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별대담> 홍콩 사태 진단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10:03:55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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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밤이 지나면 새벽은 온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만 독립에 앞장선 ‘민주화의 대모’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이 홍콩 사태에 입을 열었다. 국회 연설을 성공리에 마치고 <일요시사>와 만난 뤼슈렌은 ‘중립’을 통한 동아시아의 평화를 강조했다. 
 

▲ ▲ &lt;일요시사&gt; 대담 나누는 리슈렌 전 대만 부총통 ⓒ문병희 기자

“대만과 한국은 숙명적으로 운명공동체입니다.” 여의도의 한 호텔서 만난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은 인터뷰 내내 한국과 대만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미중 패권주의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국제 정세서, 두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형제·자매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는 것. 뤼슈렌 전 부총통이 강조해온 ‘평화와 중립’이다. <일요시사>와 뤼슈렌 전 부총통은 한국-대만 국교정상화와 홍콩 사태로 본 평화와 중립의 필요성에 대한 담론을 나눴다. 다음은 뤼슈렌 전 부총통과의 일문일답.

- 이번 방한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대만은 과거 몇 년 동안 중국의 억압에 의해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수많은 국가들과 국교가 단절됐습니다. 이런 상황서 한국의 많은 분들이 공개리에 대만과의 국교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했고, 방문 기간 동안 한국의 많은 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 양국 간의 국교정상화를 위해서는 개인은 물론 국가적인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도 양국 정부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92년 대만과 한국이 단교됐을 당시에 저는 대만 국회의 외교위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정부에 건의하는 일 역시 정부 간의 소통만큼 국교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중요합니다. 최근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과 호주 국회서도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 어떤 서명운동입니까.
▲독일에서는 지난 9월11일, 중국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과정서 민주적인 대만과의 관계를 포기했던 일이 온당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양심선언이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1개월 사이에 서명운동이 전개됐고, 이미 법정 서명 인원 수를 초과해 독일 국회에서는 이번 달 9일, 정식으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호주서도 비슷한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나라의 국회나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준다면 대만은 국교가 끊겼던 세계 여러 나라와 관계를 수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 ⓒ문병희 기자

- 중국의 압박이 예상됩니다만. 
▲물론 북경(중국 정부)에서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따라서 그들과 수교한 나라들에 대해 대만과 수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입장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저는 난센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말한다면 ‘하나의 대만’도 가능한 겁니다. 중국의 무리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대만 숙명적 운명공동체
국교정상화, 민간도 나서야…

- 방한 중 국회서 강연을 하셨습니다. 준비를 하시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입니까?
▲대만과 한국이 역사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점을 알리는 데 가장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동학당 사건으로 청일전쟁이 야기됐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대만이 피해를 받았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미국은 중국의 모택동정부를 지지하던 기존 입장서 선회해 대만해협의 중립이라는 정책으로 바꿉니다. 한국전쟁이 부른 미국의 정책 변화가 대만을 살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만과 한국이 숙명적으로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 홍콩 사태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서 연설했을 때도 홍콩 사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애초에 법안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시작해 지금은 ‘반 중국’이라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홍콩 쪽 소식에 의하면 몇 개월 사이에 다친 사람은 5000여명이 되고, 사망한 사람은 500여명에 달합니다. 거의 전쟁이라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 홍콩 사태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어떤 여학생이 시위과정서 한 말입니다. 14세의 여학생이었데 언론은 그 여학생에게 ‘왜 시위에 참가하느냐’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여학생은 “내가 비록 지금은 14세지만, 만약에 지금 내가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면, 15세가 됐을 때 홍콩이 없어질 수 있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지금도 그 말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 진정되는가 싶었던 홍콩에 다시금 긴장이 감돕니다. 홍콩 당국이 시위대의 자금줄을 차단하려 하자 투쟁 동력을 유지하려는 시위대가 크게 반발한 일입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러한 일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이 최류탄으로 기관지 손상을 입었고, 피부괴사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 최근 홍콩 기초선거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칠흑 같은 밤이 지나면, 새벽이 가까워 온다. 홍콩 시민들이 자유를 위해 노력한 일들이 선거 결과로 표출됐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경서 이렇듯 강력한 여론을 무시한다면, 또 다른 민주화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 홍콩 사태를 보는 대만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홍콩 젊은이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대만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에 서명했습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홍콩 당국에 의해 체포된 홍콩 시민들이 중국으로 이송된 게 아닌가라는 얘기도 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의가 홍콩 시민들에게 너무 늦게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홍콩 사태가 우리 대만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정치·역사 유사”
형제·자매 강조

- 홍콩 사태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 역시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에 의해 홍콩 시민들이 많이 희생된 것처럼 미중 간 힘겨루기가 대만의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저희 생각에는 한국도 경계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어떤 식의 대처가 필요할지 궁금합니다.
▲제가 대만서도 주창하는 ‘평화와 중립’입니다. 주변국들은 평화와 중립을 지향하며 자국의 이익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같은 제 생각은 현재 대만과 우리 주변국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 대만에서는 곧 대선이 치러집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차이잉원 총통이 추진하는 많은 사안에 대해 찬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었습니다. 정당의 추천이 아닌 무소속 출마이다 보니 서명 요건을 갖춰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서 많은 방해공작을 받았고 결국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 다시 도전할 의사는 있으십니까?
▲늘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만약 대만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전 늘 대만의 평화와 중립을 외쳐왔습니다. 과거 차이잉원 총통은 이러한 제 생각에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이후에는 보이콧을 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대만 국회에서는 차이잉원 총통의 박사학위 취득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까지 열렸습니다. 실망을 감출 수 없습니다.
 

▲ 최민이 일요시사 편집국장과 대담 나누는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 ⓒ문병희 기자

- 주제를 바꿔서 질문을 드립니다.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과 함께 매년 동아시아평화포럼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현재 3회까지 개최됐는데, 4회 포럼은 어디서 열 계획입니까.
▲1회 대만, 2회 한국, 3회는 다시 대만서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한국과 대만서 개최했었으니 4회는 동경이나 마닐라서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과 대만뿐만 아니라 일본과 필리핀서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유준상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등이 워낙 큰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한국서 포럼이 열렸으면 합니다.  

- 앞으로도 대만이 하나의 중국에 휩쓸리지 않고 독립된 존재로 한국과 공동의 번영을 이뤘으면 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요시사>와 같이 영향력이 있는 매체와 인터뷰를 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건의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대만에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한국을 무척 좋아합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서도 대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에 대만에서는 제가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한국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할 테니, 한국서도 대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한국과 대만은 정치·문화·역사적으로 어느 나라들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민간의 교류·협력을 통해 양측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고, 진정한 형제·자매의 나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대담 = 최민이 편집국장
정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뤼슈렌은 누구? 

뤼슈렌 대만 전 부총통은 대만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가다. 뤼슈렌은 대만의 첫 여성 부총통으로 천수이볜 총통 시절 10대·11대 부총통을 지냈다. 뤼슈렌은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 창당 멤버로 ‘민진당 출신 첫 부총통’이란 타이틀도 갖고 있다. 민진당 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당을 대표하는 원로 중 한 사람이다.


뤼슈렌은 대만의 민주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1970∼1980년대 대만의 민주화를 위해 거리와 감옥서 투쟁했다. 뤼슈렌은 1979년 대만의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 중 하나인 ‘메이리다오 사건’의 1급 주동자로 체포됐다. 

메이리다오 사건은 1979년 12월10일 발생했다. 뤼슈렌 등 민주화 인사들은 대만 가오슝서 잡지 <메이리다오>를 창간하는데 잡지의 이름은 노래 제목서 따왔다. 당시 국민당 정부는 집회를 불허했지만, 이날 뤼슈렌 등은 잡지 창간 기념집회를 열었다.

뤼슈렌 등은 이날 대만의 민주화를 요구하다 경찰과 충돌했고, 당시 국민당 정부는 집회 주동자들을 강경 탄압했다. 당시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 뤼슈렌과 함께 대만 총통을 지냈던 천수이볜이다. 

뤼슈렌은 이 사건으로 1980년 1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만의 민주화와 함께 1985년 특별사면됐다. 뤼슈렌은 석방 이후 민진당을 창당했다. 한편 ‘메이리다오’는 현재 대만의 독립과 민주화를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뤼슈렌은 여성운동에도 앞장섰다. 페미니즘 문학 전문출판사를 이끌며 여성들에게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뤼슈렌은 지난 2000년과 2004년 총통 선거서 민진당 소속으로 천수이볜 총통과 함께 승리했다. 8년간 부총통을 역임한 그는 대만의 독립과 반중국을 지향한다. 뤼슈렌은 취임 이후 대중정책과 여러 차례 부딪쳤다.


뤼슈렌은 첫 취임해인 2000년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해 “하나의 중국을 받아들이는 것은 항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논의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마카오는 절대 나뉠 수 없고 합법적인 정부는 오직 중국 정부 하나라는 중국의 주장이다.  

2004년 중국이 ‘반분열국가법’을 추진하던 때에도 뤼슈렌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뤼슈렌은 “중국은 대만을 합병하려는 의도를 전 세계에 드러냈다”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므로 ‘분열’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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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