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올해는 서울에 봄이 올까요”

[일요시사 정치부] 김정수 기자 = 남북,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주도했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남북 관계 경색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국면에 맞춰져 단행된 인사인 만큼, 서울의 봄을 재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 왼쪽)과 신임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전격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목이 집중된 곳은 외교부였다. 지난 2018년 서울의 봄이 무색할 정도로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외교 라인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개각 단행
외교 박차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됐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자를 외교·안보 최고 전문가로 소개했다.

정 수석은 “정 후보자는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과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후보자를 “외교·안보 현안들에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다”고 평가하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동맹 강화, 주요국과의 원만한 관계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신남방·신북방정책’은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두는 사안이라며 이를 정 후보자가 확고히 정착·발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후보자 내정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정 후보자는 외교관료 출신이다. 1946년 4월14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5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 영어 토론대회에서 선발된 정 후보자는 한 미국 신문사가 주최한 세계 청소년 토론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외교관의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서울의 봄부터 북미정상회담 주도 
외교관-국회의원-국가안보실장 거쳐

정 후보자는 1974년 주캐나다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사회에 첫 발을 뗐다. 이후 외무부장관 비서관, 외무부 통상정책과장을 지나 주태국대사관 참사관,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등을 지냈다.

그는 1993년 외무부 통상국장을 시작으로 주미 대사관 경제통상담당 공사, 주이스라엘 대사 등을 역임했다. 1998년에서 2001년까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을 수행했던 정 후보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2004년에는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0번으로 당선되면서 정치 경력도 쌓았다. 정계 입문에는 정동영 의원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후보자가 지난 1990년 외교부 공보관으로 재직할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였던 정 의원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지난 2007년 정동영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여수세계박람회유치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간사장, 한미일 3국의원협의회 간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정 후보자는 의원 시절 국회 내 외교통으로 통했다. 특히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포럼을 꾸려 한미 FTA 체결을 지원했다. 다만 17대 국회 마지막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전원이 불참해 한미 FTA 비준안 상임위 통과가 무산됐다.

외교관 출신
정치 경력도

정 후보자는 2008년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의원연맹 회장으로 선출됐고, 2009~2013년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2011~2016년 한화투자증권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단장으로 활동했다. 국민아그레망은 정 후보자 등 전직 외교관 24명으로 구성돼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 기조의 밑그림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주변 4강에 특사를 파견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는데, 국민아그레망을 이끈 정 후보자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대선 전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비롯해 주한 중국 대사, 주한 일본 대사, 주한 러시아 대사 등과 접촉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외교안보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외교 공백을 메꿨다.

정 후보자는 20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게 됐다. 민간 출신 첫 안보실장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정 후보자는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기여한 공로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 후보자가 대북 특사를 맡아 북한, 미국 등을 오가며 대화의 물꼬를 튼 덕분이다.

정 후보자는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지난 2018년 3월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은 추가 도발 중지와 북미 대화 여건 조성에 합의했다.

남북·북미 
회담 주도

정 후보자는 그해 9월 미국으로 넘어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관계 정상화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향을 밝혔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4월27일)과 한미정상회담(5월22일), 2차 남북 정상회담(5월26일), 북미정상회담(6월12일) 등이 개최됐다. 동시에 이뤄진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정 후보자의 기여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주도하는 실무자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자질 면에서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북미 관계의 개선을 위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긴밀히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로도 꼽힌다.

정 후보자 내정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지명됐다. 최근 블링컨 지명자는 기존 대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그의 외교정책 라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해 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셈이다.

정 후보자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외교라인 재정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다시 움직일까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19일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을 높이는 데 어떤 선택지가 효과적일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지난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우리 외교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직후보자 지명을 겸허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우선은 국회 청문회 일정이 있기 때문에 그 일정이 무난히 끝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을 ‘적시적재’라고 표현했다.

무거운 어깨
산적한 숙제

정 전 장관은 이날 “정 후보자는 지난 2018년 서울의 봄 당시 남북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준비를 세 번 다 했다.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언급했다. 정 후보자는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체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뒷말 많은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으로 각각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황희 의원과 민주당 권칠승 의원을 내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자질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양천갑 재선 의원이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언론 담당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민주당 홍보위원장, 원내부대표 등을 지냈다.

청와대는 황 후보자를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며 소통 역량을 발휘해왔다”고 소개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도의원으로 시작한 경기 화성병 재선 의원이다. 권 후보자 역시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청와대는 권 후보자를 “중소기업 관련 현안에 이해가 깊고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등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튿날 야권에서는 이들을 두고 ‘부엉이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가 친문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 출신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쇄신 개각 하랬더니 보신 개각을 했다”며 “지혜의 상징인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 뜬다는데, 어디서 나타난 ‘짬짜미 부엉이들’이 정권 말기에 떴다”고 말했다.

지금은 해체된 당내 친문계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까닭은 이들의 전문성에 비해 친문 인사라는 요소가 더 우위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는 해당 부처와 관련된 뚜렷한 정치 이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친문 핵심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노·친문 정치인이다. 그는 1997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3년부터 4년간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황 후보자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총무본부 부본부장을 맡았으며 부엉이 모임에서는 간사였다. 부엉이 모임 해체 이후, 지난해 11월 민주정부 4기 어젠다 준비가 필요하다며 당내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을 주도적으로 조성했다. 현재 민주주의 4.0은 민주당 최대 친문 모임으로 여겨진다.

황 후보자는 자질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가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황 후보자는 문화·체육·관광 분야보다 부동산에 전문성을 보인다.

황 후보자는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도시계획 전문가다.  

그는 민주당 부동산 안정 및 서민주거복지TF 위원,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 위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대부분 부동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문체부와 관련된 경력으로는 지난 2011년 국기원 홍보마케팅위원회 위원장 활동이 전부다.

권 후보자 역시 중소·벤처기업 관련 분야에 뚜렷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고 있지 않다. 관련 분야 전문가로 보기 어렵지만 황 후보자와 비교했을 때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청와대·지방의회·국회를 두루 거친 정무 능력과 업무 돌파력을 높이 평가받는다.

권 후보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그 뒤 동부화재에서 일하며 노동조합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정계에 발을 들인 시기는 황 후보자와 비슷하다. 그는 199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기획단에 합류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이었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민정비서관이었다.

권 후보자는 황 후보자와 달리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권 후보자 역시 부엉이 모임을 거쳐 민주주의 4.0에도 참여하고 있다.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현역 국회의원 장관은 최대 6명으로 늘어난다. 현역 의원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각 지난해 7월과 12월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현역 의원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직 의원이다.

여당 의원들이 내각을 채우면서 문재인정부 후반기 당정 연결고리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번 정권 후반기마다 반복된 정책 원동력 약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의원 내각제’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도 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