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아름다운 건축물 ②청라언덕과 계산동성당

대구의 근대를 품을 붉은 벽돌집

푸를 청(靑)에 담쟁이 라(蘿). 봄이면 담쟁이덩굴 푸르른 대구 청라언덕에는 오래된 붉은 벽돌집이 오순도순 자리 잡았다. 비슷한 듯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벽돌집은 지은 지 100년이 훌쩍 넘는 근대 문화유산이다. 원래 더 많은 집이 있었지만, 지금 남은 건 세 채뿐. 모두 20세기를 전후해 대구로 온 미국 선교사들이 지은 건물이다.

미국 선교사들이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온 건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다. 개항장 부산을 통해 대구로 온 선교사들은 청라언덕에 자리 잡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장례를 치르지도 못한 시신을 묻던 곳이라, 별다른 텃세 없이 이방인들이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청라언덕이란 이름도 이들이 언덕 곳곳에 심은 담쟁이덩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독특한 분위기

달구벌대로에서 언덕을 오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은 블레어 주택(대구유형문화재 26호)이다. 1901년 한반도에 들어온 선교사 블레어가 살던 집으로, 1910년경 지었다. 당시 최첨단 공법인 콘크리트로 기초를 다지고, 굴뚝이 높은 2층 벽돌집을 올렸다.

2층 박공을 대부분 차지하는 반원형 유리창이 눈길을 끈다. 이 창은 2층에 있는 선룸(sunroom)으로,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커다란 창은 당연히 환기에도 유리하다.

블레어 주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챔니스 주택(대구유형문화재 25호)이 있다. 이곳에는 선교사 챔니스, 미국 북장로회에서 세운 학교(현 계성중·고등학교)의 레이너 교장, 병원(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 마펫 원장 등이 살았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유행한 방갈로풍 주택은 사람 인(人) 자 모양 지붕의 붉은 벽돌 건물과 평지붕의 흰색 건물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덕분에 영화나 드라마 촬영뿐 아니라, 건축 분야 논문 소재로도 인기다.

챔니스 주택 아래쪽은 사시사철 햇살이 비치는 은혜정원이다. 청라언덕에 살던 선교사와 가족 14명의 유해가 이곳에 안장됐다. 그중에는 챔니스 선교사의 어린 딸 바바라도 있다. 1927년에 태어난 바바라는 석 달 만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지역민에게 농사와 축산을 가르치며 선교 활동을 한 챔니스 부부는 1941년 일제에 의해 추방될 때까지 매일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양지바른 은혜정원은 겨울에도 햇볕이 따스하다.

은혜정원 북동쪽 스윗즈 주택(대구유형문화재 24호)은 여성 선교사 마르타 스윗즈가 살던 곳이다. 붉은 벽돌 건물에 기와지붕을 얹어 한식과 양식을 절충한 모양이다. 1907년 대구읍성을 철거하면서 나온 성돌로 기초를 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집 주위에는 선교사들이 처음 가져왔다는 서양사과나무 3세목과 동산의료원 개원 100주년 기념 종탑도 보인다. 독신으로 살며 18년간 교육 선교에 헌신한 스윗즈 또한 은혜정원에 잠들었다.

선교사들이 떠나고, 현재 이들 주택은 대구의 근대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쓰인다. 블레어 주택은 교육·역사박물관, 챔니스 주택은 의료박물관, 스윗즈 주택은 선교박물관이 됐다. 아쉽게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금은 무기한 휴관 중이다.

100년 넘는 근대 문화유산
미국 선교사들이 지은 건물


대구의 근대를 품은 청라언덕은 중구 골목투어 2코스 ‘근대문화골목’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100여년 전, 청라언덕 솔밭길은 대구 3·1운동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이동하던 비밀 통로 역할을 했다. 솔밭길은 지금 포장도로가 됐지만, ‘3·1만세운동길’이란 이름으로 그날의 정신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3·1만세운동길을 따라 청라언덕을 내려오면 두 첨탑이 인상적인 대구 계산동성당(사적 290호)을 만난다. 이곳은 선교사 주택보다 8년쯤 앞선 1902년에 지어졌다. 1899년에 문을 연 목조 한옥 성당이 화재로 소실되자, 고딕이 가미된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로 다시 지은 것이다.

당시 대구에서 활동한 로베르 신부가 직접 설계하고, 프랑스에서 자재를 들여와 지었다. 이후 몇 차례 증축을 거쳐 지금은 대구 가톨릭을 대표하는 주교좌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계산동성당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닿는 대구근대역사관 또한 근대 문화유산이다. 화강암 기단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올리고, 독일산 흰색 타일로 마감한 건물이다.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건립해 이후 한국산업은행 대구지점(대구유형문화재 49호)으로 쓰인 이곳은 2011년부터 대구근대역사관이 됐는데,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실내 전시실도 원래 모습을 최대한 살렸다. 높은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빛나고, 조선식산은행 금고실은 당시 사용한 두꺼운 철문이 달려 있다. 금고실 안에는 일제강점기의 각종 은행 자료가 보인다. 금고와 이웃한 부영버스 영상체험실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된 시내버스를 타고 대구 근대 거리를 달리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대구 근대 교육과 문화의 다채로운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이 들어선 곳은 대구 경상감영지(사적 538호)다. 경상도관찰사가 머문 경상감영이 대구에 자리한 것은 1601년(선조 34년)이다. 조선 초 경주에 세운 감영은 상주와 대구, 안동 등으로 옮겼다가 대구에 자리 잡은 뒤 조선 말 지방 제도 개편 때까지 한자리를 지켰다. 지금은 조선 후기 건물인 징청각과 선화당을 중심으로 경상감영공원을 꾸며, 대구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

가수 고 김광석이 태어난 중구 방천시장 인근에는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있다. 1990년대를 풍미한 그의 전설적인 앨범 〈다시 부르기 1·2〉에서 따온 이름이다. 제방 아래 길지 않은 골목에 그의 모습과 앨범, 노래를 모티프로 삼은 벽화가 이어진다.

세상을 떠난 지 25년이 지나도 여전한 인기를 바탕으로, 김광석다시그리길은 해마다 15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걷다 보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청라언덕→계산동성당→대구근대역사관→경상감영공원→김광석다시그리기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라언덕→계산동성당→김광석다시그리기길→동성로→반월당 
둘째 날: 대구근대역사관→경상감영공원→대구문학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 문화관광 www.jung.daegu.kr/new/culture
- 대구트립로드 tour.daegu.go.kr
- 계산동성당 www.gyesancathedral.kr
- 대구근대역사관 artcenter.daegu.go.kr/dmhm
- 김광석다시그리기길 kimkwangseok.or.kr 

문의 전화
- 중구청 관광진흥과 053)661-2194
- 대구트립로드 053)803-3881
- 청라언덕 053)424-6407
- 계산동성당 053)254-2300
- 대구근대역사관 053)606-6430
- 경상감영공원 053)254-9404 

대중교통
[버스] 서울-동대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3~29회(06:40~다음 날 01:4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대구터미널에서 동대구역으로 도보 약 500m 이동, 대구도시철도 이용, 청라언덕역 하차, 청라언덕까지 도보 약 8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대구도시철도공사 053)643-2114
[기차] 서울역-동대구역, KTX 수시(05:05~23:00) 운행, 약 1시간45분 소요. 동대구역에서 대구도시철도 이용, 청라언덕역 하차, 청라언덕까지 도보 약 8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대구도시철도공사 053)643-2114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김천 IC→신천대로 경상북도경찰청 방면 왼쪽 고속화도로→신천대로 북구청 방면 오른쪽 고속화도로→성북로 북구청 방면 우회전→침산로 침산네거리 방면 좌회전→달구벌대로 신남역·성서 IC 방면 우회전→청라언덕


숙박 정보
- 공감게스트하우스 본점: 중구 중앙대로79길, 070-8915-8991 
- 호텔라벨라: 중구 동성로4길, 053)428-9992 
- 미드타운호스텔: 중구 중앙대로77길, 053)719-3450

식당 정보
- 고향뜰(대구버섯전골): 중구 서성로, 053)257-6700
- 남문납작만두(납작만두): 중구 명륜로, 053)257-1440
- 삼송빵집 본점(통옥수수빵): 중구 중앙대로, 053)254-4064

주변 볼거리
향촌문화관, 달성토성, 이상화 고택, 대구약령시한의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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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