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메달보다 값진 4위 높이뛰기 우상혁

작은 키에 짝발 한계를 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이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달 수확에는 실패했으나 우상혁은 경기를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 등으로 더 큰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달을 따지 못한 우상혁을 두고 병역면제 혜택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병역을 면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우상혁이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cm를 2차 시기에서 성공시키며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1996년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

우상혁은 결선 2차 시기에서 2m33cm를 넘으며 역대 한국 선수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또 2m35cm를 넘으며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2m37cm를 실패하고 메달 도전을 위해 2m39cm에 도전했지만 간발의 차로 실패했다. 

결국 우상혁은 4위를 기록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트랙과 필드를 통틀어 개인전 최고순위라는 값진 기록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육상에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우상혁은 군 매체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일, <국방일보>에 따르면 우상혁은 “군은 제 꿈을 이뤄줄 토양”이라며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군 복무를 통해 인내와 포기하지 않는 군인정신을 새기고, 못다 이룬 올림픽 메달을 향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경기 후 거수경례를 한 데 대해 “군인 선수로서 경기의 시작과 끝은 반드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올림픽 마지막 시기에서도 꼭 성공하고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게는 다음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육상 역사 새로 쓰다
경기 즐기는 모습으로 큰 감동

그는 “제가 군인인 것이 자랑스럽기에, 항상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며 “국가와 군이 있었기에 제가 올림픽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축하 전보를 받았다. 서 장관은 지난 4일 축전에서 “우상혁 일병은 명예로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이자 우리 군의 자랑”이라며 “투철한 군인정신과 뛰어난 기량으로 군의 명예를 높이고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우 일병의 노고를 격려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화제가 된 우상혁에게도 어두웠던 시절이 있었다. 2019년 종아리 부상을 입은 우상혁은 거의 매일 훈련을 거르고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 정도로 정말 힘들어했다. 하지만 2020년을 앞두고 김도균 코치를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김 코치는 우상혁에게 세계적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그가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훈련 기간은 물론 도쿄올림픽 기간까지도 김 코치, 진민섭 선수와 함께 생활하며 연습에 전념했다. 우상혁은 “김 코치의 도움으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한육상연맹은 “2020년 6월 11일 시행한 한국 신기록 포상금 지급 기준에 따라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에게 200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한국 육상에서 대한육상연맹이 지급하는 ‘공식 포상금’ 2000만원을 받는 건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가 처음이다. 


어두운 시절
연습에 전념

우상혁의 높이뛰기 선수로서의 신체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탓에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은 ‘짝발’이다 보니 균형감을 찾는 게 큰 숙제였다. 1m88cm의 신장도 다른 높이뛰기 선수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우상혁은 “발 크기가 다르니까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다”며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균형을 잡고 나니 짝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자신만의 도약 루틴이 완전히 몸에 벤 상태다. 우상혁의 기록 추이 등을 몇 년간 분석하고 밀착 지원한 김태완 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2018년 도움닫기 과정에서 도약 진입 속도가 안정적으로 나오다 이듬해 미국 캠프에서 자세 수정 뒤 감속의 폭이 크게 나타났다. 다시 원래 자세를 찾으면서 도약 전 마지막 3~4보에서 감속없이 운동에너지를 도약에 그대로 활용하는 루틴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과거 자세로 돌아간 우상혁은 근력 훈련 등으로 무릎, 발목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도약 지점에서 감속 없이 무릎을 굽히지 않고 편 상태로 하중을 그대로 운동에너지로 바꿔 점프하는 루틴을 갖게 됐다. 마치 바닥에 세게 던져진 볼펜이 더 탄성 있게, 통통 튀어 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24년 만의 한국 신기록으로 세계 4위에 오른 우상혁이지만 결국 병역면제 혜택은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메달리스트들에게만 병역을 면제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제도 모순
누적점수제 왜?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상혁 선수에게 동메달 혜택을 주세요”라는 글이 올랐다. 청원자는 “메달은 불발됐지만 세계적인 인기 종목인 육상에서, 특히 우수한 신체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높이뛰기 종목에서,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좋은 에너지를 보여준 우상혁 선수가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로 입상하면 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다. 체육요원이 되면 3주 기초군사훈련 후 34개월간 자신의 종목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면서 의무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우면 된다.

현행 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재차 드러나면서 과거 논의됐다가 좌절된 누적점수제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병무청은 2013년 스포츠선수 병역특례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누적점수제 도입을 추진했다. 누적점수제는 각 대회별로 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20점, 은메달 100점, 동메달은 60점으로 정하고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50점, 은메달 25점, 동메달은 15점으로 정해 각종 대회에서 얻은 누적점수가 100점 이상인 선수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하는 식이다.


1cm 위해 4년 훈련 “238도전 계속된다”
후회 없는 4위 “파리올림픽 우승 자신”

이 제도는 한 번의 메달 획득으로 사실상 병역면제의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병역특례의 편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체육계는 대회 참가의 목적이 변질돼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 점수 획득을 위해 많은 대회를 참가함에 따라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 체육계 전반의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스포츠 정신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들어 누적점수제에 반대했다.

이혜정 고려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스포츠선수 병역특례제도(체육요원제도)의 형평성 확보 방안’ 논문에서 “누적점수제를 통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수차례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병역특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선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 등 올림픽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병역특례에 편입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국군체육부대 차원에서 포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13조에 따르면 지휘관은 모범이 되는 공적이 있는 군인에게 10일 범위에서 포상휴가를 줄 수 있다.

우상혁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38도전은 계속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우상혁의 계정 아이디에도 ‘238’이 들어가 있다. 238은 2m38cm로 그에게는 꿈의 기록이다. 도쿄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최종 기록은 2m37cm. 2021시즌 최고 기록도 2m37cm다. 현재 ‘238’ 세계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기록이다.


다음은 항저우
금메달 노린다

우상혁의 시선은 이미 내년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향하고 있다. 실력 면에서 이번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30·카타르)과 정면으로 맞붙는 1대1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바르심의 최고기록은 2014년 작성한 2m43cm으로 발복 부상 후유증 등으로 기록이 정체되는 상황이다. 우상혁이 1~2cm만 더 높이면 치열한 ‘한 끗’ 승부가 예상된다. 우상혁은 3년 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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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