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캘러웨이 실상

‘물’ 들어왔는데 ‘노질’은커녕 허우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베일에 감춰져 있던 한국캘러웨이골프의 성적표가 공개됐다. 뚜껑을 열고 보니 ‘빅3’라는 명성과 달리, 경쟁사와의 커다란 간극만 눈에 띌 뿐이다. 전환점 마련 차원에서 신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마냥 낙관하긴 이르다.

‘한국캘러웨이골프(이하 한국캘러웨이)’는 골프용품 수입 및 유통을 영위하고자 1998년 1월 출범한 미국 ‘캘러웨이골프(Callaway Golf Company)’의 국내 법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캘러웨이 최대주주는 지분 99.99%(123만7705좌)를 보유한 캘러웨이골프다. 캘러웨이골프는 아쿠쉬네트, 테일러메이드와 함께 글로벌 ‘빅3’ 골프용품업체로 꼽힌다.

처참한 성적표

한국캘러웨이는 오랜 기간 국내 골프용품시장에서 영업활동을 이어온 것과 별개로, 얼마 전까지 재무 및 손익구조가 공개되지 않던 회사였다.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유한책임사원이 각 출자액에 한해 책임을 지는 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캘러웨이의 재무 및 손익구조는 최근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말 기준 총자산 또는 매출 500억원 이상인 유한회사를 2020회계연도부터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한 ‘신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 덕분이었다.

그리고 23년 만에 공개된 한국캘러웨이의 재무 및 손익구조는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었다.

2020회계연도 재무제표 분석 결과 한국캘러웨이는 매출 864억94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5.6% 증가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2019년 38억200만원이던 한국캘러웨이의 영업이익은 불과 1년 만에 79.9% 감소한 7억66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제품·상품 매출원가상승에 따른 매출총이익의 감소와 판관비의 증가가 흑자폭을 최소화시킨 원인으로 풀이된다.

늘어난 매출과 반대 행보를 나타낸 영업이익으로 인해, 캘러웨이골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년(영업이익률 4.6%)과 비교해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많이 팔았을지언정 남는 건 그리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캘러웨이의 부진한 성적표는 경쟁사인 아쿠쉬네트코리아와 비교 시 한층 극명해진다. 2004년 5월 미국 아쿠쉬네트의 골프장비 구매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아쿠쉬네트코리아는 국내에서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제무재표를 첫 공개했던 2006년 무렵 250억원에 불과했던 아쿠쉬네트코리아의 매출은, 5년 뒤 1000억원을 넘긴 데 이어, 2016년을 기점으로 2000억원대로 확대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한국캘러웨이의 3.4배인 2913억5300만원에 달한다.

수익성마저 아쿠쉬네트코리아가 월등히 앞선다. 아쿠쉬네트코리아는 2012년(9.6%)을 제외하면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모든 회계연도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499억3000만원, 17.1%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한국캘러웨이의 65배에 달했고, 영업이익률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심지어 아쿠쉬네트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최근 3개 회계연도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였다.

아쿠쉬네트코리아와 한국캘러웨이 사이에서 목격된 실적 간극의 배경에는 의류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아쿠쉬네트코리아는 2013년 타이틀리스트를 앞세워 ‘퍼포먼스 골프의류’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 결정은 엄청난 열매로 되돌아왔다.

아쿠쉬네트코리아의 전체 매출 가운데 의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3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5%대 성장률을 나타냈다. 아쿠쉬네트코리아의 성공적인 퍼포먼스 골프의류 시장 입성은 이후 ▲혼마 ▲PXG ▲미즈노 등 경쟁사들이 해당 분야에 연이어 출사표를 던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것저것 해보지만…희미해진 ‘빅3’ 위용
라이벌 뒤꽁무니 쫒는 데 급급…암울한 현실

최근 한국캘러웨이가 전환점 마련 차원에서 내놓은 선택지 역시 의류사업이다. 한국캘러웨이는 캘러웨이골프 의류 품목을 전개해 온 한성에프아이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아, 오는 7월부터 ‘퍼포먼스 골프의류’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국캘러웨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의류사업을 통해 900~1000억원대 연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의류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3000억원대(리테일가 기준) 매출 규모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캘러웨이의 청사진과 달리, 처한 현실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일단 운영 노하우에 대한 물음표를 지워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캘러웨이 의류가 국내 퍼포먼스 골프의류 시장에서 700~900억원대 연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캘러웨이의 브랜드의 높은 인지도와 한성에프아이의 운영 노하우가 결합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성에프아이는 캘러웨이를 비롯해 올포유, 레노마 등을 전개해 온 골프의류 전문 업체다.

의류시업에 대한 투자가 단시일 안에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시,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캘러웨이는 의류사업에 수십억원대 마케팅 비용을 책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판관비 항목 중 하나인 총급여(48억7300만원)가 전년 대비 7억원 이상 증가한 것도 의류사업 추진을 위해 인력을 확충한 데 따른 변화였다.

게다가 한국캘러웨이 재무제표에서는 지난해부터 재정건전성에 작게나마 흠집이 목격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캘러웨이의 총자산은 611억7700만원으로 전년(529억1300만원) 대비 13.5% 증가했다. 총부채가 전년 대비 76억원가량 증가한 반면, 총자본은 6억원 남짓 오름세를 나타냈다. 총부채의 현격한 증가로 인해 2019년 48.6%에 불과했던 한국캘러웨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68.8%로 20.4%p 뛰어올랐다.

다행히 수익성 악화와 별개로 현금흐름은 한결 양호해진 상태다.  2019년 50억5000만원이던 한국캘러웨이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75억5900만원으로 증대됐다. 여기에 힘입어 한국캘러웨이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은 기초 대비 48억7800만원 증가했다.

다만 여기에는 허수가 존재한다. 2019년 62억4800만원 감소한 매입채무가 지난해에는 50억원가량 증가했다. 일종의 외상거래인 매입채무가 늘었다는 건, 자금유출이 줄어 단기적으로 유동성 개선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거래처(캘러웨이골프)에 건넬 금액을 조정해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한 것처럼 만들었다고 해석할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확연한 간극

한국캘러웨이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의해 제품을 수입하는 방침상, 매입채무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재무건전성과 무관하다”며 “당사는 창사 이래 당좌차월 또는 단기차입금 개설 없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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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