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라이즈> 놀란 감독 "배트맨을 떠나 보내며…"



[일요시사 온라인팀=이인영 기자]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 시리즈에 대한 작별 인사를 고했다. 해외에서 출간된 놀란 감독의 저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제작 과정과 그 예술]의 서문으로 작성한 글로 3편의 시리즈를 만들면서 받았던 질문에 대한 대답과 그간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배우들과 스탭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아쉬움과 후련함 등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27일 워너브라더스가 공개한 놀란 감독의 편지에서 놀란 감독은 "알프레드, 고든, 루시우스, 브루스… 웨인. 이제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된 이름들이다"라며 "캐릭터들과 그들의 세상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기까지 3주가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놀란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를 처음부터 3부작으로 계획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마치 아이가 성장해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질 것을 처음부터 계획했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며 "동생(조나단 놀란)에게 브루스 웨인에 대한 모든 것을 아낌 없이 넣어 달라고 했다. 첫 영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후속편인 <다크 나이트>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처럼 굳이 모험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브루스를 인도하는 세계를 알게 되고, 그와 대립하는 적대자들의 존재를 살짝 엿보기 시작했을 때 속편은 필수불가결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흥행 몰이에 한창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대해서도 당초 제작 계획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3편을 제작한 이유에 대해 놀란 감독은 "난 언제나 브루스의 여정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궁금했고, 데이빗(S. 고이어: 원안)과 내가 그 끝을 발견했을 때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일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상망 기준으로 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을 불러모았다.

<<전문>>

배트맨 시리즈를 보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굿바이 레터

 

알프레드, 고든, 루시우스, 브루스웨인. 이제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된 이름들이다. 오늘, 이 캐릭터들과 그들의 세상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기까지 3주가 남았다. 오늘은 내 아들의 생일이다. 아들은 텀블러의 모델 키트가 내 차고 안에서 조립되고 있을 때 태어났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총격전이나 헬리콥터 등이 대단하고 특별한 사건이 되었던 세트나,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동원되고, 폭약을 설치하고, 지상에서 수천 피트 떨어진 공중이나 아수라장이 펼쳐지는 그 곳에서 일하는 것이 조금 익숙해졌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3부작을 계획했었냐고 묻는다. 그것은 마치 아이가 성장해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질 것을 처음부터 계획했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그에 대한 대답은 복잡하다. 데이비드(S. 고이어: 원안)와 내가 처음 브루스 웨인의 스토리를 구상하기 시작했을 땐 먼 미래까지 내다보기 보다는 진행중인 스토리의 앞뒤를 만들어내는데 푹 빠져있었다. 나는 브루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보다 그와 함께 숨쉬고 싶었다. 데이빗과 조나단(놀란: 각본)에게 그들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 없이 넣어 달라고 말했다.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은 첫 영화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다음을 위해 남겨둔 건 없었다. 그들이 도시 전체를 세웠다. 그리고 크리스찬(베일)과 마이클(케인), 게리(올드만), 모건(프리먼), 리암(리슨)과 킬리언(머피)이 그 도시 안에서 살아 숨쉬었다. 크리스찬 베일은 브루스 웨인 인생의 큰 덩어리를 떼내어 대단히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그는 영웅의 내면으로 우릴 이끌었고 연기가 아닌 브루스 그 자체였다.

 

후속편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수많은 속편들 중에 1편보다 나은 것이 얼마나 될까? 굳이 그런 모험을 해야 할까? 하지만 브루스를 인도하는 세계를 알게 되고, 그와 대립하는 적대자들의 존재를 살짝 엿보기 시작했을 때 속편은 필수불가결해졌다. 우린 팀을 다시 모아 고담으로 돌아갔다. 3년 만에 고담은 더 커지고, 현실적이고 모던해졌다. 카오스라는 새로운 힘이 눈앞에 다가왔다. 극한의 두려움을 주는 광대에게 히스(레저)가 공포스러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후속편을 위해 우린 아무 것도 남겨둔 게 없었지만, 우리가 첫 작품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것들이 있었다. 목 부분을 유연하게 만든 배트수트, IMAX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 더불어 배트모빌을 파괴하고 평범한 동기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악당들의 피 묻은 돈을 태우는 일 등 우리가 망설였던 일들도 했다. 이미 유명한 시리즈의 속편이라는 안정성을 발판 삼은 조심성은 멀리 던져버리고 과감한 도전을 발휘해 고담의 가장 어두운 모습에 직면했다.

 

3편 역시 만들 계획은 없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을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언제나 브루스의 여정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궁금했고, 데이빗과 내가 그 끝을 발견했을 때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는 초기에 내 창고에서 작업했을 땐 감히 입 밖으로도 내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했다. 우린 3부작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다시 고담시로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두를 불러 모았다. 4년이 흘렀지만 고담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존재했다. 좀 더 깨끗해진 것 같기도 하고, 타락한 것 같기도 했다. 웨인의 저택은 재건되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돌아왔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로워진 듯도 하였지만 모두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품고 있었다.

 

고담은 그 근원부터 쇠퇴하고 있었다. 밑바닥에서부터 새로운 악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브루스는 배트맨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잘못 생각한 것처럼 브루스 역시 틀렸다. 배트맨은 돌아와야만 했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마이클, 모건, 게리, 킬리언, 리암, 히스, 크리스찬베일. 이제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된 이름들이다. 대중문화에서 가장 위대하면서도 영원한 영웅을 맡으며, 고담에서 내가 보낸 시간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희망할 수 있는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이었다. 나는 배트맨이 그리울 것이다. 그 역시 날 그리워할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배트맨은 그다지 감상적이지 않다.

 

감독, 각본,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제작 과정과 그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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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처럼’ 윤상현이 사는 법

‘박쥐처럼’ 윤상현이 사는 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5선 윤상현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윤 의원의 정치적 실존은 정치권과 지역구에서 극과 극으로 다른 이미지를 연출한다. 윤 의원의 정치적 행적을 풀 열쇠는 스스로 언급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에게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3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를 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을 밝혔다. “결자해지” 충정 편지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날 밟고 가라는 취지의 추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편지를 ‘충정의 편지’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윤 의원의 충정을 알고 있으니 깊이 고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는 윤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 의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윤 전 대통령은 ‘윤 의원이 친윤(친 윤석열)이라더니, 윤 어게인을 말하는 세력과 말하지 말라는 거냐’는 생각이 들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상현이란 이름 석 자를 내 전화기에서 삭제할 것”이라며 “당신을 안다는 자체가 치욕스러우니 다시는 내게 전화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광화문에서 주도한 탄핵 반대 국민대회 연단에 섰다. 그 당시 윤 의원은 보수단체 집회 연단에 올랐던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다. 그는 “우리 당이 배출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를 막지 못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파면처럼 무도한 국회 세력에 의해 무기력하게 짓밟혔다”고 주장하면서 “사죄드린다”고 바닥에 엎드려 큰절까지 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이후, 윤 의원은 “젊은이 17명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와 얘기했다”며 “곧 훈방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애국 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 넘은 17명은 훈방 조치 됐느냐”는 질문을 받자, “조사 후 곧 석방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의원 측은 “경찰에 연행된 청년 17명에 대한 도움 요청을 받아 답한 것일 뿐, 이후 발생한 기물파손·침입 사건을 언급한 게 아니”라며 “윤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 사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2010년대엔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로 분듀되는 정치인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맡았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 연설 후 퇴장 당시 좌측에 늘어선 의원들과 악수하던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자, 윤 의원을 향해 돌아보면서 웃기도 했다. 윤 절연 시도에 전한길 “전화기서 삭제” 친박·친윤 활동 중 설화 속 숨은 비밀은? 윤 의원에 대해선 한동안 “박 전 대통령을 사석에선 누나라고 부른다”는 소문도 돌았고, 언론도 이를 자주 보도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 논평이 나오자, 그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새누리당 한선교 전 의원”이라고 반박했다. 한동안 윤 의원은 친박 성향으로부터 비롯된 설화에 휘말렸다. 지난 2016년 불거진 새누리당 공천 살생부 파문 당시 풀린 통화 녹음 파일 때문이었다. 여기엔 윤 의원이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를 향해 욕설하면서 “김무성·비박(비 박근혜)계를 다 죽여야 해서 전화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윤 의원은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 공천에서 떨어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의 정체를 공개한 인물은 다름 아닌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김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이었다. 그때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심사가 바쁘게 진행되던 시점이었는데, 윤 의원은 녹취록 파문으로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결국 새누리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인천 남구을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윤 의원의 설화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 1차 표결에 집단 불참했다. 이들 중 김재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당시 윤 의원은 배승희 변호사의 개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이 자신에게 조언을 요청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윤 의원에게 “나는 형을 따라가고 있는데, 지역구에서 엄청 욕을 먹으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자문을 구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나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해서 끝까지 갔다”며 “그때 욕을 많이 먹었지만, 1년이 지나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다 찍어준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욕먹을 수 있지만, 내일·모레·1년 후면 국민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해당 발언은 국민 비하 발언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무소속 출마했는데도 당선시켜 준 지역구 주민도 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구 특성을 고려할 때, 강경한 성향의 윤 의원은 적절한 조언을 듣기 위한 상대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들었다.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설화를 일으켰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엔 동의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 비하? 주민 비하? 이어 “대법원 판례는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해선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 위헌성을 심판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 발언 이후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헌법재판소 모두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국가 작용이더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다면 사법 심사 대상”이라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통치 행위 이론은 20세기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로부터 비롯됐다. 칼 슈미트는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치적 규범·합리적 절차보다 주권자의 결단을 우선시하는 결단주의 헌법관을 집대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헌법·법률은 주권자가 예외 상태에서 법적 질서를 창출하는 순수한 정치적 결단의 표현이다. 통치행위는 비상 상황에서 법을 정지시키면서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는 주권자의 의지로 표현된다. 칼 슈미트의 사상은 독일 나치당이 당수 아돌프 히틀러에게 모든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성립된 지도자 원리 이론의 밑바탕이 됐다. 따라서 통치 행위를 긍정하면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틀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사법기관은 현실적으로 통치행위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됐다면 사법 심사 대상이 된다는 한계를 그었다. 결단주의 헌법관은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태동했다. 20세기 초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주요 사조는 이성을 중시하는 자연과학과 합리주의였다. 이는 법 체계에도 반영돼 법조문을 있는 그대로 현실에 반영하는 법실증주의로 이어졌다. 그런데 주요 강대국이 모두 참전해 엄청난 규모로 장기간 진행된 제1차 세계대전은 합리주의에 대한 믿음을 무너트렸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합리주의는 “몇 명을 죽여 얼마의 영토를 늘릴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직결됐다. 결국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상징하는 독가스·참호전으로 이어졌다. 합리주의에 대한 회의는 법실증주의의 지배력을 무너트렸고, 이어 찾아온 사조가 결단주의였다. 체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선 법을 현실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결단주의는 나치 독일의 태동과 제2차 세계대전이란 비극으로 이어졌다. 현대의 주류 헌법관인 통합주의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태동했다. 한편 윤 의원은 언론 인터뷰·기고를 하면서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주장을 인용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23년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을 비판했다. 당시 윤 의원은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그 수준을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어는 존재의 집 <서울경제>에 ‘정치인의 언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면서 다시 최 전 의원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정치인의 언어는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을 반영한다”면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발언을 다시 인용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언어는 내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도구가 아니다. 언어가 있어야 존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존재는 언어라는 집에 살면서 그 감각을 드러낸다. ‘대통령’이란 언어가 있어야 그가 대통령임을 알 수 있고, ‘국회의원’이란 언어가 있어야 그가 국회의원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언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인간을 통해 말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태어나면 말을 한 후 글을 배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를 지배하는 게 아니며 언어라는 집에 살면서 말하고 쓰면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다. 당시 윤 의원은 최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을 민주당·최 전 의원이 사는 ‘집’으로 규정했다. 여성 비하 발언을 최 전 의원 그 자체로 규정한 철학적 수사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상황을 짚으면서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하이데거의 발언을 인용한 것은 슈미트의 철학적 흐름과 비슷하다. 하이데거도 친나치 행적이 뒤늦게 밝혀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슈미트에 따르면 ‘정치는 적과 동지의 구분’이며, 정적은 공동체의 존재 방식을 위협하는 수준 낮은 타자로 설정된다. 수준 낮은 타자를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들을 배제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순수성·안전이다. 윤 의원은 제20대·제21대 총선에 연이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심지어 제22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심판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데다 국민의힘에선 수도권은 통상 험지로 분류되는 데도 5선에 성공했다. 정치권에선 윤 의원의 5선 달성을 성실한 지역구 관리를 꼽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상현 의원이 저희 엄마한테도 누님이라고 하고, 동생 결혼식에도 와서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친척으로부터 윤 의원이 동네 주민의 이름을 다 알고, 경조사도 챙긴다고 들었다”는 글도 게재됐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해독 열쇠 윤 이후 지향할 윤의 새 실존은? 5선에 성공했던 지난 2024년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했던 그는 “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5만5000개가 넘는다”며 “이 5만5000명 중엔 지역 유권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해외 거주자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제21대 총선 당시에도 “제20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공약 완료율은 89.6%였다”며 “인천 내 국회의원 중 1위”라고 주장해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역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운용과 관련이 있다.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지역구 내 제물포역이 급행열차 정차역으로 지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인천시와 남구는 국토교통부·코레일에 급행열차의 제물포역 정차를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제물포역의 이용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의원은 “급행열차의 제물포역 정차 문제를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제물포역이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정차역으로 지정된 이후 윤 의원은 인천 남구 숭의4동 통장자율회·주민자치위원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그의 지역구 관리도 하이데거의 철학과 맞물린다. 하이데거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돌보는 것을 ‘심려’라고 규정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마음 쓰는 것을 말한다. 윤 의원의 마음을 확인한 지역구 주민은 윤 의원에게 투표해서 관계를 이어간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하이데거는 “실존은 현존재의 존재 자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람은 미리 정해진 본질이 없어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결정해 만들어나가면서, 외부에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자신을 던진다”는 의미가 있다. 윤 의원은 정치권·지역구란 상반된 현장에서 관계에 주력한다. 그가 맺는 두 관계는 상반된 평가로 이어진다. 실생활의 이익 중심 관계로 형성되는 지역구 내 관계는 윤 의원에게 5선이란 결과를 안겨줬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치적 명분·정당성이란 평가 기준이 작용한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의 장기인 관계 맺기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는 지지·성원을 얻는 반면, 다른 이념을 지향하는 유권자의 강한 비판을 받는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등 관계 변화를 시도했고, 이는 우호 관계였던 전씨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됐다. 관계 맺기 이면 득실 대한민국 유권자는 당파성과 정치적 신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당파성이 강한 유권자일수록 정치적 신의를 중시한다. 친윤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실존을 지향한다. 윤 의원이 지향하는 새로운 실존은 유권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연출될까? 그리고 그는 어디로 나아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