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여기자 직접 결혼정보업체 '무료상담' 받아보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3 11:35:36
  • 댓글 0개

“400만원으로 100억 인생역전 가능”…혹시 로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내 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변에 넘치는 건 남자고 여자인데 실제로 내 인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감질나게 찾아오는 연애는 갈증만 남기고, 후에 더 좋은 인연이 찾아올 것 같아 결혼결심은 망설여진다. 넘치고 넘쳐도 성에 안차고 또 그만큼 신중해야 하는 결혼. 이 때문인지 나에게 꼭 맞는 배우자를 찾아준다는 결혼정보회사들이 장안에 성업 중이다. 그러나 항간에 떠도는 설과 소문 때문인지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돈’을 주고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고르는 시대. 결혼정보업체의 배우자감 매칭시스템을 취재기자임을 숨기고 직접 들어봤다.

강남의 유명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김모(28ㆍ여)씨로부터 무료상담을 받은 후 강압적인 등록 강요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김씨는 “결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 갔지만 당일 가입을 망설이자 조폭 같은 여성이 다가와 ‘평생 이렇게 살거냐’는 식의 자존심 짓밟는 발언을 해 속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나이에 따라
‘배우자’ 취사선택

실제 결혼정보업체에서 저마다 실시하고 있는 무료상담 과정에서 등록 강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감을 나누고 또 비용은 얼마정도일까.

지난 16일과 17일, 기자는 27세의 중소기업 홍보팀 여직원을 가장해 강남 유명 결혼정보업체 두 곳을 찾았다.


먼저 찾은 곳은 유명 연예인이 대표로 있는 B업체.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본사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상담실로 안내한다. 이어 상담 매니저가 들어오고 고객정보 작성이 이뤄졌다.

고객정보카드는 커플매칭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고객정보를 알아야 원하는 배우자감이 업체에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며 자신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총 3페이지로 이루어진 정보카드에는 나이ㆍ학력ㆍ직장ㆍ연봉ㆍ키ㆍ혈액형ㆍ종교ㆍ최근 연애경험 등 자신의 정보는 물론 부모의 직장 및 학력ㆍ형제관계ㆍ학력ㆍ자산(전문직 남성을 만났을 경우 지원해줄 수 있는 수준) 등도 기입하도록 돼있다. 기본적인 정보 확인이 끝난 후 본격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돈 많은 남자 만나라!
남 ‘능력ㆍ집안’, 여 ‘나이ㆍ외모’에 따라 등급 매겨

상담팀장은 “다이아몬드 같은 나이에 잘 왔다”며 “26~28세면 내가 남자를 선택할 수 있다. 29세가 되면 데드라인으로 반은 선택할 수 있고 반은 받을 수도 있고, 30세가 넘으면 남자한테 선택을 받아질 확률이 더 높다. 33세가 넘으면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나이’는 여성을 판가름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됐다. 상담팀장은 “요즘 여자들은 나이가 경쟁력”이라며 “능력 있는 남자들은 한 살이라도 어린 여자를 선택하는 게 불변의 진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상담팀장은 ‘여자가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를 늘어놨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처럼 여자는 남자로 인해 생고생하면서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내가 이 정도까지 레벨(학력ㆍ자기관리 등)을 올려놨는데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보너스로 사모님 소리를 들어가면서 살 수도 있다는 것.


상담팀장은 “2년 전에 결혼한 회원은 전문대밖에 안 나온 여자였지만 모 병원을 두 개나 개업한 남자와 살고 있다”고 예를 들며 “여자는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도 ‘남자’로 인해 묻힐 수 있고 남자가 어떤 직업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제일중요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능력 없는 남자
‘접근금지’

다음으론 원하는 배우자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배우자의 직업ㆍ연봉ㆍ학력ㆍ키는 물론 나이차이ㆍ외모ㆍ스타일ㆍ체형ㆍ성향ㆍ종교ㆍ흡연과 음주 여부ㆍ차량 및 집 소유 유무ㆍ부모님 자산 등까지 앞서 한 자기정보 카드보다 더 상세했다.

상담팀장은 “남성들은 직업과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가입조건이다”며 “여성들은 무직이나 프리랜서도 등록이 가능하지만 남성들은 프리랜서ㆍ영업직ㆍ여자를 상대하는 직업은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업체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재직증명서 및 등기부등본, 혼인관계 여부 확인, 졸업증명서, 사실임을 증빙하는 서약서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이상형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서비스 종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업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 종류는 크게 3가지. 만날 수 있는 회원 기준과 횟수에 따라 일반 165(부가세 10%포함)~275만원ㆍ노블레스 385~495만원ㆍ성혼 660만원으로 나뉜다.

이중 노블레스는 일반직 여성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상품으로 등록 시 노블레스 파티 참석이 가능하고 피부과 지정 에스테틱 관리 3회를 받을 수 있으며, 치과에서 구강검진ㆍ스케일링ㆍ미백을 받아볼 수 있다.

조건 까다로울수록
높아지는 가입비

385만원짜리는 연간 7회 만남 주선으로 대기업, 공기업, 항공 관계자, 교사, 대학강사, 공무원, 방송 관계자, 연구원, 세무사 등을 만날 수 있고 495만원짜리는 연 14회 만남 주선에 의사, 한의사, 변호사, 회계사, 외무고시ㆍ행정고시 합격자, 대학교수, CEO, 연예인, 애널리스트 등을 만날 수 있다. 기간은 1년이지만 교제를 한 뒤 헤어질 경우 그만큼의 기간연장은 가능하다.

두 번째로 찾은 K결혼정보업체에도 ‘노블레스 프로그램’이 있다. 전문직 종사자, 사회 엘리트계층과의 만남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루비’ 프로그램, 배우자의 기품과 집안은 물론 최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VIP회원과의 만남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에메랄드’ 프로그램, 기간제한 없이 성혼 시까지 만남을 원하거나 상류층ㆍ전문직 종사자와의 성혼을 원하는 ‘다이아몬드’ 프로그램이 있다.

가격은 B업체와 비슷했다. 전문직을 제외하고 일반직 중 가정환경 좋은 사람과 만날 경우 253만원, 전문직과 일반직(가정환경 포함)을 모두 만날 경우 396만원, 전문직과 가정환경을 겸비한 사람만 만날 경우 660만원이다.

상위층을 위한 VVIP 성혼 프로그램도 있다. 3년 동안 만남 횟수 제한은 없으며 가격은 1100만원이다.

K업체는 가입 방법과 절차, 본인 데이타 설문조항, 프로그램 및 가격 등은 B업체와 대동소이했지만 ‘가격 선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K업체의 경우 본인 프로필과 원하는 배우자 조건에 따라 가격이 저렴해 질 수도 있고 반대로 비싸질 수도 있다는 것.


K업체 커플매니저는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며 “남자의 경우 30대 중후반에 경제적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서 원하는 배우자감으로 비슷한 나이대를 본다고 하면 가입비가 저렴해지고, 4살 이상 어린 여성을 만나겠다고 하면 더 비싸진다. 가능성 있는 부분을 보고 진행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제보와 달리 두 업체모두 프로그램 소개가 끝난 후 당일 등록을 강요하진 않았다. 다만 결혼정보업체 등록이 미래 배우자를 만나는 데 있어서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에 대한 강조는 공통적이었다. 

가입분류ㆍ프로그램에 따라 100만원~1000만원대
사람 등급별로 상품화…"위화감 조성한다” 지적도

K업체 커플매니저는 “시대가 바뀌었다. 능력 있는 남자들은 자신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집안이나 능력보다는 외모를 많이 본다”며 “이런 흐름에 여성은 욕심 부릴 수 있다. 본인의 가치가 괜찮을 때 높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이 된다면 논현동에 빌딩 가지고 있는 사람, 집안 경제력이 뛰어난 사람, 서울 수도권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바로 만남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B업체 상담 매니저 역시 “결혼은 꼭 해야 하고 빨리 할수록 좋고, 욕심 부리면 한도 끝도 없다. 마음은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인연이 오겠지 기다리면 알아서 걸어오지 않는다”며 “특별한 인연을 만나는 데 투자하기 싫다면 평범한 사람,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400만원 투자로 연봉 7000만원~1억원의 남자를 만나 100억원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혼수해갈 때 냉장고ㆍ세탁기 하나 안 해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은행에 넣지 말고 적금 든다고 생각해라. 투자의 200% 가치는 분명 볼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최근에는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들도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할 만큼 결혼과 만남에 대한 인식과 추세가 변하고 있다. 각계ㆍ각층의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실질적인 만남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결혼정보업체가 담당해야 할 몫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혼맥’으로써의 
역할 더 중요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결혼을 등급별로 상품화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결혼이 마치 ‘로또’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때야 말로 고객이 원하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매니저의 노력과 역량이 더욱 시급하다. 외모와 나이ㆍ능력에 따라 나뉘는 등급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서로 이어주는 혼맥으로써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