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BH 흔드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25:01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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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엎을 또 다른 뇌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뇌물 사건이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으로 번졌다. 유 전 부시장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 유재수 전 부산 경제 부시장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서 발부됐다. 이는 유 전 부시장의 비리 혐의에 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범죄혐의 소명
 증거인멸 우려”

유 전 부시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오후 9시50분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러 개 범죄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및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의 사유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과 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의 지위, 범행 기간, 공여자들과의 관계, 공여자의 수, 범행 경위와 수법, 범행 횟수, 수수한 금액과 이익의 크기 등에 범행 후의 정황, 수사진행 경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부시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절인 2016년께부터 금융업체 3∼4곳서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자신과 유착 관계에 있던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뇌물수수·수뢰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유 전 부시장이 여러 업체로부터 각종 금품·향응을 받은 대가로 해당 업체가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받도록 하는 등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자산운용사 등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받는 여러 업체로부터 차량, 자녀 유학비, 항공권, 오피스텔, 차량 운전사, 골프채 등을 받거나 자신이 쓴 책을 업체가 대량 구매하도록 하는 등 뇌물을 수수한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 혐의부터 감찰 무마 의혹 
법원 금품수수 구속 영장 발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 수사는 확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엄중한 범죄 혐의가 있음에도 그간 처벌을 받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돌입이다. 검찰로선 이 시점서 증거인멸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 전 부시장은 수사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업체 관계자들에게 입막음을 시도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부시장이 무슨 이유로 통화기록을 없애려 했는지 등이 남은 수사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청와대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서 유 전 부시장 감찰을 무마 의혹을 검찰서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의 수사는 올해 초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유 전 부시장 처음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갖고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정책국장 시절 청와대 특감반 감찰을 받았으나 무마됐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지휘 라인에 있던 조국 전 장관, 박형철 반부패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 전 수사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국은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유재수 감찰을 결정하고 착수해서 비리가 확인됐는데도 아무런 이유 없이 무리하게 덮을 리가 없다”며 “누군가가 조국에게 지시했을 텐데 부하나 동료가 아닌 상관일 가능성이 크다”고 윗선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김태우가
처음 폭로

유 전 부시장은 금융정책국장 부임 직후인 2017년 8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비위 의혹과 관련한 감찰을 받은 뒤 그해 연말 건강 문제를 이유로 휴직했다. 징계 등 후속조치 없이 지난해 3월 사직한 그는 한 달 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같은 해 7월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최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이 문제가 불거질 당시 청와대 특감반 보고 라인은 특감반원, 이 전 특감반장, 박 반부패 비서관을 거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전 장관 순이었다. 지휘체계의 역순으로 수사가 올라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조 전 장관 소환도 점쳐진다. 이 밖에도 여기서 더 나아가 조 전 장관에게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를 지시한 윗선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의 비위 의혹을 감찰할 당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백원우 전 의원은 민정비서관이었다. 검찰은 이미 박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당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상부의 지시에 의해 중단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위가 청와대의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 감찰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도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검찰이 확인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유 전 부시장의 구속으로 윗선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검찰은 이 전 특감반장과 전 특감반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소환을 시작한 상태다. 

유 전 부시장 수사가 권력형 비리로 번질 가능성도 나온다. 그가 현 정부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은 1964년 강원도 춘천서 태어나 춘천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재학시절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2년 공직으로 임용됐다. 

노무현 시절 
친노와 친해 

임용 후에는 총무처서 근무하며, 김영삼정부 때 홍재형 경제부총리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비서관 경력이 향후 그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부처를 옮기고, 청와대서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외 대학 연수를 통해 미주리 주립대학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0년경 경제부서인 재정경제부 서기관이 됐다. 

노무현정부 인수위 시절 굵직한 재정경제부 관련 이슈에 대해 유 전 부시장이 이호철 당시 민정1비서관에게 보고했다. 2004년 초 노무현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에 파견되어 대통령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대통령 제1부속실 소속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현황 파악을 유 전 부시장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여러 회의서 유 전 부시장을 임의 배석시키고 의견을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2003년부터 5년간 청와대서 근무했는데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일하던 시기가 유 전 부시장과 일부 겹친다. ‘노무현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유 전 부시장은 같은 강원도 출신(이 전 지사는 평창, 유 전 부시장은 춘천)이고 연세대 동기다.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도 근무했는데, 이때는 이호철 비서관의 지휘를 받아 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4년 2월까지 민정수석으로 있었다.

청와대 둘러싼 의문 수사
민정수석실 관계자들 조사

유 전 부시장은 2006년말까지 약 3년간 청와대에 근무한 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 됐다. 이어 금융위원회서 산업금융과장, 자본시장과장을 지냈고, 금융정보분석원서 기획행정실장을 지냈다. 2010년 세계은행의 금융시장 전문가로 파견되고, 2013년부터는 국무조정실서 정부업무평가실 관리관으로 근무했다. 2015년에는 다시 금융위원회로 복귀해 기획조정관, 금융정책국장을 지냈다. 

비위 의혹 등으로 공직서 퇴직한 그는 더불어민주당서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는 사실상 승진 코스다. 여당의 수석전문위원 파견은 형식상의 퇴직이지만 1~2년 근무 후 다시 공직에 복직해 1급 공무원으로 승진하는 게 관례다. 

이어 유 전 부시장은 지난해 7월 오거돈 부산시장 취임 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됐다. 잇따른 영전 배경을 놓고 여권 유력 인사와의 친분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서 나왔다. 지난 10월 11일 국회 부산시 국감서 오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서 누가 유 전 부시장을 추천했느냐”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의 질의에 “많은 분이 추천했다”고 답했다.

야권서 이번 유 전 부시장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유 전 부시장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당연한 결정”이라며 “언론을 통해 밝혀진 모든 증거와 증언들의 실체를 샅샅이 밝힐 차례”라고 강조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대로 ‘감찰 중단 지시’의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은 철저한 조사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법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 펄쩍
수사 결과는?

바른미래당은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법원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감찰 무마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감찰 무마를 지시한 사람이)청와대서 부통령 행세를 한 조국 당시 민정수석보다 윗선이라면 대통령이 결정 중단을 내렸는지, 대통령이 아니라면 누구인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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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