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연애에 빠진 요즘 예능프로그램 리얼 후기

대놓고 바람 피고 내놓고 음주방송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PC주의가 국내 미디어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나 동물 학대, 지나친 선정성, 범죄의 묘사, 술·담배 등의 장면에는 어김없이 냉혹한 여론이 형성된다. 여러 제재가 있음에도, 국내 방송계는 여전히 금기에 도전 중이다. 특히 술을 소재로 한 예능이 범람하고 있으며, 연애 예능도 이전에는 없었던 독한 맛으로 승부하고 있다. 

애주가로 불리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예능인 신동엽이 녹화 끝나고 스태프들과 늘 한 잔씩 기울이는 애주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tvN <신서유기>의 규현은 술을 좋아해 ‘조정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외에도 많은 스타가 술을 즐기는 것을 편히 말했다. 

금기와 
대리만족

1년에 36억병의 소주를 먹는 국내 정서에 술을 즐기는 라이프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편안함과 익숙함이 무기인 예능인들에게 술로 인한 큰 문제가 없었다면 대체로 친숙한 이미지를 준다. 

tvN <인생술집>은 이러한 대중의 코드를 읽어내며 방송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연예게 대표 주당인 신동엽을 MC를 전면에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술을 통해 연예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호평과 동시에 음주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018년 12월17일 <인생술집>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줬다. 방심위는 당시 “출연자 간의 대화보다 음주 장면을 지나치게 부각해 자칫 시청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거나 음주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비록 비판 의견이 있긴 했으나 2016년 1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장수한 프로그램이다. <인생술집>의 안정적인 성공 이후 술 예능이 생겼다. 채널 십오야의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는 규현이 지인들과 술 한 잔하는 장면을 관찰 예능으로 공개했다. 

규현은 막걸리 소주, 옛날 양주, 전통주 등 술을 가리지 않고 마셨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고, 새로운 게임을 배우기도 했으며, 각종 술과 어울리는 안주를 찾기도 했다. 유튜브 조회수 200~300만을 기록하는 등 웬만한 예능프로그램보다 더 강력한 화력을 보였다. 

규현은 이를 통해 단독 MC로서도 손색없는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서유기>에서 친분을 맺은 뒤 출연진의 특성을 개발하는 데 특출한 능력을 가진 나영석 사단의 재기가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술 예능이 호평을 받자 갑작스럽게 대다수 채널에서 술 예능을 론칭한다. 술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대거 나왔다. 술을 소재로 저마다 조금씩 내용을 비튼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를 한다. 

먼저 지난 9일 KBS 웹 예능 <조세호의 와인바>가 술 예능의 시동을 걸었다. 조세호가 ‘조믈리에’라는 부캐로 바(Bar)를 차린다는 콘셉트의 예능이다. 와인이나 샴페인 등에는 문외한인 조세호가 실제로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붙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지인 혹은 게스트와 함께 즐기는 방송이다.

먹고 취하고 즐기는 취중 프로    
지상파·OTT 가리지 않고 제작

외국 술을 알고 싶지만 정확하게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첫 화 게스트로는 차태현이 등장했다. 아직까지는 1회까지밖에 나오지 않아 프로그램의 정확한 기획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채널 S의 <신과 함께>는 지난 16일 시즌2를 맞이했다. 신동엽을 비롯해 성시경, 이용진, 박선영, 시우민 등 연예계 애주가들이 특별한 날 어떤 술과 안주를 먹을지 고민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조합의 안주를 추천해주는 포맷이다.

시즌1은 주문자들의 사연에 맞춘 주식을 선보이며 애주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MC들은 술을 마시며 더욱 솔직한 토크로 웃음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는 26일에는 IHQ, 디스커버리 채널의 새 예능프로그램 <마시는 녀석들>이 첫 방송된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인 <마시는 녀석들>은 그동안 먹방계의 블루오션이었던 ‘안주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으로 주류에 따라 페어링하기 좋은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이다. 

<마시는 녀석들>은 무분별한 음주 문화를 지양하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스포츠, 친목 등 야외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미식가와 애주가들의 대리만족을 선사할 예정이다.

다채로운 매력의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높고 건전한 애주가로 알려진 배우 이종혁, 코미디언 장동민, 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 골든차일드 이장준이 출연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앞둔 <백스피릿>도 새로 론칭하는 술 예능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마주 앉아 술 한 잔 기울이며 술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다. 

나영석 PD부터 ‘배구 여제’ 김연경, 배우 김희애 등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으로 이미 소문이 났다.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했던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박희연 PD가 백 대표와 다시 손잡았다.

이렇듯 술 예능이 늘어난 배경에는 최근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했다는 데 기인한다. 과거 지상파와 일부 케이블 채널 등 이른바 올드 미디어가 채널의 전부였던 때에는 집단이 미디어를 소비한다는 마인드로 인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술을 소재로 하는 건 터부시됐다. 

채널 개인화
아이템 오버

하지만 최근 채널의 개인화가 이뤄지면서 누구나 즐기는 술을 예능으로 활용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문화로 번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도 술 예능이 한창 나왔었다.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았는데, tvN <삼시세끼>나 SBS <미운우리새끼> 등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조금씩 나오면서 비판 의식이 옅어졌다”며 “사실 술은 누구나가 즐기는 소재라서 금기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청소년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는 제작되는 게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술과 함께 또 하나 범람하고 있는 예능 소재가 있다. 바로 연애 예능이다. MBC <사랑의 스튜디오>를 비롯해 SBS <짝>, 채널A <하트시그널> 등 국내 연애 예능 계보가 존재한다. 

최근 들어 각종 채널에서 연애 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다만 뻔한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금기시 되는 부분을 갖고 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와 tvN <환승연애>다.

먼저 <체인지 데이즈>는 위기의 세 커플이 제주도 팬션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다른 커플의 이성과 데이트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겹도록 다투면서 소통이 되지 않기도 하고, 너무 오랜 기간 연인으로 지내다 보니 설렘이 완전히 사라진 커플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인연과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게 포인트다. 

다만 내 연인, 그리고 상대의 연인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이성과 스킨십이나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탄다. 타인에 대한 인의예지를 강조하는 국내 사회에서 그야말로 ‘금기’에 해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공개된다. 

그 과정에서 내 연인이 이성과 잘 지내는 것이 못마땅해 괜히 다른 이성과 더 잘 지내보려는 노력이 꼭 예뻐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성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닌 그저 본능에 이끌리는 것 같은 장면도 눈에 띈다.

출연자에게 너무 리스크가 큰 설정 탓에 자신의 업종에서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들기도 한다. 


강력한 본능
판단력 상실

일각에서는 <체인지 데이즈>가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대리만족감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애하면서 다른 연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냐는 추측에서 비롯된다. 비록 옳다고 할 수 없겠지만,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는 게 <체인지 데이즈>의 묘미라는 것. 

<환승연애>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귀었다가 헤어진 네 커플이 한 곳에서 지내며 새로운 인연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다만 커플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내 연인이 누군지 밝히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포맷이다. 달라진 건 한 번 헤어진 커플이라는 것.

이른바 ‘마라맛’이라 불릴 정도로 독한 설정을 끌고 왔다. 정작 방송은 이별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건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랑의 속도가 서로 다르듯 이별 앞에서도 각자 다른 시계가 흘러간다.

이미 헤어짐을 완전히 받아들인 남자와 아직 헤어진 것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다가 전 남자친구를 만나고 이별했다는 것을 깨달은 여자,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여전히 미련이 있다는 것을 안 여자와 미련이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마음이 굳어버린 남자 등 현실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이별 이야기를 생중계 보듯 관찰하게 된다. 

다른 연애 예능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 대신 이별의 슬픔에 공감하며 눈물짓게 된다. SBS <룸메이트>의 박상혁 CP와 나영석 사단에서 <삼시세끼> <여름방학> 등 힐링 예능의 선두주자에 있었던 이진주 PD의 합작품이다. 

박상혁 CP는 “새로운 연인의 후기를 전할 때 먼저 만났던 사람에게 후기를 들으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새로운 사람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으니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환승연애>에서는 가능하다”며 “설정은 강하지만 내용에는 힐링이 있다. 이게 가능할 수 있는 건 출연자들의 진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돌싱에 스와핑까지…짝짓기 예능의 변화
‘잠자리 안 돼’ 비틀어 찾는 자극 포인트

두 프로그램이 연애 예능의 새로운 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애 예능이 나오고 있다. IHQ에서 방송된 <리더의 연애>는 최근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리더와 다섯명의 스타가 데이트 시간을 갖고 매칭되는 포맷이다. 

배우 한정수와 배구선수 출신 김요한, 개그맨 이상준, 야구선수 출신 이대형, 격투기 선수이자 가수인 이대원이 여성 리더와 데이트를 한다. 진행은 김구라와 박명수, 한혜진이 맡는다. 

여성 리더를 내세우며 시대의 흐름에 적절히 편승한 느낌이지만, 방송은 어딘가 어수선하다. 마치 데이트가 경쟁하듯이 치러지며, 여성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내쫓기는 형식이다. 모든 데이트 코스는 여성이 정한다. 새로운 방식을 도모했지만, 서로의 교감보다는 누가 더 여성에게 달콤한 남성인가를 겨루는 느낌이다. 

지난 14일 SBS Plus와 NQQ에서 동시 방송된 <나는 SOLO>는 SBS <짝>을 연출한 박규홍 PD의 신작이다. <짝>에서 보여준 사랑의 극사실주의를 보여준 박 PD는 <나는 SOLO>에서도 비슷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다만 사실주의에 너무 치중한 탓인지 로맨틱한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커플 유튜버로 유명한 손민수와 임라라는 새로운 커플의 호스트가 됐다. 왓챠 <러브&조이>를 통해서다. 네 쌍의 남사친(남자사람친구)과 여사친(여자사람친구)들이 출연해,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넘나든다.

친구로만 생각하던 상대방이 실제로 다른 이성과 있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질투를 조금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아니면 그동안 몰랐던 감정이 솟구치게 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체인지 데이즈> <환승연애>의 순한 맛으로 정리된다.

MBN <돌싱글즈>는 이혼의 경험이 있는 8명의 남녀가 이른바 ‘돌싱 빌리지’에서 새로운 연인을 찾아간다는 포맷이다. <하트시그널>의 돌싱 버전이다. 한 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미혼 남녀들과는 달리 훨씬 더 수위 높은 대화가 오간다. 

자녀에 대한 이야기,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이 비교적 자극적이다. 어쩌면 이혼을 경험해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겐 현실적인 조언과 정보가 되기도 한다. 

좀 더 자극적인 연애 버라이어티가 범람하는 이유로 한국식의 자극을 찾고 있는 형태라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미국 연애 버라이어티에는 남녀가 잠자리에 이루는 과정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아직 그 수위까지 갈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자극적인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더 세게
더 강하게

정덕현 평론가는 “요즘 연애 예능은 한국적인 ‘마라맛’을 찾고 있는 느낌이다. 외국 연애 예능은 성적인 부분까지 다 보여주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거기까진 쉽지 않다. 대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걸 찾는 것”이라며 “자극적인 예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한국 연애 예능의 한계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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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민주당 ‘요란한 합당’ 후폭풍

조국+민주당 ‘요란한 합당’ 후폭풍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며 손을 내민 것이다. 지방선거 완승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별안간 툭 튀어나온 사안에 뒷말만 무성하다. 합당 논의의 물꼬를 텄지만 성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6월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합당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지난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한 뒤 “두 당의 합당을 위해 조속히 실무 테이블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리수? 승부수? 탄핵 정국서 힘을 합친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가능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공식 제안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 대표는 “저는 혁신당 창당 당시 따로 또 같이를 말했다. 22대 총선을 따로 치렀고, 21대 대선을 같이 치렀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독재 정권 심판’을 외쳤고, 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를 외쳤다. 우리는 같이 윤석열정부를 단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의 성공, 지방선거 승리가 시대정신”이라며 “민주당과 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다. 6·3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합당 제안에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늦은 오후 정 대표를 만나 오늘의 발표 내용을 전달받았다. 갑작스럽지만 제안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최고위원분들과 함께 숙고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혁신당은 정 대표가 언급한 이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동시에 혁신당은 정치개혁과 개헌, 사회권 선진국 실현, 토지공개념 입법화 등 민주당이 말하지 않는 진보적 미래 과제 독자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시대적 과제를 모두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의 조속한 개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합당 제안에 그 배경을 놓고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를 이유로 내걸었지만, 그동안 양쪽 모두 합당에 선을 그어온 만큼 마음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지 저마다 추측에 나섰다. 혁신당은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합당론을 부정했다. 호남 사수 정, 동력 떨어진 조 맞아떨어진 셈법…논의 급물살 조 대표는 지난해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위기는 합당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내년 6·3 지방선거 전 민주당과의 합당은 없다”며 호남을 비롯한 전국 선거구에 혁신당 기초의원 후보를 내 제3당 입지를 다지겠다고 못을 박았다. 10월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던 당시에는 “설익고 무례한 흡수 당합론에 흔들리지 않도록 강철처럼 단단한 정당을 만들겠다. 거대 양당의 독점 정치를 종식하고, 민주주의 다수 연합 시대를 여는 정치개혁의 항해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도 “우리는 야당”이라며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따라서 이번 합당 제안은 양당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월 전 민주당과 혁신당이 합당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진보 대 보수인 1대 1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표가 분산될 위험이 적어질뿐더러 선거 과정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쇄빙선’을 자처한 혁신당이 민주당에서 가장 왼쪽을 맡는다면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을 더는 장점도 있다. 오른쪽과 왼쪽을 동시에 늘리는 전략으로 큰 탈 없이 외연 확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혁신당이 민주당의 합당 제안에 선뜻 끄덕인 것은 소수 정당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풀이된다. ‘검찰 독재 정권 조기 종식’을 내건 혁신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격히 동력이 떨어졌다. 지난해 8월 조 대표가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복귀하면서 혁신당이 이슈를 선점하고 다시 지지율이 오르는 등 ‘조국 만능론’이라는 기대감이 만연했지만 성비위 사건에 부딪히면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했다. 양당 모두 합당에 대한 사전 의견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제 합당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최고위원들마저 오늘(22일) 아침 갑작스레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통합 소식을 처음 접했다”며 “추진 과정의 문제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친명(친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였던 모경종 의원은 “합당은 당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진행돼야 한다”며 “혁신당의 대답보다 당 내부의 대답을 먼저 들어달라”고 반발했다. 한준호 의원 역시 “혁신당과 합당은 당원에게 충분한 설명, 숙의 과정과 동의가 필요하다”며 “우리 민주당은 당원 주권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종일 끓는 여의도 이언주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전했다. 이 의원은 “이번 합당 제안이 당의 미래보다는 당 대표 개인의 정치 일정, 특히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당의 중대사를 특정 개인의 권력구도와 연계해 추진한다면, 이는 민주당이 오랜 시간 지켜온 민주주의와 당원 중심 정당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당은 다수 당원들의 명확한 동의를 전제로, 충분한 시간과 공개적인 토론, 당내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에 이번 정청래 대표의 일방적이고 절차를 무시한 합당 제안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청(친 정청래)계인 최민희 의원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에 찬성한다”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조속한 합당을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줄곧 혁신당 합당론에 불을 지피던 박지원 의원 역시 “혁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서 지방선거, 총선, 다음 정권 재창출까지 이뤄내야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다. 민주당에서도 찬반이 있지만 (합당이) 가능하리라 본다”며 조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해 8월 조 대표의 사면을 앞두고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 IN’에 출연해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가능성을 묻는 말에 “생각이 같고 이념이 같고 목표도 같다면 저는 혁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서 지방선거, 총선, 다음 정권 재창출까지 해야 우리나라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지방선거 전 합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 는 질문에는 “혁신당에 현역 국회의원 12명이 있는데 그분들을 다 만난 건 아니지만, 그분들도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통합하자는 생각을 갖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물론 우리 민주당에서도 찬반이 갈린다”며 “혹자는 호남권에서 혁신당이 별도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민주당이 어렵지 않느냐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설 자리가 좁아진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합당에 대해 “국민 통합이 아닌 ‘우덜끼리 통합’”이라고 직격했다. 친문 카드 만지작? 조용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개혁신당은 무도한 이정부의 총체적 비리 의혹에 대해 특검 관철을 위한 공조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당이 특검에는 침묵한 채, 공천을 매개로 한 정치적 야합의 유혹에 흔들린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같은 중국집인데 전화기 두 대 놓고 하는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며 “합치”라고 비꼬았다. 앞서 이 대표는 혁신당에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 특검법’ 야당 공동 발의를 제안했으나 혁신당이 이를 거부한 것을 거론하며 “(혁신당이) 사실상 (특검 공조)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혁신당은 많은 국민에게 민주당 2중대가 되고 싶어하는 당으로 인식됐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사실 합치는 게 맞다”고 했다. 당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 대표를 믿고 가겠다는 여론과 굳이 세력 다툼의 여지를 줘야 하냐는 여론이 맞붙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조 대표와 그가 이끄는 당이 민주당과 합당한다면 두 개의 권력 축이 대립할 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2일 조 대표가 문 전 대통령에게 6·3 지방선거에서의 역할론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한 것을 언급하며 “친문, 친명 간의 갈등으로 당이 한차례 휘청였던 만큼 트라우마가 깨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조 대표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중앙 정부의 민주정부로의 교체가 지방정부의 교체로 이어져야 한다. 큰 연대의 틀을 유지하면서 민주 진영의 큰 승리와 혁신당의 의미 있는 성과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내란 청산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올해 지방선거에서 극우 내란 세력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과 정부가 생각하지 못하거나 힘이 미치지 못한 부분에 혁신당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화답했다. 당내 점점 거세지는 반발 친문 부활 프로젝트 의심도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으로 갈라선 당원들은 “사전 합의나 전 당원투표도 없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양 당 대표가 멋대로 합당을 추진했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친문계는 혁신당이 합당이 아닌 자강론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친명계는 합당이 계파 갈등의 방아쇠가 될지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 대표를 중심으로 '친청 연대'가 가동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당내 입지가 약한 정 대표가 합당을 계기로 세력 굳히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당 안팎으로 날 선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각종 개혁과 1인1표제 등을 놓고 당정 갈등이 불거졌고, 최근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통해 친청 체제를 굳히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명 지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합당이 발표된 날은 코스피가 5000을 달성한 날로 정 대표가 또다시 정부 이슈를 가로챘다는 불만도 나온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대통령의 탁월한 신년 기자회견과 법원의 내란 첫 판단 등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상당히 해소됐고 오늘 사상 최초로 코스피 5000을 돌파하며 경제 회복을 넘어 대도약의 문이 열렸다”며 “그런데 정 대표가 갑자기 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초대형 이슈를 여의도 한가운데에 투척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의 큰 성과를 내면 번번이 당에서 큰 이슈나 풍파가 일어나 그 의미를 퇴색시켰고 오늘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파열음이 새어나오자 청와대가 진압에 나섰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합당 제안을 두고 “사전에 당 대표한테 연락받았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하며 “양당 통합이나 정치적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었다”며 “양당 간 (합당)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 관련 연락을 받은 시점에 대해서는 “혁신당 조 대표와 (정 대표가 논의를) 한 이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선거 승리만을 위한 뜬금포 제안”이라며 합당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합당 명분이 충분치 않을뿐더러 중요한 사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점 역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다. 시작은 창대하나… 신 대표는 “여론 공감대 없이 합당이 단지 정치인의 권력 나눠 먹기 식으로 흘러간다면 과연 외연확장이 맞는지 의심이 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확장론은 실체가 있었으나, 이번 합당은 대권 욕심을 가진 정 대표와 조 대표가 당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 1인1표제도 해결이 안 된 상황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당내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있다”며 “설사 정리가 된다고 한들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인 감정이 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박한 조국, 출마 어디로? “지방선거든 재·보궐선거든 무조건 나간다”며 출마 의지를 밝힌 혁신당 조국 대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앞서 조 대표는 “언론에서 내년 6월 조국이 어디에 출마하느냐에만 관심을 표하는데 나는 출마 이전에 지방선거에서 혁신당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더 고민하고 있다”며 “혁신당은 전국의 다인 선거구에 후보를 내고 당선시켜야 한다. 그래서 당의 뿌리를 전국에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봤지만 정작 그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3월 출마 지역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던 만큼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