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기업’ 신성통상의 위기

공들여 쌓은 탑 ‘휘청휘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애국 마케팅으로 유명한 신성통상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오히려 평판을 깎아먹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직원들을 당일에 전화로 해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염태순 회장의 아들과 사위는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신성통상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특별조사를 진행하는 서울청 조사 4국이 움직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신성통상은 국내 패션업계의 ‘절대 강자’ 유니클로의 몰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신성통상은 일본 불매운동에 맞춘 ‘애국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은 탑텐을 운영하면서 ‘애국 기업’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매출 오르는데 
이미지 바닥

지난 2019년 7월 일본 불매운동 직후부터 탑텐의 애국 마케팅이었던 ‘3·1운동 기념 티셔츠’ ‘광복절 티셔츠’ ‘독도 프로모션’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공헌이 재조명됐다. 누리꾼들은 ‘유니클로 대신 탑텐’을 외치며 자발적으로 구매를 독려했다.

이를 기점으로 유니클로가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은 2019년 국내 SPA 브랜드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신성통상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지난해 하반기 63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규모다.


특히 탑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탑텐의 생산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0.5% 늘어난 833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6년에 비해서는 두 배가량 증가했다.

동종업계 다른 브랜드들이 매출 감소로 일부 사업을 접고, 매장을 철수한 것과 대조적으로 탑텐은 매장 수를 빠르게 불려가고 있다.

탑텐의 작년 말 기준 전국 매장 수는 425개로, 6개월 만에 58개의 매장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업 불황이 짙었던 때에도 공격적 확장을 이어간 것이다. 최근 5년 새 점포수가 3배가량 늘어났다.

신성통상은 패션업계를 휘몰아친 불매 운동과 코로나 한파에도 굳건히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선방했지만 연이은 구설수
전화로 직원 해고…아들·사위는 입사

지난해 초 권고사직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들여 쌓아온 ‘애국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는 것을 넘어 수출본부 소속 22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팀장이 전화로 해고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면통보를 선행하는 등 서류상의 절차가 선행돼야 하지만 신성통상이 직원에게 취한 조치와 같이 전화를 통한 당일 해고는 부당해고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신성통상은 이번 조치가 정리해고가 아닌 권고사직이라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사전 해고 회피 노력 등을 의무적으로 강제한 정리해고가 아니기에,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신성통상 측은 부당해고 논란을 반박, 소문과 사실은 많이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성통상 측은 “부당해고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베트남, 미얀마 공장 라인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공장 셧다운 사태로 사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내리게 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한 커뮤니티 글도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신성통상 측은 해명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기존 논란이 된 게시글에서는 구조조정 규모가 55명 수준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구조조정 대상은 수출사업부 전체 220명의 10% 수준”이라며 “이도 자진사퇴, 부서 재배치 등의 인원이 포함된 수치”라고 부연했다.

할인행사 남발
소비자는 불만

신성통상은 일방적인 사측의 해고도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일방적인 권고사직이 아니었다. 직원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었다”면서 “대화 과정에서 퇴직 의사를 밝힌 직원 의견을 수렴했다. 퇴직하는 20명 남짓의 직원에게는 퇴직 위로금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의 외아들과 둘째 사위가 수출기업부에 입사해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염태순 회장의 둘째 사위는 2019년 11월 신성통상 수출사업부 이사로 입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염태순 회장의 외동아들 염상원씨가 과장으로 입사했다.

현재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가나안(지분 28.26%)으로, 가나안의 최대주주(지분 82.43%)는 아들인 염상원씨다. 염씨는 2009년 가나안 주식을 양도받았고 사실상 신성통상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현재 신성통상 곳곳에는 오너가 일원 상당수가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통상은 두 사람의 입사 시기와 구조조정안 검토 시기는 염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정작 오너가 일원은 ‘어려운 시기’에 입사해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회사 내·외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권고사직 이슈 이후에도 직장 내 갑질 사건 등 구설수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애국 기업’ 신성통상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초저가’를 무기로 한 젊은 층 공량이 성공적으로 먹혀들면서 매출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탑텐의 주요 제품은 1만~2만원대로 유니클로보다 싼 편이다. 여기에 할인행사를 거듭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은 지난해 9월 패밀리세일을 시작으로 10월 텐텐데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12월 피크데이 등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연거푸 진행했다.

그러나 숨가쁘게 반복된 할인행사의 최후는 소비자 불만의 폭발이었다. 거의 쉬는 기간 없이 이름만 바꿔 할인을 이어나가는 동안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소비자민원이 수개월간 폭주한 것이다.

이 기간 신성통상에는 ▲배송 지연 및 오배송 ▲고객센터 불통 및 연락두절 ▲교환·환불 처리 지연 ▲환불 누락 등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들이 줄을 이었다.

신성통상의 공식 온라인몰인 탑텐몰은 할인행사 때마다 배송 문제와 1+1 기획상품 부분 발송 및 환불 문제로 소비자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이전 행사의 민원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또다른 세일만 이어나갔다.


재계 저승사자
사정 정조준

신성통상은 지난해 10월 ‘텐텐데이’ 행사 진행 후 배송지연, 고객센터 불통 등의 문제로 대거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자 당시에도 빠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12월까지도 고객센터 및 시스템 안정화로 인한 뚜렷한 개선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사이 신성통상은 내부적으로도 악재에 부딪혔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인 모양새다.

최근 연초부터 세무당국의 화살이 신성통상을 정조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말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신성통상 본사에 조사4국 요원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명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통상 기업의 비자금·횡령·배임 등 특정 혐의가 있을 때 기획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신성통상의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이번 세무조사가 신성통상이 현지법인 드림센토사를 모기업 가나안에 고가 매각한 것과 관련 매도 가격의 적정성 논란에 대한 조사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세청 조사4국 투입…고강도 세무조사
부실법인 인수·재매각 등서 탈루 포착?

신성통상의 모기업인 가나안은 2002년경 자본금 32억원, 지분 95%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드림센토사를 설립했다. 드림센토사는 가방 봉제업으로 출발했으나 신성통상이 인수하면서 의류 봉제업을 추가했다.

신성통상과 가나안의 결산 재무제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2007년 9월 드림센토사 지분 96.68%를 모기업인 가나안으로부터 5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하는 사업연도(2007년7월~2008년6월) 드림센토사의 재무상황은 총자산 159억원에 자기자본 19억원, 매출 38억원, 순손실 16억원을 보였다. 신성통상이 인수한 후에도 드림센토사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신성통상은 인수한 인도네시아 드림센토사의 부실이 깊어지면서 이 회사를 인수한지 10년도 못 돼 다시 모기업인 가나안에 되팔았다.

신성통상은 2016년 11월 가나안에게 드림센토사 지분 96.68%를 150억원에 재매각했다. 신성통상이 가나안으로부터 인수한 54억원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가격에 재매각한 것이다.

드림센토사 인수 후인 2009년 6월 말 회계연도에는 신성통상이 드림센토사에 지급한 대여금 등 261억원을 출자전환 했음에도 불구하고 드림센토사 경영실적은 매년 순손실을 보이며 2007년 인수 당시보다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재매각 직전년도(2016년 6월) 드림센토사의 재무상황은 자기자본 32억원, 순손실 71억원이며 재매각하는 해에는 자기자본 -76억원, 순손실 35억원을 보이고 있다.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특수관계인 사이에 재무제표 상의 기업가치와 큰 차이가 나는 기업양수도 거래가 이뤄질 경우 세무 및 회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이 특수관계자 간 기업인수 과정에서 조세탈루 혐의가 없었는지 점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고가 매각
탈루 관련?

신성통상은 드림센토사의 부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가 매각을 통해 150억원에 고가 매각했다는 것은 모기업에 부실을 떠넘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매각을 통해 신성통상은 무려 3배의 차익을 얻었다. 세무당국은 이 과정에서 탈루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왔지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