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기의 입방정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9 13:50:48
  • 호수 1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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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잡으려다 한반도 잡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책 한 권의 파장이 크다.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폭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접근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회고록을 통한 폭로는 외교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그가 발간한 회고록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두고 사방이 시끌시끌하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 등을 낱낱이 공개한 존 볼턴의 회고록 파장과 관련해 백악관은 “기밀정보들이 맞다”며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공개 반발하는 등 회고록 내용이 향후 한미,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억 가치?
회고록 파문

지난해 11월 A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경질된 존 볼턴이 저서 출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약에 관해 알고 있는 정통한 출판업계 관계자 3명은 볼턴이 지난 몇 주 동안의 협상 끝에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와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출판 관계자 2명은 “그 계약은 약 200만달러(약 23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 앤드 슈스터는 지난해 백악관 안팎 인물의 충격적인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 <화염과 분노>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 등을 펴낸 미국의 유명 출판사다. 이번 계약은 저자를 대신해 출판 계약과 발행, 판매 협상을 맡는 문예 저작물 대행사 재블린이 대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재블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 수사를 이끌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 공보참모를 지낸 클리프 심스의 책 출간을 대리했다.

당초 회고록은 지난 3월 출간 예정이었다. 회고록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면서부터 민주당은 볼턴을 탄핵 심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회고록 원고에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에게 ‘우크라이나 수사당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수사에 협력할 때까지 원조를 계속 보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반면 공화당 측에서는 회고록과 관련해 출판을 앞두고 책을 팔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의 보도에 대해 거짓이라며 “나는 바이든 부자를 우크라이나 원조와 연계하라고 존 볼턴에게 결코 말하지 않았으며, 볼턴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단지 책을 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볼턴은 왜 그가 오래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서 경질됐을 때 이 몰상식한 일(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지칭)에 관해 불평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한 뒤 “당시 그(볼턴)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 관한 언론 기사 등을 통해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8월 내게 직접 ‘우크라이나 정부가 바이든 부자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군사지원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한 것은 거짓말이란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저서 출간 계약
원고 검토…두차례 출판 연기

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금 3억9100만달러(약 4567억원)와 우크라이나 검찰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조사를 직접 연계시켰다”는 의혹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원조는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한테 사실상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백악관은 회고록이 세상에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출판에 제동을 걸었다. 책은 탄핵심리를 요동치게 할 최대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원천봉쇄하기로 한 것.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는 볼턴의 신간 원고에 대한 예비 검토 결과 이 회고록에 상당한 양의 기밀 정보가 포함된 만큼 현재 상태 그대로는 출판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 같은 검토 작업은 책을 펴내는 모든 백악관 출신 인사들에게 적용되는 검열 절차라고 전했다.

볼턴은 지난 2월11일 노스캐롤라이나 더럼 소재 듀크대학교서 개최한 ‘2020년 안보 도전’ 강연서 “회고록에 더 많은 폭로를 담았다. 예정 날짜대로 출간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관심은)우크라이나(스캔들)와 탄핵심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책에 담긴 내용들에 비춰볼 때 아이스크림 위에 뿌린 설탕가루 정도”라고 비유했다.
 

▲ 악수 나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그는 “이것은 역사를 기록하려는 노력이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며 “백악관 검열 결과가 어떨지는 두고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궁극적으로 이 책이 출판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트윗 공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볼턴은 “그는 트위터를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이 얼마나 공평한가?”라고 반문했다. 볼턴은 이날 강연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서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책 팔려고 
허위사실?

대신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실패하게 돼있는 정책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봉사를 했다”며 “(결국)북한에 2년이라는 시간만 더 벌어줬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의 회고록은 5월로 연기됐다. 하지만 5월에도 백악관이 원고를 검토하면서 한차례 또 연기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이날 볼턴이 회고록 출간을 계속 진행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램버스 판사는 출간 강행이 심각한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램버스 판사는 출간 예정일이었던 지난 23일을 앞두고 미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회고록 수십만부가 퍼졌고 언론사에도 다수 입수돼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기밀 누설로 인한 회고록 수익 환수와 형사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회고록에 기밀이 다수 포함돼있다며 지난 16일, 출간을 연기해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금지명령에 대한 것이라 민사소송은 그대로 남아 있다.

17일에는 WP와 NYT 등 미 주요 언론에 회고록 주요 내용이 일제히 보도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날 회고록 공개 중지에 대한 긴급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회고록 출간 금지명령을 둘러싼 법정 공방 1라운드에서는 볼턴이 승리한 셈이다.

볼턴의 법정 다툼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꼽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볼턴은 출간 지연을 노리는 듯한 백악관과의 장기간 협의 끝에 기밀을 다 덜어냈다고 주장했다. 

예정대로 지난 23일 출간한 회고록은 현재 아마존 등 미국 서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회고록 내용을 두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회고록이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기밀 유출 등을 지적하며 400여 곳에 대한 수정과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볼턴은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PDF파일이 최근 인터넷에 공개됐다. 구글 등에서 책 제목만 검색해도 바로 파일이 나오는 탓에 회고록 출판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는 이를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로 보고 해적판 유포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서도 회고록 PDF파일을 다운받을 있는 것이 공유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관련해 번역본이 캡쳐화면으로 떠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게시되기도 했다. 회고록 내용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정책 방향을 두고 ‘조현병 환자 같다’고 표현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발끈
내용 보니…

업계에 따르면 회고록에는 지난해 2월말 베트남 하노이서 열린 제2차 미북정상회담과 관련 된 내용도 서술돼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하며 미국에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이른바 ‘주고받기’를 요구한 셈.

한국과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주고받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해체라는 카드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볼턴은 평가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볼턴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나름 지지하면서도 회고록서 중국의 ‘수평적이고 동시적인’ 접근방식이 북한이 요구하는 ‘주고받기’ 식 협상 전략과 같은 소리로 들린다며,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황을 동시에 지지하는 듯 한 인상을 주는 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 같은’이라는 수식어로 표현한 것.
 

▲ 존 볼턴 미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회고록을 살펴보면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회담과 한미회담, 한일 간 반도체 수출규제 갈등 등 중요 사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반면 한국을 상대로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트럼프는 북한에 이어 미국의 최대 골칫거리 외교 현안인 대이란 문제에 아베를 끌어들였다.

아베를 상대로 “미·이란 관계 개선의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절박하게 요청한 사실이 회고록서 확인됐다. 트럼프 시대서 아베의 글로벌 외교력을 확장시켜준 것.

결과적으로 아베에 내밀한 도움을 요청한 트럼프는 일본의 도발로 반도체 핵심소재 분쟁이 불거지자 “한일 간 분쟁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 요청을 무시했다. 이처럼 한미일 동맹의 삼각축서 미국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 존 볼턴의 회고록은 “한국보다 일본에 더 우선순위가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왜곡과 허위, 과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한일 간 다시 중대한 이익 충돌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중재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한국 외교가 어떤 노력과 전략을 구사할지에 대해 볼턴의 회고록은 역설적으로 그 필요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

400곳 수정 요청했지만 거절
문 대통령 ‘조현병 환자’ 비유

무엇보다 향후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서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훼방을 놓고 한미 간 내밀한 정보들을 캐내는지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볼턴의 회고록은 입증하고 있다. 힘과 정보의 대결인 외교전서 일본의 대미 전략은 혀를 내두를 만큼 헌신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회고록은 보여준다.

2년 전인 2018년 4월11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댈러스 국제공항에 청와대 고위 인사가 도착했다. 같은 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현안을 공유하기 위해 방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었다. 도착 다음날 정 실장과 만난 볼턴은 뜻밖의 요구를 내놓는다. 27일 남북 회담 때 대화 테이블에 ‘비핵화’를 올려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역사적 회동을 하는 한국을 상대로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다루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회담을 하지 말라는 뜻과 다름없었다. 물론 4월27일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서 한반도의 영구적 비핵화를 천명해 볼턴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결과를 떠나서 볼턴은 정 실장에게 대체 왜 이런 무리한 요구를 했을까. 그의 회고록을 보면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이 지향하는 북한 비핵화 개념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치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회고록서 볼턴이 당시 상황을 메모한 내용이다.
 

‘미국이 말하는 북한의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한국의 이해수준은 미국의 근본적 국익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4·27 판문점 회담은 실체가 없는 위험한 연극일 뿐이다. 나는 정의용에게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서 비핵화를 논의하는 걸 피하라고 요구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평양이 가장 선호하는 외교전략인 한국과 일본, 미국 간 관계를 틀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말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주 정교한 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볼턴 회고록서 발견되는 놀라운 사실은 당시 한미 정상 간 판문점 회담에 개입하고 정보를 캐내려는 일본의 노력이 집요했다는 사실이다. 볼턴은 이날 정 실장을 만난 수 시간 뒤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만나 정 실장이 전한 남북회담 내용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전했다. 

“한국보다
일본 우선”

극렬 매파인 볼턴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일본 정부와 동일하다는 점을 수시로 언급하며, 당시 야치 쇼타로에게 전한 메시지가 아베에게 그대로 전달됐다고 말하고 있다. 며칠 뒤 미·일 정상회담서 아베가 트럼프에게 자신의 메시지와 동일한 내용으로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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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