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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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11.16 10:24:58
  • 호수 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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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행 바늘구멍을 뚫어라!

[JSA뉴스] 한국 양궁 대표팀은 오랫동안 세계 정상을 지키며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을 따왔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까닭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본선보다 더 치열하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지난달 29일 그 어렵다는 한국 양궁 대표팀 1, 2차 선발전이 마무리돼 남녀 각 20명씩의 선수들이 추려졌다. 

세계 정상급. 한국 양궁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정확한 수식어는 없다. 특히 여자 단체전의 경우, 단체전이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된 서울 1988부터 리우 2016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리우
금 대기록

한국 양궁 대표팀이 여자 단체전에서 작성한 8회 연속 금메달의 기록은 올림픽 전 종목에서 2위에 해당하는 업적으로, 이보다 앞서는 성적은 미국 대표팀의 남자 수영 4 X 100m 혼계영 9연패 기록뿐이다.

또 4년 전 리우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올림픽 사상 최초로 양궁 전 종목(남녀 개인전 및 단체전, 총 4종목)을 제패하며 위용을 뽐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양궁 선수들이 출중한 기량을 자랑하는 까닭에 올림픽 본선보다 한국 선수들끼리 겨루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치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양궁 대표팀 선발전은 선수들의 실력 경쟁 자체도 쉽지 않지만, 철저한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까다롭기로 이름이 높다.


남녀 각 8명씩 총 16명의 국가대표를 선정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3차례의 선발전이 치러진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경기와 복잡한 채점 방식을 통해 객관적인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한다. 따라서 이전에 아무리 훌륭한 기록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양궁 영재’ 고등학생 김제덕 최종 1위
금메달리스트 장혜진 화려한 부활 신고

실제로 리우 2016 남자 개인전, 단체전 2관왕에 올랐던 구본찬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으며, 원래대로였다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런던 2012 여자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및 리우 2016 여자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에 빛나는 기보배와 리우 2016 여자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장혜진이 나란히 탈락했던 바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순전히 실력에 따라 국가대표를 선발한다는 원칙에 맞게 협회 추천 선수 제도를 전혀 두지 않고 있다. 매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선발전에 반영함으로써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대표팀을 구성하고자 심혈을 기울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전에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1, 2차전 선발전을 면제해줬지만 최근 그 혜택까지 폐지되면서 대표팀으로 향하는 ‘바늘구멍’도 한층 좁아졌다.

지난달 29일 그토록 어려운 2021년 양궁 리커브 대표팀 1, 2차 선발전이 마무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됨에 따라, 2020년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선수들이라도 내년 도쿄에 가기 위한 경쟁을 원점에서 다시 치르게 된 것이다.

경상북도 예천군 진호국제양궁장에서 펼쳐진 이번 선발전에는 국내 대회 기준 기록(남자부 1333점, 여자부 1353점)을 넘긴 선수들이 참가했다. 지난달 24~25일 양일간 진행된 1차전에서는 남자부 101명, 여자부 102명이 6차례의 70m·36발 경기를 치렀고, 남녀 각 64명의 선수들이 2차전으로 향했다.


올림픽 연기
원점서 다시 

남자부에서는 오진혁, 한우탁, 김우진이 1, 2, 3위를 기록했으며 여자부에서는 고등학생 임시현이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가운데 강채영, 장민희가 뒤를 이어 1차전을 통과했다.

1차 선발전이 끝난 뒤 곧바로 치러진 2차 선발전에서는(26~29일) 토너먼트와 기록 경기 등을 통해 산출된 배점의 합계로 남녀 각각 20명을 선발했다. 첫 이틀간 1, 2회전을 통해 남녀 각 32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들이 남은 이틀 동안 3, 4회전을 치렀다. 
 

2회전 종료 후 중간 집계 결과 남자부에서는 오진혁과 김우진이 각각 1, 3위를 기록한 한편 ‘양궁 영재’로 주목받는 고등학생 김제덕이 2위에 올랐으며, 여자부에서는 강채영, 임시현, 정다소미가 차례로 1, 2, 3위를 차지했다. 구본찬은 53위에 그쳐 중도 탈락했으며, 장혜진은 5위로 32위 컷을 통과해 3, 4회전에 진출했다.

2차 선발전의 마지막 단계인 3, 4회전까지 마무리됐을 때,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남자부에서는 2차 선발전 둘째 날까지 2위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은 김제덕이 쟁쟁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최종 1위에 올랐으며, 여자부에서는 장혜진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운 저력을 보이며 1위에 올라 화려한 부활을 신고한 것이다.

선발전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남자부 1위를 지키던 오진혁은 순위가 3위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2차 선발전을 통과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이외에도 김우진(2위), 이우석(4위), 이승윤(5위) 등 기존의 강자들도 상위권에서 3차 선발전으로 향하게 됐다.

1·2차 선발전 남녀 20명씩 선발
3월 3차전서 남녀 8명 최종 결정

여자부에서는 장혜진의 뒤를 이어 정다소미가 2위를 차지했으며, 기존 에이스로 꼽히는 강채영(5위)과 이번 선발전에서 높은 기대를 모았던 신예 임시현(7위)은 3, 4회전에서 약간 주춤했지만 무난히 상위 8명에 이름을 올렸다.

2차 선발전 결과 남녀 각 20명씩, 총 40명의 선수들이 선발됐다. 이 중 남녀 각 상위 8명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동계훈련을 진행하고, 9위부터 20위까지의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한 뒤 내년 3월로 예정된 3차 선발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3차 선발전에서는 남녀 각 8명이 2021년 국가대표로서 최종 결정된다. 다만 3차 선발전까지 통과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으려면 또다시 2~3회의 평가전을 거쳐 최종 엔트리(남녀 각 3명, 총 6명) 포함돼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도쿄 2020으로 향할 주인공이 결정되기까지 앞으로도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양궁 리커브 대표팀 1, 2차 선발전과 함께,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컴파운드 대표팀 선발전도 진행됐다. 컴파운드 대표팀의 경우 리커브와 달리 한 차례의 선발전으로 남녀 각 4명씩 총 8명의 선수들이 최종 확정됐다.


흥미진진
대결 펼쳐

김종호와 소채원이 각각 남자부, 여자부 1위에 올랐다. 이들을 비롯한 컴파운드 대표팀은 앞으로 진천선수촌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올림픽의 경우 리커브 종목만 진행되기 때문에 도쿄에서는 컴파운드 대표팀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다른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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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