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흙수저 신화' 이수진 야놀자 대표

모텔 벨보이 10조를 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숙박 레저 플랫폼 ‘야놀자’의 기업가치가 소프트뱅크 투자로 10조원으로 치솟게 됐다. 모텔 종업원으로 시작해 10조원 가치의 회사를 일군 이수진 야놀자 대표의 흙수저 신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1위 여행 플랫폼인 야놀자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2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비전펀드의 한국 벤처 투자 규모로는 쿠팡(약 3조35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야놀자는 2023년께 미국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손정의 선택
2조원 베팅

야놀자는 지난 15일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Ⅱ에서 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비전펀드는 야놀자 지분 2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벤처캐피털(VC) 등 기존 주주의 지분 인수에 약 1조원, 신주 인수에 약 1조원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야놀자는 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데카콘기업(기업가치 10조원의 비상장사)에 등극하게 됐다. 

계약이 확정되면 야놀자는 쿠팡에 이어 비전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은 두 번째 기업이 된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달러(약 3조4350억원)을 투자받았다.


야놀자는 1000만 다운로드(구글)를 달성한 국내 최초의 여행앱으로, 명실상부한 업계 1위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야놀자 앱을 이용하는 월간활성이용자(MAU)만 3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야놀자가 세계적 기술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지난 2005년 모텔 정보 온라인 공유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는 숙박 외에도 항공·KTX·렌터카·레저상품 등 여행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슈퍼앱’으로 변모했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호텔·레저시설·식당 등 여가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에 나선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다. 여가 부문에서 B2C 플랫폼과 B2B 솔루션 사업을 동시에 거머쥔 것이다. 

호텔을 예로 들면, 야놀자는 예약부터 객실 관리, 사업 운영 등 자산관리 전 과정을 자동화한 솔루션을 판매한다. 이 부문에서 야놀자는 지난 2019년 세계 2위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PMS)기업인 인도의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 

소프트뱅크, 지분 10% 주식 매입 의결
거래 성사 땐 야놀자 기업가치 10조원

1위 업체는 10여년 전부터 관련 시장을 주도해온 미국 오라클인데, 야놀자는 1~2년 내에 오라클을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정의 회장의 파격적인 투자 소식이 알려지며 투자금을 받게 될 이수진 야놀자 대표를 향해 자연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이 대표의 과거 인터뷰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됐다. 중학교 1학년에는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당시 소작농이었던 작은 아버지와 함께 살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후 전문대를 졸업한 이 대표는 무작정 상경해 고모 집에 얹혀 살며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당시 모았던 돈 약 4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했지만 잘못된 투자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고모 집을 나와 숙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찾은 것이 모텔 종업원이었다. 2년여간 모텔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여러 사업을 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하게 된 일이 ‘모텔투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2005년 ‘모텔투어’ 인수는 그의 사업 인생을 바꾸는 변곡점이 됐다. 모텔투어는 당시 회원 수가 20만명에 이르는 업계 3위의 인터넷 카페였다. 이 대표는 과감히 모텔투어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고 모텔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모텔 홍보 사이트에서 이용자와 숙박업소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는데 사실상 야놀자의 원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청소부 시작
끝없는 노력

야놀자는 사무실을 마련할 돈이 없어 이 대표 지인의 아파트에서 출발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숙박업계로 한정하지 않고 제휴 업소를 늘렸다. 모텔만이 아니라 데이트 코스 등을 소개하며 콘텐츠도 다각화했다. 

그러던 차에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다. 이 대표는 시장 변화를 알아차리고 발 빠르게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단기간에 이용자 수십만명을 확보했다. 확신을 얻은 이 대표는 앱 개발에 속도를 내며 ‘한국판 에어비앤비’를 찾고자 했던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야놀자는 이후 사세를 급속히 확장해가면서 국내 1위 숙박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에는 싱가포르투자청(이하 GIC)과 부킹홀딩스로부터 1억8000만달러 투자받기도 했다.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가 1조원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중에도 야놀자의 성장세는 지속 중이다. 해외여행 수요 상당수를 국내로 흡수한 영향이다. 야놀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19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019년 기준 이수진 대표의 야놀자 지분은 특수관계자 포함 41.62%다. 비전펀드 투자로 인한 지분율 희석을 감안해도 이 대표는 지분 가치로만 3조원가량의 주식 부자 대열에 오르게 된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수수하고 인간적인’ 창업자로 통한다. 이 대표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직원들은 대부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고 옷차림도 수수해서다. 신입사원에게도 깎듯이 존댓말을 사용한다. 


엇갈린 평가
모텔업 혁신

야놀자의 한 직원은 “회사 사주들은 세련되고 차가운 분위기 같은 게 있는데 이 대표는 비싼 옷을 절대 입지 않고 중저가 옷만 입어서인지 그냥 일반 직원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술은 종종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야근하다가 이 대표의 ‘벙개’(번개 같이 빠른 모임) 제의에 ‘치맥(치킨+맥주) 회식’을 한 직원도 적지 않다.  

밖에서 이 대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모텔업계에선 이 대표에 대한 원성도 높았다. 3년 전만 해도 야놀자는 가맹사업을 했다. 모텔 점주가 일정 비용의 가맹비를 내고 야놀자 회원이 되면 예약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가맹비와 예약수수료를 별도로 받는 방식에 대해 ‘이중 수수료’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를 테면 100실 규모의 모텔을 소유한 점주는 100실에 대한 가맹비를 내고 매월 실제 예약이 이뤄진 객실 수에 따른 예약 수수료 10%를 또 냈다.


한 야놀자 가맹점 점주는 “공실인 객실에 대한 가맹비를 내고 실제 사용 객실료 4만원 받으면 또 4000원을 떼줬다”며 “여기에 정기 감사에서 지적을 받으면 리모델링도 해야 하니 지금 생각해보면 야놀자 배만 불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모텔 일해 종자돈 모아 ‘모텔투어’ 인수
업소 연결·데이트코스 소개 ‘주춧돌’로

야놀자는 현재는 가맹사업을 하지 않고 예약 서비스만 제공한다. 모텔업계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높은 평가도 나온다. 야놀자가 등장한 2005년을 전후로 모텔 시장 흐름이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내 모텔업계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호황을 맞았다. 정부가 밀려올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 마련을 위해 모텔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지원했다. 

당시 주요 상권의 모텔은 관광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추게 됐고 공주방, 거울방처럼 객실마다 색다른 주제의 인테리어가 도입됐다. 하지만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유흥업소와 연계해 음성적으로 영업했던 모텔은 철퇴를 맞았고 손님이 확 줄어 혼란에 빠졌다.

이 틈을 뚫고 2005년 모텔 등 중소형 숙박시설 예약업체인 야놀자가 등장했다. 이전에는 모텔 외관만 보고 선택했지만 야놀자 등장 이후 객실 내부 사진에 이용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주요 모텔 이용객이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20~30대로 확대됐다.

객실 내부 인테리어뿐 아니라 PC나 게임기 같은 부대시설에 대한 정보까지 공개되면서 모텔은 ‘노는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모텔 내부정보 공개가 음지에 있던 모텔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야놀자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놀이터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숙박앱의 제휴점 계약 체결 과정을 점검한 결과 야놀자 등이 광고상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계약서에 제대로 적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중소기업중앙회의 ‘숙박앱 활용업체 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업소 94.8%는 ‘숙박앱 수수료와 광고비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상생 이슈 부담
남은 숙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연일 커지는 상황에서 야놀자는 상생 이슈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숙박앱 혁신을 이끌며 흙수저 성공신화를 쓴 이 대표가 ‘야놀자 매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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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