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정치판 뛰어든 안대희 전 대법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04 13: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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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당'과 손잡은 '국민검사' 도대체 왜?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안 전 대법관은 날선 '차떼기' 수사로 '국민검사' 반열까지 올랐던 인물. 참여정부 땐 승승장구해 중수부장을 거쳐 대법원장까지 역임했다. 그랬던 그가 퇴임 후 박근혜 대선후보와 두세 차례 만나더니 새누리당과 손을 잡았다. 도대체 왜….

지난달 27일 새누리당이 정치쇄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임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때 '국민검사'라는 칭송을 받았고 대법관 자리까지 올라 명예로운 사람이 정치권의 러브콜을 쉽게 받아들였다는 점. 둘째, 자신이 진두지휘 한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의 대상이었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정치쇄신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였다는 점. 셋째, 대법관을 맡아 6년을 봉직하고 퇴진한 지 불과 48일 만에 대선 유력 후보의 선거캠프로 직행해 기대와 신뢰를 져버린 점이다.

퇴임하자마자
선거 캠프 직행

야당과 법조계 및 시민단체들은 안 전 대법관의 결정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역대 대법관 중 퇴임 직후 특정 정당으로 간 것은 최초일뿐더러, 이 같은 행보는 두고두고 구설수에 오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법관은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자리다. 이전 퇴임한 대법관들은 변호사 개업조차 잘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대법관직을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과 능력을 개인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와 사회적인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법관은 2003년 대검 중수부장을 맡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당시로선 성역이나 다름없었던 대선자금 수사를 칼같이 단행해 재벌과 정치권 사이에 관행화 되어 있던 수백억원대 '대선자금 차떼기 비리'를 낱낱이 밝혀냈다. 이때 한나라당에게 '차떼기 당'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겨줬다.

또 안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고시 동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도 예외 없이 수사 해 '노무현의 오른팔' 안희정(현 충북도지사)에게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기각해도 다시 청구할 정도로 확고했다. 이 같은 행보로 안 전 대법관은 '국민검사'의 반열에 올랐고 '안짱'이라는 팬클럽까지 결성되는 등 비리 척결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당시 한나라당은 "우리 한나라당은 이 잡듯 뒤지면서 한나라당 불법선거자금의 10분의 1이 넘으면 사퇴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는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안 전 대법관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안 전 대법관이 검찰 몫 대법관 후보로 발탁될 당시에는 이를 두고 '노무현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의 행보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17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에 복당하면서 그해 11월 이회창 후보측으로부터 유세지원비 2억원을 받은 경위에 대해 안 전 대법관은 박 후보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혐의로 결정내려 논란을 불러온 것.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박 대표의 해명은 수사 내용과 다르다"며 "나중에 한꺼번에 털고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지어 버렸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를 담당한 한 검찰 관계자는 "대선자금 수사에서 유세지원비를 받아 문제가 된 것은 박 후보가 유일했다. 만약 수사가 더 진행됐다면 박 후보는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안 전 대법관이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지금의 박근혜는 없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때의 인연이 이번 인선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노무현 코드인사서 새누리당 빅카드로
박근혜 삼고초려… 막후 거래 여부 주목

지난 7월10일 안 전 대법관이 대법관 자리를 퇴임하면서 '자연인 안대희'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를 의식했는지 그는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 스탠포드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체류할 계획을 세웠다고 알렸다. 또 원래 일정대로라면 안 전 대법관이 정치쇄신위 위원장으로 임명 된 8월27일은 그의 출국 송별모임이 잡혀있던 날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기간이던 7월 말, 그리고 지난달 24일 두 차례에 걸쳐 박 후보를 만나고 나서 돌연 마음을 바꾼 것이다.

박 후보에게 있어 껄끄러울 법도 한 안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은 새누리당의 개혁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2003년 안 전 대법관은 대대적인 차떼기 수사를 벌여 당시 한나라당 전체를 초토화시키며 궁지로 몰아넣었다. 당시 박 후보는 '천막당사 체제'로 전환해야만 했다. 그런 과거가 있음에도 박 후보가 '삼고초려'를 하며 안 전 대법관을 맞아들인 것은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반면 친노로 각인돼 있던 안 전 대법관이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이다.

지난달 27일 임명 당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 전 대법관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법조인이었기에 새누리당 측의 정치쇄신특위 제안을 쉽게 수용하기 힘들었다"고 말하면서도 "박 후보가 직접 두 차례 찾아와 정치쇄신특위를 맡아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결국 합류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떼기로 대표되는 구태정치는 계속되고 있다"며 "내가 한 번 근절 대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정치부패 없는 나라, 신뢰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안 전 대법관은 정치판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첫 만남에서 박 후보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미국에 가야 한다는 일반적인 얘기만 하고 회동이 끝났고 두 번째 만남에서 그 분이 나라를 사랑하는 진정성, 한 번 한 말은 지킬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깨끗하고 맑은 나라를 만드는 데 내가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이 자리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원수를 사랑하라"
박근혜 '빅카드'

어떤 부분에서 진정성을 느꼈는지에 대해선 "제가 대도부문(大道無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박 후보는 깨끗한 정치, 바로 가는 나라, 질서가 잡힌 나라 이런 말을 많이 했다"며 "뜻이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쇄신특위의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위원회인만큼 소속 위원들과 상의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측근 비리, 권력형 비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고 법원·검찰 등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 문제, 공천 비리 문제 등을 근절시킬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둘러싼 부정, 권력형 비리 등을 볼 텐데 박 후보의 측근이라도 예외 없다"며 "법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으로 박 후보의 친인척이 제외된다면 이 자리에 내가 있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보면 안 전 대법관이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내건 조건 중 하나는 '전권위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법관의 새누리당 정치쇄신위 위원장 발탁을 두고 민주통합당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안 전 대법관이 참여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승승장구해 대검중수부장에 이어 대법관 자리까지 오르게 된점을 들며 일종의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도 그 방법이 옳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용납되지 않는다"며 "과연 사법부의 최고 권위자인 대법관을 역임하고 이렇게 빨리 정치권으로 갈 수 있는지 모든 법조계가 망연자실하고 있고 국민들도 역시 실망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꼭 논란이 되는 인사밖에 하지 못하는지 유감스럽다"며 "아무리 궁하다 해도 이런 국민도의와 질서를 파괴하는 박 후보의 인사를 보면 그가 대통령이 되기라도 하면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고의 '전관예우'가
최고의 '방패막이'로

참여정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낸 판사 출신 박범계 원내부대표는 "안 전 대법관이 썼던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정치적 데뷔를 했다"며 "어제 예결위에서 대법원 행정처장에게 '과연 대법관을 역임하신 분중에 이렇게 빨리 곧바로 정치적 데뷔를 한 사례가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그런 사례가 없다'라는 답변이 왔다"고 전했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안 전 대법관이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고도의 정치적 당파성이 요구되는 자리로 옮겼다"며 "대검 중수부장과 대법관을 지내 최고의 전관예우를 받을 예정이었던 분이 이젠 박 후보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의혹을 은폐하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이나 독일의 연방대법관이 선거캠프 참모로 뛰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는 마치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과 같다"면서 "안 전 대법관은 최고법관 자리에 오른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관은 퇴임한 후에도 어느 정도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데 대법관 자리를 정치적 목적으로 삼은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대법관이 퇴임 직후 특정 정당에 간다면 그가 대법관으로 있을 때 한 판결과 인사는 과연 믿을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대법관은 공직의 마지막"이라더니 48일 후
"최고법관을 지낸 사람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반면 이러한 야당과 법조계의 반응을 두고 새누리당은 "안대희 전 대법관의 영입이 민주당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을 지 짐작이 된다"며 "비난만 일삼지 말고 인재 영입을 실패한 자신들의 부족함을 탓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안 전 대법관은 2002년 대선 당시 정치권의 압력에도 대선자금 수사에 나서 국민의 갈채를 받았던 분"이라며 "국민들과 새누리당은 안 전 대법관이 앞으로 전개할 정치쇄신 의지와 사법정의 구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 전 대법관은 새누리당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더 이상 공직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다"며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우리 사회에 공헌을 하고 또 박근혜 후보의 정치쇄신에 공감해서 새누리당에 참여한 안 전 대법관을 전직 대법관의 정치참여라는 이유로 비판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대법관 퇴임 이후 부적절한 행보로 한바탕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안 전 대법관의 과거는 어땠을까. 그의 과거를 살펴보니 17대 대선 당시 박 후보에 대한 석연치 않은 수사를 제외하곤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청렴했던 법조인으로 나타났다.

안 전 대법관은 1955년 3월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 때 서울로 올라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행정학과를 거친 후 1975년 제17회 사법고시를 25세의 젊은 나이로 합격해 당시 최연소 검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인천지검·부산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중수부장, 부산고검·서울고검 검사장, 대법원 대법관 등을 두루 역임했다.

서울지검 특수부장 재직 때는 서울시 버스회사 비리 사건, 대형 입시학원 비리 등을 지휘했고, 인천지검 특수부장 당시 바닷모래 불법 채취 사건 등을 수사해 검찰 내 특수 수사의 일인자로 '특수통' 으로 통했다. 부산고검 검사장 재직 때는 조세포탈 이론과 수사 실무에 관한 '조세형사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이 된 그는 2003년 당시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맡아 한나라당에게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씌우기도 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 국민적 신뢰를 얻어 국민검사로 불렸다.


강직 모범 법조인
정치판에서 행보는?

안 전 대법관은 자기 관리에도 투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대법관으로 내정될 당시 서울고검장이었던 그의 재산 신고액은 2억6000만원으로 법조계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낮은 신고액. 또 안 전 대법관은 지난 7월10일 퇴임사에선 "법관의 가장 큰 덕목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한없이 높은 도덕성과 인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법관은 모든 공직의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력만 보면 안 전 대법관은 보수 정당의 '정치 개혁'과 비교적 잘 맞물리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직 대법관이 퇴임한 지 48일 만에 유력 여당 대선 후보 캠프의 핵심 중 핵심으로 직행해 사법부의 전체의 신뢰를 흔들고 사법부가 정치에 예속된 느낌을 준 점 만큼은 두고두고 비판거리가 될 전망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 프로필>

▲1955년 경남 함안 출생

▲경기고 졸

▲서울대 행정학 중퇴

▲국립사법관학교 수료

▲제17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대검찰청 중수부 과학수사지도과 과장

▲인천지검 특수부장

▲부산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수사 1·3과장

▲서울지검 특수 1·2·3부장

▲대검찰청 중수부 부장

▲부산고검 검사장

▲서울고검 검사장

▲대법원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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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