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BH 흔드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25:01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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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엎을 또 다른 뇌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뇌물 사건이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으로 번졌다. 유 전 부시장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 유재수 전 부산 경제 부시장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서 발부됐다. 이는 유 전 부시장의 비리 혐의에 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범죄혐의 소명
 증거인멸 우려”

유 전 부시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오후 9시50분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러 개 범죄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및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의 사유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과 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의 지위, 범행 기간, 공여자들과의 관계, 공여자의 수, 범행 경위와 수법, 범행 횟수, 수수한 금액과 이익의 크기 등에 범행 후의 정황, 수사진행 경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부시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절인 2016년께부터 금융업체 3∼4곳서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자신과 유착 관계에 있던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뇌물수수·수뢰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유 전 부시장이 여러 업체로부터 각종 금품·향응을 받은 대가로 해당 업체가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받도록 하는 등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자산운용사 등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받는 여러 업체로부터 차량, 자녀 유학비, 항공권, 오피스텔, 차량 운전사, 골프채 등을 받거나 자신이 쓴 책을 업체가 대량 구매하도록 하는 등 뇌물을 수수한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 혐의부터 감찰 무마 의혹 
법원 금품수수 구속 영장 발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 수사는 확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엄중한 범죄 혐의가 있음에도 그간 처벌을 받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돌입이다. 검찰로선 이 시점서 증거인멸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 전 부시장은 수사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업체 관계자들에게 입막음을 시도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부시장이 무슨 이유로 통화기록을 없애려 했는지 등이 남은 수사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청와대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서 유 전 부시장 감찰을 무마 의혹을 검찰서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의 수사는 올해 초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유 전 부시장 처음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갖고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정책국장 시절 청와대 특감반 감찰을 받았으나 무마됐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지휘 라인에 있던 조국 전 장관, 박형철 반부패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 전 수사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국은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유재수 감찰을 결정하고 착수해서 비리가 확인됐는데도 아무런 이유 없이 무리하게 덮을 리가 없다”며 “누군가가 조국에게 지시했을 텐데 부하나 동료가 아닌 상관일 가능성이 크다”고 윗선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김태우가
처음 폭로

유 전 부시장은 금융정책국장 부임 직후인 2017년 8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비위 의혹과 관련한 감찰을 받은 뒤 그해 연말 건강 문제를 이유로 휴직했다. 징계 등 후속조치 없이 지난해 3월 사직한 그는 한 달 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같은 해 7월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최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이 문제가 불거질 당시 청와대 특감반 보고 라인은 특감반원, 이 전 특감반장, 박 반부패 비서관을 거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전 장관 순이었다. 지휘체계의 역순으로 수사가 올라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조 전 장관 소환도 점쳐진다. 이 밖에도 여기서 더 나아가 조 전 장관에게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를 지시한 윗선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의 비위 의혹을 감찰할 당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백원우 전 의원은 민정비서관이었다. 검찰은 이미 박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당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상부의 지시에 의해 중단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위가 청와대의 유 전 부시장 비위 의혹 감찰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도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검찰이 확인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유 전 부시장의 구속으로 윗선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검찰은 이 전 특감반장과 전 특감반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소환을 시작한 상태다. 

유 전 부시장 수사가 권력형 비리로 번질 가능성도 나온다. 그가 현 정부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은 1964년 강원도 춘천서 태어나 춘천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재학시절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2년 공직으로 임용됐다. 

노무현 시절 
친노와 친해 

임용 후에는 총무처서 근무하며, 김영삼정부 때 홍재형 경제부총리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비서관 경력이 향후 그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부처를 옮기고, 청와대서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외 대학 연수를 통해 미주리 주립대학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0년경 경제부서인 재정경제부 서기관이 됐다. 

노무현정부 인수위 시절 굵직한 재정경제부 관련 이슈에 대해 유 전 부시장이 이호철 당시 민정1비서관에게 보고했다. 2004년 초 노무현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에 파견되어 대통령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대통령 제1부속실 소속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부 부처 공무원들의 현황 파악을 유 전 부시장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여러 회의서 유 전 부시장을 임의 배석시키고 의견을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2003년부터 5년간 청와대서 근무했는데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일하던 시기가 유 전 부시장과 일부 겹친다. ‘노무현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유 전 부시장은 같은 강원도 출신(이 전 지사는 평창, 유 전 부시장은 춘천)이고 연세대 동기다.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도 근무했는데, 이때는 이호철 비서관의 지휘를 받아 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4년 2월까지 민정수석으로 있었다.

청와대 둘러싼 의문 수사
민정수석실 관계자들 조사

유 전 부시장은 2006년말까지 약 3년간 청와대에 근무한 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 됐다. 이어 금융위원회서 산업금융과장, 자본시장과장을 지냈고, 금융정보분석원서 기획행정실장을 지냈다. 2010년 세계은행의 금융시장 전문가로 파견되고, 2013년부터는 국무조정실서 정부업무평가실 관리관으로 근무했다. 2015년에는 다시 금융위원회로 복귀해 기획조정관, 금융정책국장을 지냈다. 

비위 의혹 등으로 공직서 퇴직한 그는 더불어민주당서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는 사실상 승진 코스다. 여당의 수석전문위원 파견은 형식상의 퇴직이지만 1~2년 근무 후 다시 공직에 복직해 1급 공무원으로 승진하는 게 관례다. 

이어 유 전 부시장은 지난해 7월 오거돈 부산시장 취임 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됐다. 잇따른 영전 배경을 놓고 여권 유력 인사와의 친분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서 나왔다. 지난 10월 11일 국회 부산시 국감서 오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서 누가 유 전 부시장을 추천했느냐”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의 질의에 “많은 분이 추천했다”고 답했다.

야권서 이번 유 전 부시장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유 전 부시장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당연한 결정”이라며 “언론을 통해 밝혀진 모든 증거와 증언들의 실체를 샅샅이 밝힐 차례”라고 강조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대로 ‘감찰 중단 지시’의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은 철저한 조사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법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 펄쩍
수사 결과는?

바른미래당은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법원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감찰 무마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감찰 무마를 지시한 사람이)청와대서 부통령 행세를 한 조국 당시 민정수석보다 윗선이라면 대통령이 결정 중단을 내렸는지, 대통령이 아니라면 누구인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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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