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기업’ 신성통상의 위기

공들여 쌓은 탑 ‘휘청휘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애국 마케팅으로 유명한 신성통상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오히려 평판을 깎아먹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직원들을 당일에 전화로 해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염태순 회장의 아들과 사위는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신성통상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특별조사를 진행하는 서울청 조사 4국이 움직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신성통상은 국내 패션업계의 ‘절대 강자’ 유니클로의 몰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신성통상은 일본 불매운동에 맞춘 ‘애국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은 탑텐을 운영하면서 ‘애국 기업’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매출 오르는데 
이미지 바닥

지난 2019년 7월 일본 불매운동 직후부터 탑텐의 애국 마케팅이었던 ‘3·1운동 기념 티셔츠’ ‘광복절 티셔츠’ ‘독도 프로모션’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공헌이 재조명됐다. 누리꾼들은 ‘유니클로 대신 탑텐’을 외치며 자발적으로 구매를 독려했다.

이를 기점으로 유니클로가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은 2019년 국내 SPA 브랜드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신성통상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지난해 하반기 63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규모다.

특히 탑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탑텐의 생산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0.5% 늘어난 833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6년에 비해서는 두 배가량 증가했다.

동종업계 다른 브랜드들이 매출 감소로 일부 사업을 접고, 매장을 철수한 것과 대조적으로 탑텐은 매장 수를 빠르게 불려가고 있다.

탑텐의 작년 말 기준 전국 매장 수는 425개로, 6개월 만에 58개의 매장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업 불황이 짙었던 때에도 공격적 확장을 이어간 것이다. 최근 5년 새 점포수가 3배가량 늘어났다.

신성통상은 패션업계를 휘몰아친 불매 운동과 코로나 한파에도 굳건히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선방했지만 연이은 구설수
전화로 직원 해고…아들·사위는 입사

지난해 초 권고사직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들여 쌓아온 ‘애국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는 것을 넘어 수출본부 소속 22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팀장이 전화로 해고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면통보를 선행하는 등 서류상의 절차가 선행돼야 하지만 신성통상이 직원에게 취한 조치와 같이 전화를 통한 당일 해고는 부당해고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신성통상은 이번 조치가 정리해고가 아닌 권고사직이라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사전 해고 회피 노력 등을 의무적으로 강제한 정리해고가 아니기에,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신성통상 측은 부당해고 논란을 반박, 소문과 사실은 많이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성통상 측은 “부당해고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베트남, 미얀마 공장 라인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공장 셧다운 사태로 사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내리게 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한 커뮤니티 글도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신성통상 측은 해명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기존 논란이 된 게시글에서는 구조조정 규모가 55명 수준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구조조정 대상은 수출사업부 전체 220명의 10% 수준”이라며 “이도 자진사퇴, 부서 재배치 등의 인원이 포함된 수치”라고 부연했다.

할인행사 남발
소비자는 불만

신성통상은 일방적인 사측의 해고도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일방적인 권고사직이 아니었다. 직원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었다”면서 “대화 과정에서 퇴직 의사를 밝힌 직원 의견을 수렴했다. 퇴직하는 20명 남짓의 직원에게는 퇴직 위로금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의 외아들과 둘째 사위가 수출기업부에 입사해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염태순 회장의 둘째 사위는 2019년 11월 신성통상 수출사업부 이사로 입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염태순 회장의 외동아들 염상원씨가 과장으로 입사했다.

현재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가나안(지분 28.26%)으로, 가나안의 최대주주(지분 82.43%)는 아들인 염상원씨다. 염씨는 2009년 가나안 주식을 양도받았고 사실상 신성통상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현재 신성통상 곳곳에는 오너가 일원 상당수가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통상은 두 사람의 입사 시기와 구조조정안 검토 시기는 염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정작 오너가 일원은 ‘어려운 시기’에 입사해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회사 내·외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권고사직 이슈 이후에도 직장 내 갑질 사건 등 구설수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애국 기업’ 신성통상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초저가’를 무기로 한 젊은 층 공량이 성공적으로 먹혀들면서 매출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탑텐의 주요 제품은 1만~2만원대로 유니클로보다 싼 편이다. 여기에 할인행사를 거듭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은 지난해 9월 패밀리세일을 시작으로 10월 텐텐데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12월 피크데이 등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연거푸 진행했다.

그러나 숨가쁘게 반복된 할인행사의 최후는 소비자 불만의 폭발이었다. 거의 쉬는 기간 없이 이름만 바꿔 할인을 이어나가는 동안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소비자민원이 수개월간 폭주한 것이다.

이 기간 신성통상에는 ▲배송 지연 및 오배송 ▲고객센터 불통 및 연락두절 ▲교환·환불 처리 지연 ▲환불 누락 등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들이 줄을 이었다.

신성통상의 공식 온라인몰인 탑텐몰은 할인행사 때마다 배송 문제와 1+1 기획상품 부분 발송 및 환불 문제로 소비자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이전 행사의 민원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또다른 세일만 이어나갔다.

재계 저승사자
사정 정조준

신성통상은 지난해 10월 ‘텐텐데이’ 행사 진행 후 배송지연, 고객센터 불통 등의 문제로 대거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자 당시에도 빠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12월까지도 고객센터 및 시스템 안정화로 인한 뚜렷한 개선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사이 신성통상은 내부적으로도 악재에 부딪혔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인 모양새다.

최근 연초부터 세무당국의 화살이 신성통상을 정조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말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신성통상 본사에 조사4국 요원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명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통상 기업의 비자금·횡령·배임 등 특정 혐의가 있을 때 기획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신성통상의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이번 세무조사가 신성통상이 현지법인 드림센토사를 모기업 가나안에 고가 매각한 것과 관련 매도 가격의 적정성 논란에 대한 조사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세청 조사4국 투입…고강도 세무조사
부실법인 인수·재매각 등서 탈루 포착?

신성통상의 모기업인 가나안은 2002년경 자본금 32억원, 지분 95%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드림센토사를 설립했다. 드림센토사는 가방 봉제업으로 출발했으나 신성통상이 인수하면서 의류 봉제업을 추가했다.

신성통상과 가나안의 결산 재무제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2007년 9월 드림센토사 지분 96.68%를 모기업인 가나안으로부터 5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하는 사업연도(2007년7월~2008년6월) 드림센토사의 재무상황은 총자산 159억원에 자기자본 19억원, 매출 38억원, 순손실 16억원을 보였다. 신성통상이 인수한 후에도 드림센토사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신성통상은 인수한 인도네시아 드림센토사의 부실이 깊어지면서 이 회사를 인수한지 10년도 못 돼 다시 모기업인 가나안에 되팔았다.

신성통상은 2016년 11월 가나안에게 드림센토사 지분 96.68%를 150억원에 재매각했다. 신성통상이 가나안으로부터 인수한 54억원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가격에 재매각한 것이다.

드림센토사 인수 후인 2009년 6월 말 회계연도에는 신성통상이 드림센토사에 지급한 대여금 등 261억원을 출자전환 했음에도 불구하고 드림센토사 경영실적은 매년 순손실을 보이며 2007년 인수 당시보다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재매각 직전년도(2016년 6월) 드림센토사의 재무상황은 자기자본 32억원, 순손실 71억원이며 재매각하는 해에는 자기자본 -76억원, 순손실 35억원을 보이고 있다.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특수관계인 사이에 재무제표 상의 기업가치와 큰 차이가 나는 기업양수도 거래가 이뤄질 경우 세무 및 회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이 특수관계자 간 기업인수 과정에서 조세탈루 혐의가 없었는지 점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고가 매각
탈루 관련?

신성통상은 드림센토사의 부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가 매각을 통해 150억원에 고가 매각했다는 것은 모기업에 부실을 떠넘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매각을 통해 신성통상은 무려 3배의 차익을 얻었다. 세무당국은 이 과정에서 탈루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왔지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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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