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새바람’ 예능 뉴 페이스6 

‘대체 불가’ 개성으로 웃기는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계는 언제나 ‘뉴 페이스’를 갈망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주목받는 인물 역시 다변화되는 가운데, 최근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가수 제시와 UDT 출신 이근, 골프 선수 출신 박세리와 농구 선수 및 감독 출신 현주엽, 개그맨 최양락, 배우 이상엽이 그들이다. 예능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여섯 스타의 매력을 짚어봤다. 
 

▲ 가수 제시

요즘 예능서 관심을 받는 것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10~20대 대다수가 TV보다는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하며, 소위 ‘매운맛’이라 불리는 방송은 BJ나 유튜브 스트리머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후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 토크쇼서 이전만큼 새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특출한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야 대중의 관심을 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리만큼 어렵다. 

그런 가운데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으로 예능 대세로 떠오른 인물들이 있다. 제시, 이근, 박세리, 현주엽, 최양락, 이상엽 등이다. 플랫폼 홍수 속을 뚫고 나온 이들의 매력 비결은 무엇일까. 

망나니 
제시

TV와 유튜브는 둘 다 미디어지만 결이 다른 플랫폼이다.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는 대다수를 흡수하는 대중적인 스타일을 요구하고, 타깃이 분명한 유튜브는 더 솔직하고 숨김없는 방송을 원한다. 스타일이 워낙 다른 편이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제시에게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 보인다. MBC <놀면뭐하니?-환불원정대>와 tvN <식스센스>서 맹활약하는 것은 물론, 유튜브 웹 예능 ‘제시의 쇼터뷰’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다. 


제시의 매력은 유재석이 언급한 ‘예능 망나니’ 기질에 있다. 조선 시대 사형 집행수였던 망나니는 겁에 질린 사형수의 혼을 빼놓는 칼춤을 췄는데, 제시가 예능서 활약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청자들은 물론 같이 출연하는 사람들마저도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는 드립은 물론, 출연자의 이름을 잘못 안 채로 오랜 시간 촬영하며, 서툰 한국말로 인해 시종일관 토크의 맥을 끊는다. 가슴에 대한 자부심이 커 ‘19금 토크’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사진을 찍을 땐 엉덩이를 부각시킨다. 교포로 지내다가 받은 상처가 있어선지 누군가 놀리기라도 하면 “교포 무시하지마”라며 득달같이 달려들기도 한다. 

개그맨 뺨치는 가수·운동선수 출신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타일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제시가 가진 진정성 덕분이다. 누구 앞에서든 당당하며,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할 줄 알면서도 타인을 쉽게 비방하지는 않는다. 되도록 상대의 매력을 치켜세운다.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을 줄 알며, 잘못이 있을 땐 곧 바로 인정한다. 

<식스센스> 3화서 제시가 자신의 행동이 무례해 보일까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자 유재석은 “대중은 제시의 진심이 뭔지 알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유재석의 예견은 그대로 적중한 듯하다. 
 

▲ 이근 대위 ⓒ유뷰트

온라인을 살펴보면 솔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대중이 이미 충분히 인지한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제시의 쇼터뷰’가 회당 수백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만 봐도 대중이 그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진짜 사나이
이근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유튜브 밀리터리 예능 ‘가짜 사나이’의 최대 수혜자는 이근 대위다. “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와 같은 유행어를 숱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가짜 사나이’ 내에 있는 그의 모든 장면은 레전드로 통한다. 

한국 해군특수전 전단과 미국 해군 특수부대 경험을 살려 전술, 생존술,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 일가견이 있다. 이라크 파병과 세월호 참사 잠수 구조대와 같은 대형 사건 경험이 있는 그는 대체 불가한 독보적인 캐릭터다. 

선 굵은 외모와 근육질 몸매 등 훌륭한 외형과 특별한 정신력, 스마트함까지 갖춘 그는 다소 서툰 한국어 능력으로 인간미까지 드러낸다.

‘가짜 사나이’ 이후 JTBC <장르만 코미디> SBS <집사부일체> 등 굵직한 예능서 그를 찾았고 최근에는 MBC <라디오스타> 촬영도 마쳤다.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비롯한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으며, 유튜브 예능 ‘제시의 쇼터뷰’는 6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 출연해 김이나 작사가와 나눈 대화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그가 가는 곳마다 화제가 잇따른다. 강인한 남성미와 상반되게 여성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스위트한 젠틀맨의 모습을 선보인다. 

어떤 질문에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며, 생존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설명할 때는 프로의식이 엿보인다. 은근하게 유머를 구사하기도 하며 때로 너무 진지하게 몰입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만들기도 하는 그는 올해 가장 빛나는 예능인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리치리치 언니
박세리 

1998년 US 오픈서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보기 좋게 샷을 날린다. 이 장면은 22년이 지난 지금도 애국가를 BGM으로 깔고 여기저기서 재생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5회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골프계의 산 역사기도 한 그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으니, 바로 ‘리치리치 언니’다. 한국서 벌어들인 모든 수입은 부모님께 드리고 미국서 벌어들인 상금만으로 생활했다고 밝힌 그의 총 상금액은 140억원. 
 

▲ 전 프로골퍼 박세리 ⓒ호연지기

MBC <나 혼자 산다>와 E채널 <노는 언니>서 그의 플렉스가 여실히 드러난다. 타 종목 여성 스포츠 선수들과 여행 다니며 게임을 펼치는 <노는 언니>서 장을 볼 때는 “사고 싶은 거 다 사”라고 호쾌하게 지시하고, 주전부리를 잔뜩 챙겨가기도 한다. 먹을 때만큼은 늘 넉넉하게 깔아놓고 전투력을 발휘한다. <나혼자 산다>서 김민경의 집들이 선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조경을 선물하는 그다. 

단순히 돈이 많아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후배들과 게임할 때는 강력한 승부욕을 발휘하며, 어떤 게임이든 열정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몸에 녹아 있다. 말로는 툴툴거리고 귀찮아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시작하면 책임감이 엿보인다. 


또 어디서나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포용한다. 후배들이 고충을 털어놓으면 꼰대스러운 해법을 대충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듣고 먼저 공감하려 한다.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무례할 수 있는 발언에 “인연이 있으면 나타나겠죠”라며 무심하게 답하는 모습에선 솔로로서의 당찬 태도도 엿보인다. 

“모든 트러블샷에는 위험부담이 있는데 그걸 두려워하면 절대 그 자리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이 예능서도, 사람을 상대할 때도 통하는 모양새다. 골프 이외의 영역서 새롭게 도전하는 박세리. 그의 당당함에 대중이 빠져들고 있다. 

잘 먹는
현주엽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자 프로농구단 LG 세이커스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현주엽의 무기는 먹기다. 현역 시절 하마를 닮았고, NBA LA레이커스의 매직 존슨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붙여진 ‘매직 히포’는 농구 코트가 아닌 식사 테이블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KBS2 <배틀트립>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종전 최고였던 가수 테이의 기록을 무참히 깨버리는 엄청난 먹방을 재현한 것. 이틀 사이에 60인분을 해치워버린 그에게 제작진은 백기를 들었다. 
 

▲ 현주엽 전 프로농구 감독

이후 그는 Olive <원나잇 푸드트립>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서 먹방을 선보인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라 불리며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닌 국가대표 10년 경력의 농구계의 영웅은 이제 여자 아이돌로부터 ‘선배님’이라 불리며,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저 ‘잘 먹는 개그맨’으로만 인지된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지만 김구라 못지않은 독설가다. JTBC <뭉쳐야 산다>에 출연 중인 허재를 만나 “형이 구멍이다” “정형돈과 김성주, 안정환이 허재는 안 나오는 게 낫다고 한다”며 깐족대고, 서장훈이 일본 선수를 좋아했었던 과거를 거침없이 폭로한다. 농구 감독을 역임할 때는 카메라가 돌고 있든 아니든, 욕설을 뱉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마초의 향기가 짙지만 아내 눈치를 보는 건 다른 남편들과 다르지 않으며 농구 선후배들과 갈등 없이 편하게 지낸다. 자신을 놀려도 늘 웃음으로 화답하며, 매사 자신감이 넘친다. 

매맞는 남편
최양락

방송가는 꾸준히 그를 찾는다. 특히 새롭게 론칭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서 김원희와 함께 MC를 맡으면서, 방송인으로의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출연자의 오랜 친구를 찾아주는 방송이지만, 화제는 현주엽의 먹방으로 귀결된다. 

강력한 솔직함으로 무장한 토크와 이영자 못지않은 음식 리액션을 보이는 그는 이미 연예인으로 변모한 서장훈, 안정환, 허재를 이을 대형 스포테이너의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1962년생 최양락의 나이는 만 58세다. 곧 환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다.

과거 1980년대 KBS2 <유머일번지>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한동안 무대를 떠났던 그는 SBS <야심만만>서 맹활약을 펼친 뒤 단발머리를 하고 ‘알까기’ 코너를 만들어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가 <야심만만>과 <해피투게더> 등에서 펼친 화려한 입담쇼는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된다. 

그런 그가 환갑을 앞두고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를 통해서다. 개그맨 개그우먼 커플 중 아직까지 이혼 1호 커플이 나오지 않아서 붙여진 이 프로그램서 최양락은 제3의 전성기로 도약 중이다. 

옆집 언니·오빠 컨셉
돈 자랑도 서슴지 않아 

아내 팽현숙에게 혼나고, 머리를 잡히고 육두문자가 섞인 욕을 먹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화가 단단히 난 아내에게 끊임없이 깐족대면서 화를 자초한다. 그 모습이 꼭 거북하게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귀엽기까지 해 ‘초코양락’으로 불린다. 

방송 초반에만 하더라도 팽현숙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뭇매를 맞기 일쑤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아내를 챙기고, 부탁을 정성껏 들어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줄이면서까지,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 개그맨 최양락

그 과정서 입담은 끊임없이 발휘된다. 특히 상대를 놀리는 것은 가히 최고다. 김학래, 임하룡 등 개그계 선배 앞에서는 더 독해진다. 놀라운 건 그의 깐족거림에 결국 상대도 웃음을 보인다는 것. 수십년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최양락의 유머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영글어가고 있다. 

신예 스타
이상엽 

말끔한 인상의 배우 이상엽이 출연한 KBS2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배우 이병헌의 아내로도 잘 알려진 이민정과 극 중 어머니였던 김보연 등 선배 배우들과 훌륭한 호흡을 선보이며 중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드라마 성공을 알린 이상엽은 앞서 각종 예능서 예능감을 선보였다. 특히 그의 장기는 성대모사다.

SBS <강심장>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우성 성대모사를 완벽히 보여준 것에 이어 김영철과 장혁, 이병헌, 유해진, 김명민, 이정재, 이선균, 송강호 등 이름만 대면 순발력 있게 성대모사를 해낸다. 급조한 티가 남에도 상당히 비슷한 축에 속한다. 각 배우들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성대모사뿐 아니라 다양한 예능서도 끼를 발산한다. SBS <런닝맨>과 JTBC <아는 형님>과 같은 버라이어티 방송서도 그는 완벽히 녹아든다. 

최근 론칭한 <식스센스> 1회 게스트로 나와 제시의 무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솔직한 리액션으로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가짜를 찾아내는 분석력까지 드러내며 스마트한 면모를 보였다.

또 SBS <인터뷰게임>에서는 MC를 맡아 이영자, 김나영과 함께 안정된 진행을 맡고 있다. 다소 묵직한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서 공감을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첫 진행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배우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모두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이상엽의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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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