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내 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변에 넘치는 건 남자고 여자인데 실제로 내 인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감질나게 찾아오는 연애는 갈증만 남기고, 후에 더 좋은 인연이 찾아올 것 같아 결혼결심은 망설여진다. 넘치고 넘쳐도 성에 안차고 또 그만큼 신중해야 하는 결혼. 이 때문인지 나에게 꼭 맞는 배우자를 찾아준다는 결혼정보회사들이 장안에 성업 중이다. 그러나 항간에 떠도는 설과 소문 때문인지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돈’을 주고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고르는 시대. 결혼정보업체의 배우자감 매칭시스템을 취재기자임을 숨기고 직접 들어봤다.
강남의 유명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김모(28ㆍ여)씨로부터 무료상담을 받은 후 강압적인 등록 강요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김씨는 “결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 갔지만 당일 가입을 망설이자 조폭 같은 여성이 다가와 ‘평생 이렇게 살거냐’는 식의 자존심 짓밟는 발언을 해 속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나이에 따라
‘배우자’ 취사선택
실제 결혼정보업체에서 저마다 실시하고 있는 무료상담 과정에서 등록 강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감을 나누고 또 비용은 얼마정도일까.
지난 16일과 17일, 기자는 27세의 중소기업 홍보팀 여직원을 가장해 강남 유명 결혼정보업체 두 곳을 찾았다.
먼저 찾은 곳은 유명 연예인이 대표로 있는 B업체.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본사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상담실로 안내한다. 이어 상담 매니저가 들어오고 고객정보 작성이 이뤄졌다.
고객정보카드는 커플매칭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고객정보를 알아야 원하는 배우자감이 업체에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며 자신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총 3페이지로 이루어진 정보카드에는 나이ㆍ학력ㆍ직장ㆍ연봉ㆍ키ㆍ혈액형ㆍ종교ㆍ최근 연애경험 등 자신의 정보는 물론 부모의 직장 및 학력ㆍ형제관계ㆍ학력ㆍ자산(전문직 남성을 만났을 경우 지원해줄 수 있는 수준) 등도 기입하도록 돼있다. 기본적인 정보 확인이 끝난 후 본격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돈 많은 남자 만나라!
남 ‘능력ㆍ집안’, 여 ‘나이ㆍ외모’에 따라 등급 매겨
상담팀장은 “다이아몬드 같은 나이에 잘 왔다”며 “26~28세면 내가 남자를 선택할 수 있다. 29세가 되면 데드라인으로 반은 선택할 수 있고 반은 받을 수도 있고, 30세가 넘으면 남자한테 선택을 받아질 확률이 더 높다. 33세가 넘으면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나이’는 여성을 판가름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됐다. 상담팀장은 “요즘 여자들은 나이가 경쟁력”이라며 “능력 있는 남자들은 한 살이라도 어린 여자를 선택하는 게 불변의 진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상담팀장은 ‘여자가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를 늘어놨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처럼 여자는 남자로 인해 생고생하면서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내가 이 정도까지 레벨(학력ㆍ자기관리 등)을 올려놨는데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보너스로 사모님 소리를 들어가면서 살 수도 있다는 것.
상담팀장은 “2년 전에 결혼한 회원은 전문대밖에 안 나온 여자였지만 모 병원을 두 개나 개업한 남자와 살고 있다”고 예를 들며 “여자는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도 ‘남자’로 인해 묻힐 수 있고 남자가 어떤 직업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제일중요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능력 없는 남자
‘접근금지’
다음으론 원하는 배우자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배우자의 직업ㆍ연봉ㆍ학력ㆍ키는 물론 나이차이ㆍ외모ㆍ스타일ㆍ체형ㆍ성향ㆍ종교ㆍ흡연과 음주 여부ㆍ차량 및 집 소유 유무ㆍ부모님 자산 등까지 앞서 한 자기정보 카드보다 더 상세했다.
상담팀장은 “남성들은 직업과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가입조건이다”며 “여성들은 무직이나 프리랜서도 등록이 가능하지만 남성들은 프리랜서ㆍ영업직ㆍ여자를 상대하는 직업은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업체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재직증명서 및 등기부등본, 혼인관계 여부 확인, 졸업증명서, 사실임을 증빙하는 서약서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이상형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서비스 종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업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 종류는 크게 3가지. 만날 수 있는 회원 기준과 횟수에 따라 일반 165(부가세 10%포함)~275만원ㆍ노블레스 385~495만원ㆍ성혼 660만원으로 나뉜다.
이중 노블레스는 일반직 여성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상품으로 등록 시 노블레스 파티 참석이 가능하고 피부과 지정 에스테틱 관리 3회를 받을 수 있으며, 치과에서 구강검진ㆍ스케일링ㆍ미백을 받아볼 수 있다.
조건 까다로울수록
높아지는 가입비
385만원짜리는 연간 7회 만남 주선으로 대기업, 공기업, 항공 관계자, 교사, 대학강사, 공무원, 방송 관계자, 연구원, 세무사 등을 만날 수 있고 495만원짜리는 연 14회 만남 주선에 의사, 한의사, 변호사, 회계사, 외무고시ㆍ행정고시 합격자, 대학교수, CEO, 연예인, 애널리스트 등을 만날 수 있다. 기간은 1년이지만 교제를 한 뒤 헤어질 경우 그만큼의 기간연장은 가능하다.
두 번째로 찾은 K결혼정보업체에도 ‘노블레스 프로그램’이 있다. 전문직 종사자, 사회 엘리트계층과의 만남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루비’ 프로그램, 배우자의 기품과 집안은 물론 최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VIP회원과의 만남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에메랄드’ 프로그램, 기간제한 없이 성혼 시까지 만남을 원하거나 상류층ㆍ전문직 종사자와의 성혼을 원하는 ‘다이아몬드’ 프로그램이 있다.
가격은 B업체와 비슷했다. 전문직을 제외하고 일반직 중 가정환경 좋은 사람과 만날 경우 253만원, 전문직과 일반직(가정환경 포함)을 모두 만날 경우 396만원, 전문직과 가정환경을 겸비한 사람만 만날 경우 660만원이다.
상위층을 위한 VVIP 성혼 프로그램도 있다. 3년 동안 만남 횟수 제한은 없으며 가격은 1100만원이다.
K업체는 가입 방법과 절차, 본인 데이타 설문조항, 프로그램 및 가격 등은 B업체와 대동소이했지만 ‘가격 선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K업체의 경우 본인 프로필과 원하는 배우자 조건에 따라 가격이 저렴해 질 수도 있고 반대로 비싸질 수도 있다는 것.
K업체 커플매니저는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며 “남자의 경우 30대 중후반에 경제적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서 원하는 배우자감으로 비슷한 나이대를 본다고 하면 가입비가 저렴해지고, 4살 이상 어린 여성을 만나겠다고 하면 더 비싸진다. 가능성 있는 부분을 보고 진행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제보와 달리 두 업체모두 프로그램 소개가 끝난 후 당일 등록을 강요하진 않았다. 다만 결혼정보업체 등록이 미래 배우자를 만나는 데 있어서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에 대한 강조는 공통적이었다.
가입분류ㆍ프로그램에 따라 100만원~1000만원대
사람 등급별로 상품화…"위화감 조성한다” 지적도
K업체 커플매니저는 “시대가 바뀌었다. 능력 있는 남자들은 자신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집안이나 능력보다는 외모를 많이 본다”며 “이런 흐름에 여성은 욕심 부릴 수 있다. 본인의 가치가 괜찮을 때 높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이 된다면 논현동에 빌딩 가지고 있는 사람, 집안 경제력이 뛰어난 사람, 서울 수도권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바로 만남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B업체 상담 매니저 역시 “결혼은 꼭 해야 하고 빨리 할수록 좋고, 욕심 부리면 한도 끝도 없다. 마음은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인연이 오겠지 기다리면 알아서 걸어오지 않는다”며 “특별한 인연을 만나는 데 투자하기 싫다면 평범한 사람,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400만원 투자로 연봉 7000만원~1억원의 남자를 만나 100억원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혼수해갈 때 냉장고ㆍ세탁기 하나 안 해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은행에 넣지 말고 적금 든다고 생각해라. 투자의 200% 가치는 분명 볼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최근에는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들도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할 만큼 결혼과 만남에 대한 인식과 추세가 변하고 있다. 각계ㆍ각층의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실질적인 만남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결혼정보업체가 담당해야 할 몫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혼맥’으로써의
역할 더 중요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결혼을 등급별로 상품화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결혼이 마치 ‘로또’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때야 말로 고객이 원하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매니저의 노력과 역량이 더욱 시급하다. 외모와 나이ㆍ능력에 따라 나뉘는 등급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서로 이어주는 혼맥으로써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