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광한루원

우주를 담은 조선 정원의 밤과 낮낮

춘향과 이몽룡이 인연을 맺은 남원 광한루원(명승 33호)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우주관을 담은 정원이다. 중심 누각인 광한루(보물 281호)는 전설 속의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산다는 ‘광한청허부’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 앞에 하늘나라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를 만들고,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주는 오작교를 놓았다.

호수에는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닮은 삼신섬을 세우고, 각각 봉래섬과 방장섬, 영주섬이라 이름 지었다. 이렇듯 하늘 세계를 지상에 구현한 광한루원은 아름다운 조명을 켜는 밤이면 더욱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 물에 비친 남원 광한루원 완월정의 야경

오후 6시부터 입장권을 받지 않는 정문으로 들어서면 수중 누각 완월정이 관람객을 맞는다. 완월정은 1971년 광한루원 경내를 확장할 때 세웠다. 누각의 이름은 옛 남원성 남문의 문루인 완월루에서 따왔는데, 완월(玩月)은 ‘달을 가지고 놀다’라는 뜻이다. 춘향의 생일인 초파일이면 완월정 앞 수상 무대에서 춘향제가 열린다.

춘향전

완월정을 지나면 반짝이는 은하수를 닮은 호수 위로 삼신섬이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낸다. 제일 처음 나오는 영주섬에는 정조 때 전라관찰사 정철이 세웠다는 영주각이 보인다. 그 옆에는 푸른 대나무 숲이 눈길을 끄는 봉래섬과 화려한 단청이 돋보이는 방장정이 자리 잡은 방장섬이 이어진다.

조선 시대 남원군의 인문 지리서 〈용성지〉에는 정철이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를 만들고 삼신섬을 세우면서 “하나에는 녹죽을, 다른 하나에는 백일홍을 심었으며, 나머지 섬에는 연정을 세우고 호수 가운데 여러 꽃을 가득 심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 눈 쌓인 호수 위 오작교가 운치 있다.

삼신섬을 지나면 오작교다. 하늘의 은하수를 잇는 오작교는 까마귀와 까치가 만들었다는데, 지상의 광한루원 오작교는 선조 때 남원부사 장의국이 튼튼한 돌다리로 만들었다. 정유재란 때 광한루가 불탔지만, 덕분에 오작교는 옛 모습 그대로 남았다.

길이 57m, 폭 2.4m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호수 안 다리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다리 가운데 아치형 물길 통로가 4개나 있어 운치를 더한다.

아름다운 오작교를 건너면 드디어 광한루에 이른다. 광한루는 1419년 남원으로 유배 온 황희가 지은 광통루에서 비롯됐다. 이후 하동 부원군 정인지가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가 마치 달나라 같다면서 광한루라 이름 지었다.

정유재란 당시 불탔지만, 인조 때 다시 지으면서 오늘에 이른다. 건물 뒤쪽의 ‘호남제일루’라는 현판처럼 광한루는 호남을 대표하는 누각이다.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누각이기도 하다.

춘향과 몽룡이 인연 맺은 곳
조명 켜면 더욱 신비한 모습

광한루는 낮에 보는 풍광 또한 근사하다. 오작교와 어우러진 광한루뿐만 아니라 영주각, 방장정, 완월정 등이 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광한루원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유명하다. 맑은 호수 위로 녹음이 우거진 여름도 좋지만, 눈이 하얗게 쌓인 겨울 풍경도 그림 같다.

▲ 오작교와 어우러진 광한루의 겨울 풍경

정문 왼쪽에 자리 잡은 월매집과 춘향관은 낮에만 볼 수 있는 시설이다. 춘향이 살던 곳을 재현한 월매집은 춘향과 몽룡이 백년가약을 맺은 부용당과행랑채 등으로 꾸몄다. 춘향이 입은 치마에 사랑의 맹세를 쓰는 몽룡의 모습, 부엌에서 정담을 나누는 방자와 향단이도 보인다. 집 밖에서는 그네와 투호 등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월매집과 이웃한 춘향관은 〈춘향전〉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다. 〈춘향전〉의 내용, 춘향제의 역사를 담은 포스터와 사진, 〈춘향전〉을 모티프로 제작한 영화와 뮤지컬, 오페라, 창극 등 다양한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화류와 장신구, 서책 등도 전시돼 〈춘향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월매집에서 춘향이 입은 치마에 사랑의 맹세를 쓰는 몽룡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춘향전〉의 내용을 실감 나게 살펴보고 싶다면 광한루원에서 1km쯤 떨어진 춘향테마파크를 찾는 것이 좋다. 이곳은 〈춘향전〉을 크게 다섯 마당으로 나눠 조성한 공원이다. ‘만남의 장’부터 ‘맹약의 장’ ‘사랑과 이별의 장’ ‘시련의 장’ ‘축제의 장’까지 대표적인 장면을 실물 크기 모형으로 구성했다. 이 밖에 전통문화체험관, 돌탑, 맹약단, 옥사정 등과 영화 〈춘향뎐〉 세트장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 춘향테마파크 입구의 아담한 대숲과 야경

춘향테마파크도 광한루원처럼 오후 6시 이후 무료이며, 야경이 볼 만하다. 겨울에는 폐장 시간이 광한루원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9시니, 광한루원의 야경을 즐기고 와서 둘러봐도 좋다. 입구의 아담한 대나무 숲부터 시작된 조명이 조형물과 세트장 등을 비춘다. 곳곳에 불을 밝힌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조형물도 포토존으로 인기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가 남녀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남원 만인의총(사적 272호)은 조국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이곳에는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군인과 백성 1만여명이 잠들어 있다. 조선군 1000여명과 명나라 군사 3000여명, 남원 백성 6000여명이 왜군 5만6000명에 맞서 마지막까지 성을 지키다 목숨을 잃었다.

왜군이 두고 간 시신을 전쟁 뒤 한 무덤에 모시고 사당을 건립했다. 원래 남원역 부근에 있던 것을 1960년대에 이곳으로 확장·이전했다고 한다.

▲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군인과 백성 1만여 명이 잠든 만인의총

만인의총

만인의총은 거대한 봉분을 중심으로 사당인 충렬사와 충의문, 순의탑 등이 있다. 붉은 홍살문과 검은 기와 건물이 사뭇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구에 남원성 전투와 만인의총이 생긴 사연을 만화로 구성한 안내판이 있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다. 홍살문 옆 기념관에서 정유재란 당시 상황과 전투 내용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만인의총→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만인의총→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 
둘째 날: 남원향교→실상사→교룡산성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남원시 문화관광 http://www.namwon.go.kr/tour/
- 만인의총 http://www.cha.go.kr/agapp/main/index.do?siteCd=MANIN 

문의 전화
- 남원시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 남원군청 관광과 063)620-6190
- 광한루원 063)625-4861
- 춘향테마파크 063)620-5799
- 만인의총 063)636-9321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남원역, KTX 하루 14~16회(05:10~21:50) 운행, 약 2시간 소요. 남원역 정류장에서 1-330-102번·2-252번 일반버스 등 이용, 제일은행앞 정류장 하차, 광한루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버스] 서울-남원,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8~9회(06:00~22:2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남원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330-102번·2-252번 일반버스 등 이용, 제일은행앞 정류장 하차, 광한루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자가운전
광주대구고속도로 남원 IC→남원교차로 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충정로 1.5km 직진→시청삼거리 춘향테마파크 방면 좌회전→시청로 700m→남원대교사거리 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요천로 1.6km 직진, 우회전→광한루원

숙박 정보
- 남원예촌by켄싱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남원시 광한북로, 063)636-8001 
- 메이드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남원시 소리길, 063)634-8881 
- 지리산한옥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남원시 산내면 대정방천길, 063)636-1003 
- 켄싱턴리조트 지리산남원: 남원시 소리길, 063)636-7007 
- 호텔춘향: 남원시 소리길, 063)634-0004 
- 남원호텔리버: 남원시 소리길, 063)626-1021

식당 정보
- 정옥추어탕(추어탕): 남원시 의총로, 063)635-7087 
- 경방루(탕수육): 남원시 광한북로, 063)625-2325 
- 명문제과(꿀아몬드): 남원시 용성로, 063)632-0933

주변 볼거리
혼불문학관, 국악의 성지, 흥부마을, 남원 황산대첩비지, 구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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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