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 ①성북동 길상사

무소유의 삶을 기억하다

▲ 숲이 만드는 그늘이 많아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는 길상사

길상사는 1997년 12월에 창건해 20년 남짓 된 절집이다. 역사는 짧지만 길상사를 찾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다. 고급 요릿집이 절집으로 탈바꿈한 데는 법정 스님과 김영한의 이야기가 있다.

법정 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서 태어나 1956년 효봉 스님의 제자로 출가했으며, 2010년 길상사서 입적했다. <무소유> <맑고 향기롭게> <산방한담> <오두막 편지> <버리고 떠나기> 등 스님이 쓴 책이 많은 독자에게 감명과 울림을 전했다.
 

▲ 들꽃이 피고 지는 길상사 경내

시인 백석

대원각을 시주한 김영한도 그랬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아 시주를 결심했다. 건물 40여채와 대지 2만3140㎡로, 시가 1000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대원각을 시주하려는 김영한과 무소유가 삶의 철학인 법정 스님 사이에 권유와 거절이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법정 스님이 시주를 받아들이고, 2년 동안 개·보수를 거쳐 길상사가 탄생했다.

길상사가 승보사찰인 송광사의 말사인 점이 재미있다. 전남 순천 송광사의 말사가 어떻게 서울에 있을까? 말사는 지역과 상관이 없고, 법정 스님이 송광사 소속이기 때문이다.
 

▲ 법정 스님의 영정과 친필 원고, 유언장 등이 전시된 진영각

법정 스님의 흔적은 길상사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진영각에 있다. 전각에는 스님의 영정과 친필 원고, 유언장 등이 전시된다. 법정 스님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준비하지 말며, 승복을 입은 채로 다비하라”고 유언했다. 유골은 진영각 오른편 담장 아래 모셨다. 진영각 옆에는 생전에 스님이 줄곧 앉은 나무 의자가 흔적을 대신한다.
 

▲ 잘 가꾼 정원을 보는 듯한 길상사 경내와 곳곳에 놓인 벤치

김영한은 기생 교육기관이자 조합인 권번에 들어 수업을 받고 진향이라는 이름으로 입문했다. 1950년대 청암장이라는 별장을 사들여 운영하기 시작한 대원각은 군사독재 시절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3대 요정으로 이름을 떨쳤다. 김영한은 대원각을 시주할 때 “그까짓 1000억원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며 한 치도 미련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 울울한 숲에 자리한 길상헌

여기서 백석은 그녀가 사랑한 시인 백석이다. 백석은 김영한에게 ‘자야’라는 아호를 지어줄 정도로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백석은 만주로 떠났다. 백석과 김영한의 만남은 여기까지다. 한국전쟁으로 남과 북이 나뉘며 서로 생사를 알지 못한 채 삶을 마감했다. 백석은 1996년 북한서, 김영한은 1999년 길상사 길상헌서 눈감았다.
 

▲ 시주길상화공덕비와 사당

길상헌 뒤편에는 시주길상화공덕비가 있다. ‘길상화’는 길상사 창건 법회 때 법정 스님이 염주와 함께 전해준 법명이다. 공덕비 옆 안내판에 김영한의 생애와 백석의 시 한 편이 새겨졌다.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로 시작하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 백석을 그리워한 김영한은 “내가 죽거든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유골을 길상사에 뿌려달라”고 유언했다. 김영한은 백석의 시에 등장하는 나타샤가 되고자 한 게 아닐까? 시를 읽고 있으니 김영한과 백석의 사랑이 이곳서 이어지는 듯하다.
 

▲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가 기증한 관음보살상

이제 길상사를 천천히 둘러보자. ‘삼각산길상사’ 현판을 내건 일주문으로 들어서면 경내다. 길상사에는 두 가지 아름다움이 있다. 걸어 올라가다 보면 키가 큰 관음보살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가 종교 간 화해와 화합을 염원하며 기증한 작품이다. 창건 법회 때 김수환 추기경이 축사를 했고,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에는 서로 축하 현수막을 내건다. 언제 봐도 흐뭇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 차 한잔 마시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다라니다원’

고급 요릿집이 절집으로 탈바꿈
법정 스님 <무소유> 읽고 시주 결심

길상사 경내는 울창하지 않아도 숲의 느낌이 제법 진하고, 잘 가꾼 정원을 보는 듯하다. 보호수를 비롯한 고목이 많고, 철 따라 들꽃이 피고 진다. 곳곳에 있는 벤치도 이색적이다. 고목이나 계곡과 어우러진 숲에 놓인 벤치서 길상사를 찾은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에 불교 서적과 일반 서적을 갖춘 길상사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2016년에 새롭게 단장하면서 북카페 ‘다라니다원’으로 운영된다. 휴식과 독서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차 한 잔 마시면서 법정 스님의 글을 읽어도 좋다.
 

▲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가 잠든 정릉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울 정릉(사적 208호)은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무덤이다. 정릉은 도성 내에 조성됐다가 태종 즉위 후 이곳으로 옮겨졌다. 현재 정릉은 내부 공사 중이어서 방문하기 전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 성북동 최순우 가옥의 뒷마당

길상사에서 내려가면 선잠단지를 지나 큰길 건너편으로 서울 성북동 최순우 가옥(등록문화재 268호)이 있다.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혜곡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저자로 유명하다. 앞마당에는 소나무, 모란, 산사나무 등이 있고 사랑방과 안방, 대청, 건넌방이 ‘ㄱ 자형’으로 이어진다. 사랑방 위에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현판이 걸렸다. 문을 닫으면 이곳이 곧 깊은 산중이라는 뜻이다. 건물 뒤편에는 선생이 쓴 책이 놓인 돌 탁자와 장독이 인상적이다.
 

▲ 조선총독부를 등지고 북향으로 지은 심우장

덕수교회 안에는 1900년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북동이종석별장(서울민속문화재 10호)이 있다. 길 건너편에 자리한 상허이태준가옥(서울민속문화재 11호)은 <문장 강화>를 쓴 이태준의 옛집으로, 지금은 ‘수연산방’이라는 찻집으로 운영 중이다. 건강한 차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만해 한용운 심우장(사적 550호)은 북정마을로 오르는 중간쯤에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심우장과 어울린다. 조선총독부를 등지고 북향으로 지은 심우장은 민족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 우리옛돌박물관에 전시된 문인석

우리옛돌박물관은 선조들이 빚어낸 돌조각 작품을 만나는 곳이다. 내부 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에 반출됐다가 환수한 문인석을 비롯해 동자석, 벅수 등이 있다. 표정이나 모습이 달라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4층 야외 전시장은 옥상에서 숲을 따라 1층으로 내려오는 산책로다. 숲 곳곳에 무인석, 미륵불, 염화미소, 탄생불 등 다양한 석물이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민불이 인상적이다.
 

▲ 말바위전망대 인근에서 바라본 성북동

우리옛돌박물관

삼청각에서 산책로를 따라 5분 남짓 오르면 한양도성을 이어주는 숙정문안내소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창의문으로 넘어가거나, 가까운 말바위안내소를 지나 말바위전망대까지 한양도성 백악구간 순성을 하는 것도 가을 여행으로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길상사→우리옛돌박물관→상허이태준가옥(수연산방)→서울 성북동 최순우 가옥→성북동이종석별장→만해 한용운 심우장→삼청각→한양도성(숙정문-말바위전망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우리옛돌박물관→삼청각→만해 한용운 심우장→북정마을→길상사
둘째 날: 한국가구박물관→상허이태준가옥(수연산방)→서울 성북동 최순우 가옥→서울 선잠단지, 성북선잠박물관→성북동이종석별장→한양도성(숙정문-말바위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길상사 http://kilsangsa.info
- 성북문화관광 http://sb.go.kr/tour
- 정릉(문화재청 조선왕릉) http://royaltombs.cha.go.kr
- 최순우옛집(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www.nt-heritage.org/culturalHeritage/1
- 우리옛돌박물관 www.koreanstonemuseum.com
- 한양도성 http://seoulcitywall.seoul.go.kr  

문의 전화 
- 길상사 02)3672-5945
- 성북구청 문화체육과 02)2241-2632
- 정릉 02)914-5133
- 최순우옛집(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02)3675-3401~2
- 성북동이종석별장(덕수교회) 02)741-5161
- 상허이태준가옥(수연산방) 02)764-1736
- 만해 한용운 심우장 02) 2241-2652
- 우리옛돌박물관 02)986-1001
- 한양도성 숙정문안내소 02)747-2152(말바위안내소 02)765-0297)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성북02번 마을버스(평일 8~12분 간격, 주말 10~12분 간격 운행) 이용, 길상사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성삼운수 02)921-3411

자가운전
- 내부순환로 정릉 IC→성신여대입구역 방면 우회전→아리랑고개교차로에서 북악산로 성북구민회관 방면 우회전, 약 2.6km 이동→대사관로 삼청터널 방면 좌회전→한국가구박물관 방면 우회전→한국가구박물관 지나 선잠로5길로 좌회전→길상사
- 경복궁 옆 삼청로 삼청터널 방면 직진→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나 삼청로로 우회전, 3.2km 직진→선잠로5길로 좌회전→길상사

숙박 정보
- 모꼬지게스트하우스: 종로구 혜화로16길, 010-9389-2837, http://moggoji-house.com
- 성북동한옥은하수: 성북구 성북로10가길, 070-4190-9215, https://eunhasoothegalaxy.modoo.at
- 호텔디아티스트 성신여대점: 성북구 동소문로, 02) 921-9901, https://theartist.modoo.at
- H AVENUE 성신여대점: 성북구 동소문로, 02)929-9630, http://h-avenue.com/ branch5
- 혜화1938: 종로구 성균관로16길, 02)765-8542, www.hyehwa1938.com

식당 정보
- 금왕돈까스 본점(돈가스): 성북구 혜화로, 02)763-9366 
- 쌍다리돼지불백 본점(백반): 성북구 성북로23길, 02)743-0325, http://ssangdari.co.kr
- 성북동면옥집(냉면): 성북구 대사관로, 02)765-3450
- 밥짓고티우림(티우림정식): 성북구 성북로2길, 02)6349-4999, https://cafe.naver.com/teawoorim

주변 볼거리
간송미술관, 삼청각, 성북구립미술관, 북악스카이웨이, 성락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