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맛 사라진 <라디오스타> 

‘순해서 노잼’ 구태의연한 토크쇼 되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에 기생하듯 5분짜리 토크쇼로 출발한 <라디오스타>. 숙주보다 더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14년째 수요일 밤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으로서 여전히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는 수치를 보이지만, 최근 들어 본연의 색감을 잃고 구태의연한 토크쇼로 변모해가는 모습이다. 
 

▲ 라디오스타 ⓒMBC

국내 예능 장르의 한 주축이었던 토크쇼는 오랜 기간에 걸쳐 명맥이 끊겼다. 다양한 인물을 섭외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쇼가 사라진 배경으로는 게스트의 홍보의 장 또는 해명의 장으로서 존재했다는 점과 뻔한 가십거리에 기대는 모습에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연예인에 대한 신비주의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각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며 종영의 아픔을 겪었다. 

티키타카 실종

수많은 토크쇼가 사라지는 과정에서도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가치를 증명했다. 비슷한 포맷의 KBS2 <해피투게더>마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라스>는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매회 방송이 끝나면 목요일 오전엔 <라스> 출연진의 이름이 거론됐다.

오랜 시간 화제를 모았던 토크쇼는 <라스>가 유일무이하다. 


그런 <라스>마저도 휘청대고 있다.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것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시청률 2%도 간신히 넘기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온라인 빅테이터를 활용해 조사한 미디어 수치에 따르면 <라스>는 예능 부문에서 13위까지 떨어졌다. 국내에 현존하는 최고의 토크쇼라고 하기엔 아쉬운 결과다.

<라스>의 최대 강점은 MC진의 ‘티키타카’(tiki-taka)였다.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단어로 축구 전술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 단어는 <라스>만의 전유물이었다. 워낙 호흡이 좋은 MC진이 짧은 멘트를 서로 주고받는 과정이 강력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MC끼리 서로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 게스트를 놀릴 때도 사용됐다. 스페셜 MC들이 일부 자리를 메울 때도 김국진과 김구라, 윤종신 사이의 10년이 넘는 호흡이 있었기에 <라스> MC진의 티키타카는 때를 가리지 않고 발휘됐다. 
 

▲ 김구라 ⓒMBC

하지만 지난해 10월 MC였던 윤종신이 음악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하차한 뒤부터 말재주를 통한 재미가 반감된 느낌이다. <라스>만의 무기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김구라의 공격적인 언어를 받아 살을 붙이며 흐름을 이어가는 게 윤종신의 장기였던 것.

강력한 웃음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큰 웃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킬 패스’를 보여줬던 윤종신의 부재가 유난히 크게 보인다.

변한 김구라


윤종신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라스> 제작진은 윤종신의 빈 자리를 스페셜 MC 체제로 메우고 있다. 기존에도 스페셜 MC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차태현과 윤종신 두 MC의 공석 중 한 자리만 안영미로 채우고 한 자리는 비워 두고 있다. 

제작진은 각종 방송에서 예능감을 보이거나, 눈길이 가는 신인 등을 섭외하고 있다. 아무리 재밌는 예능인이 MC로 나온다 해도 김구라의 역할은 매우 커진 모양새다. 윤종신은 김구라의 말을 반박하거나 놀리는 면이 있었는데, 김구라와 인연이 깊지 않은 스페셜 MC들은 김구라의 말에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다. 

윤종신 역할 컸나? 문제점 속출
스타 등용문은 옛말 ‘시청률 2%’

그러다 보니 김구라가 대화의 흐름을 타는 멘트를 치는 것이 아닌, 게스트에 대한 새로운 주제와 화제를 계속해서 던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윤종신이 있을 때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갔지만, 최근에는 어딘가 뚝뚝 끊기는 모습이다. 

김구라 못지않은 내공의 전현무가 스페셜 MC로 참여한 지난 10월21일 방송분만이 과거 전성기 때의 <라스>의 진면목이 드러난 편이다. 전현무가 김구라의 말에 토를 달고, 싸움을 유도하면서 대화의 맛이 살아난 덕분이다. 

착한 리액션

안영미는 지난해 3월 차태현이 <라스>에서 하차한 후 스페셜 MC로 나서 맹활약을 한 후 윤종신이 하차한 과정에서 고정 MC로 합류했다. 스페셜 MC 때는 누구보다 활개를 치며 자신의 유능함을 뽐냈던 그이지만, 고정으로 합류한 뒤에는 <라스>의 결과 맞지 않는 리액션을 주로 보인다.

윤종신의 대체자로 합류했지만, 역할은 차태현의 롤과 더 부합한다. 
 

▲ 안영미 ⓒMBC

<라스>는 게스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최소화하는 게 하나의 매력이었다. 게스트가 재미없는 말을 하면 되도록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게스트를 민망하게 했다. 심지어 재미없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고, 게스트의 예능감을 지적하는 예도 많았다. 

선을 타는 MC진의 놀림이 오히려 게스트를 부각하는 효과를 안겨줬다. 지나친 놀림을 받다 못해 울분을 터뜨리거나 독한 폭로를 하는 장면에서 더 큰 재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라스>가 맵고 독한 토크쇼로 분류되는 건 마치 합의를 한 듯 냉소적인 MC들의 태도가 중요한 요소였다.

반면 안영미는 되도록 게스트들의 말에 호응해주고, 그렇게 웃기지 않은 토크에도 최대한 웃어준다. 또 게스트를 향한 김구라의 독설에 ‘에이’라고 하면서 대신 방어를 하기도 한다. 게스트로서는 안영미가 편하고 고마운 존재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오히려 특유의 독하고 매운맛을 중화시키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잃어버린 초심


<라스>를 통해 입담을 인정받은 게스트가 한둘이 아니다. 연예인 대다수가 <라스>에서 재능을 뽐내고 각종 방송으로 뻗어 나갔다. 

최근 <라스>는 ‘스타 발굴’의 기능을 잃어버린 듯하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힘인데, 어느덧 관성에 젖어 그 기능이 옅어지고 있다. <라스>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제작진과 MC진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 14년 동안 여러차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라스>이기에 재기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를 줄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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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