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새바람’ 예능 뉴 페이스6 

‘대체 불가’ 개성으로 웃기는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계는 언제나 ‘뉴 페이스’를 갈망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주목받는 인물 역시 다변화되는 가운데, 최근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가수 제시와 UDT 출신 이근, 골프 선수 출신 박세리와 농구 선수 및 감독 출신 현주엽, 개그맨 최양락, 배우 이상엽이 그들이다. 예능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여섯 스타의 매력을 짚어봤다. 
 

▲ 가수 제시

요즘 예능서 관심을 받는 것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10~20대 대다수가 TV보다는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하며, 소위 ‘매운맛’이라 불리는 방송은 BJ나 유튜브 스트리머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후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 토크쇼서 이전만큼 새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특출한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야 대중의 관심을 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리만큼 어렵다. 

그런 가운데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으로 예능 대세로 떠오른 인물들이 있다. 제시, 이근, 박세리, 현주엽, 최양락, 이상엽 등이다. 플랫폼 홍수 속을 뚫고 나온 이들의 매력 비결은 무엇일까. 

망나니 
제시

TV와 유튜브는 둘 다 미디어지만 결이 다른 플랫폼이다.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는 대다수를 흡수하는 대중적인 스타일을 요구하고, 타깃이 분명한 유튜브는 더 솔직하고 숨김없는 방송을 원한다. 스타일이 워낙 다른 편이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제시에게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 보인다. MBC <놀면뭐하니?-환불원정대>와 tvN <식스센스>서 맹활약하는 것은 물론, 유튜브 웹 예능 ‘제시의 쇼터뷰’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다. 


제시의 매력은 유재석이 언급한 ‘예능 망나니’ 기질에 있다. 조선 시대 사형 집행수였던 망나니는 겁에 질린 사형수의 혼을 빼놓는 칼춤을 췄는데, 제시가 예능서 활약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청자들은 물론 같이 출연하는 사람들마저도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는 드립은 물론, 출연자의 이름을 잘못 안 채로 오랜 시간 촬영하며, 서툰 한국말로 인해 시종일관 토크의 맥을 끊는다. 가슴에 대한 자부심이 커 ‘19금 토크’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사진을 찍을 땐 엉덩이를 부각시킨다. 교포로 지내다가 받은 상처가 있어선지 누군가 놀리기라도 하면 “교포 무시하지마”라며 득달같이 달려들기도 한다. 

개그맨 뺨치는 가수·운동선수 출신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타일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제시가 가진 진정성 덕분이다. 누구 앞에서든 당당하며,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할 줄 알면서도 타인을 쉽게 비방하지는 않는다. 되도록 상대의 매력을 치켜세운다.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을 줄 알며, 잘못이 있을 땐 곧 바로 인정한다. 

<식스센스> 3화서 제시가 자신의 행동이 무례해 보일까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자 유재석은 “대중은 제시의 진심이 뭔지 알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유재석의 예견은 그대로 적중한 듯하다. 
 

▲ 이근 대위 ⓒ유뷰트

온라인을 살펴보면 솔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대중이 이미 충분히 인지한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제시의 쇼터뷰’가 회당 수백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만 봐도 대중이 그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진짜 사나이
이근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유튜브 밀리터리 예능 ‘가짜 사나이’의 최대 수혜자는 이근 대위다. “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와 같은 유행어를 숱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가짜 사나이’ 내에 있는 그의 모든 장면은 레전드로 통한다. 

한국 해군특수전 전단과 미국 해군 특수부대 경험을 살려 전술, 생존술,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 일가견이 있다. 이라크 파병과 세월호 참사 잠수 구조대와 같은 대형 사건 경험이 있는 그는 대체 불가한 독보적인 캐릭터다. 

선 굵은 외모와 근육질 몸매 등 훌륭한 외형과 특별한 정신력, 스마트함까지 갖춘 그는 다소 서툰 한국어 능력으로 인간미까지 드러낸다.

‘가짜 사나이’ 이후 JTBC <장르만 코미디> SBS <집사부일체> 등 굵직한 예능서 그를 찾았고 최근에는 MBC <라디오스타> 촬영도 마쳤다.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비롯한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으며, 유튜브 예능 ‘제시의 쇼터뷰’는 6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 출연해 김이나 작사가와 나눈 대화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그가 가는 곳마다 화제가 잇따른다. 강인한 남성미와 상반되게 여성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스위트한 젠틀맨의 모습을 선보인다. 

어떤 질문에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며, 생존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설명할 때는 프로의식이 엿보인다. 은근하게 유머를 구사하기도 하며 때로 너무 진지하게 몰입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만들기도 하는 그는 올해 가장 빛나는 예능인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리치리치 언니
박세리 

1998년 US 오픈서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보기 좋게 샷을 날린다. 이 장면은 22년이 지난 지금도 애국가를 BGM으로 깔고 여기저기서 재생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5회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골프계의 산 역사기도 한 그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으니, 바로 ‘리치리치 언니’다. 한국서 벌어들인 모든 수입은 부모님께 드리고 미국서 벌어들인 상금만으로 생활했다고 밝힌 그의 총 상금액은 140억원. 
 

▲ 전 프로골퍼 박세리 ⓒ호연지기

MBC <나 혼자 산다>와 E채널 <노는 언니>서 그의 플렉스가 여실히 드러난다. 타 종목 여성 스포츠 선수들과 여행 다니며 게임을 펼치는 <노는 언니>서 장을 볼 때는 “사고 싶은 거 다 사”라고 호쾌하게 지시하고, 주전부리를 잔뜩 챙겨가기도 한다. 먹을 때만큼은 늘 넉넉하게 깔아놓고 전투력을 발휘한다. <나혼자 산다>서 김민경의 집들이 선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조경을 선물하는 그다. 

단순히 돈이 많아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후배들과 게임할 때는 강력한 승부욕을 발휘하며, 어떤 게임이든 열정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몸에 녹아 있다. 말로는 툴툴거리고 귀찮아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시작하면 책임감이 엿보인다. 


또 어디서나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포용한다. 후배들이 고충을 털어놓으면 꼰대스러운 해법을 대충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듣고 먼저 공감하려 한다.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무례할 수 있는 발언에 “인연이 있으면 나타나겠죠”라며 무심하게 답하는 모습에선 솔로로서의 당찬 태도도 엿보인다. 

“모든 트러블샷에는 위험부담이 있는데 그걸 두려워하면 절대 그 자리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이 예능서도, 사람을 상대할 때도 통하는 모양새다. 골프 이외의 영역서 새롭게 도전하는 박세리. 그의 당당함에 대중이 빠져들고 있다. 

잘 먹는
현주엽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자 프로농구단 LG 세이커스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현주엽의 무기는 먹기다. 현역 시절 하마를 닮았고, NBA LA레이커스의 매직 존슨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붙여진 ‘매직 히포’는 농구 코트가 아닌 식사 테이블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KBS2 <배틀트립>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종전 최고였던 가수 테이의 기록을 무참히 깨버리는 엄청난 먹방을 재현한 것. 이틀 사이에 60인분을 해치워버린 그에게 제작진은 백기를 들었다. 
 

▲ 현주엽 전 프로농구 감독

이후 그는 Olive <원나잇 푸드트립>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서 먹방을 선보인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라 불리며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닌 국가대표 10년 경력의 농구계의 영웅은 이제 여자 아이돌로부터 ‘선배님’이라 불리며,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저 ‘잘 먹는 개그맨’으로만 인지된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지만 김구라 못지않은 독설가다. JTBC <뭉쳐야 산다>에 출연 중인 허재를 만나 “형이 구멍이다” “정형돈과 김성주, 안정환이 허재는 안 나오는 게 낫다고 한다”며 깐족대고, 서장훈이 일본 선수를 좋아했었던 과거를 거침없이 폭로한다. 농구 감독을 역임할 때는 카메라가 돌고 있든 아니든, 욕설을 뱉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마초의 향기가 짙지만 아내 눈치를 보는 건 다른 남편들과 다르지 않으며 농구 선후배들과 갈등 없이 편하게 지낸다. 자신을 놀려도 늘 웃음으로 화답하며, 매사 자신감이 넘친다. 

매맞는 남편
최양락

방송가는 꾸준히 그를 찾는다. 특히 새롭게 론칭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서 김원희와 함께 MC를 맡으면서, 방송인으로의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출연자의 오랜 친구를 찾아주는 방송이지만, 화제는 현주엽의 먹방으로 귀결된다. 

강력한 솔직함으로 무장한 토크와 이영자 못지않은 음식 리액션을 보이는 그는 이미 연예인으로 변모한 서장훈, 안정환, 허재를 이을 대형 스포테이너의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1962년생 최양락의 나이는 만 58세다. 곧 환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다.

과거 1980년대 KBS2 <유머일번지>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한동안 무대를 떠났던 그는 SBS <야심만만>서 맹활약을 펼친 뒤 단발머리를 하고 ‘알까기’ 코너를 만들어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가 <야심만만>과 <해피투게더> 등에서 펼친 화려한 입담쇼는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된다. 

그런 그가 환갑을 앞두고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를 통해서다. 개그맨 개그우먼 커플 중 아직까지 이혼 1호 커플이 나오지 않아서 붙여진 이 프로그램서 최양락은 제3의 전성기로 도약 중이다. 

옆집 언니·오빠 컨셉
돈 자랑도 서슴지 않아 

아내 팽현숙에게 혼나고, 머리를 잡히고 육두문자가 섞인 욕을 먹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화가 단단히 난 아내에게 끊임없이 깐족대면서 화를 자초한다. 그 모습이 꼭 거북하게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귀엽기까지 해 ‘초코양락’으로 불린다. 

방송 초반에만 하더라도 팽현숙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뭇매를 맞기 일쑤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아내를 챙기고, 부탁을 정성껏 들어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줄이면서까지,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 개그맨 최양락

그 과정서 입담은 끊임없이 발휘된다. 특히 상대를 놀리는 것은 가히 최고다. 김학래, 임하룡 등 개그계 선배 앞에서는 더 독해진다. 놀라운 건 그의 깐족거림에 결국 상대도 웃음을 보인다는 것. 수십년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최양락의 유머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영글어가고 있다. 

신예 스타
이상엽 

말끔한 인상의 배우 이상엽이 출연한 KBS2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배우 이병헌의 아내로도 잘 알려진 이민정과 극 중 어머니였던 김보연 등 선배 배우들과 훌륭한 호흡을 선보이며 중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드라마 성공을 알린 이상엽은 앞서 각종 예능서 예능감을 선보였다. 특히 그의 장기는 성대모사다.

SBS <강심장>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우성 성대모사를 완벽히 보여준 것에 이어 김영철과 장혁, 이병헌, 유해진, 김명민, 이정재, 이선균, 송강호 등 이름만 대면 순발력 있게 성대모사를 해낸다. 급조한 티가 남에도 상당히 비슷한 축에 속한다. 각 배우들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성대모사뿐 아니라 다양한 예능서도 끼를 발산한다. SBS <런닝맨>과 JTBC <아는 형님>과 같은 버라이어티 방송서도 그는 완벽히 녹아든다. 

최근 론칭한 <식스센스> 1회 게스트로 나와 제시의 무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솔직한 리액션으로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가짜를 찾아내는 분석력까지 드러내며 스마트한 면모를 보였다.

또 SBS <인터뷰게임>에서는 MC를 맡아 이영자, 김나영과 함께 안정된 진행을 맡고 있다. 다소 묵직한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서 공감을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첫 진행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배우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모두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이상엽의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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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