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vs 현대 '충청 맞짱' 막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5: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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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전쟁' 한 판 뜬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의 '충청권 최대 규모'라는 발언에 한화갤러리아 측이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매장규모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현대백화점 측이 수치상에 오류가 있었던 점을 인정하면서 일단락 된듯하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매장규모 해프닝은 '전초전'이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본게임'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충청에서 한판 붙은 갤러리아와 현대. 그 결과는….


지난달 23일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은 충북 청주시 복대동에서 열린 '현대백화점 충청점 오픈기념기자간담회'에서 "현대백화점 충청점이 충청권 최대 규모"라는 발언을 했다.

이날 공개한 현대백화점 측 자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충청점 영업면적이 4만3800㎡(약 1만3200평)로 한화갤러리아 센터시티(천안점)의 영업면적 4만2975㎡(약 1만3000평),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대전점)의 영업멱적 3만9670㎡(약 1만200평)보다 커 충청 최대 규모라는 것.

가장 큰 백화점은?

하지만 하루도 채 못가 한화갤러리아 측이 반박에 나서 매장의 크기를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갤러리아는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며 "타임월드(대전점)의 영업면적은 5만4000㎡(1만6472평), 센터시티의 영업면적은 5만579㎡(1만5300평)로 갤러리아 타임월드점과 센터시티점의 규모가 이번에 오픈한 현대백화점 충청점(1만3200평)보다 크다"고 밝혔다.

이어 갤러리아 관계자는 "연면적이나 영업면적 등은 업체마다 다른 기준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해 현대백화점이 발표한 자료에 불편함을 내비쳤다.


신세계백화점도 하 사장의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천안의 신세계백화점 충청점도 현대백화점 충청점보다 더 크다"며 "신세계 충청점의 영업면적은 이마트와 영화관을 빼고도 4만8926㎡(약 1만4800평)"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의 반박이 잇따르자 현대백화점 측은 해당 자료에 착오가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 매장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모 매체 기자의 '충청권 최대 규모냐'는 질문에 하 사장이 대답하기 위해 외부업체에서 받은 데이터를 전달받아 언급했을 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이번 매장 규모논란은 기자간담회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내용이 잘못 전달돼 생긴 단순 해프닝이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경쟁사와 연락을 취해 수치가 일치하는지, 오류는 없는지 먼저 확인을 했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이 부분에 소홀한 점은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화점 업계 내에서는 이를 두고 '충청상권을 두고 벌이게 될 치열한 경쟁의 전초전'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충청권 최대 규모"
갤러리아 "무슨 소리! 우리가 더 크거든"

충청지역은 오래전부터 한화그룹을 모태로 한 갤러리아백화점의 '텃밭'으로 불렸다. 갤러리아는 대전(타임월드점·동백점)에 두 곳, 천안(센터시티점)에 한 곳, 모두 세 개의 점포를 두고 있어 충청지역에서 가장 많은 점포수를 자랑한다. 반면 롯데백화점(대전점)과 신세계백화점(천안충청점)은 각각 1개의 점포만을 운영하고 있다. 충청지역에서 갤러리아를 중심으로 대형유통 3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끼어든 것. 더구나 현대백화점은 청주에서의 충청점 출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대전, 천안 지역(아산신도시)까지 진출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 측은 현대백화점의 공격적 행보에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충청지역 상권을 휘어잡고 있는 갤러리아에게 현대백화점 측이 정면승부 신청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충청점 개점으로 이제 대형유통 빅4(현대, 갤러리아, 롯데, 신세계)가 모두 충청권에 들어와 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규모 해프닝도) 본격경쟁을 앞두고 서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기선제압을 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지난달 24일 현대백화점은 "청주, 세종, 오창, 오종 등 100만 충청지역 소비자의 수요에 비해 상권의 규모가 부족했다"며 "현대백화점 청주점은 최고의 교통요지에 자리 잡은 만큼 충청권 최고의 백화점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백화점은 "올해 충청점 매출 목표를 1100억원, 2013년엔 3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 통합되는 청주시와 청원군은 물론 세종시, 증평군 등을 포함한 광역 상권 소비자를 겨냥한 대형 복합형 점포"라며 "기존 충청지역 백화점들이 문을 연 지 10년 이상 지나 신선함이 떨어지는 만큼 신규 점포로서 '젊고 활기찬 백화점' 이미지를 내세워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맞선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최고 강점인 명품을 내세우는 마케팅을 준비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9일까지 개점 33주년 기념 대규모 단독 명품 상품전을 개최하고 타 지역 고객을 잡기 위한 할인 쿠폰과 사은품 교환권 발송, 2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겐 주유권을 나눠주는 등 명품 마케팅을 통해 타 백화점과 차별화 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한화 진검승부

갤러리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현대백화점의 충청권 영업확장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갤러리와백화점과 상품구성이 틀리기 때문에 경쟁 상권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갤러리아는 청권에서 유일하게 명품 전용 매장을 운영하며 '루이뷔통' 등 타 업체엔 없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어 (현대백화점 충청점 출점에 의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명품MD와 서비스, 지역 밀착형 마케팅 전개가 갤러리아백화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지속적인 브랜드 강화를 통해 럭셔리백화점이라는 위상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대형 백화점 빅4가 서울 외의 지역에서 경쟁을 벌이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충청권을 놓고 벌이는 갤러리아와 현대백화점 간 진검승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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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