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새바람’ 예능 뉴 페이스6 

‘대체 불가’ 개성으로 웃기는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계는 언제나 ‘뉴 페이스’를 갈망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주목받는 인물 역시 다변화되는 가운데, 최근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가수 제시와 UDT 출신 이근, 골프 선수 출신 박세리와 농구 선수 및 감독 출신 현주엽, 개그맨 최양락, 배우 이상엽이 그들이다. 예능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여섯 스타의 매력을 짚어봤다. 
 

▲ 가수 제시

요즘 예능서 관심을 받는 것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10~20대 대다수가 TV보다는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하며, 소위 ‘매운맛’이라 불리는 방송은 BJ나 유튜브 스트리머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후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 토크쇼서 이전만큼 새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특출한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야 대중의 관심을 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리만큼 어렵다. 

그런 가운데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으로 예능 대세로 떠오른 인물들이 있다. 제시, 이근, 박세리, 현주엽, 최양락, 이상엽 등이다. 플랫폼 홍수 속을 뚫고 나온 이들의 매력 비결은 무엇일까. 

망나니 
제시

TV와 유튜브는 둘 다 미디어지만 결이 다른 플랫폼이다.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는 대다수를 흡수하는 대중적인 스타일을 요구하고, 타깃이 분명한 유튜브는 더 솔직하고 숨김없는 방송을 원한다. 스타일이 워낙 다른 편이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제시에게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 보인다. MBC <놀면뭐하니?-환불원정대>와 tvN <식스센스>서 맹활약하는 것은 물론, 유튜브 웹 예능 ‘제시의 쇼터뷰’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다. 

제시의 매력은 유재석이 언급한 ‘예능 망나니’ 기질에 있다. 조선 시대 사형 집행수였던 망나니는 겁에 질린 사형수의 혼을 빼놓는 칼춤을 췄는데, 제시가 예능서 활약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청자들은 물론 같이 출연하는 사람들마저도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는 드립은 물론, 출연자의 이름을 잘못 안 채로 오랜 시간 촬영하며, 서툰 한국말로 인해 시종일관 토크의 맥을 끊는다. 가슴에 대한 자부심이 커 ‘19금 토크’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사진을 찍을 땐 엉덩이를 부각시킨다. 교포로 지내다가 받은 상처가 있어선지 누군가 놀리기라도 하면 “교포 무시하지마”라며 득달같이 달려들기도 한다. 

개그맨 뺨치는 가수·운동선수 출신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타일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제시가 가진 진정성 덕분이다. 누구 앞에서든 당당하며,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할 줄 알면서도 타인을 쉽게 비방하지는 않는다. 되도록 상대의 매력을 치켜세운다.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을 줄 알며, 잘못이 있을 땐 곧 바로 인정한다. 

<식스센스> 3화서 제시가 자신의 행동이 무례해 보일까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자 유재석은 “대중은 제시의 진심이 뭔지 알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유재석의 예견은 그대로 적중한 듯하다. 
 

▲ 이근 대위 ⓒ유뷰트

온라인을 살펴보면 솔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대중이 이미 충분히 인지한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제시의 쇼터뷰’가 회당 수백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만 봐도 대중이 그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진짜 사나이
이근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유튜브 밀리터리 예능 ‘가짜 사나이’의 최대 수혜자는 이근 대위다. “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와 같은 유행어를 숱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가짜 사나이’ 내에 있는 그의 모든 장면은 레전드로 통한다. 

한국 해군특수전 전단과 미국 해군 특수부대 경험을 살려 전술, 생존술,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 일가견이 있다. 이라크 파병과 세월호 참사 잠수 구조대와 같은 대형 사건 경험이 있는 그는 대체 불가한 독보적인 캐릭터다. 

선 굵은 외모와 근육질 몸매 등 훌륭한 외형과 특별한 정신력, 스마트함까지 갖춘 그는 다소 서툰 한국어 능력으로 인간미까지 드러낸다.

‘가짜 사나이’ 이후 JTBC <장르만 코미디> SBS <집사부일체> 등 굵직한 예능서 그를 찾았고 최근에는 MBC <라디오스타> 촬영도 마쳤다.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비롯한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으며, 유튜브 예능 ‘제시의 쇼터뷰’는 6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 출연해 김이나 작사가와 나눈 대화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그가 가는 곳마다 화제가 잇따른다. 강인한 남성미와 상반되게 여성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스위트한 젠틀맨의 모습을 선보인다. 

어떤 질문에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며, 생존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설명할 때는 프로의식이 엿보인다. 은근하게 유머를 구사하기도 하며 때로 너무 진지하게 몰입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만들기도 하는 그는 올해 가장 빛나는 예능인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리치리치 언니
박세리 

1998년 US 오픈서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보기 좋게 샷을 날린다. 이 장면은 22년이 지난 지금도 애국가를 BGM으로 깔고 여기저기서 재생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5회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골프계의 산 역사기도 한 그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으니, 바로 ‘리치리치 언니’다. 한국서 벌어들인 모든 수입은 부모님께 드리고 미국서 벌어들인 상금만으로 생활했다고 밝힌 그의 총 상금액은 140억원. 
 

▲ 전 프로골퍼 박세리 ⓒ호연지기

MBC <나 혼자 산다>와 E채널 <노는 언니>서 그의 플렉스가 여실히 드러난다. 타 종목 여성 스포츠 선수들과 여행 다니며 게임을 펼치는 <노는 언니>서 장을 볼 때는 “사고 싶은 거 다 사”라고 호쾌하게 지시하고, 주전부리를 잔뜩 챙겨가기도 한다. 먹을 때만큼은 늘 넉넉하게 깔아놓고 전투력을 발휘한다. <나혼자 산다>서 김민경의 집들이 선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조경을 선물하는 그다. 

단순히 돈이 많아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후배들과 게임할 때는 강력한 승부욕을 발휘하며, 어떤 게임이든 열정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몸에 녹아 있다. 말로는 툴툴거리고 귀찮아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시작하면 책임감이 엿보인다. 

또 어디서나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포용한다. 후배들이 고충을 털어놓으면 꼰대스러운 해법을 대충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듣고 먼저 공감하려 한다.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무례할 수 있는 발언에 “인연이 있으면 나타나겠죠”라며 무심하게 답하는 모습에선 솔로로서의 당찬 태도도 엿보인다. 

“모든 트러블샷에는 위험부담이 있는데 그걸 두려워하면 절대 그 자리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이 예능서도, 사람을 상대할 때도 통하는 모양새다. 골프 이외의 영역서 새롭게 도전하는 박세리. 그의 당당함에 대중이 빠져들고 있다. 

잘 먹는
현주엽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자 프로농구단 LG 세이커스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현주엽의 무기는 먹기다. 현역 시절 하마를 닮았고, NBA LA레이커스의 매직 존슨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붙여진 ‘매직 히포’는 농구 코트가 아닌 식사 테이블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KBS2 <배틀트립>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종전 최고였던 가수 테이의 기록을 무참히 깨버리는 엄청난 먹방을 재현한 것. 이틀 사이에 60인분을 해치워버린 그에게 제작진은 백기를 들었다. 
 

▲ 현주엽 전 프로농구 감독

이후 그는 Olive <원나잇 푸드트립>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서 먹방을 선보인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라 불리며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닌 국가대표 10년 경력의 농구계의 영웅은 이제 여자 아이돌로부터 ‘선배님’이라 불리며,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저 ‘잘 먹는 개그맨’으로만 인지된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지만 김구라 못지않은 독설가다. JTBC <뭉쳐야 산다>에 출연 중인 허재를 만나 “형이 구멍이다” “정형돈과 김성주, 안정환이 허재는 안 나오는 게 낫다고 한다”며 깐족대고, 서장훈이 일본 선수를 좋아했었던 과거를 거침없이 폭로한다. 농구 감독을 역임할 때는 카메라가 돌고 있든 아니든, 욕설을 뱉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마초의 향기가 짙지만 아내 눈치를 보는 건 다른 남편들과 다르지 않으며 농구 선후배들과 갈등 없이 편하게 지낸다. 자신을 놀려도 늘 웃음으로 화답하며, 매사 자신감이 넘친다. 

매맞는 남편
최양락

방송가는 꾸준히 그를 찾는다. 특히 새롭게 론칭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서 김원희와 함께 MC를 맡으면서, 방송인으로의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출연자의 오랜 친구를 찾아주는 방송이지만, 화제는 현주엽의 먹방으로 귀결된다. 

강력한 솔직함으로 무장한 토크와 이영자 못지않은 음식 리액션을 보이는 그는 이미 연예인으로 변모한 서장훈, 안정환, 허재를 이을 대형 스포테이너의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1962년생 최양락의 나이는 만 58세다. 곧 환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다.

과거 1980년대 KBS2 <유머일번지>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한동안 무대를 떠났던 그는 SBS <야심만만>서 맹활약을 펼친 뒤 단발머리를 하고 ‘알까기’ 코너를 만들어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가 <야심만만>과 <해피투게더> 등에서 펼친 화려한 입담쇼는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된다. 

그런 그가 환갑을 앞두고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를 통해서다. 개그맨 개그우먼 커플 중 아직까지 이혼 1호 커플이 나오지 않아서 붙여진 이 프로그램서 최양락은 제3의 전성기로 도약 중이다. 

옆집 언니·오빠 컨셉
돈 자랑도 서슴지 않아 

아내 팽현숙에게 혼나고, 머리를 잡히고 육두문자가 섞인 욕을 먹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화가 단단히 난 아내에게 끊임없이 깐족대면서 화를 자초한다. 그 모습이 꼭 거북하게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귀엽기까지 해 ‘초코양락’으로 불린다. 

방송 초반에만 하더라도 팽현숙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뭇매를 맞기 일쑤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아내를 챙기고, 부탁을 정성껏 들어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줄이면서까지,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 개그맨 최양락

그 과정서 입담은 끊임없이 발휘된다. 특히 상대를 놀리는 것은 가히 최고다. 김학래, 임하룡 등 개그계 선배 앞에서는 더 독해진다. 놀라운 건 그의 깐족거림에 결국 상대도 웃음을 보인다는 것. 수십년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최양락의 유머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영글어가고 있다. 

신예 스타
이상엽 

말끔한 인상의 배우 이상엽이 출연한 KBS2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배우 이병헌의 아내로도 잘 알려진 이민정과 극 중 어머니였던 김보연 등 선배 배우들과 훌륭한 호흡을 선보이며 중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드라마 성공을 알린 이상엽은 앞서 각종 예능서 예능감을 선보였다. 특히 그의 장기는 성대모사다.

SBS <강심장>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우성 성대모사를 완벽히 보여준 것에 이어 김영철과 장혁, 이병헌, 유해진, 김명민, 이정재, 이선균, 송강호 등 이름만 대면 순발력 있게 성대모사를 해낸다. 급조한 티가 남에도 상당히 비슷한 축에 속한다. 각 배우들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성대모사뿐 아니라 다양한 예능서도 끼를 발산한다. SBS <런닝맨>과 JTBC <아는 형님>과 같은 버라이어티 방송서도 그는 완벽히 녹아든다. 

최근 론칭한 <식스센스> 1회 게스트로 나와 제시의 무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솔직한 리액션으로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가짜를 찾아내는 분석력까지 드러내며 스마트한 면모를 보였다.

또 SBS <인터뷰게임>에서는 MC를 맡아 이영자, 김나영과 함께 안정된 진행을 맡고 있다. 다소 묵직한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서 공감을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첫 진행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배우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모두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이상엽의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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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