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백합

봄에 더 맛있는 조개의 여왕

백합은 조선시대 왕실에 진상하던 식재료다. ‘조개의 여왕’이라는 애칭답게 도톰하고 뽀얀 속살이 탕, 찜, 구이 등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백합은 지역에 따라 생합, 상합이라고도 부른다. 속이 맑아 회로 먹을 수 있으니 생합이요,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조개니 상합이다. 백합에 풍부한 비타민 B12와 타우린은 피로 회복에 좋다. 그러니 백합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몸이 나른해지는 이 계절에 먹어야 제맛이다.

▲ ‘조개의 여왕’ 백합으로 요리한 상차림

서해를 품은 부안은 예부터 백합 산지로 이름이 높다. 한창때는 국내 백합의 70~80%가 부안에서 났다. 그중에 동진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계화도 인근 갯벌은 염도가 적당하고 모래펄이 고와 백합 서식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힘들여 갯벌을 걷어내지 않아도 발에 차일 만큼 백합이 흔했으니, 계화도 주민에게 백합죽이나 탕은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풍부한 비타민

10여년 전,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기 전까지 그랬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다가 막히고 섬이 육지가 되면서 백합도 자취를 감췄다. 백합 요리를 내는 부안의 많은 식당이 수입 백합을 사용하게 된 연유다. 대를 잇는 노력으로 옛 맛을 지키는 식당이 아직 여러 곳 남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개중에는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도 있다.

▲ 뽀얀 속살이 탕, 찜, 구이 등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백합

부안에서는 죽부터 찜까지 다양한 백합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대표 주자는 역시 백합죽이다. 계화도 주민들은 본래 백합을 껍데기째 넣고 죽을 끓였다. 백합이 다른 조개보다 해감이 적어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은 발라낸 백합 살을 다져 사용하는데, 불린 쌀과 다진 백합 살을 센 불에서 충분히 끓인 뒤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백합의 비린 맛은 뽕잎 가루로 잡고, 간은 천일염으로 한다. 고명으로 올린 김 가루와 참깨는 백합죽의 고소함에 풍미를 더하는 화룡점정이다. 부안 간척지에서 재배한 동진 쌀의 차진 맛도 한몫 거든다.

탕에는 백합이 통째로 들어간다. 아이 주먹만 한 백합과 큼직하게 썬 대파를 넣었을 뿐인데, 맛이 무척 깊다. 비밀은 소금물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해감을 빼는 노력에 있다. 백합에 남은 바닷물에 백합 향이 더해져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하는 것. 하루에 서너 시간이 필요한 고된 작업이지만, 날마다 정성껏 해감을 뺀다.

구이용 백합을 포일로 꼭꼭 싸맨 것도 같은 이유다. 부안의 백합구이는 여느 조개구이와 달리 솥에서 찌듯이 굽는다. 솥뚜껑을 덮고 중간 불에서 은근히 굽기 때문에 씹히는 맛이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백합구이 먹기 전, 코끝에 맴도는 백합 향이 웬만한 애피타이저 못지않게 식욕을 돋운다.

▲ 손으로 해감을 빼 국물 맛이 깊은 백합탕

부침 가루에 흑미 가루를 섞어 두툼하게 지진 백합전, 갖은 채소와 백합을 얼큰하게 버무린 백합찜은 백합의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다. 특히 미나리와 콩나물, 버섯 등 10여가지 채소에 매콤한 특제 소스로 맛을 낸 백합찜은 부안 백합 요리의 다크호스다.

“안주로 삼을 만한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손님들의 성화해 선보인 백합찜은 이제 백합죽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부안 백합 요리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아삭한 채소와 고소한 백합의 궁합이 말 그대로 천생연분이다. ‘부안 향토음식점 1호’이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백년가게’로 선정한 계화회관과 채석강 일대 식당에서 백합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조선 왕실에 진상하던 식재료
탕·찜 등 어떤 요리와도 어울려

부안 곰소젓갈은 백합만큼 유명한 부안의 대표 먹거리다. 부안군 남쪽 끝에 자리한 곰소항 주변에 곰소젓갈을 파는 가게가 모여 있다. 곰소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으로 담가 맛이 깔끔한 곰소젓갈은 간장게장에 뒤지지 않는 밥도둑이다. 곰소항 인근에는 다양한 곰소젓갈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젓갈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내소사는 633년(백제 무왕 34)에 혜구두타 스님이 산문을 연 뒤, 몇 차례 중창을 거쳐 지금에 이르는 천년 고찰이다.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절집 앞에 수령이 1000년이나 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당당히 섰다.

▲ 수령 1000년이나 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는 내소사 경내

중심 전각은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모신 대웅보전(보물 291호). 조선 인조 때 청민 스님이 내소사를 중건하면서 지은 대웅보전은 꽃살문과 단아한 단청으로 이름이 높다. 법당 안에서 보면 꽃살문의 화려함은 간데없고 마름모꼴 그림자만 정갈하게 비쳐 더욱 신비롭다. 일주문에서 천왕문을 잇는 전나무 숲길도 매력적이다.

▲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한 채석강

채석강은 2017년 전북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부안의 랜드마크다. 격포해변과 격포항 사이에 자리한 채석강은 수천만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지층이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무너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내소사

채석강 탐방은 썰물 때만 가능하다. 격포해변에서 격포방파제와 닭이봉을 거쳐 격포해변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격포항 일대를 조망하고 싶다면 격포해변에서 닭이봉 정상까지 다녀와도 좋다.

▲ 사진가들이 손에 꼽는 솔섬 해넘이

채석강에서 변산마실길 4코스로 연결되는 솔섬은 부안의 해넘이 명소다. 채석강과 마찬가지로 전북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가운데 하나다. 사진가들 사이에서 부안 최고의 해넘이 촬영지로 통하는 솔섬은 전북학생해양수련원을 지나 만날 수 있다. 채석강에서 격포리봉수대, 궁항을 거쳐 솔섬에 이르는 변산마실길 4코스는 편도 5km 거리다.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서 하루 5회 격포 방면 버스가 운행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내소사→계화회관이나 채석강 식당가(백합 요리)→채석강→솔섬 일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내소사→직소폭포→계화회관이나 채석강 식당가(백합 요리)→솔섬 일몰
둘째 날: 채석강→적벽강(변산마실길 3코스)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안문화관광 www.buan.go.kr/tour/index.buan
- 내소사 www.naesosa.kr/ 

문의 전화
-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449
- 내소사 063)583-7281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6:50~ 19: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부안우체국 정류장에서 100번·10번·11번·50번·60번·61번·62번·200번·212번·620번·640번·650번 농어촌버스 이용, 정금 정류장 하차, 계화회관까지 도보 약 80m. 부안우체국 정류장에서 100번 농어촌버스 이용, 격포 정류장 하차, 채석강 식당가까지 도보 15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부안시외버스터미널 1666-2429

자가운전
계화회관: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부안로 부안·흥덕 방면 오른쪽 도로, 2.1km 진행→부안로 부안·변산·태안 방면 오른쪽 도로, 251m 진행→변산로 변산·격포 방면 우회전, 943m 진행→계화회관
채석강 식당가: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부안·변산 방면 왼쪽 도로, 31.8km 진행→변산로 격포·마포리 방면 오른쪽 도로→변산로 왼쪽 도로→격포로 격포 방면 오른쪽 도로, 1.6km 진행→채석강길 격포 방면 우회전, 173m 진행→채석강 식당가

숙박 정보
- 한옥펜션나비의꿈(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진서면 내소사로, 063)582-7651
- 샤니모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부안읍 동중3길, 063)584-9935 
- 소노벨 변산: 변산면 변산해변로, 1588-4888 
- 모항해나루가족호텔: 변산면 모항해변길, 063)580-0700 
- 채석강스타힐스호텔: 변산면 채석강길, 063)581-9911

식당 정보
- 계화회관(백합 요리): 행안면 변산로, 063)584-3075 
- 군산식당(백합정식): 변산면 격포항길, 063)583-3234 
- 김인경바지락죽(뽕잎바지락죽): 변산면 묵정길, 063)583-9763 
- 당산마루(오디한정식): 부안읍 당산로, 063)581-1626

주변 볼거리
개심사, 모항, 줄포만갯벌생태공원, 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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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