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장대높이뛰기 진민섭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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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6.29 13:33:53
  • 호수 1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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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뉴스] 진민섭은 장대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8차례나 경신한 대표선수다. 도쿄올림픽 결선 진출과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진민섭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진민섭은 2020년 3월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에서 열린 뱅크타운 장대높이뛰기 대회에서 5m80㎝을 넘었다. 하지만 진민섭이 사용한 장대는 자신의 장대가 아니었다.

대회가 열린 호주 시드니 공항 수하물 처리 규정 문제로 5m20㎝인 장대를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고, 국가대표의 장비를 수송하기 위해 항공사 임원까지 나섰지만 일반 화물 컨테이너에 실리지 않는 장대는 자동화 물류 설비 시스템으로는 취급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빌린 장대

장대높이뛰기의 장대는 선수에 따라 그 길이와 탄력의 차이가 크다. 장대가 길수록, 탄성이 클수록 높이 뛰는 데에 유리하지만, 요구되는 힘이 더 많고 필요한 기술도 다르다.

즉, 사용하던 장대가 아니라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사용하던 장대와 비슷한 장대는 김도균 코치와 인연이 있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븐 후커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88년 만들어져 오래된 장대였고, 그는 시드니와 1500㎞ 이상 떨어진 노스애들레이드에 거주하고 있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김도균 코치가 50여시간을 운전해 장대를 받아왔다.

결국 진민섭은 빌린 장대를 이용해 5m80㎝를 넘어 자신의 최고 기록을 썼다. 그가 세운5m80㎝은 도쿄올림픽 기준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이었다.

이름을 알리다

진민섭은 부산에서 태어나 사상초-사상중-부산사대부고를 나왔다. 처음부터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아니었고, 초등학교 때에는 멀리뛰기를 하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장대높이뛰기에 전념하게 된 케이스다. 2008년 제36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육상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년 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9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소년육상경기대회에서 5m15㎝로 1위에 올라 세계무대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한국 선수가 세계육상연맹이 주최한 종합 육상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진민섭이 처음이었다.

도쿄올림픽 결선 진출과 메달권 목표
한국신기록 갈아치우며 가파른 상승세


이때부터 진민섭은 한국 육상의 기대주이자 희망으로 떠올랐다. 금메달을 획득과 함께 대한육상연맹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2010년부터는 우크라이나 출신 아르카디 시크비라 코치와 러시아 유학파인 정범철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시크비라 코치는 장대높이뛰기의 전설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붑카를 지도한 경험이 있었다.

2010년부터 전국체전 3연패를 달성하고, 2012년에는 개인 최고 기록인 5m51㎝을 넘은 진민섭은 2013년부터 한국 신기록을 꾸준히 깨뜨리며 한국 장대높이뛰기의 일인자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8번 경신

진민섭은 8번이나 한국 장대높이뛰기 신기록을 경신했다. 2013년 5월 대만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5m64㎝로 2006년 김유석이 세운 5m63㎝를 7년 만에 경신하며 개인 첫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첫 기록 이후 2014년 5월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 대회에서 5m65㎝로 1년 만에 1㎝을 더 뛰며 기록을 새로 썼다.

이후 4년간 기록 경신 행진을 멈췄다가 2018년 두 차례 기록을 경신했다. 2018년 6월 정선에서 열린 제72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결승에서 5m66㎝으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한 달 뒤인 7월 경북 예천에서 제16회 전국중·고등학교육상경기선수권대회 번외 경기에 참가해 5m67㎝로 자신의 기록을 1㎝ 높였다.

4년 만에 신기록을 달성한 진민섭은 2019년 기세를 더욱 올렸다. 2019년 5월 제48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5m71㎝를 넘었다. 5m71㎝은 2019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준기록으로 한국 신기록 수립과 세계선수권 출전권 획득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어 6월 제73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5m72㎝로 한 달 만에 기록을 다시 경신한 데 이어 8월 태백에서 개최된 전국실업육상대회에서 5m75㎝를 넘었다. 2019년에만 세 차례나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20년 3월엔 다시 호주에서 5m80㎝으로 자신의 8번째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아쉬운 대회

진민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5m45㎝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의 양양성도 진민섭과 같은 5m45㎝를 넘었지만 시기 수가 더 많아 4위로 밀렸고, 금메달은 아시아 최강자로 꼽히던 중국의 쉐창루이에게 돌아갔다.

쉐창루이와 은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사와노 다이치는 같은 5m55㎝를 넘었다. 둘 다 1차 시기에 5m55㎝를 넘었으나 무효가 더 적은 쉐창루이가 금메달을 따냈다.


5m45㎝를 한 번에 넘은 진민섭은 5m55㎝를 1차 시기에 넘지 못하자 바로 자신이 보유한 한국 신기록인 5m65㎝에 도전했다. 이미 쉐창루이와 다이치가 1차 시기에 5m55㎝를 넘었기 때문에 같은 5m55㎝를 넘어도 시기 수에서 밀려 금메달을 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자신의 기록에 도전했지만, 2~3차 시기에 연이어 실패하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진민섭은 5월 부산에서 런던올림픽 4위를 차지한 영국의 스티븐 루이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직전인 7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친선 육상경기대회에서도 타이기록을 세우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목표도 5m70㎝였다. 그러나 갑자기 내리는 빗속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는 것은 무리였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초 올림픽 메달 도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진민섭은 대회를 앞두고 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두 차례나 경신하며 좋은 컨디션을 보였지만, 대회에서는 허벅지 부상의 여파로 5위에 머물렀다.


결선에서 13명 중 가장 높은 5m40㎝으로 경기를 시작했으나, 1·2차 시기에서 모두 바를 건드리며 실격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도 3차 시기에서 5m40㎝을 넘으며 다시 기회를 얻었고, 이어 5m50㎝을 건너뛰고 5m60㎝에 도전했으나 세 번 모두 실패했다.

금메달은 5m70㎝으로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세운 일본의 야마모토 세이토가 차지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5m50㎝을 넘은 중국의 야오제와 태국의 팟사폼 아삼 앙에게 돌아갔다.

5m40㎝을 2차 시기에 넘은 카자흐스탄의 세르게이 그리고 르예프가 4위를 차지했고, 3차 시기에 넘은 진민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사인 아심 알 히잠이 5위를 기록했다. 한국 장대높이뛰기의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은 1988년 김철균과 2010년 김유석이 달성한 은메달이다.

10㎝의 벽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움이 크지만 진민섭은 계속 도전한다. 지난해 3월 진민섭이 기록한 5m80㎝은 당시 시즌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그래도 아직 세계 정상권과의 격차는 크다. 상위 12명이 출전하는 도쿄올림픽 결선 진출을 위해 예상되는 기준은 5m81㎝이다. 현재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어야 달성할 수 있는 정도다.

10㎝만 더 올리면 충분히 메달을 노릴 수 있다. 세계 신기록은 지난해 9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스웨덴의 아르망 뒤플랑티스가 세운 6m15㎝로, 뒤플랑티스는 26년 만에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현역 기록 2위는 미국의 샘 켄드릭스의 6m02㎝, 3위는 제이콥 우든의 5m90㎝이다.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도 5m85㎝였다.

진민섭의 목표도 올림픽 메달을 노릴 수 있는 기록인 5m90㎝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나는 5m75∼80㎝을 뛰는 선수였다. 평균 기록을 5m80㎝ 이상으로 높이고, 최고 5m90㎝까지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도쿄에 입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진민섭은 2019년 처음으로 5m70㎝을 돌파했고, 10개월 만에 자신의 기록을 10c㎝나 늘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8년부터 매년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진민섭은 2021년에도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만약 진민섭이 도쿄에서 시상대에 선다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 현재 진민섭은 5m90㎝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과 스피드를 올리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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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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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