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와 함께 ①제주 취다선리조트

그윽한 차향에 나를 맡기다

그윽하게 퍼지는 차향에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찻잔에 깃든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고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본다.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와 마주한 순간, 온갖 상념으로 가득한 머릿속을 비우면 비로소 마음에 평안이 찾아든다. 제주 취다선리조트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힐링 공간이다. 다도와 요가, 명상 체험이 색다른 여행을 선물한다.

취다선리조트에서 보내는 하루는 향기로운 차향과 함께 시작된다. 이른 아침 지하 1층 명상룸에서 진행하는 차 명상은 투숙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명상룸은 한쪽 벽면을 유리로 마감해 바깥의 자연이 온전히 느껴진다. 반짝이는 햇살과 싱그러운 풍경에 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난다.

보글보글 끓는 찻물과 쪼르륵 차를 따르는 소리에 들뜬 기분이 가라앉는다. 각자 자리를 잡고 방석을 두껍게 깔고 앉아 명상을 위한 자세를 가다듬는다.

자연과 함께

차 명상 중에 마시는 차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찻잔을 받아 들고 먼저 영롱한 빛깔과 따스한 온기를 느껴본다. 은은한 차향을 맡으며 마지막에 차 한 모금을 머금은 채 천천히 내면에 집중한다. 자연스럽게 차를 넘긴 뒤엔 호흡법을 통해 명상을 이어간다.

처음엔 어렵지만 들고 나는 호흡에 맞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점점 머릿속이 비워지며 편안한 상태가 된다. 명상을 마치면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이 느껴진다.


취다선리조트에서는 차 명상 외에도 요가, 감정 치유 아로마테라피, 싱잉볼 사운드 힐링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일상의 긴장을 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자유로운 몸동작과 함께 온전히 자신을 만나는 동적 명상은 가장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한번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오쇼 쿤달리니 액티브 명상도 체험할 수 있다. 투숙객은 명상이나 요가 프로그램이 무료이며, 투숙객이 아닌 경우나 일부 유료 프로그램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티룸에는 독립된 차실이 네 곳 있는데, 각각 분위기가 달라 취향에 따라 고르기 좋다. 죽로차실과 공선차실은 바깥에 작은 연못을 꾸며 더 운치 있다. 차실에서는 혼자 혹은 일행과 함께 다도를 배우고, 차를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먼저 티 마스터가 차 우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후엔 직접 차를 우려 마시면 된다. 차를 주문하면 이곳에서 직접 만든 귤정과와 간단한 다식을 내준다.

녹차와 홍차, 볶은 홍차 등 다양한 차가 있는데, 모두 국내에서 재배한 품질 좋은 찻잎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용둥굴레를 구증구포로 만든 선옥죽, 맛이 부드럽고 중후한 흑차는 취다선의 시그니처 메뉴다. 기프트 숍이나 홈페이지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차실은 예약해야 하며, 투숙객은 1박에 1회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투숙객이 아닌 경우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하며, 이용 시간은 회당 한 시간이다.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다도·요가·명상 등 색다른 체험 


취다선리조트에는 어디든 차향이 흐르지 않는 곳이 없다. 객실에도 차와 다기가 비치돼, 언제든 여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창밖에 펼쳐진 풍경이 금상첨화다.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박힌 우도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은 자연이 빚은 명작이다. 여기에 차 한잔 곁들이면 감동이 배가 된다.

객실 타입은 1인실과 2인실, 패밀리룸이 있으며, 1인 여행자를 위한 일주일의 고립 여행도 제공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휴식이 필요할 때 취다선리조트를 찾아보자. 차를 마시고 명상에 잠겨 나를 돌아보는 동안 한층 깊어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차 명상을 마친 뒤엔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두산봉 트레킹에 나서보자. 리조트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찾아가기 쉽다. 두산봉은 말미오름이라고도 불리는데, 수십미터에 걸쳐 이어진 암벽이 독특한 형태를 이룬다.

경사 구간이 짧고 탐방로가 잘 정비돼 10~15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전망대에 서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고요히 아침 인사를 건넨다.

중산간 지대에는 너른 차밭이 펼쳐진 ‘오늘은녹차한잔’이 자리한다. 한가로이 차밭을 산책하고, 신나는 카트 레이싱을 즐기고, 족욕으로 피로도 풀 수 있는 테마 공간이다. 이곳에서 재배한 찻잎으로 만든 녹차를 이용한 음료와 아이스크림 등도 판매한다.

오늘은녹차한잔에는 명물이 하나 더 있다. 차밭 아래 숨듯 들어앉은 천연 용암굴이다. 동굴 안에서 바깥쪽을 향해 셔터를 누르면 태곳적 자연에 둘러싸인 듯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생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차밭 중간쯤 둔덕 아래 자리한 동굴은 이정표가 따로 없지만, 워낙 방문객이 많아 찾기 쉽다.

천연 용암굴

보롬왓은 여기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길을 나선 김에 다녀오기 좋다. 비밀의 화원처럼 외길을 따라 들어간 곳에 철 따라 화려하게 피어난 꽃이 여심(旅心)을 사로잡는다. 튤립, 라벤더, 삼색버드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취다선리조트→두산봉(말미오름)→오늘은녹차한잔(성읍녹차마을 오늘은)→보롬왓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취다선리조트→두산봉(말미오름)→오늘은녹차한잔(성읍녹차마을 오늘은)→성읍민속마을 
둘째 날: 지미오름(지미봉)→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보롬왓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취다선리조트 www.chuidasun.com
- 오늘은녹차한잔(성읍녹차마을 오늘은) www.onulun.com
- 보롬왓 www.instagram.com/boromwat

문의 전화
- 제주관광정보센터 064)740-6000
- 취다선리조트 064)735-1600
- 오늘은녹차한잔(성읍녹차마을 오늘은) 064)787-2254
- 보롬왓 064)742-8181 


대중교통
[버스]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101번 급행버스 이용, 세화환승정류장에서 201번 간선버스 환승, 성산고등학교 정류장 하차, 취다선리조트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bus.jeju.g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마리나사거리에서 우회전→연삼로→신촌진드르교차로에서 우회전→오조한도교입구삼거리에서 좌회전→1.3km 이동, 해안도로 방면 좌회전→900m 이동, 왼쪽 취다선리조트

숙박 정보
- 에코스위츠(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서귀포시 중문상로, 064)738-9975
- 아트스테이 서귀포 하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서귀포시 태평로, 064)801-9888
- 더 세리 호스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서귀포시 법환상로2번길, 064)739-9966
- 봄그리고가을리조트: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064)784-2211
- 빈필드하우스: 성산읍 오조로, 064)782-7372 
- 제주도푸른바다: 구좌읍 별방길, 064)782-7788 
- 플레이스캠프제주: 성산읍 동류암로, 064)766-3000
- 성산산티아고게스트하우스: 성산읍 일출로, 010-5696-3377

식당 정보
- 복자씨연탄구이(흑돼지 근고기):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064) 782-7330
- 제주칼국수제주해물탕(해물탕):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064)783-2929
- 산도롱맨도롱(고기국수·갈비국수):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064)782-5105 
- 양화정(양갈비): 구좌읍 세평항로, 064)782-9969

주변 볼거리
성산일출봉, 광치기해변, 올레 1코스, 다랑쉬오름, 세화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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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