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특감반 수사관의 극단적 선택 입체분석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14:15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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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놓게 하는 ‘서초동 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벌써 다섯 명째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 A 검찰 수사관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3년간 검찰의 주요 수사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조사자가 다섯이나 된다. 왜 매번 검찰 조사 과정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될까. <일요시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서 발간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A 수사관의 비극적인 선택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검찰 수사관이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수사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날 서울중앙지검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A 수사관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서 숨져 있는 것을 사무실 관계자가 발견했다. 

A 수사관은 민정비서관실에 재직할 당시인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혐의를 수사한 일과 관련해 불거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당시 백 전 비서관이 별도로 꾸린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들이 울산에 직접 내려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A 수사관은 울산에 내려간 인물로 지목됐고, 앞서 울산지검서 조사도 받았다.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6시 A 수사관을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다.

왜 유독
서울지검?

검찰 조사 중 피조사자가 비극적인 선택을 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요시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를 토대로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발간사에서 “사회 유력인사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 중 자살은 검찰의 강압수사 및 정치적 목적을 가진 편파수사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반향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2004∼2014년까지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총 83명에 달한다. 해마다 8명 이상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일어난 자살 사건을 분석해 3개의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2004∼2010년까지 한 자릿수를 유지하던 피조사자의 자살 숫자가 2011년 이후 두 자리를 유지하며 증가 추세를 보인다. 해당 보고서는 2007년 6월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된 이후 피조사자의 자살이 급증한 게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추론했다. 

둘째, 전국 지검 및 지청 별 피조사자 자살 건수는 한두 명의 오차 범위 내에서 동일하게 분포하고 있었지만, 서울중앙지검·창원지검·대구지검·울산지검의 경우 오차 범위 밖의 많은 피조사자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셋째,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피조사자의 경우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를 포함한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그동안 쌓아 온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면서 이때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일반 범죄자들과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3년간 수사 중 목숨 끊는 피조사자 5명  
검 문턱만 넘으면…대부분 화이트칼라

또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 보고서에서는 검찰 수사 중 피조사 시 자살 원인을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 ▲검찰의 수사 압박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 ▲정치권력과 관계 등으로 분석했다. 

A 수사관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서 피조사인의 자살 사건이 가장 많았다. 2004∼2014년까지 서울중앙지검서 18명의 피조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과 2016년도의 수치를 합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조사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이 다른 지검이나 지청과 비교할 때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이외 최근 3년간 서울중앙지검서 피조사자 자살 사건이 4차례 발생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 받던 국정원 직원(2017.10.31)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 받던 현직 검사(2017.11.06) ▲세월호 ‘사찰 의혹’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2018.12.07)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펀드 의혹 관련 상상인그룹 관계자(2019.11.30)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창원지검 5명, 대구지검과 울산지검 4명, 청주지검과 홍성지청 3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울산지검도 청와대 하명 수사와 관련해 A 수사관을 한 차례 조사했다.

범죄유형 
살펴보니…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의혹은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가 포함된 ‘화이트칼라 범죄’에 속한다.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고위인사들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범죄란 존경 받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뜻한다. 이 범죄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적인 비리도 있지만, 대체로 조직 차원서 구조적, 조직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피조사자의 경우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 등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검찰 수사 도중 피조사자가 자살한 사건을 범죄 유형 별로 살펴보면 횡령배임(25%), 뇌물범죄(21%), 성범죄(15%) 기타(41%) 등이다. 검찰 수사 중 자살한 피조사자의 화이트칼라 비율은 72%에 달했다. 화이트칼라 중 공직자는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화이트칼라 피조사자가 반복적으로 자살한 현상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피조사자가 사회 유력인사거나 사회지도층 등과 같이 사회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크게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실패와 좌절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약하다. 이 때문에 실패와 좌절에 대한 공포를 더 심하게 느끼고 우울증 등 급성정신장애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 정신과의의 견해에 따르면 이른바 엘리트들은 작은 실패에도 자신을 쉽게 패배자로 낙인 찍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엘리트 중년 남성에게서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수사하길래?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검찰의 강도 높은 압박 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 수사관은 울산지청서 첫 조사 전 함께 일했던 청와대 행정관에게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간 건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 조사 직후 자신이 힘들어질 것 같고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수사관 유족들도 경찰에 “그동안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선 A씨에 대한 검찰의 별건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리한 먼지털이식 조사
언론 피의사실 공표 때문?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검찰 수사 과정 인권 침해 시비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이 피조사자의 자살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와대 하명 수사와 관련해 수많은 피의 사실이 쏟아졌다. 연일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 오해와 억측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청와대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과 백 전 비서관은 언론의 의혹 보도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자살하는 피조사자 사건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사건이 외부로 노출되고, 수사기관 조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해명과 방어의 과정을 거쳐 결국 사건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스캔들(Scandal)로 극화(Dramatization)된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는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깨뜨린 행위란 점에서 그 범죄가 초래하는 사회적 반향이 작지 않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언론들은
잘못 없나?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보고서는 ‘범죄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범죄 혐의자나 그 가족 등 범죄 관련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당사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한 번 침해된 인권은 사후에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또 언론이 범죄에 대해 보도할 때 피의자가 진정한 범인이라는 공식에 따라 일단 ‘피의자로 보도된 자에 대해서는 총체적 비난을 가하는 것이 언론의 보도 태도’ 라며 ‘이런 보도 행태는 범인의 가족 또는 주변 인물에게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한다는 점에서 범죄 보도 오보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 사건’이 대통령 측근과 연관 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는 이런 정치적 역학 관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결단 혹은 통치의 산물 등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검찰 수사 과정서 피조사자가 자신의 수사에 대해 이런 인식(‘왜 유독 자신만 처벌받아야 하는지’, 표적수사, 불공정한 수사, 정치적 보복수사, 짜맞추기 수사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상황 인식을 배경으로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해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곧 좌절로 이어져 자살에 이르게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정치권력과
피조사자들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루어 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청와대 하명 수사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와도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법무부장관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조 전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기소가 어려워지자 사실상 별건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중 피조사의 자살 방지 대책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 이해 및 적정대책 강구 ▲무리한 수사 관행의 개선 및 인권 교육 강화 ▲피의사실공표죄 적용의 현실화 방안 모색 ▲수사공보제도의 개선 등이라고 제시했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 연구>의 저자는 보고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저자는 “자칫 어느 한쪽 편을 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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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