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원수' 칭호 받은 김정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7.23 10: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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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대장' 딱지 떼고 북한 절대권력 손에 넣나?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북한 권력판도가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꼬마대장' 딱지를 달고 있던 김정은이 북한에서 6번째 원수 칭호를 받은 것이다. 김정일이 사망한 지 딱 7개월 만이다. 김정은은 이날 발표가 나기 전까지 원수보다 두 단계가 낮은 대장 칭호를 쓰고 있었다. 단번에 두 계급이나 특진한 셈이다. 이것으로 김정은은 북한 내에서 1인자 자리를 굳히고 향후 내각은 김정은 체제로 대대적 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셋째아들로 후계자로 지목되기 전까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후계자로 거론된 이후로도 그의 행보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일요시사>는 김정은의 과거사를 주목해봤다.

지난 18일 12시 <조선중앙통신>, <평양방송> 등 북한매체는 중대보도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나온 것으로 김정은이 당과 군을 통제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지난 15일 군부 최고실세인 이영호(70)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과 이틀 뒤 현영철의 차수 승진에 이어 속전속결로 원수자리까지 꿰차 본격적으로 김정은의 절대권력 체제가 견고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수 칭호는 큰 의미
진정한 최고지도자 반열

이번 김정은의 원수 칭호 수여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오진우·최강 전 인민무력부장, 혁명1세대 이을설에 이어 역대 6번째다. 김일성은 1953년 2월 처음으로 원수 칭호를 받았고 1992년 대원수로 추대된 뒤 1994년 7월 사망했다. 김정일은 1992년 북한군 최고사령관으로 임명되면서 원수 칭호를 받고 지난해 사망 후로도 원수 계급을 유지해오다 올해 2월15일에 이르러서야 대원수로 추대 받았다. 그리고 오진우·최광 전 인민무력부장은 각각 1992년과 1995년 원수에 올랐다. 현재 생존해 있는 원수 칭호를 받은 인물은 혁명 1세대로서 1995년 원수 칭호를 받은 이을설에 김정은이 합류하여 2명이다. 이을설은 항일빨치산 활동 당시 소년경호원으로 활약했고 1983년 평양방어사령관을 지냈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는 김정은이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 자리를 굳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원수 칭호는 상징적인 의미가 굉장히 크다. 원수 칭호 받았다는 것은 최고지도자로서 갖춰야 하는 것은 다 갖췄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후계자로 선정되기 전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갑자기 툭 튀어나와 원수 칭호까지 단번에 거머쥔 김정은. 그는 누구이며 북한체제 내에서 어떤 존재일까?


저택에 음악단원 상주시키며 호화로운 생활 즐겨
김정일은 어린 김정은을 왜 후계자로 점찍었을까?

7개월 전 타개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은 1983년 평북 창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군복을 입고 자랐고 평양에서 소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뒤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김정은의 신장은 175㎝, 몸무게는 90㎏으로 추정되며, 20대임에도 고혈압과 당뇨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이름이 김정운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결혼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은 큰형인 정남과 작은형 정철에 가려 베일에 싸여 있었다. 관련 소식이 그나마 외부에 알려진 것은 1996년 여름부터 2000년 가을까지 김정철과 함께 스위스 베른의 공립학교에서 유학하면서부터이다. 동창생들은 김정은이 미국프로농구(NBA)의 팬이었으며 수학을 잘했고, 영어·독일어 등 외국어도 제법 능통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들은 입을 모아 김정일의 아들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김정은은 "자본주의에 물들면 안 된다"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학교와 집을 오가며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택 안에 음악단원들을 상주시키다시피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으며 미성년자 시절부터 술·담배를 즐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후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5년제) 특설반에서 군사학을 극비리에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발된 교수진이 김정은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하기 위해 특수유리를 사이에 두고 강의했다는 설도 있다. 또 2005년부터 2년 정도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들로부터 철학, 역사, 경제학 분야의 개입교습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다. 포병과를 졸업한 김정은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포사격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졸업논문으로 제출했다.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의 성격과 외모를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버지 김정일은 김정은이 7살 때 호화 별장에서 벤츠600을 운전하게 했고, 셋째부인인 고영희가 자리를 비우면 김정철 대신 자신의 옆자리에서 식사하게 할 정도로 편애가 심했다고 전해진다.

김정일 총애 한몸에
형들 제치고 정상 올라


김정은은 대학 졸업 후 돌연 종적을 감추는데, 이때는 후계순위가 수면위로 떠오르지는 않았던 시점이었다. 정치적 야심이 강했던 김정은은 장남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에 대한 견제심리도 강했다고 한다. 일례로 2004년 11월에는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을 동원해 오스트리아에서 형 정남을 암살하려다 현지 정보기관에 의해 제지당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08년 8월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어 북한 최고지도부 내에서 후계자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었다. 결국 김정일의 총애를 받던 김정은이 후계자로 최종 결정되었고 2009년 1월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김정은이 알려졌다. 그리고 2010년 9월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으며 북한 매체에 전격 등장했다. 당시 김정일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에 맞춰 그를 후계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하면서 후계를 둘러싼 혼선이 정리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시점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06년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지난해 5, 6월경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외비 문건인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에 "2006년 12월24일 김정은 대장 동지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졸업증서가 기여된 자리에서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빛나게 이으실 것을 바라시었다"라고 언급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돼 후계수업을 받다가 2008년 김정일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진 뒤 짧은 시간에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리더십 남다르지만
포악한 면모도 있어

한때 김정일과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이 후계자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여성 2명과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되는 등 기행이 알려지면서 권력에서 차츰 멀어졌다. 현재 김정남은 북한을 떠나 중국 마카오와 베이징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0년대 초까지는 후계자로 차남 김정철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정은이 그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정은이 형인 김정철보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에서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압도적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일이 김정남보다 나이가 어린 김정은을 총애하여 형제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한다.

김정일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그의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를 통해 권력욕과 리더십이 남다른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당 간부들을 무차별 해고하는 등 포악한 면모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강한 면모 외에 세심함도 갖췄다고 적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 김정일 일가와 백두산에 올랐을 때 마실 맥주가 떨어져 무심코 김정은에게 이야기 했더니 며칠 후 김정은이 직접 방으로 찾아와 주머니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두 병 꺼내 내밀었다는 것이다.

과거 '샛별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은은 후계자 결정 이후부터 '김대장' 혹은 '청년대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는 2009년 4월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에게만 붙는 '친애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김정은에게도 붙게 됐으며, 같은 시기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인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보급되기도 했다.

김정은의 '업적 쌓기'도 꾸준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른 살도 안 된 나이에 후계자가 되고 원수 칭호까지 부여받기 위해선 '업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후로는 김정일을 따라다니며 거의 모든 공개활동을 수행하였고, 특히 군사분야에서 김정일을 각별히 보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지난해 5월 시행된 '150일 전투',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평양 대동강변에서 펼쳐진 '축포야회'(불꽃놀이) 등이 모두 김정은의 작품이라고 주민들에게 은연중에 선전됐다는 것이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또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1966년 이후 44년 만에 개최한 노동당대표자회를 통해 권력지도를 통째로 바꿨다. '김정은 시대'의 본격 진입을 앞두고 대대적인 교체·보완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리스마와 리더십 두 형들 압도…권력욕도 강해
"어머니 누구?"…베일에 싸인 출생의 비밀 아킬레스건

김정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출생의 비밀이다. 외부에는 김정은의 생모가 김정일의 셋째부인 고영희(2004년 작고)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넷째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김정은은 김옥의 아들이다"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주장도 있다.


김정일의 정부인은 김영숙 1명뿐이고 고영희 김옥 모두 동거녀(첩)일 뿐이기 때문에 모계의 정통성은 취약하다.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은 김일성의 정부인으로서 '백두산 3대 장군'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권력핵심으로 부상하면 모든 노동당원이 먼저 묻게 되는 것이 '노동당에 언제 입당했고, 현직은 무엇이며, 부모는 누구냐'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당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띄우려면 모친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하는데, 그러면 김정일의 복잡한 사생활을 언급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고영희와는 1976년부터, 김옥과는 2006년부터 동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983년생인 김정은의 생모가 김옥이라면 김정일은 부인 김영숙과 동거녀 고영희를 둔 상태에서 당시 19세였던 제3의 여인 김옥을 통해 아이를 낳은 셈이 된다.

대북 소식통은 "당에서 김정은의 초상화 1000만 장을 찍어놓고도 못 돌리는 것이 모친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의 앞날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유학한 김정은이 서방문화에 익숙한 만큼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 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은 작년 6월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이 최종 결렬되고, 남측에서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자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조차 하지 않겠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특히 김정은 체제를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부결속을 위해서인지 대남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새로운 후계자가 확립되는 기간에는 강경한 자세를 보여 왔다.

김정은 체제
남북관계는?


다만 북한이 북미·남북대화 병행기조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  김정은은 첫 연설에서 "진정으로 나라의 통일을 원하고 민족의 평화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손잡고 나갈 것이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하기 위하여 책임과 인내성 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리고 한국의 정권 변화 후 남북대화에 나설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명박 정부와는 대화의 뜻을 접었지만 2013년에 들어설 새로운 정권과는 여당이 재집권하든, 야당이 집권하든 관계없이 남북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남북대화는 6자회담 재개와 남측 새로운 정부의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인정, 이행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주요 프로필>

·1983년 1월8일 출생 (1981년이나 1982년, 1984년생이라는 주장도 있음)
·북한에서 인민학교(초등학교) 다닌 기록 없음
·1996년 여름~2001년 1월 스위스 베른에서 공립 중·고등학교 유학
·2001년 귀국
·2002년~2006년 12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 졸업
·2009년 1월 김정은 후계자 내정설 처음 나돔
·2009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설
·2009년 6월 국정원 "북한이 김정은의 후계자 선정 사실 해외 공관 전파" 국회 보고
·2009년 6월 국정원 "김정은 우상화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김정일 현지지도 수시 동행"
·2010년 9월 대장 칭호 수여
·2012년 7월 원수 칭호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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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