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맛살’ 한성기업의 속살

수익은커녕 이자 막는 데 급급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성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의심받고 있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부담스러울 만큼 채무가 불어난 상태. 이런 와중에 계열사도 챙겨야 한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라도 나서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 임준호 한성기업 사장

한성기업은 수산물 가공업으로 인지도를 올린 회사다. 해당 분야서 60년 가까운 연혁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성장 한계치에 직면한 모습이다. 원양어선을 통한 수산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도 모자라, 국내 사업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실적지표서 이 같은 양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암담한 현실
출구 막혔나

한성기업의 최근 3년 별도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7년 3228억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2869억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2701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영업이익 낙폭은 한층 뚜렷하다. 2017년 67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7억6700만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8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 3720만원이던 매출채권손상손실이 지난해 76억5400만원으로 책정된 여파가 컸다.

순이익 역시 처참하긴 마찬가지다. 2017년 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한성기업은 이듬해 26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순손실이 174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기타비용으로 지출 처리된 금액이 2018년 19억원서 지난해 113억원으로 6배 가까이 불어난 게 결정적이었다.

기타비용 중 91억원은 회수가능가액이 장부가액에 미달하는 선급금이었다. 한성기업은 이 금액을 기타자산손상차손으로 분류하고 기타비용에 포함시켰다.

2년 연속 순손실의 후폭풍은 이익잉여금 항목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한성기업의 이익잉여금은 32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지속된 순손실로 인해 이익잉여금은 2018년 274억원에 이어 지난해 92억원으로 급감했다. 2년 사이에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오너 회사 지분으로 얽긴 긴밀한 연결고리
성장 한계치 직면…과도한 부채 실적 부진

사업부문별로 보면 한성기업의 양대 축인 식품부문과 해외부문의 동반 부진이 눈에 띈다. 한성기업의 사업구조는 어획한 수산물 판매와 현지 법인과의 중계무역 등을 담당하는 해외 부문과 자사 공장 및 관계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식품 부문, 그리고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식품 부문은 매년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2017년 38억원이던 식품 부문 영업이익은 이듬해 27억원으로 줄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순손실만 62억원에 달했다. 2017년 2000억대를 넘긴 매출액도 지난해에는 1799억원에 머물렀다.

해외 부문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7년 25억원대 영업이익이 발생한 해외 부문은 이듬해 25억원 손실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에에는 손실폭이 27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2017년의 약 80% 수준인 881억원에 그쳤다.

동종업계 경쟁서도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2015년 국내 게맛살 시장점유율 40%가 깨진 한성기업은 2017년 사조에 추월당했다. 급기야 지난해 한성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7.4%까지 내려갔다. 반면 업계 1위인 사조의 점유율은 46%까지 치솟은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불러온 재무건전성 악화를 단시일에 해소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특징은 부채비율, 유동비율, 단기차입금비율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동반 부진
난관 봉착

지난해 말 기준 한성기업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2336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총자본은 499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837억원은 총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368.4%를 기록했다.

300%대 부채비율은 비단 지난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성기업은 최근 5년 가운데 2017년(283.5%)에만 200%대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역시 기준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한성기업의 유동비율은 71.81%에 불과하다.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1159억원, 1627억원이다. 시장에선 유동비율 200% 이상을 유동성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임금도 증가 추세다. 한성기업의 지난해 총차입금은 1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1015억원, 차입금의존도는 48.1%로 집계됐다.

특히 단기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17년 726억원이던 한성기업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이듬해 852억원, 지난해 912억원으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총차입금(1121억원) 대비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81.29%에 달했다.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또 단기차입금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 탓에 순이익 감소와 직결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성기업 단기차입금 항목을 보면 이자부담이 가장 큰 곳은 한국산업은행(단기차입금 166억원, 연이자율 3.87∼3.96%)에 이어 두 번째로 단기차입금 규모가 컸던 농협은행이었다. 한성기업은 농협은행으로부터 연이자율 6.58∼6.81%에 123억원을 단기로 빌렸다.

부채만 잔뜩
쌓이는 이자

여타 단기차입금의 이자율이 통상 3∼5% 수준임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을 통한 단기차입금은 이자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한성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으로 인해 매년 30억∼40억원 안팎의 순이자비용을 발생시키는 상황이다.

한성기업 단기차입금 내역에는 비케이에이스제삼차로부터 5% 연이자율로 빌린 110억원도 포함된다. 비케이에이스제삼차는 한성기업의 미래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지난해 설립된 자산유동화회사다. 한성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지배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해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행히 차입처가 제1금융권 위주라, 급격한 유동성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출어자금대출로 분류되는 수협중앙회 단기차입금 150억원(연이자율 3%), 수출성장자금대출로 분류되는 수출입은행 단기차입금 45억원(연이자율 5.65%)은 매년 만기연장을 통해 상환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시키고 있다.

한성기업이 대내외서 난관에 봉착한 것과 별개로, 한성기업과 계열사 간 연결고리는 여전히 공고하다. 현재 한성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임우근 회장의 자녀인 임준호 사장과 임선민 이사가 있다. 이들은 극동수산 지분을 각각 53.37%, 46.63%씩 나눠 갖고 있다.

오너 3세는 극동수산을 지배함으로서, 한성기업 및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외형상으로는 임 회장이 상장사인 한성기업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는 방식이지만, 지분구조를 보면 임 회장의 두 자녀가 개인회사인 극동수산을 앞세워 한성기업과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수익은커녕 이자 막는 데 급급
이 와중에도 내부거래·지급보증

지난해 말 기준 한성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7.7%를 보유한 극동수산이고, 임 회장(16.75%)이 뒤를 잇는다. 임 회장 오너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지분율은 42.17%까지 치솟는다.

극동수산은 한성식품 지분 38%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한성식품의 나머지 지분 62%는 ▲한성기업(37%) ▲임우근 회장(8%) ▲임 회장의 부인 박정숙씨(12%), ▲임우근 회장의 동생인  임범관씨(5%)가 나눠 갖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인 한성수산식품은 ▲한성식품(34.94%) ▲극동수산(30.00%) ▲한성기업(9.75%) ▲임우근 외(24.94%) 등이 99.64%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얽히고설킨 지분관계는 내부거래의 토대로 작용한다. 계열사들은 한성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의 대부분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성수산식품은 2017년 312억원 중 99.7%인 311억원, 2018년 363억원 중 98.6%인 358억원의 매출을 한성기업과의 거래로 만들었다.

한성식품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19억원, 110억원의 매출을 한성기업과의 거래로 만들었다. 내부거래 비율은 100%였다.

2015년 내부거래 비중이 99.3%까지 치솟았던 극동수산은 최근 내부거래 비중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의 내부거래 비율은 각각 37.5%, 31.5%로 나타났다.

한성기업과 계열사 간 돈독한 관계는 지급보증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성기업은 한성수산식품과 한성식품으로부터 각각 305억원, 48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받았다. 대표이사가 제공한 지급보증액 333억원을 합하면, 한성기업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지급보증액은 686억원에 이른다.

곳간 비는데
계열사 챙기기

반대로 한성기업 역시 계열사 지급보증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7년 162억원, 2018년 177억원, 지난해 234억원 등 한성식품이 극동수산과 한성식품에 제공한 차입금지급보증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극동수산에 대한 차입금지급보증은 192억원으로 전년(105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한성식품은 지난해 한성식품에 제공한 차입금지급보증액은 4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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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