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떠나는 여행 ②성남 신해철거리

한국 음악계를 호령한 '마왕'을 만나는 곳

▲ 신해철거리에 있는 그의 동상과 사진

전설적인 뮤지션을 기리고 관광 콘텐츠로 만들어 유명해진 도시가 있다. 멤피스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리버풀은 록그룹 비틀스를, 시애틀은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와 록그룹 너바나를 관광 콘텐츠로 개발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스톡홀름은 아바(ABBA)박물관에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우리나라도 대구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김광석을 테마로 그린 벽화가 있고, 다양한 관련 행사가 열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신해철 작업실 주변으로 ‘신해철거리’가 조성됐다.

  ▲ 성남시 분당에 있는 신해철거리 입구

‘마왕’이라 불리며 수많은 명곡을 쏟아낸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27일, 장협착 수술을 받은 지 며칠 만에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다. 신해철거리는 성남시와 팬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흔적과 마음을 모아 만든 곳. 마이크를 잡고 앉은 신해철 동상을 중심으로 160m 정도 이어진다.

▲ 각계각층 사람들이 생전의 신해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이 거리 바닥에 있다.

추모

거리 바닥에 생전의 그를 추모하는, 각계각층 사람들이 쓴 글이 눈에 띈다. ‘신해철, 그리운 이여. 무대 위에서 포효하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리운 마음 가슴에 담아두겠네. 음악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친구여…’(가수 인순이), ‘힘들었던 시절 형님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를 들으며 위로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날아오를 그날을 꿈꾸던 내게 친구가 되어준 그 노래… 내 마음속 영원한 마왕’(방송인 유재석).

▲ 신해철이 쓴 노랫말을 새긴 나무 푯말

신해철이 쓴 노랫말도 나무 푯말에 새겨졌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중에서),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민물장어의 꿈’ 중에서).

▲ 생전에 신해철이 발표한 앨범

신해철은 1988년 12월 열린 대학가요제에 밴드 무한궤도의 보컬로 참가해 ‘그대에게’라는 노래로 대상을 받았다. 1990년 솔로 가수로 나서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이 잇달아 히트했다. 이후 밴드 넥스트를 결성해 1992년 ‘인형의 기사’ ‘도시인’ 등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갔다.

▲ 라디오 프로그램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11년 넘게 진행하고 받은 감사패

그는 활발한 사회 참여와 독설로도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사람들이 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느냐고 물으면 신해철은 이렇게 대답했다. “남들이 똑같이 걷는 길에서 낙오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보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나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이 훨씬 더 엄청나게 무서웠기 때문에 그냥 나의 방식을 택했다.”

그는 MBC-TV 〈100분 토론〉의 단골 토론자였고, 라디오 프로그램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진행하며 청춘들을 위로했다.

▲ ‘신해철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응접실 벽을 가득 채운 책이 눈에 띈다.

그가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든 ‘신해철스튜디오’에는 아직 그의 자취가 생생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응접실이 나온다. 벽을 가득 채운 서가에는 <앎의 의지>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북조선 탄생>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워렌 버핏 평전>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짧은 여행의 기록> 등 인문, 사회, 문학, 경제, 역사, 종교를 망라한 책이 빼곡하다.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전집,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 국내 판타지 만화가 강경옥의 <두 사람이다> 등도 눈에 띄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인 신해철의 취향과 엄청난 다독 습관을 짐작할 수 있다.

▲ 서재 옆 음악 감상실에서 그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서재 옆은 음악감상실이다. 한쪽 벽에 넥스트 콘서트 때 입은 의상이 걸려 있는데, 이 옷을 입고 열창하던 고인의 모습이 겹쳐진다. 1997년 EMI에서 발매된 넥스트의 라이브 앨범을 감상할 수 있다.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조사한 ‘자장면 계란 회복 및 전 국민 운동’ 등 라디오와 관련된 원고도 가지런히 놓였다.

음악감상실을 이리저리 돌아보노라면 “자, 이제 녹음해야지”라며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다.

성남시·팬이 추억하는 ‘신해철거리’
‘음악으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길…’

컴퓨터가 놓인 책상 옆에 일정표가 있다. 그의 마지막 스케줄은 2014년 10월30일 오후 4시 JTBC 〈속사정 쌀롱〉 녹화. 신해철은 이 일정을 끝내 소화하지 못했다. 녹화 사흘 전에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모니터 앞에는 그가 피우던 담배가 있는데, 밤새 담배를 피우며 음악을 만드는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 이곳에서 밤새 음악을 만드는 신해철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복도 게시판에는 그를 추모하는 팬들의 간절한 글귀가 빼곡하다. ‘오빠, 너무 늦게 왔네요. 마음속에 잊지 않고 새길게요, 위로해줘서 고마웠어요.’ ‘하늘에서는 꼭 행복하세요.’ ‘마왕 보고 싶다. ㅠ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곳에서 즐겁고 신나게 있어요. 저도 그럴게요.’ 그를 기리고 추억하며 쓴 글을 보자니 어느새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 운치 있는 율동공원 산책로

‘신해철거리’에서 나와 가까운 곳으로 도심 여행을 떠나보자. 율동공원은 조선 전기 문신 한계희 선생을 기린 청주한씨문정공파묘역신도비(경기문화재자료 84호), 삼일운동기념탑이 있으며, 번지점프장으로 유명하다. 공원이 자리한 동네는 백제 시대부터 밤나무가 많아 율동이라 불렸다. 호수를 따라가는 공원 내 산책로가 운치 있다.

▲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라는 주제로 설계한 책테마파크

율동공원번지점프장 맞은편에 책테마파크가 있다. 아이들과 조용한 겨울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진입로에 자리한 조형물이 세계 각국의 문자로 꾸며져 이채롭다. 2006년 개관 당시 ‘문자와 이야기, 신화, 종교, 철학, 과학, 예술, 역사 등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라는 주제로 설계했다고 한다. 책 카페와 야외 공연장도 있어 미리 행사 일정을 알아보고 가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12월22일까지 〈2019 성남의 얼굴전-집〉이 열리는 성남큐브미술관

성남아트센터는 실내 공연장 세 곳(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앙상블시어터)과 야외 공연장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성남큐브미술관과 갤러리808에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오는 22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2019 성남의 얼굴전-집〉이 열린다.

성남에 살거나 살았던 작가들의 경험과 기억, 생각을 통해 집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각자가 느끼는 집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는 전시다.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이 볼만하다.

▲ 다양한 기획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책을 주제로 꾸민 어린이 미술관이다. 국내외 그림책 6000여권이 있고,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다양한 기획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문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신해철거리→율동공원→책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신해철거리→율동공원→책테마파크

둘째 날: 성남큐브미술관→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성남시청 문화관광 www.seongnam.go.kr/city/1000486/30209/bbsList.do
- 책테마파크 www.snart.or.kr/web/cms/?MENUMST_ID=21541
- 성남큐브미술관 www.snab.or.kr/mainPage.do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www.hmoka.org/main/index.do
 

문의 전화
- 성남시청 관광과 031)729-2993
- 책테마파크 031)708-3588
- 성남큐브미술관 031)783-8000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031)5170-37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9401번 광역버스 이용, 푸른마을 정류장 하차. 17번·33번·370번 일반버스 이용, 동국대한방병원·수내고교 정류장 하차.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판교 IC→판교·분당 방면→느티나무사거리→분당구청 방면→샛별삼거리→수내3동·분당서울대병원 방면→수내고등학교→발이봉로7번길 방면→신해철거리
 
식당 정보
- JS호텔 분당: 분당구 황새울로311번길, 1877-8006, www.jshotelbundang.com
- 메이트호텔 분당: 분당구 황새울로335번길, 1644-5501, www.matehotel-bundang.co.kr

- 호텔갤러리: 분당구 황새울로, 031)702-8200, www.galleryhotel.co.kr
 
식당 정보
- 초원의집(누룽지백숙): 수정구 수정로, 031)742-5449
- 분당유황오리진흙구이(오리구이): 분당구 새마을로, 031)701-5292
- 감미옥 분당점(설렁탕): 분당구 탄천로, 031)709-9448
 
주변 볼거리

모란민속5일장, 남한산성, 중앙공원, 탄천, 정자동카페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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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