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여기자 직접 결혼정보업체 '무료상담' 받아보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3 11: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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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원으로 100억 인생역전 가능”…혹시 로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내 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변에 넘치는 건 남자고 여자인데 실제로 내 인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감질나게 찾아오는 연애는 갈증만 남기고, 후에 더 좋은 인연이 찾아올 것 같아 결혼결심은 망설여진다. 넘치고 넘쳐도 성에 안차고 또 그만큼 신중해야 하는 결혼. 이 때문인지 나에게 꼭 맞는 배우자를 찾아준다는 결혼정보회사들이 장안에 성업 중이다. 그러나 항간에 떠도는 설과 소문 때문인지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돈’을 주고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고르는 시대. 결혼정보업체의 배우자감 매칭시스템을 취재기자임을 숨기고 직접 들어봤다.

강남의 유명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김모(28ㆍ여)씨로부터 무료상담을 받은 후 강압적인 등록 강요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김씨는 “결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 갔지만 당일 가입을 망설이자 조폭 같은 여성이 다가와 ‘평생 이렇게 살거냐’는 식의 자존심 짓밟는 발언을 해 속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나이에 따라
‘배우자’ 취사선택

실제 결혼정보업체에서 저마다 실시하고 있는 무료상담 과정에서 등록 강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감을 나누고 또 비용은 얼마정도일까.

지난 16일과 17일, 기자는 27세의 중소기업 홍보팀 여직원을 가장해 강남 유명 결혼정보업체 두 곳을 찾았다.


먼저 찾은 곳은 유명 연예인이 대표로 있는 B업체.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본사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상담실로 안내한다. 이어 상담 매니저가 들어오고 고객정보 작성이 이뤄졌다.

고객정보카드는 커플매칭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고객정보를 알아야 원하는 배우자감이 업체에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며 자신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총 3페이지로 이루어진 정보카드에는 나이ㆍ학력ㆍ직장ㆍ연봉ㆍ키ㆍ혈액형ㆍ종교ㆍ최근 연애경험 등 자신의 정보는 물론 부모의 직장 및 학력ㆍ형제관계ㆍ학력ㆍ자산(전문직 남성을 만났을 경우 지원해줄 수 있는 수준) 등도 기입하도록 돼있다. 기본적인 정보 확인이 끝난 후 본격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돈 많은 남자 만나라!
남 ‘능력ㆍ집안’, 여 ‘나이ㆍ외모’에 따라 등급 매겨

상담팀장은 “다이아몬드 같은 나이에 잘 왔다”며 “26~28세면 내가 남자를 선택할 수 있다. 29세가 되면 데드라인으로 반은 선택할 수 있고 반은 받을 수도 있고, 30세가 넘으면 남자한테 선택을 받아질 확률이 더 높다. 33세가 넘으면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나이’는 여성을 판가름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됐다. 상담팀장은 “요즘 여자들은 나이가 경쟁력”이라며 “능력 있는 남자들은 한 살이라도 어린 여자를 선택하는 게 불변의 진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상담팀장은 ‘여자가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를 늘어놨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처럼 여자는 남자로 인해 생고생하면서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내가 이 정도까지 레벨(학력ㆍ자기관리 등)을 올려놨는데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보너스로 사모님 소리를 들어가면서 살 수도 있다는 것.


상담팀장은 “2년 전에 결혼한 회원은 전문대밖에 안 나온 여자였지만 모 병원을 두 개나 개업한 남자와 살고 있다”고 예를 들며 “여자는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도 ‘남자’로 인해 묻힐 수 있고 남자가 어떤 직업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제일중요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능력 없는 남자
‘접근금지’

다음으론 원하는 배우자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배우자의 직업ㆍ연봉ㆍ학력ㆍ키는 물론 나이차이ㆍ외모ㆍ스타일ㆍ체형ㆍ성향ㆍ종교ㆍ흡연과 음주 여부ㆍ차량 및 집 소유 유무ㆍ부모님 자산 등까지 앞서 한 자기정보 카드보다 더 상세했다.

상담팀장은 “남성들은 직업과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가입조건이다”며 “여성들은 무직이나 프리랜서도 등록이 가능하지만 남성들은 프리랜서ㆍ영업직ㆍ여자를 상대하는 직업은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업체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재직증명서 및 등기부등본, 혼인관계 여부 확인, 졸업증명서, 사실임을 증빙하는 서약서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이상형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서비스 종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업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 종류는 크게 3가지. 만날 수 있는 회원 기준과 횟수에 따라 일반 165(부가세 10%포함)~275만원ㆍ노블레스 385~495만원ㆍ성혼 660만원으로 나뉜다.

이중 노블레스는 일반직 여성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상품으로 등록 시 노블레스 파티 참석이 가능하고 피부과 지정 에스테틱 관리 3회를 받을 수 있으며, 치과에서 구강검진ㆍ스케일링ㆍ미백을 받아볼 수 있다.

조건 까다로울수록
높아지는 가입비

385만원짜리는 연간 7회 만남 주선으로 대기업, 공기업, 항공 관계자, 교사, 대학강사, 공무원, 방송 관계자, 연구원, 세무사 등을 만날 수 있고 495만원짜리는 연 14회 만남 주선에 의사, 한의사, 변호사, 회계사, 외무고시ㆍ행정고시 합격자, 대학교수, CEO, 연예인, 애널리스트 등을 만날 수 있다. 기간은 1년이지만 교제를 한 뒤 헤어질 경우 그만큼의 기간연장은 가능하다.

두 번째로 찾은 K결혼정보업체에도 ‘노블레스 프로그램’이 있다. 전문직 종사자, 사회 엘리트계층과의 만남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루비’ 프로그램, 배우자의 기품과 집안은 물론 최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VIP회원과의 만남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에메랄드’ 프로그램, 기간제한 없이 성혼 시까지 만남을 원하거나 상류층ㆍ전문직 종사자와의 성혼을 원하는 ‘다이아몬드’ 프로그램이 있다.

가격은 B업체와 비슷했다. 전문직을 제외하고 일반직 중 가정환경 좋은 사람과 만날 경우 253만원, 전문직과 일반직(가정환경 포함)을 모두 만날 경우 396만원, 전문직과 가정환경을 겸비한 사람만 만날 경우 660만원이다.

상위층을 위한 VVIP 성혼 프로그램도 있다. 3년 동안 만남 횟수 제한은 없으며 가격은 1100만원이다.

K업체는 가입 방법과 절차, 본인 데이타 설문조항, 프로그램 및 가격 등은 B업체와 대동소이했지만 ‘가격 선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K업체의 경우 본인 프로필과 원하는 배우자 조건에 따라 가격이 저렴해 질 수도 있고 반대로 비싸질 수도 있다는 것.


K업체 커플매니저는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며 “남자의 경우 30대 중후반에 경제적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서 원하는 배우자감으로 비슷한 나이대를 본다고 하면 가입비가 저렴해지고, 4살 이상 어린 여성을 만나겠다고 하면 더 비싸진다. 가능성 있는 부분을 보고 진행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제보와 달리 두 업체모두 프로그램 소개가 끝난 후 당일 등록을 강요하진 않았다. 다만 결혼정보업체 등록이 미래 배우자를 만나는 데 있어서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에 대한 강조는 공통적이었다. 

가입분류ㆍ프로그램에 따라 100만원~1000만원대
사람 등급별로 상품화…"위화감 조성한다” 지적도

K업체 커플매니저는 “시대가 바뀌었다. 능력 있는 남자들은 자신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집안이나 능력보다는 외모를 많이 본다”며 “이런 흐름에 여성은 욕심 부릴 수 있다. 본인의 가치가 괜찮을 때 높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이 된다면 논현동에 빌딩 가지고 있는 사람, 집안 경제력이 뛰어난 사람, 서울 수도권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바로 만남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B업체 상담 매니저 역시 “결혼은 꼭 해야 하고 빨리 할수록 좋고, 욕심 부리면 한도 끝도 없다. 마음은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인연이 오겠지 기다리면 알아서 걸어오지 않는다”며 “특별한 인연을 만나는 데 투자하기 싫다면 평범한 사람,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400만원 투자로 연봉 7000만원~1억원의 남자를 만나 100억원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혼수해갈 때 냉장고ㆍ세탁기 하나 안 해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은행에 넣지 말고 적금 든다고 생각해라. 투자의 200% 가치는 분명 볼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최근에는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들도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할 만큼 결혼과 만남에 대한 인식과 추세가 변하고 있다. 각계ㆍ각층의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실질적인 만남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결혼정보업체가 담당해야 할 몫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혼맥’으로써의 
역할 더 중요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결혼을 등급별로 상품화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결혼이 마치 ‘로또’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때야 말로 고객이 원하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매니저의 노력과 역량이 더욱 시급하다. 외모와 나이ㆍ능력에 따라 나뉘는 등급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서로 이어주는 혼맥으로써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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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