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BTJ 열방센터 수장 최바울 인터콥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8 11:53:14
  • 호수 1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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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모론 설교하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또 발생했다.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미등록 종교시설인 국제기도원에서 대면 예배를 강행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된 것. 대면 예배 논란을 빚은 BTJ 열방센터의 수장격인 최바울 인터콥 대표가 ‘백신 음모론’을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BTJ열방센터 수장격인 최바울 인터콥 대표 ⓒ유튜브

코로나19 집단발병이 확인된 경북 상주시 BTJ 열방센터 관련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열방센터 측이 제출한 출입명부에 등록된 방문자는 2996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다 당국이 역학조사로 확인한 17명을 포함하면 총 3013명이 된다. 이는 직전에 파악한 2837명보다 176명 늘어난 수치다. 

젊은층
집중 공략

당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연락처를 비교하며 계속 확인 작업을 하고있는 만큼,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BTJ열방센터는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InterCP International)이 운영하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터콥을 이끄는 최바울 대표가 조명되고 있다. 최 대표의 선교 방식은 보수 개신교계조차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로 과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2012년 문을 연 상주 BTJ 열방센터와 서울 용산구 효창동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KUIS) 등에서 세대주의·시한부 종말론과 배타적 선교관을 주입하는 선교사를 집중 양성해왔다. 특히 신천지처럼 젊은층을 공략해 열성적으로 헌신하는 인력 양산에 온 신경을 다 썼다.


그는 지난 2004년 3000명이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을 행진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2006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 대행진을 개최하려다 현지에서 강제 추방됐다.

이듬해엔 인터콥이 주선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분당 샘물교회 신자 23명이 납치됐다가 일부가 피살되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선교사들마저도 최 대표의 공격적인 사역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현지인은 물론 현지 문화와 접맥을 시도하며 오랜 세월 공 들여온 기존 선교사들의 사역을 무시하고 ‘땅 밟기’ 형식의 선교 행사를 진행하며 마찰을 빚었다.

이로 인해 기존 선교사들의 비자 발급이 더욱 어려워지자, 선교를 총지휘하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조차 2011년부터 2년 동안 신학지도위원회를 꾸려 인터콥의 선교 방식을 지도하기도 했다.

기존 선교사들과 마찰 빚어
강압적 선교방식 우려 낳아

논란이 일자 최 대표는 2011년 3월 사과문을 발표하며 “인터콥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를 비롯해 존경하는 교계 지도자와 신학자들로부터 지도와 재교육을 받아 건강한 선교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콥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은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콥은 2014년 인도의 불교사원에 들어가 찬양하며 기도를 해 국제적인 물의를 빚었다. 2017년 파키스탄에서 살해당한 중국인 선교사들의 소속 단체도 인터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2018년 다시 신학지도위원회를 구성해 인터콥에 대한 신학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2년간 인터콥의 회원권을 정지했다.


한국 개신교의 주요 교단도 인터콥 선교회의 선교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이 인터콥 선교회와의 교류 자체를 금지했고, 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과 성결교단은 총회에서 인터콥을 예의 주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린 최 대표를 살려준 것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회장을 지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였다. 한기총을 대체해 개신교 중도·보수 연합단체로 출범한 한국교회총연합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은 뒤 주요 교단이 탈퇴하면서 한기총이 위기에 몰렸다. 이후 한기총이 인터콥을 회원 교단으로 받아주면서 공생관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 폐쇄명령 조치가 떨어진 상주 BTJ열방센터

한기총 내 원칙에 따라 최 대표도 한기총 공동대표가 됐다. 

그가 지난해 강연에서 한 말은 논란이 됐다. 최 대표는 강연에서 “2015년 3월 빌게이츠와 그 재단이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발표했어요.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건 핵폭탄이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다. (백신으로)DNA를 바꿔서 절대 복종, 공포 없고, 두려움도 없고…. 이 백신을 맞으면 세계가 뭐가 돼? 그들의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지난해 7월 광명의 한 교회에서 ‘사람의 미혹’이라는 주제로 설교할 때 빌 게이츠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기술 부자들이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교육과 사회 체계를 변혁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맞으면
노예 된다”

그는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 전통에서 나온 교육 시스템과 콘텐츠 내용을 기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인간의 미래이고 세계에 낙원을 가져오며, 기술이 기독교 신앙을 소멸한다는 것이다. 여호와 신을 퇴출하고 우리가 왕이라고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려다 실패한 ‘바벨탑’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세계 기술 회사들이 세계 통합을 시도한다면서 “극히 종말적이고 적그리스도적인, 하나님에 대한 저항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테크노 자이언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8월 서천 한 교회에서 ‘시대의 표적을 분별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같은 내용을 또 전파했다. 지난해 빌 게이츠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방역을 칭찬하는 등, 세계가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띄운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한국은 빌 게이츠의 꼬붕(부하) 국가로 전락했다. 한국이 (방역을)제일 잘한다면서 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백신과 달리, 빌 게이츠 얘네가 투자해서 만든 건 DNA 백신이다. 그걸 맞으면 DNA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든다. 절대 복종하는 노예로 만든다. 또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도 다 없어져 버린다. DNA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빌 게이츠가 엄청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려고)고집을 부린다. 루시퍼 신, 태양신 루시퍼가 이집트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노예로 삼았다. 모세가 해방시켜서 끝났지만, 그들의 목적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독교 선교단체인 BTJ 열방센터의 역학조사 방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이 주도자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2일 “보건당국의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불법행위를 지시·주도한 자도 명확히 밝혀 책임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BTJ열방센터 관계자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근 BTJ 열방센터 방문자 중 일부가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방문 사실을 부인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역학조사
방해 의혹

국수본은 “보건당국의 연락이 닿지 않은 BTJ열방센터 방문자에 대해 전국 경찰 관서 신속대응팀(총 8602명)을 투입해 철저하게 소재 확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도 “(BTJ열방센터가)역학조사 방해, 격리조치 위반, 진단검사 방해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행위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음모론 때문에 BTJ열방센터 모임 참가자와 방문자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꺼리고 방역당국을 불신할 수도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경북 상주 BTJ 열방센터(인터콥 운영)에 구상금을 청구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오전 자료를 통해 “국가의 행정명령 위반, 역학조사 거부 및 방역방해 행위 등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의 진료비에 대해 부당이득금 환수 또는 구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교계에 따르면 1983년 설립된 인터콥은 초교파적 해외 선교 기관을 표방한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기독교 복음이 도달하지 않은 ‘미전도종족’ 지역의 개척선교를 수행하는 ‘평신도 전문인 선교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목회자는 물론 해외 선교에 관심이 큰 일반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해외 선교 교육을 하고 현지에 파송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콥에는 의료, 긴급구호, 교육, 찬양예배, IT, 미디어 영상 등 전문 영역에 종사하는 신도들이 선교사로 훈련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2020년 기준 파송 선교사 수가 1400여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TJ열방센터는 인터콥의 선교 훈련 본거지 역할을 한다. 정기적으로 전국에서 모인 신도들이 집회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BTJ는 ‘Back To Jerusalem’(백 투 예루살렘) ‘Back to Jesus’(백 투 지저스)의 약자로 알려져 있다. BTJ열방센터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서면 상용리 봉황산 자락에 있는 대형 기도원으로,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만희를 중심으로 한 신천지와 달리, 인터콥은 평신도 전문인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 평신도들이 인터콥 수련회에 참가해 BTJ열방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활동한다는 것이다. 한때 인터콥은 이슬람권 국가와 공산권 국가에 선교사를 파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프칸 납치사건 연루
이슬람 국가에 파견도

특히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분당 샘물교회 납치 사건 당시, 인터콥 선교사들이 가이드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에 따르면 인터콥은 214개 이상의 전국 중·고등학교에 UBTJ(U=Youth, BTJ=Back To Jerusalem) 모임을 결성해 청소년들 속에 침투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인터콥은 ‘청소년 비전스쿨’이란 명목으로 보호자 동의서를 포함한 신청서를 받는다.
 

▲ 상주 BTJ열방센터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 학년, 출석 교회,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인터콥 참여 여부를 기재하도록 돼있다.

이인규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 대표는 기독교 인터넷 매체인 <당당뉴스>에 기고한 ‘인터콥을 조심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전스쿨에 참가한 청년들이 교회와 직장을 그만두고 인터콥의 선교사로 나가려 하는 문제 때문에 미주의 목회자들이 인터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터콥의 문제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인터콥은 마태복음 24장 14절을 근거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증거되는 것을 예수님 재림의 절대 조건’으로 여기고 가르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천지에 대한 현장 취재를 15년 가까이 해온 변상욱 앵커도 지난 6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BTJ 열방센터와 인터콥에 대해 “정통 개신교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방역 협조 요구를 위해 센터를 방문했다. 그런데 그날은 폐쇄명령을 발동하려고 방문하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신원미상의 건장한 청년들이 정문부터 강하게 막았고 몸싸움이 크게 일어났다. 봉사하는 열방센터 관계자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를 계속 피하는 이유에 대해 강 시장은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곳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라든지 이런 교육이, 여기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나 출입자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실체
감추려고?

이어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은데 지난해 거기 대표라는 분이 각론을 하면서 요새 시중에 많이 떠돌고 있지 않나. 코로나 음모론,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 등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백신을 맞지 말라는 등 코로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전국에 지부가 한 60여개, 해외 지부도 60여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이게 교육받은 사람들이 전부 나와서 검사를 받고 하면 그들 조직 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거기에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 명단 제출 등의 협조요청을 하면 늘 회사에서 회사 대표자에게 결제를 받고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만희 방역방해 무죄, 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횡령과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 일부는 유죄로 판단해 이 총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13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며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총회장이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2월 대구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코로나19 1차 대유행과 관련해 법원이 이 총회장의 방역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번 판결이 이와 유사한 역학조사 방해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역학조사에 대해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 발생 규모, 감염원 추적, 이상 반응 원인 규명 등에 대한 활동으로, 환자의 인적사항, 발병일과 장소, 감염원인 등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제출을 요구한 모든 시설과 명단은 법이 정한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는 법정형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로, 검찰이 이 총회장에 대해 제기한 여러 혐의 중 형량은 가장 낮다.

그러나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근원으로 지목된 신천지에 대해 정부가 코로나19 방역활동을 조직적·계획적으로 방해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해 이 총회장에 대한 구속 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재판은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 판결은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해 2월 18일 이후 330일 만에 내려졌다. 

한편 법원은 이 총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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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