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휴가철 신풍속도

떠나라! 조심해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지금쯤 해외여행 계획을 앞두고 들떠있겠지만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휴가 기간을 집에서 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시작된 봄도 즐기지 못한 만큼 짧게나마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연령대에 따라 다르지만 캠핑부터 해외여행까지 여러 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여행 신풍속도다.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신풍속도의 중심에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이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집에서 머무르는 ‘집콕’과 같은 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단순히 집에서 휴식을 하는 것과 달리 즐길 거리를 집으로 끌어들여 휴가 형태로 즐긴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진화된 집콕
먹거리 위주

스테이케이션과 집콕의 작은 차이 때문에 다를 게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테이케이션과 집콕은 분명 다르다. 형태만 놓고 본다면 작은 차이지만 소비 형태 범위까지 확대하면 차이는 커진다.

집콕의 경우 ‘먹거리’ 위주 소비 외엔 별다른 소비가 없다. 반면 스테이케이션을 위해선 먹거리는 물론 다양한 주변 도구, 소위 즐길 거리 구매도 늘어난다.

라면을 끓여먹어도 기존 냄비가 아닌 코펠을 활용하고, 집 앞 마당서 간이 수영장을 꾸미는 식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특히 장소도 무조건 집이 아닌 캠핑과 펜션 등을 이용하는 형태도 넓은 범위서 스테이케이션에 해당한다.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1023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 있다는 답은 9%에 그쳤다고 밝혔다.

‘올해는 따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겠다(22.9%)’ ‘겨울휴가 등 아예 휴가를 미루겠다(6.4%)’ ‘휴가를 내서 자녀 등 가족을 돌보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2.6%)’ 등 올해 여름휴가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31.9%였다. ‘아직 미정,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 등의 대답은 59%를 기록했다. 

설문대로라면 10명 중 1명은 여름휴가를 떠나고, 3명은 휴가를 포기한 상태다. 6명의 경우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휴가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명 중 1명 떠나’ 스테이케이션 등장
자동차 숙소로 진화 중…‘차박’도 인기

코로나19의 위험도를 낮추는 형태의 휴가를 즐길 곳이 있다면 휴가를 떠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스테이케이션이 최근 여름휴가의 신풍속도 속 중심에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실제 캠핑 등을 통해 한 공간서 머무르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리조트보다 한적하게 지낼 수 있는 펜션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티몬이 최근 올해 4∼5월 숙박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펜션·캠핑의 비중이 52%를 기록해 호텔·리조트의 48%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4월 펜션·캠핑 매출 비중은 작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코로나19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조용히 휴가를 보내려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티몬의 설명이다.

▲ ⓒ고성준 기자

야놀자가 사용자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티몬의 매출 분석 결과와 비슷했다. 지난 3∼5월 펜션의 이용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를 설치한 야놀자 제휴점서 언택트 체크인을 한 고객은 지난 5월 기준 설치 제휴점 예약자의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봄을 즐기지 못한 이들이 보복적 소비 형태로 관광지 위주가 아닌 도심과 떨어진 야외 펜션 및 캠핑에 나선 이들이 늘어다는 것이다. 레저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캠핑이 일상에 파고든 건 이미 수년 전 일이지만 최근엔 즐기지 않던 이들까지 캠핑에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지난 3∼5월 캠핑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6월 들어 캠핑용품 매출 상승세는 가파르다. 홈플러스의 경우 이달 1∼5일 캠핑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관광보다 캠핑
아웃도어 판매

캠핑 관련 용품 판매가 증가하자 유통업계는 캠핑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물론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은 캠핑용품, 아웃도어 의류 등 할인 판매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주류업계는 쿨러백(Cooler Bag)과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트레이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캠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동차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도 올해의 여행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차박은 2030 젊은층 사이서 특히 인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엔 ‘#차박’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만 11만개가 넘는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지난 3월서 5월까지 ‘차박’ 키워드 일일 검색 횟수는 지난해 대비 4.6배 증가했다.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인 ‘차박캠핑클럽’의 5월 신규 회원은 코로나 확산 전인 지난 2월(2600명)에 비해 6배 이상 증가(1만6600명)했다.

차박의 인기는 쇼핑 트렌드서도 실감할 수 있다. 위메프는 4월 한 달간 차박 캠핑 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텐트를 치지 않고 차량 내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차박매트’ 판매는 7.4배까지 늘었다.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하기 위해 차박 전용 텐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증가해 ‘차박텐트’ 매출은 2.3배 증가했다. 차량 내에서 시가잭이나 USB 포트로 전기를 공급해 사용하는 ‘차량용 냉장고’는 약 두 배, 차량에 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차량용 테이블’은 1.7배 판매가 늘었다. 

▲ 휴가철 여름 바닷가 풍경

한 항공권·호텔·렌트카 예약사이트가 올 5∼6월의 항공권·렌터카 검색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여름 제주도 지역의 항공권 검색 비중 및 렌터카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이 지난 5월 가장 많이 검색한 상위 10개 노선 중 5개 노선이 모두 ‘제주’행 항공편으로, 1위 서울∼제주도 노선 항공편 검색 비중은 전년대비 33.9%포인트 급증했다.


해수욕 신호등
홈캠핑도 유행

다음으로 부산∼제주(+6.4%포인트), 청주∼제주(+5.0%포인트), 대구∼제주(+4.0%포인트), 광주∼제주(+2.3%포인트) 노선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제주도행 특가 항공권 이벤트를 연달아 내놓은 것도 제주도의 인기가 전년보다 더 주목받게 된 요인으로 보인다.

제주 내 렌터카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띈다. 5월25일서 6월21일 사이 약 한 달간 사이트서 검색된 제주도 지역 내 렌터카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으며, 비슷한 기간(5월22일∼6월21일) 검색량은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제주도 여행지의 수요 증가와 렌터카의 검색량 증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안전한 여행을 하고자 하는 여행객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밀집된 곳을 피하는 게 생활 지침이 되면서, 여행지서도 렌터카를 빌려 이동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 해수욕장의 혼잡도를 신호등처럼 볼 수 있는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도 생긴다. 전라남도 지역 해수욕장에는 예약제가 시범 실시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8일 이 같은 내용의 ‘해수욕장 이용객 분산 대책’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는 신종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름철 해수욕장 이용객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30분마다 혼잡도를 색깔로 표시하는 서비스다. 적정 인원 대비 혼잡도에 따라 100% 이하는 초록색, 100% 초과∼200% 이하는 노란색, 200% 초과는 빨간색을 나타낸다.

적정 인원은 백사장 내 2m 거리 유지를 기준으로 1인당 소요 면적(3.2㎡)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해수부는 신호등 서비스를 위해 통신업체인 KT가 보유한 빅데이터 정보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해수욕장 갈 땐 ‘신호등·예약제’ 기억 
코로나 후 첫 휴가철 방역 정책 분수령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은 다음달 1일부터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경포대, 대천 해수욕장 등 10개 대형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된다. 해수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시행 대상을 전국 50개 해수욕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호캉스족’에게 올여름은 다양한 패키지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를 수 있는 기회다. 서울 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와 ‘루프탑가든’ 이용권, 2인 숙박과 조식 등을 묶은 ‘어반 루프탑 가든’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해운대 하늘과 바다를 야외서 조망할 수 있는 오션풀 루프탑 이용과 라이브 뮤직 파티 ‘선셋 파라다이스’ 티켓 등이 포함된 ‘얼리 서머’ 패키지를 마련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객실과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 풀사이드 바비큐 뷔페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아시스 풀사이드 바비큐 패키지’를 내놨다. 

▲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서 검체 체취하는 ⓒ문병희 기자

호텔 수영장 이용이 꺼려지는 이들을 위한 패키지도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7월31일까지 ‘한강 피크닉 패키지’를 선보인다. 디럭스 객실 1박, 조식 2인, 피크닉박스, 크루즈 이용권 2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초대권 2매로 구성한 상품이다.

홀리데이 인 인천송도가 마련한 ‘송도 겟어웨이 패키지’는 객실 1박과 조식 2인, 센트럴파크 패밀리보트 이용권 1매, 워터보틀 1개 등을 제공한다. 

이것저것 신경 쓰기 싫을 때는 ‘홈캠핑’으로 여행 기분을 내볼 수도 있다. 작은 텐트나 캠핑의자를 집 베란다나 옥상, 마당 등에 설치하고, DIY 에탄올 난로나 1인용 화로 등을 켜면 집에서도 ‘불멍’(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직 위험해
알고 즐겨야

코로나19 유행 후 처음 맞는 여름은 여러 모로 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서 이번 휴가철 인구 이동은 향후 방역 정책 수준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영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 연구위원은 “주요 관광지의 경우 입장객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을 구축해 ‘2m 거리두기’가 가능한 수준서 하루 입장객 수를 관리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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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