이 자랑스럽기에, 항상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며 “국가와 군이 있었기에 제가 올림픽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축하 전보를 받았다. 서 장관은 지난 4일 축전에서 “우상혁 일병은 명예로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이자 우리 군의 자랑”이라며 “투철한 군인정신과 뛰어난 기량으로 군의 명예를 높이고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우 일병의 노고를 격려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화제가 된 우상혁에게도 어두웠던 시절이 있었다. 2019년 종아리 부상을 입은 우상혁은 거의 매일 훈련을 거르고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 정도로 정말 힘들어했다. 하지만 2020년을 앞두고 김도균 코치를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김 코치는 우상혁에게 세계적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그가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훈련 기간은 물론 도쿄올림픽 기간까지도 김 코치, 진민섭 선수와 함께 생활하며 연습에 전념했다. 우상혁은 “김 코치의 도움으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한육상연맹은 “2020년 6월 11일 시행한 한국 신기록 포상금 지급 기준에 따라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에게 200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한국 육상에서 대한육상연맹이 지급하는 ‘공식 포상금’ 2000만원을 받는 건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가 처음이다. 


어두운 시절
연습에 전념

우상혁의 높이뛰기 선수로서의 신체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탓에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은 ‘짝발’이다 보니 균형감을 찾는 게 큰 숙제였다. 1m88cm의 신장도 다른 높이뛰기 선수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우상혁은 “발 크기가 다르니까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다”며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균형을 잡고 나니 짝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자신만의 도약 루틴이 완전히 몸에 벤 상태다. 우상혁의 기록 추이 등을 몇 년간 분석하고 밀착 지원한 김태완 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2018년 도움닫기 과정에서 도약 진입 속도가 안정적으로 나오다 이듬해 미국 캠프에서 자세 수정 뒤 감속의 폭이 크게 나타났다. 다시 원래 자세를 찾으면서 도약 전 마지막 3~4보에서 감속없이 운동에너지를 도약에 그대로 활용하는 루틴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과거 자세로 돌아간 우상혁은 근력 훈련 등으로 무릎, 발목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도약 지점에서 감속 없이 무릎을 굽히지 않고 편 상태로 하중을 그대로 운동에너지로 바꿔 점프하는 루틴을 갖게 됐다. 마치 바닥에 세게 던져진 볼펜이 더 탄성 있게, 통통 튀어 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24년 만의 한국 신기록으로 세계 4위에 오른 우상혁이지만 결국 병역면제 혜택은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병역을 면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제도 모순
누적점수제 왜?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상혁 선수에게 동메달 혜택을 주세요”라는 글이 올랐다. 청원자는 “메달은 불발됐지만 세계적인 인기 종목인 육상에서, 특히 우수한 신체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높이뛰기 종목에서,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좋은 에너지를 보여준 우상혁 선수가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로 입상하면 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다. 체육요원이 되면 3주 기초군사훈련 후 34개월간 자신의 종목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면서 의무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우면 된다.

현행 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재차 드러나면서 과거 논의됐다가 좌절된 누적점수제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병무청은 2013년 스포츠선수 병역특례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누적점수제 도입을 추진했다. 누적점수제는 각 대회별로 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20점, 은메달 100점, 동메달은 60점으로 정하고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50점, 은메달 25점, 동메달은 15점으로 정해 각종 대회에서 얻은 누적점수가 100점 이상인 선수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하는 식이다.


1cm 위해 4년 훈련 “238도전 계속된다”
후회 없는 4위 “파리올림픽 우승 자신”

이 제도는 한 번의 메달 획득으로 사실상 병역면제의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병역특례의 편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체육계는 대회 참가의 목적이 변질돼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 점수 획득을 위해 많은 대회를 참가함에 따라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 체육계 전반의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스포츠 정신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들어 누적점수제에 반대했다.

이혜정 고려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스포츠선수 병역특례제도(체육요원제도)의 형평성 확보 방안’ 논문에서 “누적점수제를 통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수차례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병역특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선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 등 올림픽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병역특례에 편입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국군체육부대 차원에서 포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13조에 따르면 지휘관은 모범이 되는 공적이 있는 군인에게 10일 범위에서 포상휴가를 줄 수 있다.

우상혁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38도전은 계속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우상혁의 계정 아이디에도 ‘238’이 들어가 있다. 238은 2m38cm로 그에게는 꿈의 기록이다. 도쿄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최종 기록은 2m37cm. 2021시즌 최고 기록도 2m37cm다. 현재 ‘238’ 세계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기록이다.


다음은 항저우
금메달 노린다

우상혁의 시선은 이미 내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향하고 있다. 실력 면에서 이번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30·카타르)과 정면으로 맞붙는 1대1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바르심의 최고기록은 2014년 작성한 2m43cm으로 발복 부상 후유증 등으로 기록이 정체되는 상황이다. 우상혁이 1~2cm만 더 높이면 치열한 ‘한 끗’ 승부가 예상된다. 우상혁은 3년 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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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