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의 재탄생 ①전북 고창 책마을해리

누구나 작가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가

▲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책마을해리

문 닫은 학교는 나날이 쇠락해 갔다. 아이들이 떠난 운동장엔 잡초가 무성하고, 도축장이 들어설 거라는 흉흉한 소문도 있었다. 그런데 폐교되고 5년이나 버려진 곳에 2006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출판 기획 일을 하던 설립자의 후손이 폐교를 사들여 새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

2012년에는 가족이 모두 내려와 정착하고, 운동장과 교실 구석구석을 손보고 단장했다. 외관은 그대로 둔 채 교실을 터서 도서관을 만들고, 공방을 꾸미고, 숙박 공간과 카페 시설도 갖췄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 바닷가 근처에 자리한 해리초등학교 나성분교 이야기다.

▲ 책마을해리를 일군 이대건 대표와 이영남 관장

책마을해리는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처럼 이곳에 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책 읽기에서 더 나아가, 읽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펴내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 책마을해리 출판 브랜드로 출간한 책이 100여 권에 달한다.

복합 문화공간

시인학교, 만화학교, 출판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책이 100여권에 달한다. 동네 아짐과 할매부터 각급 학교 학생과 교사까지 작가층도 다양하다. 지난해 봄에는 지역 출판의 미래를 모색하는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이 전북 지역을 대표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작가와의 대화,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축제처럼 치러냈다.

▲ 느티나무 위에 지은 ‘동학평화도서관’

책마을해리는 동학평화도서관, 책숲시간의숲, 바람언덕, 버들눈도서관, 책감옥 등 여러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증 받은 책 20만권을 곳곳에 비치해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것은 입구 오른쪽 느티나무 위에 지은 ‘동학평화도서관’이다.


금방이라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뛰어 내려올 것 같은 집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나무 위 아담한 집에서 책을 읽노라면 어릴 적 로망이 실현되는 느낌이다.

▲ 입구 왼쪽에 자리한 북카페 ‘책방해리’

입구 왼쪽에 북카페 ‘책방해리’가 눈에 띈다. 책마을해리에서 출간한 책을 구경하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 이곳에서 책 한 권 구입하는 센스, 잊지 말자.

▲ 캠프, 강연, 심포지엄, 포럼 같은 행사가 열리는 ‘책숲시간의숲’

교실 두 칸을 합쳐 만든 ‘책숲시간의숲’에서는 캠프, 강연, 심포지엄, 포럼 같은 행사가 열린다. 천장을 뜯어내면서 드러난 트러스를 그대로 둬 공간감을 살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3만권이 넘는 책을 꽂았다. 올 초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팀이 다녀간 흔적을 찾아봐도 재미있다. 옆 교실은 고창 한지 체험 공간인 ‘한지활자출판공방’, 지난해 열린 ‘고창한국지역도서전기념관’으로 활용 중이다.

▲ 바닷바람이 곧장 불어오는 야외 공연장 ‘바람언덕’

교사(校舍) 뒤쪽에는 ‘바람언덕’이 있다. 이곳에서 소규모 공연과 영화제가 열린다.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 사이에 만든 객석이 아담하다. 무대 뒤 벽면에는 알록달록 예쁜 그림도 그렸다.

▲ 책마을해리의 중심 공간 ‘버들눈도서관’

그림책과 어린이·청소년 책 전문 ‘버들눈도서관’은 책마을해리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여러 시설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으니 이곳 역사가 시작된 장소나 다름없다. 교실과 복도를 터서 구분을 없앤 공간, 네 벽면에 빈틈없이 꽂힌 책, 앉거나 기대기 좋게 군데군데 놓아둔 의자와 쿠션까지, 편하게 뒹굴며 책에 빠져들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나올 수 있는 ‘책감옥’

가장 흥미로운 곳은 ‘책감옥’이다. 일단 들어가면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나올 수 있지만, 누구나 기꺼이 갇히고 싶어 한다. 집기는 앉은뱅이책상 하나, 침대 하나, 책장 두어 개가 전부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
책·출판에 대한 다양한 체험 


문은 바깥에서 걸어 잠그게 돼 있고, 식사를 넣어주는 배식 구멍도 있다. 지금 책마을해리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책 중심의 대안학교도 운영할 계획이다.

▲ 평화롭고 목가적인 상하농원 풍경

책마을해리와 함께 상하농원, 선운사, 고창읍성도 둘러보자. 고창군과 매일유업이 조성한 상하농원은 유럽 농가를 연상시키는 목가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이 일품이다. 드넓은 목장에 젖소와 양, 염소가 뛰놀고, 햇살과 바람 아래 로즈메리, 라벤더, 페퍼민트 등 각종 허브가 싱그럽다.

빵 공방과 햄 공방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고, 파머스마켓에 진열된 치즈와 요구르트, 달걀, 소시지를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갑이 열린다. 쿠키 만들기, 소시지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 상하농원에서 생산한 재료로 근사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파머스테이블

헛간을 모티프로 한 숙박 시설 파머스빌리지에서는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파머스빌리지 1층 파머스테이블은 농원에서 생산한 재료로 근사한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숙박하지 않아도 예약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식대에 농원 입장료가 포함돼 일석이조다.

▲ 선운산 북쪽 기슭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한 선운사

고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천년 고찰 선운사도 빼놓을 수 없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 북쪽 기슭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한다. 오랜 역사와 수려한 자연경관, 귀중한 불교 문화재 덕분에 참배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잦다.

한겨울 붉은 꽃송이를 피우는 선운사 동백은 수많은 시인 묵객이 예찬했다. 여름에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꽃무릇이 가득하니 언제 찾아도 좋다. 템플스테이도 활발하다.

▲ 매년 음력 9월 9일 전후로 고창모양성제가 열리는 고창읍성

천년고찰 선운사

고창읍성(사적 145호)은 1453년(단종 1)에 왜적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전해진다. 자연석 성곽으로 모양성이라고도 한다. 30~40분이면 성벽을 끼고 성곽 바깥 길을 걷거나 성곽 위로 한 바퀴 돌 수 있다. 성곽을 따라 거닐며 내려다보는 들판과 읍내 풍경이 시원하다.

성안에 복원된 동헌과 객사가 있고, 대나무의 일종인 맹종죽 숲도 장관이다. 매년 음력 9월9일 전후로 고창을 대표하는 고창모양성제가 열린다. 한옥 일곱 채로 된 숙박 공간 고창읍성한옥마을도 가까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책마을해리→상하농원→고창읍성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책마을해리→상하농원→구시포해수욕장 
둘째 날: 선운사→고창 죽림리 지석묘군→고창읍성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창군 문화관광 www.gochang.go.kr/tour/index.gochang
- 책마을해리 https://blog.naver.com/pbvillage
- 상하농원 www.sanghafarm.co.kr
- 선운사 www.seonunsa.org


문의 전화
- 책마을해리 070-4175-0914
- 상하농원고객센터 1522-3698
- 선운사 063)561-1422
- 고창읍성관광안내소 063)560-8055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창,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회(07:05~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고창문화터미널 정류장에서 고창터미널-해리 농어촌버스 이용, 해리공용터미널에서 해리-라성 농어촌버스 환승, 월봉·성산 정류장 하차, 약 1시간20분 소요. 책마을해리까지 도보 5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고창공용버스터미널 063)563-3388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IC에서 흥덕·선운사 방면→석교교차로에서 법성포·상하·심원 방면 좌회전→봉수로 방면 좌회전→월봉성산길 방면 좌회전→책마을해리 

숙박 정보
- 고창읍성한옥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고창읍 동리로, 063)563-9977, www.고창읍성한옥마을.kr
- 보그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흥덕면 부안로, 063)774-7997
-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 상하면 상하농원길, 063)563-6611, www.sanghafarm.co.kr/hotel/index.jsp
- 메르팡펜션: 해리면 명사십리로, 063) 564-8424, www.merpang.co.kr
- 별그리는펜션: 해리면 명사십리로, 010-5664-5457, www.별그리는펜션.com
- 별바다펜션: 해리면 명사십리로, 010-5333-7760, www.starsea.inbiz.kr

식당 정보
- 서해바다(백합칼국수·조개구이): 상하면 구시포해변길, 063) 563-9202
- 인천가든(새우탕·메기탕): 아산면 원평길, 063)564- 8643 
- 연기식당(장어구이): 아산면 선운대로, 063)561-3815

주변 볼거리
서해안바람공원, 운곡람사르습지, 동호해수욕장, 석정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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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