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포스코 새 선장 정준양 회장 내정자의 과제

식어가는 ‘용광로’ 녹슬어가는 ‘쇠’가 짓누르는 어깨 무겁다

‘거함’ 포스코를 이끌어갈 차기 선장에 정준양(61) 포스코건설 사장의  내정이 확정됐다. 이제부터 정 신임 회장 내정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거친 풍랑을 맞아 포스코호를 이끌고 헤쳐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현재 포스코는 어느 때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정 차기 회장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란 얘기다. 정 차기 회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29일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 계획과 비전,경제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면접 등을 거쳐 정 사장을 신임 포스코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 후보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공식 추천 절차를 거친 뒤 내달 27일 주주총회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게 될 포스코에 현재의 철강시황은 최근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정 차기 회장 앞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20만톤 감산에 돌입한데 이어 올 1월에도 37만톤을 감산했다. 올해도 감산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영업이익 목표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물러나는 이구택 회장도 지난 1월15일 열린 ‘2008 포스코 CEO 포럼’에서 “올해 사업계획은 짜둔 상태지만 상황이 불투명해서 예측이 힘들다”며 “상반기가 바닥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올해 철강경기가 심상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올해 조강생산 목표량을 지난해(3310만톤)보다 최대 400만톤가량 줄어든 2900만~3200만톤으로 잡았다.
제품 판매량도 전년대비 최대 470만톤 줄어든 3000만~3300만톤으로 계획하고 있다.
더구나 매출규모도 지난해보다 최대 3조6000억원가량 줄어든 27조~30조원으로 낮춰 잡아둔 상태다.
해외 철강시황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수익성 하락을 막아야 하는 정 차기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동안 철강재 생산이 전년동기 대비 16.9% 급감한 뒤 하반기에 감소세가 둔화돼 연간 9.5% 감소할 것”이라면서 “올해 4분기 이후에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시황은 2010년 1분기에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철강시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적임자로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정 사장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사장은 판매확대방안과 원가절감 등 내외실을 모두 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올해 사상 최대의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는 국내에만 6조원에 해외(1조5000억원)를 포함해 최대 7조5000억원까지 투자, 현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국내 투자는 ▲광양 후판공장(연산 200만톤 규모) ▲포항 신제강공장 ▲광양 자동차강판 공장(전략제품)에 들어간다. 국내 생산 역량을 4000만톤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해외 투자는 그동안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자원개발과 해외철강사 M&A 등에 쓰일 예정이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 전격 사퇴 이후 정준양 회장 체제 구축
글로벌경제 위기상황 타개…와해된 사내 조직정비 숙제로 남아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때 거액의 투자를 계획한 만큼 투자효과 극대화를 이뤄 낼 수 있을지도 정 차기 회장이 넘어야 할 난제다. 그만큼 냉철한 경영 판단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며 CEO로서 추진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정 차기 회장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인도 일관제철소 건립 작업 등 기존의 대형 프로젝트를 매듭짓는 일도 떠안게 됐다. 인도 사업은 이미 착공이 수차례 연기된 사업. 아직도 부지 확보를 위한 현지 거주민 설득작업이 진행될 만큼 진척이 더디다. 제철소 건설의 핵심 요건인 광산탐사 역시 아직 시작도 못했다. 더구나 글로벌 제철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 필수적인 서아시아와 유럽진출의 교두보 확보도 안 된 상태다.
신임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일단 이구택 회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년 뒤 또 한 차례 CEO 연임 여부를 놓고 조직이 흔들릴 가능성을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전문가들은 ‘외풍’에 약한 포스코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리 후계자를 키우고 가시화해 회장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외압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영화가 이뤄졌음에도 말이다. 그러므로 포스코가 더 이상 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고 안정적인 경영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정 차기 회장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와 함께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을 치유하는 것도 정 사장의 몫이다. 오너가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인 포스코가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 구성원들의 합심이 필수. 그러므로 차기 CEO 경쟁자였던 윤석만 사장을 높게 평가했던 임직원들도 적지 않았던 만큼 잠재적인 내부갈등을 풀어야 한다. 
아울러 포스코가 친환경 경쟁력을 크게 높여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도 정 차기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는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에 들어갈 것은 자명한 사실. 그렇게 되면 포스코의 경쟁환경은 지금과 달라지게 된다. 이미 전 세계는 그린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포스코도 주력은 철강이지만 친환경 등에서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정준양은 누구?
30년간 현장 지킨 ‘아이언맨’

신임 포스코 회장직을 두고 윤석만 사장과 2파전을 벌이던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지난달 29일 제7대 포스코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됐다. 이로써 포스코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출신 회장 계보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981년 포스코 회장직이 생긴 뒤 지금까지 선임된 회장들은 1994년 김만제 전 회장이 외부 출신인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엔지니어 출신의 내부 인사였다
정 사장은 이사회 등의 임명 승인 절차를 밟아 세계 2위권 철강기업 포스코를 이끌게 된다. 1948년 수원 출생인 정 회장 내정자는 서울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공업교육과를 졸업했다. 지난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에 입사한 정 내정자는 줄곧 생산현장에서 보낸 ‘아이언맨’으로 제강부 부장, 생산기술 부장, 기술연구소 부소장, EU 사무소장, 광양제철소장 등을 역임했다.
입사 27년 만인 지난 2002년 임원으로 더딘 승진을 보인 정 내정자는 2년 뒤엔 전무, 2006년 부사장, 2007년 2월부터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생산기술부문장)에 오르며 뒤늦게 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기면서 밀려나는 듯했으나 이번에 회장직에 추대됐다.
정 내정자는 푸근한 인상에 특유의 친화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업무중심적이고 실용적인 성품을 지녔다는 평이다. 지난 2004년부터 3년간 광양제철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보상문제와 지역 민원을 해결해야 했고,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모두 관장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정 내정자는 고급 자동차강판 국산화를 주도하며 최신예 설비 신증설과 조업기술 개발을 이끌어 자동차 강판 연간 650만톤 생산체제 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독창적인 자원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술과 친환경 신기술로 평가되는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5월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철강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포스코 산학 장학제도를 신설해 포스코의 기술 경쟁력을 높인 주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정 내정자는 한 달에 5~10권가량의 독서를 할 만큼 독서광이며 역사와 과학 등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내정자는 부장과 상무 시절에는 유럽연합(EU) 사무소장으로 세계 철강산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축적해 엔지니어이면서 국제적 안목도 탄탄하다는 평이다. 
한편, 대외활동으로 정 내정자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타 이사 ▲전경련 한호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대한금속재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 물갈이 되나?
현 사외이사 8명중 3명이상 교체 될 듯


차기 포스코 회장에 정준양 포스코 건설 사장이 내정되면서 향후 포스코 이사진에도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가 정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대함에 따라 현 사외이사 8명 중 3명 이상이 이번에 교체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 사외이사는 서윤석 이사회 의장(이화여대 교수)을 비롯해 박원순 변호사,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손욱 농심 회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박상용 전 한국증권연구원장이 맡고 있다.
우선 이구택 현 회장은 다음달 27일 주주총회 당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상임 이사를 추대해야 한다. 게다가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 3명은 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 3월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중도 사임한데 따른 공석도 있다. 여기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박원순 변호사의 자리까지 합치면 총 5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될 수 있다.
또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성식 부사장과 이동희 부사장의 재임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편, 이번 정 회장 선임이 특히 주목받는 점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추천위원회를 통해 외부의 간섭 없이 선발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3월 도입된 CEO추천위의 회장 인선은 이구택 회장이 지난 2007년 3월 연임 때 첫 행사를 한 뒤 이번이 두 번째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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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