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조국 전 법무부장관 ‘36일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1 13:53:38
  • 호수 12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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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 털릴 거 다 털리고 집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이 됐다.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부터 사퇴까지 36일간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에 매진했다. 조 전 장관은 스스로를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라고 표현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의혹 두고 
진영 대립

조 장관은 특히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한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안으로 ‘1차적 소명’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이 전격 사퇴를 결정하면서 청와대 역시 이날 2시에 예정된 수석·보좌관 회의를 1시간 연기하고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사의를 수락하고 오후 3시에 열린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조 장관 사퇴 이후에도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며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 가며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말했다.

대신 그동안 조 장관 의혹을 두고 진영 간 대립이 되풀이된 점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면서도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법무부장관 임명 36일 만에 전격 사퇴 
검찰 가족 수사·국정지지도 추락 부담

이어 “법무부는 오늘 발표한 검찰 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주길 바란다.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 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엔 조 장관의 이번 결단이 검찰 개혁을 포함한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동력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퇴를 기점으로 진영 간 혼란을 추스르고 국정운영의 장악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서초동과 광화문서 잇따라 열린 일련의 대규모 집회를 거론하며 “이제는 국민 통합에 힘쓸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광장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이제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달라.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9일 지명돼 법무부장관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에 전달되자마자 야권에선 이른바 ‘가족펀드’와 웅동학원 위장 소송, 부동산 위장 거래 의혹 등에 대해 파상 공격을 펼쳤다. 조 전 장관의 딸의 장학금과 입학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마저 술렁이기도 했다. 

입시비리에 검증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문재인정부의 주요 지지층이던 2030세대가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고 항의하면서 들고 일어났다. 조 전 장관 딸이 다녔던 대학과 대학원서 항의성 촛불시위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여론과 민심은 조 전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또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논란에 또다시 민심이 흔들렸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 주식을 처분하고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 책임자가 공교롭게도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였다. 
 

가족이 운영해온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둘러싼 의혹도 연일 터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여권서도 후보자 사퇴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27일 그 동안 접수된 고소·고발장을 특수2부에 배당하고 2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지난달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 무렵 검찰은 부인 정 교수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특수부 축소
검사 감찰 강화

사흘 뒤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조 전 장관은 36일 동안 검찰 개혁안을 내놓으며, 검찰 개혁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서 검찰 개혁 관련 논의가 여러 차례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 차원서 개혁안이 논의되고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적은 없었다.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역설적으로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임기 중 총 여섯 차례 공식 지시 내용을 발표했다. 그 중 1∼3호 지시는 검찰 개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조 전 장관은 임명 직후인 지난달 10·11일 1·2호 지시를 통해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아래 검찰개혁위)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닷새 후인 16일엔 검사는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포함한 ‘장관-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를 추진하라고 3호 지시를 내렸다.

조 전 장관과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는 같은 달 20일과 25일, 각각 의정부지검과 대전지검 천안지청서 진행됐다. 또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은 17일, 검찰개혁위는 30일 발족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위 구성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사항을 내렸다. 그 결과 특수부·공안부 등 주류가 아닌 형사부·공판부 등의 비주류 검사들이 개혁위에 들어갔다. 그동안 관련 논의서 소외됐던 젊은 검사, 검찰 수사관, 법무부 직원도 개혁위에 포함됐다. 사법 농단 사건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현재 변호사)처럼 신선한 인물도 개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검찰개혁위는 ‘조국표 검찰 개혁안’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고,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검찰 개혁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조 전 장관의 4∼6호 지시는 각각 교정, 출입국·외국인, 청소년 보호관찰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는 ‘검찰 중심 법무부 운영’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조 전 장관은 23일, 지난 2일 두 차례 법무혁신·검찰 개혁 간부회의를 열기도 했다. 첫 회의에선 홈페이지·메일로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고, 두 번째 회의에선 형사부·공판부 인력 확충 방안 등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구성원의 의견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검찰 개혁 관련 제안도 받았다.

관용차 폐지 및
심야 조사 금지 

조 전 장관의 지시, 검찰개혁추진지원단,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두 차례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 홈페이지·메일 제안 등은 조 전 장관의 취임 후 첫 검찰 개혁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지난 8일, 첫 기자회견서 조 전 장관은 “과감한 검찰 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이날부터 당장 시작된 개혁안은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 ▲검사 내외파견 최소화 및 검사파견 심사위원회 설치였다. 또 검찰 직접수사 부서인 특수부를 서울·대구·광주 3곳만 남기고 부산·대전 등 4곳은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국무회의에 올렸다.

서초동 집회도 이번 검찰 개혁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소규모로 진행돼오던 집회는 ‘11시간 자택 압수수색’ 등이 발단이 돼 대규모로 발전했고,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절정에 달했다. 첫 대규모 집회 직후인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검찰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고, 바로 다음 날 윤 총장은 개혁안(특수부 축소 등)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윤 총장은 공개소환 전면 폐지(10월4일), 심야조사 금지(10월7일), 직접수사 축소 및 전문공보관제 도입(10월10일) 등의 개혁안을 잇따라 내놨다.

조 전 장관의 두 번째 검찰 개혁 기자회견은 첫 기자회견 후 엿새 만인 지난 14일에 열렸다. 특히 직전 주말에도 법무부와 조 전 장관은 쉼 없이 움직였다. 

심야 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등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으로 지목돼온 행위도 법무부령으로 ‘인권보호 수사 규칙’을 제정해 바꾸기로 했다. 제정안에는 직접 수사 상황을 대검찰청뿐 아니라 관할 고등검사장에게도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검찰공무원의 비위가 발생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1차 감찰권을 확대하도록 법무부 훈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앞서 지난 8일에도 개혁위와 대검찰청의 자체 개혁 방안을 검토해 ▲직접수사 축소 ▲수사 관행 개혁 ▲검찰에 대한 감찰 확대 등을 이달 안에 법령으로 만들겠다 방안을 발표했다.

언론과 검찰 집중포화
“개혁 불쏘시개 역할”

법무부와 대검찰청 고위 간부는 주말인 지난 12일에도 검찰 개혁을 주제로 협의를 진행했다. 그 다음날 조 전 장관은 고위 당정청 협의회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이후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의 개혁안엔 특수부 명칭 폐지 및 축소를 위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다음 날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안을 발표한 뒤 2시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상징이었던 만큼, 신속 추진과제 외에 ▲법무부 탈검찰화 ▲사건배당 및 사무분담 시스템 개선 ▲수사관행 개혁 ▲검사 신규임용방안 등 인사제도 정비 ▲전관예우 폐해 근절 방안 등 연내 추진과제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 현재 국회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논의 중인 개혁안과 관련해서도 법무부의 역할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날 법무부는 “사임 의사를 밝힌 조 전 장관이 그동안 진행해온 검찰 개혁, 법무혁신, 공정한 법질서 확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법무행정에 빈틈이 없도록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협, 참여연대 등에서는 조 전 장관 사퇴와 상관 없이 검찰 개혁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한편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재임 기간이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9일 0시 임기를 시작했다.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이날 오후 2시까지를 기준으로 35일 14시간 동안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했다.

조 전 장관보다 짧게 재직한 역대 법무부장관은 모두 5명으로 최단 기록은 김대중정부 시절 ‘43시간’ 동안 재직한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이 갖고 있다. 안 전 장관은 2001년 5월21일 오후 3시 김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이틀 뒤인 5월23일 오전 전격 경질됐다. 

‘충성서약’ ‘정권 재창출’ 등 부적절한 어휘가 포함된 이른바 ‘충성문건’ 파문 탓이었다. 당시 청와대에 보낼 팩스가 기자실로 잘못 발송되는 바람에 문제의 문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나중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박희태 전 장관도 단기간 재직 기록을 갖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3년 2월26일 취임했다가 9일 만인 3월7일 물러났다. 

사퇴 전 개혁안 
국무회의 상정

박 전 장관은 미국서 태어난 딸이 외국인 특례전형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게 문제가 됐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옷로비 파문’에 휘말린 김태정 전 장관(14일), 1961년 5·16쿠데타로 물러난 이병하 전 장관(15일)이 엇비슷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82년 정치근 전 장관은 이철희·장영자 사건에 대한 민심 수습 차원서 33일 만에 경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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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