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사의 집’ 잡는 양지진흥개발 노림수

부자 회장님이 뭐가 부족해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방부가 추진 중인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이 ‘양지진흥개발’과의 갈등으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현재 ‘용사의 집’이 있던 부지에는 국군 장병들이 이용할 수 있는 4성급 호텔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양지진흥개발 측은 공사 과정서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공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06년 낙후된 도심을 재개발하기 위해 용산역 주변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서 국방부가 ‘용사의 집’을 포함해 소유한 부지 면적은 2749m²로, 위치는 용산역 앞 제1-1구역이었다. 국방부는 2015년 국군 장병의 편의와 숙박을 위해 용사의 집을 허물고 지하 7층, 지상 30층 규모의 4성급 호텔로 다시 짓는 구상을 내놨다. 객실과 컨벤션홀, 연회장, 웨딩홀 등이 들어서는 계획이었다. 

국방부 추진
로드맵 보니…

2017년 2월 철거된 기존 용사의 집은 1969년 장병들의 숙박·복지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돼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건물이다. 군인들은 이곳에서 저렴하게 숙식을 하거나 PX서 물품을 싸게 구매하는 등의 편익을 얻었다. 웨딩홀도 있어 시중보다 적은 비용으로 결혼식도 올렸다.

하지만 용사의 집은 재건립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호텔 건립에 반대하는 민간인 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재개발추진위)는 “육군 호텔이 육군 장병 복지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내놓은 ‘최근 5년간 휴양시설, 복지시설 간부·병 이용률 현황’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콘도나 호텔 등 군 휴양시설을 이용한 사병은 전체 군인의 1.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재개발추진위는 “용사의 집 재건립은 2012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국책사업으로 지정됐다”며 “장병 복지가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육군 관계자는 “용산역은 장병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역으로, 육군 호텔은 군인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숙박·편의시설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립 사업 시작 전부터 비판 세례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지만…갈등 심화

이 관계자는 “간부들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육군 측은 160개 객실 중 3개 층 45개 객실을 병사 전용으로 만들고 1개 층은 PC방과 북카페 등으로 꾸며 병사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시설이 들어서면 육군 뿐 아니라 국방부와 해군 공군 해병대 국가유공자 예비역등이 사용하는 국방 커뮤니티로서 품격있는 장병 복지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접근성이 좋은 서울 도심에 숙식과 결혼식장, 국제회의장 등이 집결한 군 복지 및 비지니스 시설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2018년 7월27일 1-1구역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인가처분을 발급받았고 현재 착공신고 후 공사를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이때부터 용산역 앞 제1-2구역을 소유하고 있는 양지진흥개발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 용사의 집

양지진흥개발은 용산의 명물로 통하는 ‘드래곤힐스파’를 소유하고 있다. 드래곤힐스파는 뉴욕타임즈 ‘36시간의 서울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소개되고 CNN이 선정한 서울 관광명소 ‘서울이 대단한 이유 50’ 중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방송 오락 프로그램 <런닝맨>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배경 촬영장으로 등장하는 등 인기가 높으며 국내외 여행객이 매년 100만명 이상 다녀가고 있다. 서울시 관광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특별시 문화상 관광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십건 민원
고소·고발도

양지진흥개발은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과 관련해 2017년에 7회, 2018년에는 54회 민원을 제기했다.

양지진흥개발은 ‘용사의 집 중복투자로 국가 재정낭비 중단 요망’ ‘용산역 전면 1-1구역 육군호텔 건축계획에 대한 제안의 건’ ‘용산역 입구에 육군호텔 건립이 웬말이냐?’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 계획 중단 요청의 건’ ‘육군호텔 건립 예상낭비 신고’ ‘국민과 외국 관광객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육군호텔 신축공사 중단 청원’ 등의 공문을 보냈다.

양지진흥개발 측은 2018년 9월 말부터 공사 중 발생한 진동으로 인해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대통령비서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용산구청,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전방위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의 진행상황을 검토해 보면 구 용사의 집을 철거하고 방음벽만을 설치했을 뿐 이제 막 굴착공사를 시작하려는 단계다. 그동안 건물이 붕괴될만한 수준의 진동이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 

현재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 도급공사를 맡고 있는 금호산업과 양지진흥개발 사이에 수많은 고소·고발이 오갔다. 

양지진흥개발은 담장 철거 시 살수 미실시, 협의를 거치지 않은 벽돌경계벽 철거와 경계시설 손괴 및 훼손, 세륜 미실시, 구조굴토심의 허위자료 제출, CCTV 불법 설치, 소음 측정, JSP공사의 위험성, 공사 중 토사 낙하로 인한 상해, 유독가스 배출, 대지 경계 침범, 무단 침입, 토사 낙하, 명예 훼손, 기름띠 형성 등 수많은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용산의 명물
‘드래곤힐스파’

이에 금호산업 측은 직원 폭행 및 공사 방해, 무단 오수 방류, 오수 도로 방류, 무단천공 관련 건으로 양지진흥개발을 고소·고발했다. 양지진흥개발은 2018년 9월까지 직접적인 공사 중단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방향을 선회해 경계가 확정되지 않았다거나 소유 건축물의 안전성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하며 공사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의 민원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금호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경계 문제의 경우 2017년도부터 측량을 실시해 이미 경계가 확장돼있었음에도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경계 복원 측량을 3회나 실시했음에도 아직까지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문제의 경우 진동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방음벽설치공사만 이뤄진 상태임에도 진동으로 인해 건물이 일부 붕괴했다고 주장하며 소유건물의 안전조치 및 안전점검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지속해서 했지만 기술적·법률적으로 건물의 안전성 검사와 아무 관련도 없는 공사 도면을 요구하며 안전조치 및 안전점검 관련 협조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또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취소를 요구하는 항고소송을 2018년 10월25일 제기했고 동일한 내용의 취소심판 2건을 같은 날 청구했으며 구역분할결정 및 사업시행계획인가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진행정지를 2018년 11월20일 신청하기도 했다. 이런 행정소송, 행정심판, 집행정지는 모두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을 중단시킬 목적으로 이뤄졌다. 

해달라는 대로 해준대도 ‘말 돌리기’ 
양지 측 “민감한 사안이라 답변 못해”

양지진흥개발이 이처럼 수많은 민원과 소송, 행정심판 등으로 공사를 지연시킴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금호산업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용사의 집 부지가 용산역서 바로 보이는 전면부지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가 크다”며 “이를 이용한 양지진흥개발의 랜드마크 복합리조트형호텔 시설 건립 계획이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으로 인해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결국 공사 중지로 인한 통합개발이 목적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만약 집행정지나 행정소송 또는 공사금지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공사가 중단된다”며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이 기획재정부를 통한 캠코 위탁개발 방식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는 복잡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관련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공사가 중단될 경우 사후 처리 문제가 매우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이 위법한 인허가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거나 위법하게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당연히 그 인허가를 취소하고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인허가 절차는 적법하게 단계적으로 거쳤고 안전시공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는데도 양지진흥개발 측에서 소송, 언론, 민원 등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사를 중단시키고자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억원 요구
돈 때문에?

금호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양지진흥건설은 용산구 주재로 열린 회의서 보상금으로 40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양지진흥개발 측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고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위에 다시 한 번 보고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더 이상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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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