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특감반 수사관의 극단적 선택 입체분석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14:15
  • 호수 1248호
  • 댓글 0개

모든 걸 놓게 하는 ‘서초동 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벌써 다섯 명째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 A 검찰 수사관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3년간 검찰의 주요 수사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조사자가 다섯이나 된다. 왜 매번 검찰 조사 과정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될까. <일요시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서 발간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A 수사관의 비극적인 선택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검찰 수사관이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수사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날 서울중앙지검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A 수사관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서 숨져 있는 것을 사무실 관계자가 발견했다. 

A 수사관은 민정비서관실에 재직할 당시인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혐의를 수사한 일과 관련해 불거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당시 백 전 비서관이 별도로 꾸린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들이 울산에 직접 내려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A 수사관은 울산에 내려간 인물로 지목됐고, 앞서 울산지검서 조사도 받았다.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6시 A 수사관을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다.

왜 유독
서울지검?

검찰 조사 중 피조사자가 비극적인 선택을 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요시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를 토대로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발간사에서 “사회 유력인사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 중 자살은 검찰의 강압수사 및 정치적 목적을 가진 편파수사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반향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2004∼2014년까지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총 83명에 달한다. 해마다 8명 이상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일어난 자살 사건을 분석해 3개의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2004∼2010년까지 한 자릿수를 유지하던 피조사자의 자살 숫자가 2011년 이후 두 자리를 유지하며 증가 추세를 보인다. 해당 보고서는 2007년 6월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된 이후 피조사자의 자살이 급증한 게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추론했다. 

둘째, 전국 지검 및 지청 별 피조사자 자살 건수는 한두 명의 오차 범위 내에서 동일하게 분포하고 있었지만, 서울중앙지검·창원지검·대구지검·울산지검의 경우 오차 범위 밖의 많은 피조사자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셋째,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피조사자의 경우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를 포함한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그동안 쌓아 온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면서 이때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일반 범죄자들과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3년간 수사 중 목숨 끊는 피조사자 5명  
검 문턱만 넘으면…대부분 화이트칼라


또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 보고서에서는 검찰 수사 중 피조사 시 자살 원인을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 ▲검찰의 수사 압박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 ▲정치권력과 관계 등으로 분석했다. 

A 수사관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서 피조사인의 자살 사건이 가장 많았다. 2004∼2014년까지 서울중앙지검서 18명의 피조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과 2016년도의 수치를 합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조사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이 다른 지검이나 지청과 비교할 때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이외 최근 3년간 서울중앙지검서 피조사자 자살 사건이 4차례 발생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 받던 국정원 직원(2017.10.31)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 받던 현직 검사(2017.11.06) ▲세월호 ‘사찰 의혹’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2018.12.07)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펀드 의혹 관련 상상인그룹 관계자(2019.11.30)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창원지검 5명, 대구지검과 울산지검 4명, 청주지검과 홍성지청 3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울산지검도 청와대 하명 수사와 관련해 A 수사관을 한 차례 조사했다.

범죄유형 
살펴보니…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의혹은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가 포함된 ‘화이트칼라 범죄’에 속한다.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고위인사들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범죄란 존경 받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뜻한다. 이 범죄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적인 비리도 있지만, 대체로 조직 차원서 구조적, 조직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피조사자의 경우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 등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검찰 수사 도중 피조사자가 자살한 사건을 범죄 유형 별로 살펴보면 횡령배임(25%), 뇌물범죄(21%), 성범죄(15%) 기타(41%) 등이다. 검찰 수사 중 자살한 피조사자의 화이트칼라 비율은 72%에 달했다. 화이트칼라 중 공직자는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화이트칼라 피조사자가 반복적으로 자살한 현상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피조사자가 사회 유력인사거나 사회지도층 등과 같이 사회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크게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실패와 좌절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약하다. 이 때문에 실패와 좌절에 대한 공포를 더 심하게 느끼고 우울증 등 급성정신장애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 정신과의의 견해에 따르면 이른바 엘리트들은 작은 실패에도 자신을 쉽게 패배자로 낙인 찍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엘리트 중년 남성에게서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수사하길래?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검찰의 강도 높은 압박 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 수사관은 울산지청서 첫 조사 전 함께 일했던 청와대 행정관에게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간 건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 조사 직후 자신이 힘들어질 것 같고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수사관 유족들도 경찰에 “그동안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선 A씨에 대한 검찰의 별건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리한 먼지털이식 조사
언론 피의사실 공표 때문?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검찰 수사 과정 인권 침해 시비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이 피조사자의 자살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와대 하명 수사와 관련해 수많은 피의 사실이 쏟아졌다. 연일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 오해와 억측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청와대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과 백 전 비서관은 언론의 의혹 보도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자살하는 피조사자 사건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사건이 외부로 노출되고, 수사기관 조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해명과 방어의 과정을 거쳐 결국 사건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스캔들(Scandal)로 극화(Dramatization)된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는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깨뜨린 행위란 점에서 그 범죄가 초래하는 사회적 반향이 작지 않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언론들은
잘못 없나?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보고서는 ‘범죄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범죄 혐의자나 그 가족 등 범죄 관련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당사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한 번 침해된 인권은 사후에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또 언론이 범죄에 대해 보도할 때 피의자가 진정한 범인이라는 공식에 따라 일단 ‘피의자로 보도된 자에 대해서는 총체적 비난을 가하는 것이 언론의 보도 태도’ 라며 ‘이런 보도 행태는 범인의 가족 또는 주변 인물에게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한다는 점에서 범죄 보도 오보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 사건’이 대통령 측근과 연관 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는 이런 정치적 역학 관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결단 혹은 통치의 산물 등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검찰 수사 과정서 피조사자가 자신의 수사에 대해 이런 인식(‘왜 유독 자신만 처벌받아야 하는지’, 표적수사, 불공정한 수사, 정치적 보복수사, 짜맞추기 수사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상황 인식을 배경으로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해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곧 좌절로 이어져 자살에 이르게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정치권력과
피조사자들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루어 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청와대 하명 수사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와도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법무부장관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조 전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기소가 어려워지자 사실상 별건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중 피조사의 자살 방지 대책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 이해 및 적정대책 강구 ▲무리한 수사 관행의 개선 및 인권 교육 강화 ▲피의사실공표죄 적용의 현실화 방안 모색 ▲수사공보제도의 개선 등이라고 제시했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 연구>의 저자는 보고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저자는 “자칫 어느 한쪽 편을 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