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캐디

캐디와 골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수백 년 전의 캐디는 클럽을 들고 다니는 단순한 헬퍼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프로골퍼들에게 있어서 캐디는 없어서는 안 될 조언자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역사상 유명한 캐디는 누구였을까?

그린 읽기

프로골프 초창기였던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역사상 위대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캐디 출신 이었다. 진 사라센과 월터 하겐이 캐디 출신이었으며 그 뒤를 이은 샘 스니드, 바이런 넬슨, 벤 호건, 등이 가난 때문에 캐디를 택했던 골퍼들이었다.

물론 아놀드 파머는 아버지가 골프장의 매니저였던 덕택에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도 캐디 시절을 지났다. 그들은 모두 역사상 위대한 골퍼의 반열에 올랐다. 가난을 탓하지 않고 캐디 일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스윙을 배우고 익혀 훌륭한 골퍼가 된 것이다.

이들 위대한 백인 캐디 출신의 골퍼들은 예외로 한다면, 당시의 캐디들은 흑인 아동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목화밭이나 땅콩밭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것보다 캐디직을 얻는 것이 훨씬 더 행운이었고, 훨씬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선망의 직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보수는 18홀의 경우 캐디피가 1달러에도 못 미치는 75센트, 한화로 1000원이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어려웠던 시절에는 그만한 돈도 절실했으며 흑인 아동들이 앞다퉈 캐디를 원했다.


그렇다면 미국에도 여성 캐디는 존재했을까? 한국과 달리 미국 유명골프장의 캐디들은 대부분이 남자들이지만 한때 미국에도 여성 캐디들이 존재했던 기록이 있다.

1918년 프란츠 리카비라는 캐디 출신의 작가가 쓴 <여자캐디(THE GIRL AS CADDIE)>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남자들이 군대로 나가게 되자 캐디들의 공급이 모자랐다. 전쟁 와중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에 어린이들은 학교는 고사하고 단지 굶주림을 이기기 위해 캐디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캐디들은 오히려 선수들에게 도움은커녕 짐만 될 뿐이었다.

과거, 클럽 들고 다니는 단순한 헬퍼
현재, 없어선 안 될 불가분의 관계

1913년 미시건주의 샬러보어 골프장에서 캐디팀장을 맞고 있던 프란츠는 최고 150명에서 80명으로 줄어든 남자 캐디들의 부족분을 보충키 위해 10대 여자들을 대상으로 캐디를 모집했다. 모두 14명이 응모를 했고 몇 주에 걸친 훈련을 받았다.

그들은 남자들과 똑같이 페어웨이를 정리 하고 해저드에 들어간 볼을 찾아야 했으며 샌드샷이 끝나면 모래를 정리하고 그린도 보수했다. 

그들의 복장은 몸에 달라붙는 원피스에 허리벨트를 졸라매어 날씬하게 한 뒤 남자골퍼들을 따라 다니게 했다. 캐디 본연의 일은 물론 충실히 했지만 눈요기 감이라는 세간의 불평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여론에 못 이겨 훈련이 끝난 뒤 단 3명만 남았고, 이들은 미국 최초의 여성 캐디가 됐다.

그렇다면 훗날 회자되는 역사상 위대한 캐디는 존재했을까? 1913년 US오픈에서 주인공이 나타났다. 당시 이 대회는 아마추어 최고봉으로 미국의 우상인 프란시스 위멧과 영국이 낳은 위대한 골퍼 해리 바든이 연장 맞대결을 벌인 골프사에 기록되는 명승부였다. 


겨우 20세에 불과한 이름도 생소한 위멧이 노장 바든을 이기고 미국의 우상으로 떠오른 경기였다. 그의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에디 라우어리라는 캐디였다. 하물며 에디는 위멧의 원래 캐디도 아니었고 시합 전날 급하게 구한 대역 캐디로 뚱뚱하고 작은 키에 무거운 골프백을 매고 낑낑대는, 주근깨 많고 볼품없는 초라한 모습의 10세 소년이었다. 

하지만 에디는 그린 읽기에서 만큼은 신통력을 발휘했다. 위멧은 어린 에디가 하라는 대로 퍼팅을 했고, 볼은 백발백중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에디 덕분에 위멧은 미국 골프의 우상이 된 것이다. 전설로 불리는 보비 존스가 등장하기 이전이었다.

훗날 에디는 억만장자의 사업가가 됐고, 아마추어 골퍼로 은퇴한 위멧은 에디의 신세를 지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남겼지만, 1913년 US오픈에서의 에디 라우어리는 미국 골프사에 영원한 캐디 영웅으로 남게 된다.

1559년 후 16세기 중엽 처음 등장
돈 필요한 흑인 아동이 직업으로

캐디라는 단어와 기원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이 프랑스에 머물던 1559년 이후의 16세기 중엽이 캐디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1547년 잉글랜드의 헨리 8세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면서 스코틀랜드를 침공했고, 5세에 불과했던 어린 메리 여왕을 보호하기 위해 왕실은 메리를 프랑스로 극비리에 탈출시켰다.

당시 스코틀랜드와 프랑스는 잉글랜드에 대적하기 위해 동맹관계를 맺고 있던 상황이었다.

프랑스로 보내졌던 메리는 17세의 한창 나이에 프랑스의 왕세자인 프란시스 2세와 골프와 사랑을 나누면서 함께 자랐다. 그들 옆에는 경호 겸 골프클럽을 들어주던 현역 프랑스 육군사관생도들이 늘 함께 있었다. 프랑스어로 당시 이들을 카데트 CADET라고 불렀다. 생도, 혹은 집안의 막내아들을 의미하는 프랑스 단어다.

이 어원이 100여년 뒤인 17세기에는 스코틀랜드에서 부두하역을 하는 일꾼이라는 의미에서 CADY, CADDY등으로도 불렸다. ‘에딘버러 골프 클럽의 프로였던 앤드루 딕슨은 어린시절인 1681년 왕실 전용 골프장인 리스(LEITH) 코스에서 요크 백작의 클럽을 들고 다니는 캐디 생활을 했다’고 언급된 내용이 영국에서 캐디라는 단어에 관한 최초의 문헌으로 알려져 있다.

옥스포드 사전은 1857년에 캐디를 ‘골프 클럽을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19세기의 캐디는 두 종류가 있었다. 한 사람은 티 박스에서 골프채를 들고 볼의 방향을 봐주면서 골퍼들과 동행하는 현재의 캐디인 워킹 캐디(WALKING CADDY)이고, 또 한 명은 페어웨이에 있으면서 볼이 떨어진 지점과 해저드에 빠진 볼을 찾아서 원활한 진행을 도와주는 포어 캐디(FORE CADDY)였다.

값이 비싸고 귀한 페더리 볼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페어웨이 캐디의 역할이 훨씬 중요했다. 포어란 비포어(BEFORE)가 축약된 단어로서 BE+ FORE 즉 ‘…앞에 있다, …전에 있다’라는 뜻이다. 

신통력


골프용어 중에서 뒤에서 따라가는 포섬이 친 볼이 앞 조에게 맞을 것 같으면 ‘포-어(FO-RE!)’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현대 골퍼들은 ‘볼’이라고 소리친다. 잘못 발음해서 그저 ‘뽀올’ (BALL)처럼 부르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고 실제로는 ‘포-어’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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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