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으로 떠나는 미식 여행

‘찐’ 대게의 참을 수 없는 유혹

경북 울진은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힘들다.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기찻길도, 하늘길도 없다. 충주에서 영주를 지나 울진으로 들어가는 국도36호선이 아니면 삼척에서 내려가거나 영덕에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도 울진에 가야 하는 이유는 대게 때문이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대게의 고장’ 울진은 시원한 바다 풍광과 함께 미각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철이다. 대게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울진으로 가야 한다. 죽변항과 후포항은 모락모락 올라온 김으로 뒤덮이고, 귀한 대게를 맛보러 온 상춘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람도 따스해서 여행하기 한결 좋다.

▲ 암컷과 몸통 세로 길이 9cm 이하 대게는 잡지 않는다.

국가브랜드대상

쫄깃하고 고소한 울진대게는 국가브랜드대상을 4년 연속 수상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조선 시대 인문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로 나올 만큼 역사도 깊다. 울진대게가 오늘날까지 명성을 유지한 데는 주민들의 노력이 한몫했다.

울진 어민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대게 유통을 자율적으로 규제한다. 11월이면 대게를 법적으로 잡을 수 있지만, 울진에서는 12월부터 조업한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암컷과 몸통 세로 길이 9cm 이하 대게는 잡지 않고, ‘물게(속이 차지 않은 대게) 팔지도 사지도 말기’ 캠페인을 하는 등 울진대게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각별히 노력한다.

울진 여행은 오전 9시 죽변항에서 시작한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대게 경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배에서 위판장으로 옮긴 대게를 바닥에 일사불란하게 진열한다. 대게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배를 위로 향하게 놓는다. 위판장 바닥을 메운 싱싱한 대게가 내뿜는 붉은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문도 모르고 잡혀 온 대게는 다리를 치켜들고 발버둥 친다.

▲ 눈치 싸움이 한창인 대게 경매장

경매 시작 전, 대게의 상태를 확인하는 중매인들이 분주하다. 매서운 눈으로 색을 살피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빨간 모자를 쓴 경매사가 호루라기를 불면 중매인들은 서둘러 값을 제시한다. 짜릿한 긴장감이 돌고, 잠시 정적이 흐른다.

최고가를 쓴 중매인에게 낙찰되면 싱싱한 대게를 운반하는 이들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다리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대게를 통에 담는다. 다리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값이 내려가기 때문. 다리가 떨어진 대게는 무더기로 쌓아놓고 따로 경매한다.

바닥에 떨어진 주인 모를 다리만 주워 가는 이도 있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불을 피워놓고 다리를 구워 먹는다.

바다와 미각 여행을 함께 
짭짤하고 고소한 맛 자랑

활기찬 대게 경매를 구경하고 나서 대게를 먹어보자. 죽변항과 후포항 근처에 대게를 바로 쪄주는 집이 모여 있다. 싱싱한 대게를 고르면 찜통에 15~20분 찐다. 대게는 찌는 동안 내장이 흐르지 않도록 배가 위로 향하게 놓는다. 찜통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먹기 좋게 손질된 몸통과 다리를 차례로 맛본다.

▲ 쫄깃한 대게 속살과 게딱지에 담긴 볶음밥

대나무처럼 긴 다리도 문제없다. 손으로 살짝 꺾어서 잡아당기면 하얀 속살이 쏙 빠져나온다. 짭조름한 바다 향이 배어 다른 양념은 필요 없다. 눈을 지그시 감고 풍요로운 맛을 즐기면 된다. 통통한 살을 발라 먹은 다음에는 게딱지에 담긴 볶음밥이 기다린다. 대게 내장에 참기름과 김 가루를 넣고 볶은 밥까지 먹으면 미식 여행이 완성된다.


쪄 먹는 대게를 ‘찐’으로 치지만, 울진에서는 대게를 활용한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고소함이 배가 되는 대게버터구이는 젊은 여성이 특히 좋아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대게를 오래 보관하며 먹기 위해 만든 게짜박이도 별미다. 대게비빔밥과 대게물회, 게살비빔만두를 찾는 이도 많다. 주전부리도 있다. 반죽에 대게 살과 대게 가루를 넣은 울진대게빵이다.

▲ 거일마을에 있는 대게 조형물

대게 요리를 맛본 뒤에는 대게 원조 마을인 거일마을로 향한다. 평해읍 거일2리로, 마을 지형이 게 알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거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일마을에는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대게 조형물, 대게 원조 마을 유래비와 어부상이 있다.

거일마을에서 약 23km 떨어진 곳에는 울진대게 최대 서식지 왕돌초가 있다. 왕돌초는 수중 바위 군락으로, 해양 생물 120여종이 사는 ‘어족 자원의 보고’다. 매년 2~3월 후포항과 거일마을 일원에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됐다.

▲ 이현세만화매화벽화거리에서 벽화를 사진으로 담는 관광객

거일마을에서 북쪽으로 가다 보면 오산항이 나온다. 오산항을 품은 매화면에는 이현세만화매화벽화거리가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 등 이현세 작가의 대표작이 떠오른다. 걸어가면서 읽는 벽화 만화, 새마을호 객실을 개조한 ‘남벌열차카페’, 이 작가 작품의 명장면으로 꾸민 만화도서관도 들러볼 만하다. 봄에는 매화가 활짝 피어 산책하는 즐거움이 더하다.

바다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왕피천케이블카를 만난다. 왕복 1430m 거리를 오가며 맑은 왕피천과 탁 트인 동해를 만끽한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에서 운이 좋으면 바다와 강이 만나는 왕피천의 은어도 볼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뿐만 아니라, 해맞이정류장에서 5분 정도 떨어진 망양정에서 보는 경치도 아름답다.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인 망양정에 오르면 장애물 하나 없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탑승장은 엑스포정류장과 해맞이정류장 두 곳이지만, 탑승권은 엑스포정류장에서 판매한다.

▲ 울진의 새 명소로 떠오른 국립해양과학관

국립해양과학관

마지막 코스는 울진의 새 명소로 떠오른 국립해양과학관이다. 지난해 7월 개관한 해양과학 전문 교육·체험 기관으로, 바다의 다양한 모습과 주제를 담은 전시 공간이 여러 곳 있다. 길이 393m 해상스카이워크, 수심 6m 아래 수많은 해양 생물이 공존하는 동해를 관찰할 수 있는 해중전망대 등도 갖췄다. 국립해양과학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람을 하루 3회(회차별 100명, 예약 필수)로 제한하며, 해중전망대와 VR어드벤처, 영상관은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죽변항→후포항→이현세만화매화벽화거리→왕피천케이블카→국립해양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후포항→거일마을→이현세만화매화벽화거리 
둘째 날: 왕피천케이블카→죽변항→국립해양과학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울진군 문화관광 http://www.uljin.go.kr/tour/index.uljin
- 왕피천케이블카 http://uljincablecar.com
- 국립해양과학관 http://www.kosm.or.kr 


문의 전화
-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890~3
- 죽변수협 054)783-8234
- 왕피천케이블카 054)782-9330
- 국립해양과학관 054)780-50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죽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7회(07:10~ 20:05)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죽변정류소에서 죽변항까지 도보 약 90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자가운전
서울→영동고속도로→풍기 IC에서 풍기·소백산국립공원 방면 고속도로 출구→봉현교차로에서 안동·영주·봉화 방면→오루숲교차로에서 울진 방면→죽변항길 방면→죽변항

숙박 정보
- 백암스프링스 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온정면 온천로, 054)787-3007 
- 호텔동네여관223: 울진읍 울진중앙로, 054) 783-8500 
- 울진그랜드호텔: 울진읍 현내항길, 054)781-9901~2 
- 고래꿈호텔: 울진읍 울진북로, 054)783-0542 
- 무인텔9: 근남면 울진북로, 054)781-0009 
- 시선호텔: 죽변면 죽변중앙로, 054)783-7145

식당 정보
- 대게앤쿡(대게찜·대게버터구이): 후포면 후포로, 054)788-7878
- 후포항(대게찜·대게회): 후포면 후포로, 054)787-3389 
- 이게대게 왕비천점(대게찜·게살돌솥비빔밥): 근남면 불영계곡로, 054)787-8383
- 망양정회식당(해물칼국수·물회): 근남면 망양정로, 054)783-0430 
- 정훈이네횟집(육수물회·회덮밥): 죽변면 죽변중앙로, 054)782-7919

주변 볼거리
등기산스카이워크, 후포리벽화마을, 성류굴, 월송정, 백암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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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