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초심으로 최고의 전성기 잡은 싸이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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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타일’로 떠오른 ‘강남스타일’ “세계무대 뒤흔든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 제대로 꽂혔다. 'K-pop열풍'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서도 난리지만 해외에서 더 신이 났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월드뮤지션 '저스틴 비버'가 싸이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내오고 CNN과 <LA타임즈>에선 앞 다투어 강남스타일 열풍을 소개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강제 해외진출이라 할만하다. 엽기와 키치코드를 내세워 한창 잘나가다 병역비리 한방에 훅 갔던 풍운아 싸이. 그가 강남스타일 한방에 '월드 핫 아이콘'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싸이의 6집 앨범 <part1>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대구 부산 홍대 광주 충남 등 온갖 오빠스타일로 수많은 패러디를 쏟아내게 하더니 최근 한 가요프로에선 카라, 애프터스쿨, 시스타 등 걸그룹 맴버들이 싸이의 백댄서가 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은 한류 걸그룹도 '말춤'추게 하고 있다.

CNN, <LA타임즈>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

해외선 더 난리다. 그야말로 전 세계인을 '말춤'으로 열광케 하고 있다. 일본 말곤 변변한 해외 진출 한 번 없는데다가 한류와도 거리가 먼 한국토종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이토록 크게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현상은 유례가 없었다.

처음엔 유명 락그룹 '네피 헤즈' 멤버 티페인, 영화배우 로빈 윌리암스 등 거물급 인사들이 트위터에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면서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이어 미국의 팝 오페라 가수 조시 그루번도 트위터에다 "우리는 지금 강남스타일 세상에 살고 있다. 정말 놀라운 비디오"라는 글을 남겼다.

이를 포착한 CNN은 처음엔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라며 소개하다가 나중엔 아침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단체로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진풍경을 벌였다. CNN은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K-POP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유튜브 조회 수는 삽시간에 1000만 건을 기록해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5대 신문 중 하나인 <LA타임즈>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등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 중 하나로 꼽혔다"며,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구에 대해 "처음엔 오픈콘돔스타일(open condom style)인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LA타임즈>는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건 올림픽뿐만이 아니다"라며 "이처럼 완벽하게 정신 빠지게 흥이 나고, 에너지가 넘치는 뮤직 비디오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의 뮤직비디오가 CNN, <LA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매체에 다뤄지고 여러 거물급 유명 인사들에게 언급된 적은 전례가 없었다.

강남스타일은 한류스타도 '말춤'추게 한다
'저스틴 비버' 러브콜, 조만간 만날 예정

급기야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아이돌출신 월드팝스타 '저스틴 비버' 측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비슷한 시기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은 자신의 트위터에다 "내가 왜 이 남자와 사인을 안 했을까. 강남스타일 최고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싸이의 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저스틴 비버 측에서 연락이 와서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며 "11일에 있을 단독 콘서트가 끝나면 싸이는 미국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말해 출국 기간 동안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미국만 강타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선 '오빤 건담스타일'이라는 패러디 영상이 떴고 유럽에서도 방송을 타더니 패러디 영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또 빌보드차트 뿐 아니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호주 등 전 세계의 음악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로 강남스타일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의 힘이 컸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 게시한 지 2주 만에 조회 수 1500만여 건을 넘어섰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오르는 중이다. 이것 역시 유례없는 속도인데, 지금도 조회 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쯤 하면 강남스타일은 올여름 전 세계 대표곡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중독성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싸이 특유의 엽기적인 안무와 연출, 그리고 익살스러운 '말춤'이 더해져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웃긴 안무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해 패러디 무비가 유행하게 유도한 것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 주요했다.

노래 전체를 지배하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 부분도 빠질 수 없다. 이게 영어권 외국인 귀엔 '오픈콘돔스타일'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유튜브 영상 밑엔 'open condom style~'이라며 재밌어하는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또 미국에선 '오빤 강남스타일'부분을 '오픈 콘돔스타일'로 개사해버린 패러디 영상도 떴다.

'오빤 강남스타일?' No~
'Open Condom Style' YES

'강남스타일'은 국내에서도 4주째 각종 음원순위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싸이는 "데뷔 이래 음원 사이트 올킬은 처음"이라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편 미국 음반시장의 러브콜에 그와 기획사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강남스타일' 단 한방으로 초대박을 터트린 싸이,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싸이는 2001년 데뷔하자마자 가요계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범상치 않은 마스크에 삼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반짝이 외투, 겨드랑이털이 환히 보이는 민소매 셔츠에 굵은 쇠줄 목걸이까지. 게다가 겉옷을 벗어 던지는 순간 드러나는 출렁거리는 뱃살과 처진 팔뚝 살, 그걸 신 나게 흔들어대기까지.

외모보다 한술 더 뜬 것은 음반 콘셉트과 수록된 곡의 가사내용이었다. 그의 예명 '싸이'도 사이코(Psycho)에서 따왔고 1집 앨범명은 '싸이프롬더사이코월드(Psy From The Psycho World)'이다. 예명과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데뷔 음악은 정상이 아니었다. 가사는 직설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앨범 재킷은 벌거벗은 여자와 붉은 혀, 성기의 이미지로 도배됐다. 그는 삽시간에 일탈의 아이콘으로 부상햇다.

일례로 1집 음반에 수록된 'I Love Sex'라는 곡을 보면 '퍼킹(Fucking) 그렇지 그게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유지 쉬쉬 할 필요는 없지 그치 어려서부터 제대로 못 배워 결국 가르침은 무책임한 포르노에서 그러다 모두 다 에라 모르겠다 찍 쌌다 나 몰라라 배 째라'라고 폐쇄적 성문화를 노골적인 수위로 비판했다.

그는 허위와 가식으로 사는 사람들, 엄숙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까는 기성세대들, 마지막으로 립싱크를 업으로 삼은 댄스 가수들에게 짱돌을 던져댔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는 10대들은 싸이의 음악에 열광했다.

그는 섹시한 복근과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는 아이돌 가수들과 철저히 대척점에 섰다. 그리고 엽기와 독설, 키치코드로 사회를 비판했다. 당시 10대와 20대 초반 젊은이들은 싸이를 통해 일탈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반면 기성세대 일부는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1집 앨범은 논란 끝에 미성년자판매금지 판정을 받았다. 2집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탈이 음악에만 국한된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2001년 11월 싸이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 본래 가진 엽기와 일탈적 이미지에 대마초 사건이 겹쳐지면서 싸이는 언론에게 던져진 좋은 먹잇감이 됐다. 신 나게 두들겨 맞은 후 그는 조금씩 변했다.


그래서인지 2001년 11월에 낸 싸이의 3집 앨범 <쌈마이>는 1, 2집보다 훨씬 순화돼 욕설이 일부 곡에서만 발견됐다. 자연스레 밝고 긍정적인 가사가 많아졌고 리듬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특히 현재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는 최고의 곡으로 꼽히고 있는 3집 타이틀곡 '챔피언'과 4집 타이틀곡 '연예인'은 싸이의 이전 곡과 비교하면 너무나 건전했다.

이를 두고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라에서 주는 벌 다 받았고 구속 기간 중 할아버지 상을 당하고도 가지 못하는 등 사적으로도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며 "그 일 이후 내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는 음악을 들어보면 알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대마초 사건으로 모진 풍파 맞다 보니 내공이 쌓였다"며 "직설보다 은유의 열린 해석을 시도했다"고 말해 노래의 분위기가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군대 두 번간
불운의 딴따라

이후 그는 한동안 앨범을 내지 않았다.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2003년 12월26일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으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군 생활 편하게 한다는 눈길을 피하려고 납작 엎드려 지내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죠. 그러다 보니 '음악만 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곡 작업만 했어요. 이중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제 갈 길 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계기가 됐죠"라 말했다.

편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싸이는 김건모, 임창정, 박지윤, 박상민 등에게 곡을 써 줬고 영화 음악 작업에도 참여하며 그의 말을 실천했다. 또 신인 가수 발굴과 양성에도 힘을 쏟으며 음악가로서 내공을 다졌다.


납작 엎드려 지냈다는 싸이지만 거대한 풍파가 닥쳐왔다. 시련은 2004년 2월 <신강균의 사실은>이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MBC 이상호 기자가 '병역특례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싸이의 병역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싸이는 병역특례비리 연예인으로 통하게 됐다.

2007년 5월 검찰에선 싸이의 부실 근무 정황을 포착했다며 싸이와 복무 회사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달 후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싸이는 자신이 근무했던 F사와 숙부 간 금품거래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형사 입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신고한 지정 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병무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다"며 병무청에 판단을 맡겨버렸다.

병무청은 2007년 7월 싸이에게 현역 20개월을 판정했다. 이에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은 병역 비리범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리멸렬한 법정싸움이 계속됐다. 검찰은 싸이를 소환했고 병역특례 업체 대표 2명은 구속기소 했다. 언론에선 '병역특례 비리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경마장 보도가 이어졌다. 당시 싸이는 9시 뉴스 단골손님이자 군대 다녀온 남자들에게 가장 씹기 좋은 술안주가 됐다.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거니와 군대를 두 번 가게 된 싸이는 이 시기가 일생일대 가장 괴로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법원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싸이는 2007년 12월 이번엔 육군 현역으로 재 입대해야했다. 재복무 중 항소했으나 2008년 8월 21일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그는 약 1년6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한 후 2009년 7월 11일에 제대했다.

군대 두 번 간 싸이, 이젠 쌍둥이 딸 아빠
배꼽 잡는 B급 엽기스타일로 세계를 점령

거의 7년여 동안 병역특례 의혹에 시달리고 군대를 두 번 가게 되면서 인생의 밑바닥을 맛봤던 싸이. 그의 앞길이 다시 창창히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양현석 대표)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평소 싸이는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양현석 대표를 존경했다고 한다. 워낙 강한 캐릭터라 독자노선을 갈 줄 알았던 싸이가 YG에 들어간 것은 사람들에게 뜻밖으로 비쳤다.

싸이의 선택은 좋은 결과를 냈다. 2009년 육군 만기전역을 달성해 '완전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싸이는 음악작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런 그에게 기획사의 전폭적 지원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2010년 10월 마침내 5집 앨범 <Right Now>를 내며 오랜 공백 기간을 끝내고 가요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2012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곡 강남스타일을 내놓았다.

지난달 25일 싸이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을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 곡이에요. '챔피언' 이후 제가 너무 건전하게만 가더라고요. '새'를 부르던 때로 돌아가서, 양스러운 감성과 춤. 이것이 대중이 저를 선택했던 첫 번째 이유였죠"라고 말했다.

대마초 사건 이후 싸이는 자신을 톱스타로 만들어준 소스인 '엽기'와 'B급 문화'를 잊고 살아왔다. 세월은 흘러 싸이도 벌써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데다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어느새 쌍둥이 딸을 둔 '딸바보' 아빠가 돼 있었다. 이를 보던 양현석 대표는 다시 데뷔 시절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고 싸이는 갑자기 그때 그 초심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이로써 싸이이기 때문에 구현할 수 있는 배꼽 빠지는 B급 엽기스타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먹혔다.

싸이의 라이브 콘서트는 김장훈 콘서트와 함께 '투톱'을 이루며 돈 아깝지 않은 콘서트로 유명하다. 그는 무대에서 "마지막 한명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노래하고 놀겠다"고 선언하곤 하는데 정말로 관객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끝나질 않는다. 그만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초심으로 만든
강남스타일

세계에서 원하는 뮤지션은 음원뿐 아니라 라이브 퍼포먼스에 큰 무게를 둔다. 밴드를 동원하여 모든 곡을 라이브로 부르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색다른 주제로 어필하는 것이 바로 미국이 원하는 색깔이다. 그래서 아이돌 걸 그룹의 기계적인 춤과 립싱크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싸이에겐 가능성이 열려있다. 오픈 콘돔스타일의 세계점령,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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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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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