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BTJ 열방센터 수장 최바울 인터콥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8 11:53:14
  • 호수 1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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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모론 설교하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또 발생했다.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미등록 종교시설인 국제기도원에서 대면 예배를 강행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된 것. 대면 예배 논란을 빚은 BTJ 열방센터의 수장격인 최바울 인터콥 대표가 ‘백신 음모론’을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BTJ열방센터 수장격인 최바울 인터콥 대표 ⓒ유튜브

코로나19 집단발병이 확인된 경북 상주시 BTJ 열방센터 관련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열방센터 측이 제출한 출입명부에 등록된 방문자는 2996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다 당국이 역학조사로 확인한 17명을 포함하면 총 3013명이 된다. 이는 직전에 파악한 2837명보다 176명 늘어난 수치다. 

젊은층
집중 공략

당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연락처를 비교하며 계속 확인 작업을 하고있는 만큼,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BTJ열방센터는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InterCP International)이 운영하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터콥을 이끄는 최바울 대표가 조명되고 있다. 최 대표의 선교 방식은 보수 개신교계조차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로 과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2012년 문을 연 상주 BTJ 열방센터와 서울 용산구 효창동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KUIS) 등에서 세대주의·시한부 종말론과 배타적 선교관을 주입하는 선교사를 집중 양성해왔다. 특히 신천지처럼 젊은층을 공략해 열성적으로 헌신하는 인력 양산에 온 신경을 다 썼다.


그는 지난 2004년 3000명이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을 행진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2006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 대행진을 개최하려다 현지에서 강제 추방됐다.

이듬해엔 인터콥이 주선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분당 샘물교회 신자 23명이 납치됐다가 일부가 피살되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선교사들마저도 최 대표의 공격적인 사역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현지인은 물론 현지 문화와 접맥을 시도하며 오랜 세월 공 들여온 기존 선교사들의 사역을 무시하고 ‘땅 밟기’ 형식의 선교 행사를 진행하며 마찰을 빚었다.

이로 인해 기존 선교사들의 비자 발급이 더욱 어려워지자, 선교를 총지휘하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조차 2011년부터 2년 동안 신학지도위원회를 꾸려 인터콥의 선교 방식을 지도하기도 했다.

기존 선교사들과 마찰 빚어
강압적 선교방식 우려 낳아

논란이 일자 최 대표는 2011년 3월 사과문을 발표하며 “인터콥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를 비롯해 존경하는 교계 지도자와 신학자들로부터 지도와 재교육을 받아 건강한 선교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콥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은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콥은 2014년 인도의 불교사원에 들어가 찬양하며 기도를 해 국제적인 물의를 빚었다. 2017년 파키스탄에서 살해당한 중국인 선교사들의 소속 단체도 인터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2018년 다시 신학지도위원회를 구성해 인터콥에 대한 신학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2년간 인터콥의 회원권을 정지했다.


한국 개신교의 주요 교단도 인터콥 선교회의 선교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이 인터콥 선교회와의 교류 자체를 금지했고, 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과 성결교단은 총회에서 인터콥을 예의 주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린 최 대표를 살려준 것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회장을 지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였다. 한기총을 대체해 개신교 중도·보수 연합단체로 출범한 한국교회총연합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은 뒤 주요 교단이 탈퇴하면서 한기총이 위기에 몰렸다. 이후 한기총이 인터콥을 회원 교단으로 받아주면서 공생관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 폐쇄명령 조치가 떨어진 상주 BTJ열방센터

한기총 내 원칙에 따라 최 대표도 한기총 공동대표가 됐다. 

그가 지난해 강연에서 한 말은 논란이 됐다. 최 대표는 강연에서 “2015년 3월 빌게이츠와 그 재단이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발표했어요.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건 핵폭탄이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다. (백신으로)DNA를 바꿔서 절대 복종, 공포 없고, 두려움도 없고…. 이 백신을 맞으면 세계가 뭐가 돼? 그들의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지난해 7월 광명의 한 교회에서 ‘사람의 미혹’이라는 주제로 설교할 때 빌 게이츠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기술 부자들이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교육과 사회 체계를 변혁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맞으면
노예 된다”

그는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 전통에서 나온 교육 시스템과 콘텐츠 내용을 기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인간의 미래이고 세계에 낙원을 가져오며, 기술이 기독교 신앙을 소멸한다는 것이다. 여호와 신을 퇴출하고 우리가 왕이라고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려다 실패한 ‘바벨탑’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세계 기술 회사들이 세계 통합을 시도한다면서 “극히 종말적이고 적그리스도적인, 하나님에 대한 저항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테크노 자이언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8월 서천 한 교회에서 ‘시대의 표적을 분별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같은 내용을 또 전파했다. 지난해 빌 게이츠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방역을 칭찬하는 등, 세계가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띄운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한국은 빌 게이츠의 꼬붕(부하) 국가로 전락했다. 한국이 (방역을)제일 잘한다면서 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백신과 달리, 빌 게이츠 얘네가 투자해서 만든 건 DNA 백신이다. 그걸 맞으면 DNA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든다. 절대 복종하는 노예로 만든다. 또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도 다 없어져 버린다. DNA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빌 게이츠가 엄청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려고)고집을 부린다. 루시퍼 신, 태양신 루시퍼가 이집트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노예로 삼았다. 모세가 해방시켜서 끝났지만, 그들의 목적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독교 선교단체인 BTJ 열방센터의 역학조사 방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이 주도자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2일 “보건당국의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불법행위를 지시·주도한 자도 명확히 밝혀 책임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BTJ열방센터 관계자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근 BTJ 열방센터 방문자 중 일부가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방문 사실을 부인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역학조사
방해 의혹

국수본은 “보건당국의 연락이 닿지 않은 BTJ열방센터 방문자에 대해 전국 경찰 관서 신속대응팀(총 8602명)을 투입해 철저하게 소재 확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도 “(BTJ열방센터가)역학조사 방해, 격리조치 위반, 진단검사 방해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행위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음모론 때문에 BTJ열방센터 모임 참가자와 방문자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꺼리고 방역당국을 불신할 수도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경북 상주 BTJ 열방센터(인터콥 운영)에 구상금을 청구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오전 자료를 통해 “국가의 행정명령 위반, 역학조사 거부 및 방역방해 행위 등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의 진료비에 대해 부당이득금 환수 또는 구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교계에 따르면 1983년 설립된 인터콥은 초교파적 해외 선교 기관을 표방한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기독교 복음이 도달하지 않은 ‘미전도종족’ 지역의 개척선교를 수행하는 ‘평신도 전문인 선교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목회자는 물론 해외 선교에 관심이 큰 일반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해외 선교 교육을 하고 현지에 파송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콥에는 의료, 긴급구호, 교육, 찬양예배, IT, 미디어 영상 등 전문 영역에 종사하는 신도들이 선교사로 훈련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2020년 기준 파송 선교사 수가 1400여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TJ열방센터는 인터콥의 선교 훈련 본거지 역할을 한다. 정기적으로 전국에서 모인 신도들이 집회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BTJ는 ‘Back To Jerusalem’(백 투 예루살렘) ‘Back to Jesus’(백 투 지저스)의 약자로 알려져 있다. BTJ열방센터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서면 상용리 봉황산 자락에 있는 대형 기도원으로,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만희를 중심으로 한 신천지와 달리, 인터콥은 평신도 전문인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 평신도들이 인터콥 수련회에 참가해 BTJ열방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활동한다는 것이다. 한때 인터콥은 이슬람권 국가와 공산권 국가에 선교사를 파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프칸 납치사건 연루
이슬람 국가에 파견도

특히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분당 샘물교회 납치 사건 당시, 인터콥 선교사들이 가이드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에 따르면 인터콥은 214개 이상의 전국 중·고등학교에 UBTJ(U=Youth, BTJ=Back To Jerusalem) 모임을 결성해 청소년들 속에 침투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인터콥은 ‘청소년 비전스쿨’이란 명목으로 보호자 동의서를 포함한 신청서를 받는다.
 

▲ 상주 BTJ열방센터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 학년, 출석 교회,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인터콥 참여 여부를 기재하도록 돼있다.

이인규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 대표는 기독교 인터넷 매체인 <당당뉴스>에 기고한 ‘인터콥을 조심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전스쿨에 참가한 청년들이 교회와 직장을 그만두고 인터콥의 선교사로 나가려 하는 문제 때문에 미주의 목회자들이 인터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터콥의 문제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인터콥은 마태복음 24장 14절을 근거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증거되는 것을 예수님 재림의 절대 조건’으로 여기고 가르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천지에 대한 현장 취재를 15년 가까이 해온 변상욱 앵커도 지난 6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BTJ 열방센터와 인터콥에 대해 “정통 개신교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방역 협조 요구를 위해 센터를 방문했다. 그런데 그날은 폐쇄명령을 발동하려고 방문하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신원미상의 건장한 청년들이 정문부터 강하게 막았고 몸싸움이 크게 일어났다. 봉사하는 열방센터 관계자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를 계속 피하는 이유에 대해 강 시장은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곳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라든지 이런 교육이, 여기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나 출입자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실체
감추려고?

이어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은데 지난해 거기 대표라는 분이 각론을 하면서 요새 시중에 많이 떠돌고 있지 않나. 코로나 음모론,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 등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백신을 맞지 말라는 등 코로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전국에 지부가 한 60여개, 해외 지부도 60여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이게 교육받은 사람들이 전부 나와서 검사를 받고 하면 그들 조직 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거기에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 명단 제출 등의 협조요청을 하면 늘 회사에서 회사 대표자에게 결제를 받고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만희 방역방해 무죄, 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횡령과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 일부는 유죄로 판단해 이 총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13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며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총회장이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2월 대구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코로나19 1차 대유행과 관련해 법원이 이 총회장의 방역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번 판결이 이와 유사한 역학조사 방해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역학조사에 대해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 발생 규모, 감염원 추적, 이상 반응 원인 규명 등에 대한 활동으로, 환자의 인적사항, 발병일과 장소, 감염원인 등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제출을 요구한 모든 시설과 명단은 법이 정한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는 법정형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로, 검찰이 이 총회장에 대해 제기한 여러 혐의 중 형량은 가장 낮다.

그러나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근원으로 지목된 신천지에 대해 정부가 코로나19 방역활동을 조직적·계획적으로 방해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해 이 총회장에 대한 구속 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재판은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 판결은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해 2월 18일 이후 330일 만에 내려졌다. 

한편 법원은 이 총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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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