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오심에 울고 미력한 국력에 운 신아람& 조준호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09 09: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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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나라'서 열린 역대 최고 비신사적인 올림픽 "4년 피땀 돌리도"

[일요시사=김민석 기자]"더 이상 스포츠는 신성하지 않습니다." 신아람 선수의 어이없는 패배를 지켜보던 최승돈 아나운서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가야 할 2012런던올림픽이 계속되는 편파판정과 운영미숙으로 어글리올림픽이 되어가고 있다. 올림픽 정신은 오간데 없고 돈을 끌어 모으기 바쁜 듯하다. 백인들의 인종차별도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의 스포츠 발전을 견제하려는지 유독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유례없는 오심이 쏟아진다.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편파판정에 분통이 터져 잠을 못 이루는 전 국민도 피해자지만 최대 희생자는 4년 동안 흘린 땀이 눈물로 바뀌어 버린 신아람, 조준호 선수일 것이다. 우리들의 가슴 속에 진정한 승자로 남을 두 사람을 조명해봤다.

1초를 남기고 찌르기 공격이 들어왔다. 신아람은 가까스로 동시 공격에 성공해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독일의 하이데만(독일)은 대기 중엔 블레이드(펜싱 칼)가 겹치지 않도록 충분히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거리를 좁혀왔지만 심판은 이를 제지하지 않은 채 경기를 속행했다.

재차 찌르기 공격이 들어왔다. 역시 동시 공격으로 판정 났다. 전광판의 시계가 0초로 바뀌어 경기종료를 알렸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심판의 재량으로 1초로 되돌려졌다. 신아람의 얼굴표정에 어이없음이 영력했다.

심재성 팬싱대표팀 코치도 즉각 항의 했다. 항의는 무시되고 경기가 속행돼 기습공격이 들어왔다. 1차 공격은 막아냈지만 2차 공격은 막아내지 못했다. 하이데만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그 순간까지도 전광판의 시계는 1초를 표시했다. 득점이 올라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가 끝났다. 이 모든 상황이 단 1초 만에 일어난 것이다. 

대한의 여검객 울린
거꾸로 가는 시계

지난달 31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신아람(26·계룡시청)은 어처구니없는 판정에 울어야 했다.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명백한 오심'이었다. 정상적인 시합이라면 1초 동안 3∼4차례 공격은 불가능하다. 이를 뒷받침 하듯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하이데만 선수의 세 차례 공격에 걸린 시간은 각각 0.06초, 0.19초, 1.17초로 모두 1.42초로 분석했다. 이 역시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했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당시 심 코치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후 30분 동안 심판진의 논의가 이어졌지만, 판정은 결국 번복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신아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서러운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최승돈 아나운서는 "그동안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더 이상 스포츠는 신성하지 않습니다"라 외쳤다.

이후 진행된 3·4위 결정전을 두고는 "누가 이 경기를 보고 싶겠습니까. 그리고 누가 이 경기를 중계하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이 선수를 여기 혼자 둘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해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한편 지난 1일 국제펜싱 연맹에서는 신아람의 스포츠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며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아람은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특별상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풀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판정이 오심이라고 믿기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해 끝까지 판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

대한민국 제일 '여검객' 신아람 울린 '어글리 런던올림픽'
미운오리새끼에서 예쁜백조로, 21살에 국가대표 꿈 이뤄

국민을 울렸고 자신도 주저앉아 울어야 했던 대한의 여검객 신아람, 그녀는 어떤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을까? 신아람은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목적도 없이 운동하려니 힘들기만 하고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어린나이에 펜싱 블레이드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특히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기합 받는 게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녀가 말하길 그녀는 어릴 때 무척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꾸준히 배우는 것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펜싱 칼만 잡으면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자신 안에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 같았고, 뒷전으로 밀리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기더라"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펜싱은 내성적인 그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게 해주었고 자연스럽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됐다.

펜싱을 친구삼아
'7전8기' 인생

펜싱에 집중해서인지 중학교 성적은 영 좋지 않았다.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이 진학문제로 하나 둘 떠나는 것을 보면서 자신 역시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펜싱을 계속 할지 그만 둘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펜싱을 그만두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아 결국 계속 하게 되었다고. 이것이 오늘날의 신아람을 있게 한 중요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고등학교 진학 후 그녀는 각종 펜싱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5년 동안 전국대회에서 입상 한 번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된 훈련을 이겨내 고등학교 2학년 때 마침내 유소년 대표 자격을 얻어냈다. 당시 신아람은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전국대회에서 활약하지 못한 그녀이지만 세계대회엔 첫 출전해서 단숨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굉장한 이변이었다. 각국의 유망주들이 모두 모인 대회에서 우승을 따낸 것이다. 당시 신아람은 자신의 실력이 세계무대에서 빛을 발하자 기쁨 반 놀람 반이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국가대표'를 꿈꾸기 시작했다. 불과 3년 후 그녀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나이 겨우 스물한 살.

태릉에서의 고된 훈련을 이긴 신아람은 2010 토리노세계선수권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회참가자 중 가장 어렸던 그녀지만 당당하게 8강까지 갔다. 한국 펜싱대표팀 중에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귀국 직후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며 한국의 대표 여검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녀는 대학 4년 중 3년을 국가대표로 지냈다. 그리고 2009년 실업팀(계룡시청)에 입단해 현재 3년차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억울한 선수는 심아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29일 유도 남자 66㎏급에 출전한 조준호(24·한국마사회)가 바보심판 3인의 '청기내리고 백기올려' 게임의 희생양이 됐다. 경기 종료 후 3명의 심판들 모두 청기를 올려 만장일치 판정승을 받았지만 일본 측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이를 받아들인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5분 만에 판정이 번복,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한 것이다. 유도에서 승패가 번복되는 일은 유례가 없었다. 조준호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동메달을 따냈다.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조준호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간 기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왜 판정 번복이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경기 후반 큰 포인트를 뺏긴 것도 있다"며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고, 판정은 심판들이 하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승복한다"고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에비누마 마사시
"조준호가 이긴 경기"

하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상대 선수였던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가 "조준호가 이긴 게 맞다. 판정이 바뀐 것은 잘못됐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과 문원배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오심이 아니라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많은 분들이 잘 몰라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판정을 뒤집고 일본 선수의 손을 들어준 것이 정당하기 때문에 국민여러분은 자제해 달라"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유효에 가까운 큰 포인트를 내준 것이지 유효 포인트가 인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도 룰 역시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보면 점수 등급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유효보다 낮은 등급의 포인트인 '효과'를 없앤 것이 화근이라 볼 수 있다.

조준호의 아버지는 유도선수였다. 그래서 그에게 허락된 운동은 오직 유도뿐이었다. 유도복을 처음 입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그는 1년 만에 부산의 작은 시합에서 모두 이길 정도로 재능을 보였고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하여 쌍둥이 동생 조훈현과 함께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번갈아 가며 따냈다.

조준호, 악바리 투혼으로 일궈낸 가장 값진 동메달
한판보다는 절반, 절반보다는 유효, 판정승 사나이

그리고 시작된 태릉선수촌 생활, 처음에 그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일 뿐이었다. 그는 선배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올림픽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마음먹고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대회 예선에서는 번번이 패배의 고비를 마셔야 했다. 그러다 기회가 왔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탔고, 지난해 세계 선수권, 그랑프리,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더니 어느새 한국 남자유도의 최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일취월장 한 것이다. 2012년 그의 선배이자 라이벌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를 제치고 런던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유도 대표팀의 정훈 감독은 조준호를 가리켜 '내세울 것이 없는 선수'라 말한다. 이는 그가 특출한 끝내기 기술이 없다는 의미로, 그는 신기하게도 한판보다는 절반, 절반보다는 유효, 유효보다는 지도 이렇게 포인트를 착실히 따내 판정승을 이끌어 내는데 정통하다. 그렇게 승리를 하나하나 따내다 보니 결국엔 세계의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물리친다는 것이다.

내세울 것 없는데
결코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판 기술도 없는 선수가 어떻게 같은 체급에서 경쟁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를 제치고 국가대표가 되었을까? 이는 조준호의 남다른 '습득력'에 있다.

조준호는 "나는 특기 기술은 없지만 잘 하는 선수들의 특기를 잘 따라 한다. 잡기는 김재범, 잡고 나서의 움직임은 왕기춘, 그리고 최민호 선배의 다양한 한판 기술들을, 유도를 시작하던 어린 시절부터 수천 수백 번 비디오를 돌려보며 따라 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의 장점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 이것이 내세울 것 없는 그가 세계랭킹 1위와 마주해도 지지 않는 이유이다.

조연을 벗어나기 위해 흘린 피땀, 그 대가로 금빛 메달을 거머쥐었어야 마땅하지만 석연찮은 판정의 희생자가 되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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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