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5.8℃흐림
  • 강릉 10.7℃흐림
  • 서울 6.8℃
  • 대전 5.7℃
  • 대구 3.7℃흐림
  • 울산 8.4℃흐림
  • 광주 9.8℃
  • 부산 11.7℃흐림
  • 고창 11.4℃흐림
  • 제주 14.7℃
  • 강화 7.8℃흐림
  • 보은 2.0℃흐림
  • 금산 4.1℃흐림
  • 강진군 8.5℃흐림
  • 경주시 1.9℃흐림
  • 거제 9.4℃흐림
기상청 제공

1351

2021년 11월30일 08시21분

사회


<일요시사> 특감반 수사관의 극단적 선택 입체분석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14:15
  • 호수 1248호
  • 댓글 0개
URL복사

모든 걸 놓게 하는 ‘서초동 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벌써 다섯 명째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 A 검찰 수사관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3년간 검찰의 주요 수사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조사자가 다섯이나 된다. 왜 매번 검찰 조사 과정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될까. <일요시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서 발간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A 수사관의 비극적인 선택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검찰 수사관이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수사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날 서울중앙지검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A 수사관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서 숨져 있는 것을 사무실 관계자가 발견했다. 

A 수사관은 민정비서관실에 재직할 당시인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혐의를 수사한 일과 관련해 불거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당시 백 전 비서관이 별도로 꾸린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들이 울산에 직접 내려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A 수사관은 울산에 내려간 인물로 지목됐고, 앞서 울산지검서 조사도 받았다.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6시 A 수사관을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다.

왜 유독
서울지검?

검찰 조사 중 피조사자가 비극적인 선택을 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요시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를 토대로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발간사에서 “사회 유력인사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 중 자살은 검찰의 강압수사 및 정치적 목적을 가진 편파수사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반향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2004∼2014년까지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총 83명에 달한다. 해마다 8명 이상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일어난 자살 사건을 분석해 3개의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2004∼2010년까지 한 자릿수를 유지하던 피조사자의 자살 숫자가 2011년 이후 두 자리를 유지하며 증가 추세를 보인다. 해당 보고서는 2007년 6월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된 이후 피조사자의 자살이 급증한 게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추론했다. 

둘째, 전국 지검 및 지청 별 피조사자 자살 건수는 한두 명의 오차 범위 내에서 동일하게 분포하고 있었지만, 서울중앙지검·창원지검·대구지검·울산지검의 경우 오차 범위 밖의 많은 피조사자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셋째,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피조사자의 경우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를 포함한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그동안 쌓아 온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면서 이때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일반 범죄자들과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3년간 수사 중 목숨 끊는 피조사자 5명  
검 문턱만 넘으면…대부분 화이트칼라

또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 보고서에서는 검찰 수사 중 피조사 시 자살 원인을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 ▲검찰의 수사 압박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 ▲정치권력과 관계 등으로 분석했다. 

A 수사관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서 피조사인의 자살 사건이 가장 많았다. 2004∼2014년까지 서울중앙지검서 18명의 피조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과 2016년도의 수치를 합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조사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이 다른 지검이나 지청과 비교할 때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이외 최근 3년간 서울중앙지검서 피조사자 자살 사건이 4차례 발생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 받던 국정원 직원(2017.10.31)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 받던 현직 검사(2017.11.06) ▲세월호 ‘사찰 의혹’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2018.12.07)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펀드 의혹 관련 상상인그룹 관계자(2019.11.30)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창원지검 5명, 대구지검과 울산지검 4명, 청주지검과 홍성지청 3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울산지검도 청와대 하명 수사와 관련해 A 수사관을 한 차례 조사했다.

범죄유형 
살펴보니…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의혹은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가 포함된 ‘화이트칼라 범죄’에 속한다.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고위인사들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범죄란 존경 받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뜻한다. 이 범죄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적인 비리도 있지만, 대체로 조직 차원서 구조적, 조직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피조사자의 경우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 등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검찰 수사 도중 피조사자가 자살한 사건을 범죄 유형 별로 살펴보면 횡령배임(25%), 뇌물범죄(21%), 성범죄(15%) 기타(41%) 등이다. 검찰 수사 중 자살한 피조사자의 화이트칼라 비율은 72%에 달했다. 화이트칼라 중 공직자는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화이트칼라 피조사자가 반복적으로 자살한 현상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피조사자가 사회 유력인사거나 사회지도층 등과 같이 사회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크게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실패와 좌절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약하다. 이 때문에 실패와 좌절에 대한 공포를 더 심하게 느끼고 우울증 등 급성정신장애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 정신과의의 견해에 따르면 이른바 엘리트들은 작은 실패에도 자신을 쉽게 패배자로 낙인 찍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엘리트 중년 남성에게서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수사하길래?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검찰의 강도 높은 압박 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 수사관은 울산지청서 첫 조사 전 함께 일했던 청와대 행정관에게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간 건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 조사 직후 자신이 힘들어질 것 같고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수사관 유족들도 경찰에 “그동안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선 A씨에 대한 검찰의 별건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리한 먼지털이식 조사
언론 피의사실 공표 때문?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검찰 수사 과정 인권 침해 시비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이 피조사자의 자살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와대 하명 수사와 관련해 수많은 피의 사실이 쏟아졌다. 연일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 오해와 억측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청와대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과 백 전 비서관은 언론의 의혹 보도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자살하는 피조사자 사건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사건이 외부로 노출되고, 수사기관 조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해명과 방어의 과정을 거쳐 결국 사건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스캔들(Scandal)로 극화(Dramatization)된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는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깨뜨린 행위란 점에서 그 범죄가 초래하는 사회적 반향이 작지 않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언론들은
잘못 없나?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보고서는 ‘범죄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범죄 혐의자나 그 가족 등 범죄 관련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당사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한 번 침해된 인권은 사후에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또 언론이 범죄에 대해 보도할 때 피의자가 진정한 범인이라는 공식에 따라 일단 ‘피의자로 보도된 자에 대해서는 총체적 비난을 가하는 것이 언론의 보도 태도’ 라며 ‘이런 보도 행태는 범인의 가족 또는 주변 인물에게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한다는 점에서 범죄 보도 오보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 사건’이 대통령 측근과 연관 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는 이런 정치적 역학 관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결단 혹은 통치의 산물 등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검찰 수사 과정서 피조사자가 자신의 수사에 대해 이런 인식(‘왜 유독 자신만 처벌받아야 하는지’, 표적수사, 불공정한 수사, 정치적 보복수사, 짜맞추기 수사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상황 인식을 배경으로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해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곧 좌절로 이어져 자살에 이르게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정치권력과
피조사자들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루어 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청와대 하명 수사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와도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법무부장관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조 전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기소가 어려워지자 사실상 별건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중 피조사의 자살 방지 대책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 이해 및 적정대책 강구 ▲무리한 수사 관행의 개선 및 인권 교육 강화 ▲피의사실공표죄 적용의 현실화 방안 모색 ▲수사공보제도의 개선 등이라고 제시했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 연구>의 저자는 보고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저자는 “자칫 어느 한쪽 편을 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많이 본 뉴스

더보기

일요시사 주요뉴스

'백기 든' 문정부 부동산 정책 대해부

'백기 든' 문정부 부동산 정책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는 악한 경우가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정책을 시행할 때 이런 경우를 많이 겪는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서민들의 집값 걱정을 해소하겠다는 선한 의도로 부동산 정책을 다양하게 시행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오히려 집값이 역대 최고로 뛰었다. <일요시사>는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됐는지 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반 년 남겨 놓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픔을 달래주겠다며 등장한 문재인정부는 집권 후 국민의 바람을 하나둘 이루며 임기 내내 높은 국정 지지를 받았다. 높은 지지율은 반짝 사라지지 않았다. 끝까지… 아킬레스건 문정부는 5년 차 2분기 여론조사에서 39%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레임덕 없는 최초 정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과거 정부들이 같은 분기에 평균 10% 안팎의 지지율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 높은 문정부도 한 가지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는데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문정부를 평가하는 정계 전문가들은 외교와 안보, 경제 등의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중이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만큼은 하나가 돼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조차도 그간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은 KBS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출연해 국민들로부터 26개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 하나하나를 차분히 대답하던 문 대통령은 15번째 패널에게 청년 실업과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멋쩍게 웃으며 “드디어 어려운 문제로 들어갔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를 했다”며 “조금 더 부동산 주택 공급에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앞서 2019년 <‘국민이 묻는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자신 있다. 꼭 주택 가격을 잡겠다”고 호기롭게 말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직접 시인했다. 실제로 문재인정권이 출범한 후에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다만, 상승률 변동 폭은 조사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조사된다.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문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6월 이후, 올해 11월까지 서울의 아파트값은 약 16%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은 17년 6월 87.9%(21년 6월 100%기준)였던 아파트 가격이 21년 11월, 103.7%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서 완패 어디서부터 어디가 잘못인가 김진광 한국부동산원 통계부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자료는 표본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고, 실거래가와 여러 가지 참고자료를 비교해 작성한다. 구체적인 가격은 밝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이하 경실련) 측의 자료를 보면, 변동 폭은 많이 달라진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30평형 아파트 평균값은 약 6억2000만원에서 올해 1월에 11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약 78% 오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올해 11월)과는 달리 올해 초까지만 반영한 수치인데도 약 62%의 차이가 난다. 정택수 경실련 부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가격은 서울 주요 지역 표본 아파트들의 시세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가격은 평균치라고 보면 된다”며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와 차이 나는 점은 우리도 잘 모르겠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는)현실 물가와 동떨어진 수치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의 말대로 현실 물가는 경실련 자료에 더욱 가깝다.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률은 매우 가파르고, 이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0일 관훈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3기 민주당정부가 100% 잘한 건 아니다. 문재인정부, 민주당 정부에 실제로 참여한 일원으로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어떻게 집값 폭등을 야기했을까? 정확한 인과 관계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실과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동안 문정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24개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고, 그때마다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발표한 공약이 하나도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구매 욕구를 너무 쉽게 본 게 패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책의 방향성과 이념이 섞여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싶었겠지만, 문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고,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가 아닌 강남 등 고가 주택 지역 우선 규제 같은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투기꾼들과 맞섰다”고 총평했다. “가격 잡겠다” 2년 만에 만세 김 소장이 말하는 문정부의 첫 단추는 2017년 6·19 부동산 정책을 말한다. 이 대책은 문정부에서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었다. “집값을 잡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문 대통령이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었기에 대중은 큰 관심을 가졌지만, 후에 규제 자체도 강하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 점을 알고 혹평을 쏟아냈다. 6·19는 쉽게 말해 ‘집을 사고 팔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대책이었다. 투기 규제 지역을 확대(경기도 광명, 부산 기장군·진구 추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수요를 줄게 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정부의 예상을 빗나갔다. 특정 지역에 대한 대책만 내놓으면서 사람들은 6·19 대책을 ‘핀셋 규제’라 조롱했고, 규제를 피해간 지역에는 역으로 투기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오히려 규제 전보다 집값이 더 상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문정부는 두 달이 지난 8월2일, 더욱 강력한 규제를 담은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6·18 대책’이 예고편이었다면, ‘8·2 대책’은 본편이었다. 이때 문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를 명확히 했다. ‘8·2 대책’은 6·18 대책과 결을 같이 했지만, 정도가 훨신 강했고 규제 종류도 더 다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규제 카테고리의 세분화다. 기존엔 ‘조정대상지역’이라는 항목 하나만 도입해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했었지만, 문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 과열지구’란 항목을 추가 도입해 규제를 세분화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에, 서울 14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가 투기 과열지구에 들어갔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도 시행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논란이 된 항목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란 살던 집이 재건축돼 시세가 올라 돈을 벌었을 경우, 그 시세 차익 만큼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8·2 대책 후 조금씩 호평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6억원짜리의 집이 재건축되어 10억으로 가격이 올랐다면, 집 주인은 4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세율은 최대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양도세를 대폭 강화한 것도 8·2 대책의 주요 특징이다. 8·2 대책을 기점으로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에 ‘2년 이상 거주’란 조건이 추가됐다. 기존엔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2년 이상 보유만 하면 9억원 이하까지는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실거주를 2년 이상 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8·2 대책 시행 직후, 문정부는 호평을 받았다. 꼼꼼하고 광범위한 정부 규제로 집값이 한동안 안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뒤 잠깐의 안정이 일시적인 착시효과였다는 게 드러났다. 착시효과를 깬 사람들은 지방의 유지들이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은 지방의 집을 팔거나 담보대출을 받아 서울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등장한 용어가 바로 ‘갭투자’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집값이 올랐고, 지방은 집값이 내려갔다. 이때 서울 지역의 부동산 매매가 평균값은 1년 새에만 평균 6%가 올랐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든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규제로 재건축 사업성이 없어진 건설업자들은 공사를 중단하거나 작업을 뒤로 미뤘고, 시행일인 18년1월 이후에 서울 시민들은 주택 공급 절벽을 마주했다. 이후 1년간 서울의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정부는 7개의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집값 그래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24전 24패’ 모두 자책골 공급확대 방향 틀어 호평 그러던 집값이 소폭 하락한 시점은 2018년 9월21일과 12월19일 대책이 발표된 직후였다. 큰 폭은 아니지만 서울의 집값은 이때 처음 하락했다. 정부가 그전과 달리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9·21 대책에서 정부는 5년간 수도권 지역에 “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12·19 대책에서는 15.5만호 추가 공급 계획과 광역 교통망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실수요자들이 반응했다. 장래에 공급될 주택에 안심하고 수요를 멈춘 것이다. 비록 발표 얼마 후 입맛에 정확히 맞는 지역과 시기, 규모가 아니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집값은 다시 상승곡선을 탔지만 문정부 ‘최초’의 공급 대책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해 8월4일, 더욱 정교한 주택 공급 방안이 나온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협업으로 26.2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했고, 공급 대상을 실수요자에 집중시켰다. 방법도 구체적이었다. 정부 부지(군부지, 이전 기관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고, 도심 내 낙후된 지역에 재건축을 시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상암과 마곡, 천왕2가 개발될 정부부지 후보로 떠올랐다. 그후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4일,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일명 ‘2·4 대책’이라 불리는 이 대책은 압도적인 물량 공급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호, 전국에는 83만 호의 주택 부지를 추가공급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의 공급 대책의 배가 넘는 규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의 집값 안정세가 2·4 대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한다. 2·4 대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정책이 어느정도 진행된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문정부는 처음 내놓은 6·19 대책과 8·2 대책의 방향대로 지난 4년간 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 애썼다. 25전째 1승 기대 하지만 갭투자나 풍선 효과 같은 부작용을 낳으며 집값이 치솟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에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 이제 6개월가량 남은 임기에서 나온 늦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다음 정부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만큼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