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야구단 품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2.01 11:56:07
  • 호수 13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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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유통+스포츠 야구로 만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야구장에 ‘용진이형’이 뜬다. ‘용진이형’은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을 친근하게 부른 표현이다. 최근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는 프로야구 명문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했다. 이로서 정 부회장은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야구팬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SK와이번스 인수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가 SK텔레콤의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 금액은 훈련장 등 자산을 포함해 총 1352억원이다. 신세계는 코치진을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를 100% 고용 승계한다는 방침이며 연고지도 인천으로 유지한다.

‘용진이형’
1352억원 인수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춰 광적인 집중을 해달라”며 “자신이 속한 사업만 바라보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자”며 사업의 방향성을 넓혔다.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사업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 프로야구 팬과 그룹 고객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고객 경험의 확장’을 꾀할 수 있고, 야구팬들이 모바일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즐기는 야구’를 표방해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야구장을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바꿔 야구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팬과 지역사회,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립해 돔을 비롯한 다목적 시설의 건립 추진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좋은 선수를 발굴·육성하고 선수진의 기량 증가를 돕기 위해 훈련 시설 확충 등 시설 개선에도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만간 구단 이름과 캐릭터를 확정하고 오는 3월 중 정식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야구단 이름으로 새로운 팀 이름 앞에 ‘SSG’를 붙이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나 신세계가 국내에 익히 알려진 터라 야구단 이름에 붙이면 마케팅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SSG는 신세계그룹 온라인 쇼핑 통합 브랜드다. 2014년 브랜드 출범 당시 SSG를 발음 그대로 한글로 옮긴 ‘쓱’을 활용한 TV 광고 등이 화제가 되면서 함께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세계나 이마트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는 이미 높아서 그룹 전체의 온라인 쇼핑 브랜드인 SSG 등을 구단명 앞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야구단 관계자는 “와이번스라는 이름은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그동안 야구단 매각 때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 SK와이번스 인수에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동호회에서 투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는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해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

돔구장·다목적 시설 건립 추진
새로운 경험 제공…즐기는 경기

두터운 야구팬층을 ‘신세계 팬’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는 충성고객이 많은 경쟁사 쿠팡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프로야구단 인수에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크게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야구장은 정 부회장이 유통업의 경쟁상대로 수차례 거론한 곳이다. 그는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향후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신세계그룹과 프로스포츠와의 인연이 좋지 않기 때문에 프로야구 진출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존재한다. 신세계는 여자프로농구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해 1999~2002년 우승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선민의 이적과 주전의 노쇠화 및 구단의 투자 부진 속에 팀 성적은 내리막을 걸었다. 그 뒤로 2012년 4월 팀 해체를 선언했다. 15년간 이끌던 팀을 단번에 없애버린 것이다.

프로 스포츠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비시즌 중에 갑자기 다음 시즌부터 팀을 해체하겠다고 팩스 한 통으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통보했다”며 “사전에 어떤 언질도 없이 팩스 한 통으로 팀 해체를 전하는 모습이 스포츠계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팀을 운영할 때 선수 영입 등에 있어서 굉장히 인색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성적이 나빠지고 모기업에선 굳이 스포츠단을 운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손들고 나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이마트 라이브 ⓒ유튜브

이 때문에 스포츠계에서는 여자농구단을 무책임하게 해체했던 신세계가 프로야구단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스포츠를 무시했던 기업이 야구단을 맡겠다고 하니, 스포츠업계에서는 또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과거 농구단 신세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스포츠업계에 발을 들일 때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1968년 9월19일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정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학창시절 정 부회장을 기억하는 동창들은 이구동성으로 ‘팔방미인’이었다고 말한다. 정 부회장은 활달한 성격인 만큼 친구들을 좋아해 모임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특히 사회에서 만난 인사들보다 초·중·고 동창들과 가깝게 지낸다고 한다. 

경쟁상대로
거론하더니?

호남형의 정 부회장을 시원시원한 성격에 대단한 ‘학구파’였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았다. 정 부회장과 같은 반이었다는 한 지인은 “용진이는 학창시절에 공부도 잘했다. 고3 때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다. 남자답고 활달한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1995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신세계 전략기획실에 입사한 후 15년 만에 그룹의 얼굴로 전면 등장한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한 2006년 이후 구학서 부회장의 뒤에서 묵묵히 현장을 돌며 3년여 동안 굵직한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는 등 경영 수업을 받았다.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현장을 중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새로 여는 이마트 개점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백화점 점포도 수시로 들르는 등 현장 경영을 강조한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해외의 선진 유통 현장도 자주 시찰하는 등 풍부한 경험으로 쌓아 다진 전문적인 식견엔 담당 직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달리 ‘꼼꼼함’도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 중 하나로 꼽힌다. 유통업의 특성상 모든 게 잘 돼있어도 사소한 한두 가지 제품이나 서비스가 잘못되면 매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상실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MD(상품기획), 집기 개발, 상품 포장 등 매장 운영에서부터 상품정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지적해 담당자들의 진땀을 빼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원들과 거리를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과거 직원들과 소주에 삼겹살 회식은 물론 이마트 개점 때는 고사에도 참석, 직원들이 건네는 막걸리를 몇 잔이고 받아 마셨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도 꼭 두 손으로 술을 따르며 몸을 낮춘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지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 부회장의 친화적인 성격은 소비자와의 활발한 소통으로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52만9000여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마트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부회장’이라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플루언서로서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 효과를 봤으며 이 같은 정 부회장의 SNS 마케팅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마트 PB브랜드를 소개하면 해당 제품의 매출이 곧바로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지난 1일 ‘이마트LIVE’는 ‘배추밭 비하인드와 시장에서 장 본 이야기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앞서 정 부회장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딴 ‘YJ로그’ 공개를 알린 바 있다.

꼼꼼하고
친밀하게

이날 공개된 영상은 지난해 12월17일 이마트LIVE가 공개한 ‘정용진 부회장이 배추밭에 간 까닭은?’의 촬영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영상은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홍보하는 영상으로, 전남 해남의 한 배추밭에서 배추를 직접 수확하고, 배추를 활용한 요리 역시 직접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정 부회장이 출연한 이마트 홍보 영상은 그가 직접 연기와 내레이션을 한 것이 알려지며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는 125만회(지난달 11일 기준)를 넘기며 이마트 홍보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이날 첫선을 보인 YJ로그는 정 부회장의 공식 유튜버 데뷔인 만큼 ‘마트맨 Y’라는 호칭으로 소개됐다.

영상은 정 부회장의 이마트 홍보영상 촬영 뒷이야기를 주로 담았는데,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직접 배추를 나르고 요리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겼다.

또 배추로 2행시를 짓거나 오일장에서 직접 장을 보는 등 일상 속 모습도 공개됐다. 해남읍 오일장에서 장을 보는 정 부회장에게 상인이 “뭐하시는 분이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 “장사해요”라고 답하며 촬영 스태프들을 웃게 만들었다. 끝내 정 부회장의 정체를 알지 못한 상인이 “셰프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 “네”라고 답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공개된 5분 분량의 YJ로그는 배추밭 광고 촬영의 뒷이야기만 담고 끝났지만, 앞으로 정 부회장의 일상 속 모습을 소개하는 영상이 추가로 업로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예고 영상에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요리하는 모습과 한복을 차려입고 직접 슬레이트를 치는 모습이 담겼지만, 이날 영상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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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취미는 각종 스포츠와 음악이다. 정 부회장은 사석에서 “나는 경영인이 안 됐다면 음악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고 한다. 학창시절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조언에 따라 ‘체르니 40번’까지 피아노를 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식을 좋아해 클래식 음악 파일만 수천개 들어 있는 MP3와 아이팟을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듣고, 국내서 열리는 유명 음악 공연도 빠짐없이 본다고 한다. 

또 자녀들과 함께 첼로를 배우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주량은 소주 2병 정도로 와인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한때 신세계 직원들 사이에 ‘와인 공부를 열심히 하면 비서실로 특채될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인스타그램·유튜브서 활발한 활동
배추 직접 수확하고 요리까지 콜∼

정 부회장이 즐기는 스포츠 가운데 오토바이 레이싱은 수준급이다. 정 부회장은 할리 데이비슨, BMW 등 60여대의 명품 바이크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오토바이 레이싱을 즐기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때 모터사이클 동호회 회장직을 맡아 서울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1000㎞를 달린 적도 있다.

최근에 그룹 전반을 책임지고부터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오토바이는 거의 타지 않는다. 오토바이 외에 요트도 즐기는 편이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만능스포츠맨이지만 호화스포츠만 즐긴다는 지적도 있다.

운동 마니아기도 한 정 부회장은 소문난 ‘몸짱’이다.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매일 거르지 않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있다. 지금도 하루 2~3시간씩 꼭 짬을 내서 몸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력이 밑받침돼야만 좋은 사고도 나온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 실력은 핸디 18,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다. 예전에는 80~85타를 쳤지만 경영에 매진하면서 골프를 거의 못 치고 있다고 한다. 힘이 좋아 250~300야드를 치는 장타자로 소문이 나 있다.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후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꽃이 피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장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고객을 향한 불요불굴(不撓不屈) ▲구성원 간의 원활한 협업과 소통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 등 세 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정 부회장은 ‘결코 흔들리지도 굽히지도 않고 목표를 향해 굳건하게 나아간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불요불굴’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불요불굴의 유일한 대상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장 방문을 꺼리는 고객들을 위해 SSG닷컴의 라이브방송 채널 ‘쓱라이브’와 손을 잡고 화장품 쇼케이스를 기획했던 시도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정 부회장은 고객에게 광적인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One Team, One Company’가 돼야 한다며 온·오프라인 시너지 등 관계사 간, 부서 간의 협업과 소통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음악 좋아하는
만능 스포츠맨

그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리테일 시장의 온라인 전이가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졌다며, 새로운 IT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인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라는 소설가 빅토리아 홀트의 명언을 인용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세계그룹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한 해로 만들어달라”고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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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