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수홍에 주어진 배신과 사랑

잃어버린 30년과 차곡차곡 쌓인 30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방송계에 대표적인 성실의 아이콘이자, ‘순수청년’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방송인 박수홍이 안타까운 사연에 휘말렸다. 누구보다도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방송에서 내비쳤던 그가 친형과 형수로부터 배신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박수홍의 기획사 대표였던 형이 30년 동안 횡령한 금액은 확실치 않지만, 100억원대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 방송인 박수홍 ⓒMBC

물질의 욕심이 너무 지나칠 때 천륜마저 거스르기도 한다. 그런 경우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지나친 ‘물욕’
‘천륜’ 와르르 

직장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큰 수익을 버는 연예인이다 보니 종종 가족과 불화를 겪기도 한다. 자신의 재능으로 일궈낸 재산을 가족이 남들에게 퍼주다시피 하거나, 때론 당사자도 모르게 잇속을 챙기기도 한다. 뒤늦게 진실을 발견하고 부모와 의절한 연예인도 여럿 있다. 

최근 방송인 박수홍에게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박수홍의 기획사를 운영해온 형(본명 박진홍)으로부터 약 30년간 일하며 모은 돈을 모두 빼앗긴 일이다. 

박수홍은 오래전부터 형에게 경제권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대표임에도 경차를 타고 다닐 뿐 아니라 형수마저도 흔한 가방 하나 없이 종이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검소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배신의 초석이었다. 말이 1인 기획사지 사실상 박수홍이 버는 돈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던 형은 재테크 명목으로 수많은 상가와 아파트를 사들였다. 월세만 무려 4000만원에 이른다는 후문이다. 이 모든 명의는 돈을 번 주체자인 박수홍이 아니라, 형과 형 가족의 이름으로 돼있었다. 

박수홍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해 초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몰랐던 법인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부터다. 자신의 지분은 하나도 없고 오롯이 형 가족의 지분으로만 채워진 법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때부터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동생 몰래 세운 법인이 들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형과 그의 가족은 이때부터 박수홍과의 연락을 끊는다. 1년 동안 박수홍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을 통해서만 형에게 연락이 닿는 형태다. 그간 자신을 철석같이 믿어왔던 동생의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오랫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박수홍이 세무서를 통해 전달한 소명자료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언론사를 통해 박수홍 흠집내기에 돌입했다. 스스럼없이 천륜을 거스르는 행동에 대중도 놀라고 있다.

기획사 대표 역임한 형의 참혹한 배신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잠도 못 잤다”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해 MBN <동치미> 등 각종 프로그램의 MC를 오랫동안 맡았던 박수홍은 평소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꺼내 놨다. 가끔 가족들의 이해되지 않을 행태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기저에는 가족에 대해 애틋함이 묻어있어 그들만의 문화로만 여겨졌다.

최근 방송된 <동치미>에서 박수홍은 속내를 전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반려묘 ‘다홍이’의 이야기를 꺼내던 중 박수홍은 “제가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이래서 사람이 죽는구나.’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어요. 제가 잠을 못 자니까 고양이가 와서 저보고 자라고 눈을 깜빡깜빡하는 거예요. 얘(다홍이)를 자랑하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댓글에 ‘수홍씨가 다홍이 구조한 줄 알죠? 다홍이가 수홍씨 구조한 거예요’라고 남겼어요”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30년차 베테랑 방송인이 촬영 도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낸 것. 
 

▲ 방송인 박수홍 ⓒ다홍이랑엔터테인먼트

패널들은 ‘갑자기 왜 이래’라며 박수홍의 갑작스러운 오열에 어리둥절했다. 당시만 해도 그의 눈물의 배경에 이런 충격적인 사연이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다. 평소 바른 행동 덕에 순수청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젠틀한 이미지의 박수홍이기에 대중이 받은 충격도 컸다. 

박수홍은 어렸을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오랜 시간 방송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한때 최고의 MC로서 활약했음에도 30세가 넘어서야 겨우 빚을 청산했다. 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아끼고 사는 것이 몸에 뱄을 뿐 아니라,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늘 짓눌렀다고 한다. 

힘든 시기를 함께 잘 이겨내 온 형제들이었기에, 감히 자신의 돈을 횡령할 것이라는 의심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박수홍이었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보여주듯 행동해온 형의 가족들이어서, 선량한 마음의 박수홍은 30년 동안 건물이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생각조차 안 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에 대한 믿음은 비수가 되어 부메랑처럼 날아왔다. 30년 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박수홍은 지난달 31일 설왕설래가 오고 가던 자신의 스캔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경제적인 피해를 본 것과 더불어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믿음
배반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다시 한 번 대화를 요청했다”고 밝힌 그는 “마지막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가족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 재산을 자신과 형 사이에 7:3으로 나누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총재산이 100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에 미뤄보면, 형에게 꽤나 큰 금액을 줄 의향이 있었던 듯 보인다. 

그럼에도 형은 오히려 박수홍의 여자친구 문제를 들먹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직접 나서지도 않을뿐더러, 지인을 내세우는 치졸한 방법으로 이른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동생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모든 유산을 조카에게 물려줄 것”이라며 형의 가족을 제 가족처럼 사랑한 박수홍이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법적 대응 및 언론 보도를 자제한 이유는 조카 때문이었다고 한다. 현재 어른들의 다툼에 조카까지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 크게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상대는 모든 것을 걸고 가족을 배반했지만, 박수홍은 마지막까지도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려는 듯하다. 마치 선과 악의 다툼을 보는 것 같은 형세다. 모든 정황이 밝혀지면서 대중은 그를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비록 가족으로부터 배신당했고 30년 동안의 노력이 단숨에 사라진 슬픈 상황이지만, 반대로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은 방송인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수홍 ⓒ방송화면

박수홍의 유튜브 채널 ‘검은 고양이 다홍’의 영상 댓글에는 그간 그에게 인간적인 따뜻함과 고마움을 느낀 사람들이 미담 릴레이를 하듯 속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룹 멜로망스 김민석을 비롯해, 오래전에 함께 방송했던 작가와 스태프, 웨딩사업 관련 업체의 막내 스태프, 건물의 보안요원,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린아이들과 돈가스를 먹으러 갔던 가족,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들, 방송에서 만난 방청객까지 모두 박수홍과의 인연을 고백하고 있다.

모두가 그의 따뜻한 성품에 감동했다는 것. 

박수홍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먼저 허리를 90도 굽히며 상대에게 다가갔다. 혹여 타인이 불편함을 받을까 걱정하는 듯, 자신을 더 낮추고 편하게 다가갔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차마 말을 걸지 못하는 여학생에게 ‘왜 나랑 사진 찍자고 말 안 하냐’며 손을 건넸고, 업무상으로 알게 돼 차마 쉽게 말을 못 거는 광고 브랜드 담당자에게는 “이럴 때 못 찍으면 평생 못 남겨요”라며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뜨거운 응원
미담 릴레이

편의점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에겐 자신의 물건을 사면서 커피와 박카스를 전했고, 녹화가 2시간가량 지체되자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방청객들에게 직접 다가가 머리를 숙여 죄송함을 전했다.

한 어린 출연자가 밥을 못 먹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자신의 도시락을 전했고,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스태프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박수홍이었다. 

이외에도 미담은 끊임없이 나온다. 모두 하나 같이 박수홍과 만남을 자신의 인생에 중요했던 순간처럼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박수홍에게서 느꼈던 인간적인 따뜻함을 마음 한쪽에 두고 있다가, 그가 힘들어하자 진심으로 응원하기 위해 꺼내놓는 모양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실제 친구들과의 미담도 다양하다. 2018년 방송된 <해피투게더-프렌즈>에서 박수홍의 친구로 나온 A씨의 일화는 감동적이다. 다리를 다친 A씨를 위해 친구들과 노는 것을 포기하고 등교부터 하교까지 늘 부축하며 지냈다는 것. 
 

모델 학원을 다니기 위해 새벽 신문 배달을 하며 모은 돈으로 학원비를 낸 일화도 있다. 자신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얻어내는 강인함도 있는 그다.

이토록 미담이 많은 연예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먼저 남을 배려하고 챙기는 것을 실천하며 살아온 듯 보인다.

대중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성품 이외에도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매력 덕분이다.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베테랑 MC답게 안정적으로 진행한다. 방송을 오랜만에 찾은 게스트나 패널이 어색하지 않도록 대화를 이끌고,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정중한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
 
<동치미>나 JTBC <TV 정보쇼 알짜왕>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는 최적의 재능을 발휘하며 맹활약 중이다. 그와 함께 진행을 맡은 동료 MC들 역시 편안하게 박수홍에게 기댄다. 또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뷰티 앤 더 비스트>에서는 천재 반려묘 다홍이와 보내는 일상을 솔직 담백하게 꺼내 놓는다. 

구김살 없는 서글서글한 성격을 바탕으로 방송에 임하는 진솔한 그의 모습에 잔잔한 미소가 절로 띠어진다. 길고양이였던 다홍이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힘든 와중에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서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수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안겨주고 있다.

충격 소식에 쏟아지는 ‘미담 릴레이’
배려와 존중의 30년 ‘응원하는 대중’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이른바 ‘샌드백’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야생과 같은 예능에서 짓궂은 농담을 일삼는 탁재훈, 김희철, 김종국 사이에서 늘 놀림을 당하는 역할이다. 다소 기분 나쁠 법한 놀림에도, 언제나 웃음과 장난기 섞인 서운함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그다. 

멀쩡한 허우대에 선한 인상,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어딘가 빈틈이 있는 그는 강력한 입담을 자랑하는 예능인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그 놀림이 박수홍도 크게 싫지는 않은 듯 웃는 얼굴로 응대한다. 

이는 과거에서부터 이어졌다. MBC <라디오스타>나 KBS2 <해피투게더>에서 동료들과 출연했을 당시에도 놀림을 당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김구라나 김수용에게 놀림을 당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는데, 그때마다 당황하는 척하면서 톡톡 튀는 입담을 보이며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김수용의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농담과 박수홍의 리액션이 어우러지는 영상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강력한 웃음을 준다. 

KBS 공채 개그맨 7기 감자골(김국진‧김용만‧김수용‧박수홍) 친구들이나 <미운 우리 새끼>의 멤버들, 윤정수와 손헌수 등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 모두 박수홍의 인간적인 면모를 칭찬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예의를 갖출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그의 모습을 존중한다고 한다. 
 

▲ 방송인 박수홍 ⓒ김영준스튜디오

이 같은 그의 매력을 알기에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박수홍에게 힘이 되는 말을 건네고 있다. 꼭 미담이 아니더라도, 그를 향한 응원글은 포털사이트나 SNS 등 박수홍과 연관된 모든 댓글창에 남겨지고 있다.

무려 20년 동안 보육원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으며, 친분이 깊은 동료 박경림과 함께 이방인의 심정을 느낄 다문화가정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연예인이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선한 영향력을 펼쳐온 그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는 박수홍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아깝고, 가족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겠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함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지 않을까 기대되는 점도 있다. 

물욕 때문에 천륜을 거스르는 가족으로 파생된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여론은 일방적으로 박수홍의 편이기는 하나, 오래전부터 사기를 칠 마음을 먹은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
악을 누를까

그럼에도 진실은 거짓을 이기기 마련이고, 선도 궁극적으로는 악을 제압한다. 선의 위치에 놓인 박수홍이 기필코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한가운데로 모이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이번만큼은 주위를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이겨내길 기대해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