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 ③춘천 김유정문학촌

전철 타고 떠나는 이야기 마을

▲ 김유정문학촌은 수도권 전철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소설가는 가도 이야기는 남았다. ‘일제강점기 한국 단편소설의 축복’으로 평가되는 김유정(1908~1937년). 서른 해를 채 살지 못하고, 가난과 폐결핵에 시달리다 떠난 그가 남긴 단편소설 30여편은 살아 있는 우리말의 보물 창고다. 점순이와 머슴, 들병이처럼 어딘가 부족하고 못난 인생이 펼치는 이야기가 지금도 독자를 울리고 웃긴다. 김유정이 태어난 춘천 실레마을의 김유정문학촌 곳곳에서 그 이야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수도권 전철 경춘선을 타고 가니 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 〈봄.봄〉의 한 장면을 연출한 캐릭터

김유정문학촌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너른 잔디밭에 자리 잡은 다양한 캐릭터가 손님을 맞는다. 김유정의 대표작 〈봄·봄〉에 나오는 주인공이 저마다 생생한 표정과 몸짓으로 소설 속 장면을 연출한다.

소설 장면 연출

빙장어른(사실 빙장어른은 다른 사람의 장인을 높여 부르는 말인데,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장인을 빙장어른이라 부른다)이 점순이와 혼례를 미끼(?)로 예비 데릴사위를 부려 먹는 장면, 점순이의 작은 키를 핑계 삼아 혼인을 차일피일 미루는 장면, 결국 못 참고 폭발한 예비 데릴사위가 빙장어른 ‘거시기’를 잡고 흔드는 장면이 이어진다.

▲ 김유정생가에서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는 관람객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김유정이 태어난 집이다. 실레마을 제일가는 지주 집안이던 김유정의 생가는 웬만한 기와집보다 크고 번듯한 한옥인데, 지붕에 초가를 올렸다. 당시 초가 일색이던 마을에 위화감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한다.

중부지방에서 보기 힘든 ‘ㅁ 자형’으로 만든 것도 집 안 모습을 바깥에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다. 네모난 하늘이 보이는 중정 툇마루에서 문화해설사가 하루 일곱 번(11~2월은 여섯 번)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생가 앞에 조성된 연못과 정자

생가 앞에는 아담한 연못과 그림 같은 정자가 있고, 닭싸움을 붙이는 소녀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유정의 조각상이 눈에 띈다. 〈동백꽃〉의 한 장면은 이렇게 태어났으리라. 실제로 김유정의 많은 작품이 이곳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쓰였다.

덕분에 김유정문학촌 곳곳에는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근식이가 자기 집 솥 훔치던 한숨길’ 등 이름만 들어도 재미난 실레이야기길 열여섯 마당이 펼쳐진다.

▲ 단편 〈솟(솥)〉의 마지막 장면을 재현한 실물 크기 동상

김유정생가 길 건너편에 커다란 솥 모양 벤치가 보이고, 그 옆으로 단편 〈솟(솥)〉  의 마지막 장면이 실물 크기 동상으로 재현된다. 들병이와 바람이 나서 집안 재산목록 1호인 솥단지를 훔친 근식이와 솥을 찾으러 달려온 아내, 아기 업은 들병이와 그 남편까지 어우러진다.

이들은 김유정의 다른 작품 속 주인공처럼 선악도, 미추도 구분하기 힘든 팍팍한 현실을 온몸으로 살아낸다. 김유정은 도덕적 잣대나 미학적 기교 없이 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슬프고 웃기고 답답하고 때론 즐겁게 그린다.

▲ 김유정기념전시관 실내 전시실

만석꾼 집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살다가 폐결핵과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한 김유정도 그렇다. 어려서 경성으로 간 김유정은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당대 명창이자 명기 박녹주를 쫓아다니느라 결석이 잦아 제적된다. 낙향해 야학을 열었다가 다시 상경, 〈산골 나그네〉로 등단하면서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다.

이 과정에서 집안이 점점 기울고,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던 김유정은 “나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삼십 마리 고아 먹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 것이다”라는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스물아홉 한창 나이에 세상을 버린다. 김유정의 삶과 작품 이야기는 생가 옆 김유정기념전시관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 〈봄.봄〉과 〈동백꽃〉을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는 김유정이야기집

아이들과 함께라면 길 하나 건너 김유정이야기집에 꼭 들르자. 여기서는 〈봄·봄〉과 〈동백꽃〉을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해학이 넘치는 재미난 장면에 아이들도 손뼉을 치며 즐거워한다. 소설 속 주인공과 사진을 찍는 포토존, 김유정의 작품을 다양한 버전으로 갖춰놓은 유정책방도 재미있다.


‘일제강점기 한국 단편소설의 축복’으로 평가
단편소설 30여편, 살아 있는 우리말 보물 창고

김유정이야기집 옆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한지 공예, 도자기, 민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 들어섰다.

▲ 옛 김유정역에서 열리는 〈추억의 소품전〉

김유정문학촌 인근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많다. 2010년 수도권 전철 김유정역이 생기면서 신남역이 이름을 바꾼 옛 김유정역은 여러 부대시설을 갖추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역사 안에는 옛 경춘선의 정취가 가득한 ‘추억의 소품전’이 열리고, 역사 밖에는 무궁화호 열차에 북카페와 춘천 관광 VR 체험존 등을 운영한다.

역사 주변에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이 있어 연인이나 친구와 카메라를 들고 찾는 이가 많다.

▲ 소양강스카이워크는 강화유리 아래 소양강이 훤히 보여 물 위를 걷는 기분이다.

2016년 문을 연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춘천의 새로운 관광명소다. 강화유리 아래 소양강이 훤히 보여 글자 그대로 물 위를 걷는 기분이다. 

입장료 2000원을 내면 춘천 시내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춘천사랑상품권을 준다. 춘천역 앞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춘천자전거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면 소양강스카이워크에 닿는다. 자전거를 빌린 김에 한두 시간 더 호수 주변을 달려보자. 자전거 대여료는 춘천사랑상품권으로 계산할 수 있다.

▲ 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 실외 키즈 파크

춘천역 가까이 있는 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은 실내와 실외 키즈 파크로 구성된다. 시에서 운영하다 보니 다양하고 재미난 놀이 시설을 갖췄음에도 입장료가 저렴하다. 덕분에 사람이 언제나 몰려서 인터넷 예약이 필수. 실내 키즈파크는 한 번에 200명까지 예약 가능하고, 실외 키즈파크는 예약 없이 입장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2시간씩 이용).

▲ 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의 ‘투썸플레이스’는 독특한 전망대를 자랑한다. ▲ 테라스가 멋진 카페 ‘쿠폴라’

소양강스카이워크

연인끼리 왔다면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가 어떨까. 독특한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개성 넘치는 전망대를 갖춘 카페도 많다. 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의 터줏대감인 ‘산토리니’, 독특한 전망대를 자랑하는 ‘투썸플레이스’, 야외 테라스가 멋진 ‘쿠폴라’ 등 입맛 따라 골라 가는 재미가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옛 김유정역→김유정문학촌→소양강스카이워크→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옛 김유정역→김유정문학촌→소양강스카이워크→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
둘째 날: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물레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김유정문학촌 www.kimyoujeong.org
- 춘천에서낭만여행(춘천관광포털) http://tour.chuncheon.go.kr
- 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춘천도시공사) www.cuc.or.kr/ggumjaramPark.do  

문의 전화
- 김유정문학촌 033)261-4650
- 소양강스카이워크 033)240-1695
- 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 033)255-2774

대중교통 정보
전철: 수도권 전철 경춘선 김유정역, 도보 약 10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톨게이트→김유정역 춘천 방향→김유정문학촌

숙박 정보
- 더베네치아스위트호텔: 춘천시 효자로, 033)255-9600, www.theveneziasuite.com
- KT&G상상마당 춘천스테이: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stay/reserve
- 춘천관광호텔: 춘천시 중앙로68번길, 033)257-1900, www.hotelchuncheon.com 

식당 정보
- 원조숯불닭불고기집(숯불닭갈비): 춘천시 낙원길, 033)257-5326
- 명동우미닭갈비(닭갈비): 춘천시 영서로, 033)257-1919, www.ccwoomi.com
- 샘밭막국수(막국수): 신북읍 신샘밭로, 033)242-1712, https://jobean0523.modoo.at


주변 볼거리
책과인쇄박물관, 춘천인형극장, 공지천유원지, 소양강댐, 청평사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