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오토캠핑 여행지 ②무주 덕유대야영장

넉넉하고 포근한 덕유산을 즐기다

▲ 덕유대야영장 캐러밴 전용 사이트에서 캠핑을 즐기는 부부

우리나라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유산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산’으로 불린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넉넉한 덕유산 자락에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야영장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덕유대야영장이 있다. 면적 96만4631㎡에 자동차야영장 포함 텐트 497동을 수용한다.

▲ 자동차야영장의 호젓한 풍경

매표소를 지나면 일반 자동차야영지와 캐러밴 전용 구역이 있는 자동차야영장(7영지)을 만난다. 자동차야영장은 1993년 면적 2만400㎡에 71동 규모로 조성했으며, 야영장 등급 중 최고인 특급(야영 장비 일체를 빌려주거나 전기 이용이 가능한 대형 영지를 제공하며, 가족 단위 야영객의 이용이 편리한 곳)을 받았다.

캐러밴 전용 구역은 8동으로 캐러밴을 가져오는 캠퍼 전용 공간이다. 다양한 캐러밴이 모여 캠핑카 전시장을 보는 듯하다.

▲ 주차장과 캠핑 사이트가 나란하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한 자동차야영장

편리한 시설

자동차야영장은 편리함이 매력이다. 주차장과 캠핑구역이 나란히 위치해 있어  장비를 부리기 쉽고, 일반야영장과 달리 전기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야영장 입구에는 장작과 참숯 등 캠핑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는 매점이, 중앙에는 취사장과 샤워장, 화장실이 있다.

▲ 아름드리 통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통나무집 전경

구천동어사길 입구를 지나면 체류형 숙박 시설과 일반야영장이 이어진다. 체류형 숙박 시설은 캐러밴, 통나무집, 황토집, 산막 등 4종 28동이다. 황토집 2동과 통나무집 3동은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세웠다. 내부 시설은 깔끔하게 관리된 느낌이다.


특히 통나무집은 아름드리 통나무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지은 지 오래됐음에도 내부에 들어서면 진한 나무 향이 코끝을 스친다.

▲ 숲속 곳곳에 놓인 산막은 아무 시설이 되지 않은 고정형 텐트다.

숲속 곳곳에 산막이 놓였다. 이곳 산막은 아무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고정형 텐트다. 현재 대여할 수 있는 캠핑 장비가 없어 텐트를 제외한 캠핑 장비를 모두 가져와야 한다. 캐러밴은 4인용(4동), 6인용(5동), 8인용(5동) 등 14동이 있다. 캠핑하지 않더라도 캠핑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화장실과 샤워실, 주방과 침실을 갖춰 편리하다.

▲ 화장실과 샤워실, 주방과 침실을 갖춘 캐러밴 내부

▲ 아늑하면서 호젓한 일반야영장의 캠핑 사이트

캐러밴 구역 위로 일반야영장(1~6영지)이 있다. 산막 바로 위 1영지부터 국립공원종복원기술원 식물복원센터 영역을 중심으로 2~5영지가 시계 방향으로 자리 잡아, 6영지가 가장 멀다. 일반야영장은 도로에 차를 대고 캠핑 장비를 옮겨야 하지만, 숲속에 텐트를 치니 아늑하면서도 호젓하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 부딪는 소리, 저녁이면 풀벌레 우는 소리가 감성을 깨운다. 캠핑 장비를 옮기기 부담스럽다면 도로와 가까운 장소를 예약해야 한다.

▲ 덕유대야영장 내 자동차야영장 전경

덕유대야영장은 국립공원공단예약시스템(https://reservation.knps.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매월 1·15일에 예약이 시작된다. 5월1일~11월30일이 성수기이며, 평일에도 예약이 많아 마음에 드는 캠핑장소를 선점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 10번째, 덕유산국립공원
국립공원 야영장 중 가장 큰 규모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매표소에서 출입 명부를 작성하고 발열을 체크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캠핑장소 가운데 50% 정도만 예약을 진행한다. 체류형 숙박 시설(통나무집, 황토집, 캐러밴, 산막)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덕유대야영장 이용 시간은 오후 3시~다음 날 정오, 이용료는 일반야영장 1만2000~1만4000원, 자동차야영장 1만9000원이다. 유튜브 채널 ‘덕유산 일상’을 검색하면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준비한 비대면 탐방 프로그램과 각종 홍보 영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구천동어사길에서 만난 구천동22경 금포탄

덕유대야영장 곁으로는 구천동계곡을 따라 백련사를 거쳐 덕유산 향적봉까지 오르는 등산로가 이어져 덕유산을 제대로 즐기기 좋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이 암행어사 박문수 이야기가 전해지는 구천동어사길이다. 백련사까지 가는 옛길로, 덕유마을이 형성되기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이용했다.

길이 완만하고 울창한 숲과 계곡이 어우러져 걷다 보면 힐링이 된다. 구천동16경 인월담부터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금포탄, 호탄암 등 구천동33경이 이어진다. 구천동어사길은 현재 안심대까지 3.3km를 복원했고, 올해 말 전 구간을 복원할 예정이다.

▲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무풍승지마을에서 사과 따기 체험을 진행한다.

구천동33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나제통문을 지나 무풍면으로 여정을 이어가자. ‘전쟁이나 천재지변에도 안심할 수 있는’ 십승지 가운데 한 곳이 무풍면 일원으로, 십승지를 주제로 무풍승지마을을 조성했다. 가을이면 빨갛게 사과가 익어가는 이곳에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사과 따기 체험을 진행한다.

무풍승지마을 일원에서 수확하는 사과, 표고버섯, 호두를 이용한 사과피자 만들기도 흥미롭다. 체험은 방문하기 전에 문의·예약해야 한다.

▲ 로컬 푸드로 건강한 음식을 내는 ‘샹그릴라레스토랑’의 자연치유밥상

무풍승지마을에는 건강한 로컬 푸드를 내는 ‘샹그릴라레스토랑’이 있다. 자연치유밥상, 면역력증진밥상 등 메뉴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신선한 자연 바람으로 말린 호박고지를 넣은 호박고지전골이 독특하다. 전골 국물은 한약재와 해산물 등 다양한 재료로 우려내며,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부드럽고 고소한 호박고지 맛이 일품이다.

▲ 무주의 지질 명소, 용추폭포

구천동어사길

안성면 칠연계곡에 아름다운 용추폭포가 있다. 지난해 7월 진안·무주국가지질공원이 탄생했는데, 용추폭포는 무주의 지질 명소 가운데 하나다. 칠연계곡 하류에 자리한 용추폭포는 선캄브리아기 화강편마암 절리가 폭포수의 침식작용으로 암반이 떨어져 나가면서 계단 같은 지형이 형성됐다. 계단식 폭포와 그 아래 넓은 소, 주변의 울창한 숲이 어울리고, 폭포 뒤로 망봉이 우뚝 솟아 한 폭의 그림 같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무풍승지마을→무주덕유산리조트 관광곤돌라→덕유산 향적봉→덕유대야영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나제통문→무풍승지마을→무주구천동 파회·수심대 일원→덕유대야영장
둘째 날: 구천동어사길→무주덕유산리조트 관광곤돌라→덕유산 향적봉→용추폭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무주관광안내소 http://tour.muju.go.kr
- 국립공원공단예약시스템(덕유대야영장) https://reservation.knps.or.kr
- 국립공원(덕유산국립공원) www.knps.or.kr
- 무풍승지마을 www.hyumupung.co.kr 

문의 전화
- 무주군청 관광진흥과 063)324-2114
- 덕유대야영장 063)322-3173
- 덕유산국립공원 063)322-3174
- 무풍승지마을 063)324-5129 


대중교통
[버스] 서울-무주,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5회(09:20~18:00) 운행, 2시간30분 소요. 무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구천동행 버스 이용, 구천동정류소 하차, 덕유산국립공원 방면으로 도보 약 500m. 서울-구천동,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회(16: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구천동정류소에서 덕유산국립공원 방면으로 도보 약 50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무주공용버스터미널 063)322-2245, 무진장여객 063)433-5283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 IC→가림교차로에서 장수·진안 방면 좌회전, 7.6km→사산교차로에서 덕유산국립공원 방면 좌회전, 10.3km→배방교차로에서 무주덕유산리조트 방면 고가 진입, 3.5km→삼공삼거리에서 덕유산국립공원 방면 우회전, 1.2km 직진 후 우회전→덕유대야영장

숙박 정보
- 무주리조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설천면 구천동로, 063)322-0770, www.무주리조텔.com
- 다숲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설천면 구천동1로, 063)322-3379, www.dasup.kr 
- H힐스리조트: 무풍면 구천동로, 1600-0692, www.hhillsresort.co.kr 
- 나봄리조트: 설천면 월곡길, 063)322-6400, www.nabomresort.com 
- 무주덕유산리조트: 설천면 만선로, 063) 322-9000, www.mdysresort.com
- 무풍승지마을: 무풍면 철목길, 063)324-5129, www.hyumupung.co.kr

식당 정보
- 천마루(해물갈비짬뽕): 안성면 장무로, 063)322-0433, www.1000maru.co.kr 
- 샹그릴라레스토랑(자연치유밥상): 무풍면 철목1길, 063)324-5129 
- 맷돌손순두부(능이버섯순두부): 적상면 치마재로, 063)324-4790 
- 천지가든(비빔밥정식): 무주읍 괴목로, 063)322-3456 
- 산들애(능이버섯전골): 설천면 만선1로, 063) 324-1611, www.mujuae.com 
- 무주뚝배기(가마솥설렁탕): 설천면 관동길, 063)322-3097

주변 볼거리
덕유산자연휴양림, 칠연폭포, 칠연의총, 무주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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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