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추억> 2012 런던 한국 남자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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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10.19 10:16:46
  • 호수 12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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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한 8년 전 기억

▲ 헹가래 받는 홍명보 감독

[JSA뉴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도 국제무대에서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더욱이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둔 U-23 대표팀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고, 기성용·구자철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었던 만큼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죽음의 조

2012 런던올림픽까지 7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쓴 한국 대표팀이었지만 역대 최고 성적은 8강 진출로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회를 앞두고 남자 축구 대표팀은 64년 전 ‘1948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해 열악한 상황 가운데 8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뤘던 기억을 살려, 다시 한 번 런던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메달을 향한 한국 대표팀의 여정은 조별예선부터 쉽지 않았다. 한국은 멕시코, 스위스, 가봉과 함께 절대적인 강자도 약자도 없는 죽음의 조에서 8강 진출을 두고 경쟁했다. 결국 조별예선에서 1승 2무를 거둬 8강에 오르기는 했지만, 조 2위였기 때문에 A조 1위이자 개최국인 영국과 준결승을 두고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조별예선에서 공격력 부족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한국이었지만 영국과의 8강전에서는 지동원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결국 후반전에서 동점골을 허용한 뒤 연장전까지 어느 쪽도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승부차기로 준결승 진출팀이 가려지게 되었다. 이범영의 선방에 힘입어 4강에 오른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한 기세를 몰아 결승에 대한 의지를 다졌으나, 브라질에 완패하고 3·4위전으로 향했다.

한국축구 사상 최초 올림픽 시상
3·4위전 숙적 일본 꺾고 동메달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을 기다리고 있던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3·4위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동메달을 획득해야만 U-23 대표팀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상대와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었다. 경기는 킥오프 직후부터 한일전답게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됐고, 양팀 선수들 모두 거친 파울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체격 조건을 토대로 일본을 압박하던 한국은 전반 37분 마침내 선제골을 터뜨렸다. 와일드카드로 선발됐지만 조별예선과 8강전, 4강전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박주영의 득점이었기에 더욱 반가운 골이었다. 

후반전에 터진 한국의 추가골에서도 박주영의 수훈이 빛났다. 박주영의 패스를 받은 구자철이 두 번째 득점을 터뜨리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던 것이다.

일본은 두 골을 허용한 뒤 총공세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경기가 종료됐고, 한국 선수들은 한일전 승리와 동메달에 더해 병역특례까지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올림픽 대표팀은 만23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들도 대회 이후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더욱이 병역에 대한 고민까지 덜어내면서 더 넓은 무대로 진출해 활약한 선수들도 있었다.
 

기성용은 올림픽 직후 소속팀 셀틱을 떠나 스완지시티로 이적을 확정하며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고, 잉글랜드·스페인 등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7월 고향팀 FC서울로 복귀해 K리그에서 뛰고 있다.

구자철은 오랫동안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05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후 현재는 카타르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2012 런던올림픽 조별예선 도중 카디프시티 이적이 발표됐던 김보경은 유럽 무대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씻고 현재는 K리그 최강팀 전북의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세 선수 외에도 박종우, 이범영, 남태희 등 올림픽 동메달에 공을 세웠던 선수들도 국내외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제는 현역 활동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2012년 U-23 대표팀의 뒤를 이어 내년 도쿄에서 한국 남자 축구의 위상을 드높일 선수는 누가 있을까. 그간 연령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한 선수들은 물론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어줄 신예의 등장도 기다려진다.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과 같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경우 병역특례의 대상이 되기에 이동경, 원두재, 엄원상 등 현재 K리그에서 뛰면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선수들의 각오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파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 정우영, 이승우 등도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활약을 통해 소속팀에서 더욱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 얼굴들

여기에 송범근, 김진야, 오세훈 등 그동안 연령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과 권창훈, 구성윤, 정승현과 같이 와일드카드 선발을 노리는 선수들이 더해진다면 8년 전 올림픽에서의 기억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시즌 폭발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K리그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떠오른 송민규도 U-23 대표팀의 새로운 얼굴로 활약하리라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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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