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맛 사라진 <라디오스타> 

‘순해서 노잼’ 구태의연한 토크쇼 되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에 기생하듯 5분짜리 토크쇼로 출발한 <라디오스타>. 숙주보다 더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14년째 수요일 밤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으로서 여전히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는 수치를 보이지만, 최근 들어 본연의 색감을 잃고 구태의연한 토크쇼로 변모해가는 모습이다. 
 

▲ 라디오스타 ⓒMBC

국내 예능 장르의 한 주축이었던 토크쇼는 오랜 기간에 걸쳐 명맥이 끊겼다. 다양한 인물을 섭외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쇼가 사라진 배경으로는 게스트의 홍보의 장 또는 해명의 장으로서 존재했다는 점과 뻔한 가십거리에 기대는 모습에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연예인에 대한 신비주의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각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며 종영의 아픔을 겪었다. 

티키타카 실종

수많은 토크쇼가 사라지는 과정에서도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가치를 증명했다. 비슷한 포맷의 KBS2 <해피투게더>마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라스>는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매회 방송이 끝나면 목요일 오전엔 <라스> 출연진의 이름이 거론됐다.

오랜 시간 화제를 모았던 토크쇼는 <라스>가 유일무이하다. 

그런 <라스>마저도 휘청대고 있다.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것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시청률 2%도 간신히 넘기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온라인 빅테이터를 활용해 조사한 미디어 수치에 따르면 <라스>는 예능 부문에서 13위까지 떨어졌다. 국내에 현존하는 최고의 토크쇼라고 하기엔 아쉬운 결과다.

<라스>의 최대 강점은 MC진의 ‘티키타카’(tiki-taka)였다.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단어로 축구 전술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 단어는 <라스>만의 전유물이었다. 워낙 호흡이 좋은 MC진이 짧은 멘트를 서로 주고받는 과정이 강력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MC끼리 서로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 게스트를 놀릴 때도 사용됐다. 스페셜 MC들이 일부 자리를 메울 때도 김국진과 김구라, 윤종신 사이의 10년이 넘는 호흡이 있었기에 <라스> MC진의 티키타카는 때를 가리지 않고 발휘됐다. 
 

▲ 김구라 ⓒMBC

하지만 지난해 10월 MC였던 윤종신이 음악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하차한 뒤부터 말재주를 통한 재미가 반감된 느낌이다. <라스>만의 무기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김구라의 공격적인 언어를 받아 살을 붙이며 흐름을 이어가는 게 윤종신의 장기였던 것.

강력한 웃음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큰 웃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킬 패스’를 보여줬던 윤종신의 부재가 유난히 크게 보인다.

변한 김구라

윤종신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라스> 제작진은 윤종신의 빈 자리를 스페셜 MC 체제로 메우고 있다. 기존에도 스페셜 MC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차태현과 윤종신 두 MC의 공석 중 한 자리만 안영미로 채우고 한 자리는 비워 두고 있다. 

제작진은 각종 방송에서 예능감을 보이거나, 눈길이 가는 신인 등을 섭외하고 있다. 아무리 재밌는 예능인이 MC로 나온다 해도 김구라의 역할은 매우 커진 모양새다. 윤종신은 김구라의 말을 반박하거나 놀리는 면이 있었는데, 김구라와 인연이 깊지 않은 스페셜 MC들은 김구라의 말에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다. 

윤종신 역할 컸나? 문제점 속출
스타 등용문은 옛말 ‘시청률 2%’

그러다 보니 김구라가 대화의 흐름을 타는 멘트를 치는 것이 아닌, 게스트에 대한 새로운 주제와 화제를 계속해서 던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윤종신이 있을 때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갔지만, 최근에는 어딘가 뚝뚝 끊기는 모습이다. 

김구라 못지않은 내공의 전현무가 스페셜 MC로 참여한 지난 10월21일 방송분만이 과거 전성기 때의 <라스>의 진면목이 드러난 편이다. 전현무가 김구라의 말에 토를 달고, 싸움을 유도하면서 대화의 맛이 살아난 덕분이다. 

착한 리액션

안영미는 지난해 3월 차태현이 <라스>에서 하차한 후 스페셜 MC로 나서 맹활약을 한 후 윤종신이 하차한 과정에서 고정 MC로 합류했다. 스페셜 MC 때는 누구보다 활개를 치며 자신의 유능함을 뽐냈던 그이지만, 고정으로 합류한 뒤에는 <라스>의 결과 맞지 않는 리액션을 주로 보인다.

윤종신의 대체자로 합류했지만, 역할은 차태현의 롤과 더 부합한다. 
 

▲ 안영미 ⓒMBC

<라스>는 게스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최소화하는 게 하나의 매력이었다. 게스트가 재미없는 말을 하면 되도록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게스트를 민망하게 했다. 심지어 재미없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고, 게스트의 예능감을 지적하는 예도 많았다. 

선을 타는 MC진의 놀림이 오히려 게스트를 부각하는 효과를 안겨줬다. 지나친 놀림을 받다 못해 울분을 터뜨리거나 독한 폭로를 하는 장면에서 더 큰 재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라스>가 맵고 독한 토크쇼로 분류되는 건 마치 합의를 한 듯 냉소적인 MC들의 태도가 중요한 요소였다.

반면 안영미는 되도록 게스트들의 말에 호응해주고, 그렇게 웃기지 않은 토크에도 최대한 웃어준다. 또 게스트를 향한 김구라의 독설에 ‘에이’라고 하면서 대신 방어를 하기도 한다. 게스트로서는 안영미가 편하고 고마운 존재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오히려 특유의 독하고 매운맛을 중화시키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잃어버린 초심

<라스>를 통해 입담을 인정받은 게스트가 한둘이 아니다. 연예인 대다수가 <라스>에서 재능을 뽐내고 각종 방송으로 뻗어 나갔다. 

최근 <라스>는 ‘스타 발굴’의 기능을 잃어버린 듯하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힘인데, 어느덧 관성에 젖어 그 기능이 옅어지고 있다. <라스>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제작진과 MC진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 14년 동안 여러차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라스>이기에 재기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를 줄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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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