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61)태광그룹①에스티임②바인하임③메르뱅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8 11: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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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명의' 의문의 쌍둥이 회사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요시사>는 일감 몰아주기 연속기획 5회에서 태광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재계순위 43위(공기업 제외)인 태광그룹은 지난달 말 기준 총 4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컴퓨터시스템 계열인 '티시스'와 부동산관리 계열인 '티알엠'에 그룹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했다.

30개 계열사서 지원

티시스·티알엠은 계열사들로부터 지원받은 내부거래율이 90%가 넘었다. 거래 금액은 매년 각각 200억∼1000억원에 이른다. 물론 오너일가가 대주주. 두 회사 모두 이호진 전 회장(51%)과 그의 아들 현준씨(49%)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티시스·티알엠 외에도 내부거래율이 높은 태광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에스티임'과 '바인하임' '메르뱅'등 3개사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대부분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이는 세 회사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처음으로 내부거래 내역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2008년 3월 설립된 에스티임은 실내건축공사와 그래픽디자인을 주로 하는 업체다. 에스티임은 2010년 매출 78억5100만원, 영업이익 4억8900만원, 당기순이익 4억600만원에서 지난해 각각 111억7700만원, 7억2100만원, 5억9100만원으로 1년 사이 30% 넘게 실적이 개선됐다. 몸집도 커졌다. 이 기간 총자산과 총자본은 각각 20억100만원·9억3000만원에서 27억3200만원·15억51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에스티임의 자생력은 약하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감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적지 않은 매출을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1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에스티임은 지난해 매출 111억7700만원 가운데 93억200만원(83%)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에스티임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동림건설(39억6300만원)을 비롯해 흥국생명(16억1200만원), 티브로드홀딩스(7억4500만원), 흥국화재(6억4200만원), 태광산업(4억2300만원), 티캐스트(2억2600만원), 태광관광개발(2억3200만원) 등 무려 29개사에 이른다.

태광그룹 계열사가 모두 44개란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달라붙어 지원한 셈이다. 이들 회사는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을 통해 디자인, 인테리어, 브랜드관리, 홈페이지 유지보수, 옥외광고, CI 개발, 유니폼제작 등을 에스티임에 맡겼다.

부인·딸 100% 소유…90% 이상 '집안 매출'
설립 시기 비슷하고 사업 영역도 서로 겹쳐

올해 들어서도 내부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에스티임은 지난 3월 이사회에서 티브로드홀딩스(14억원), 흥국생명보험(7억원), 흥국생명(5억원), 흥국화재(3억원) 등 30억원에 이르는 계열회사와의 상품·용역거래를 의결했다. 지난 6월에도 흥국생명(5억원), 흥국화재(3억원), 티브로드홀딩스(2억원), 태광산업(1억원) 등과 10억원 상당의 거래를 승인했다.

바인하임과 메르뱅도 금액은 적지만 내부거래율이 높다. 눈에 띄는 점은 두 회사가 설립 시기와 사업 영역이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2008년 2월 설립된 바인하임은 와인 수입 등 주류 도매업체로, 지난해 계열사 매출 비중이 무려 99%에 달했다. 총매출 12억900만원에서 동림관광개발(8억1200만원), 메르뱅(3억6500만원) 등과의 거래액이 11억9200만원이나 됐다. 바인하임은 이들 계열사에 와인을 판매했다.


2008년 7월 설립된 메르뱅도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는 주류업체다. 지난해 총매출 7억9000만원에서 '집안 매출'이 6억6400만원(84%)에 이른다. 30개 계열사들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거래 품목은 바인하임과 같은 와인이었다.

공교롭게도 업종이 같은 두 회사는 사무실이 서울 중구 장충동 동림38빌딩 지하 1층으로 주소도 동일하다. 동림38빌딩은 이 전 회장이 2009년 8월 본인 명의의 땅에 신축한 지하 3층∼지상 3층에 연면적 1733㎡(약 524평) 규모의 건물이다.

여기엔 바인하임과 메르뱅을 비롯해 동림건설, 동림관광개발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에스티임도 이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동림38빌딩에 입주한 계열사들로부터 매월 수백만∼수천만원의 임대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물에 '다닥다닥'

뿐만 아니다. 에스티임과 바인하임, 메르뱅은 지분 구조도 똑같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모두 '이호진 가족'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티시스·티알엠이 '부자 회사라면 세 업체는 '모녀 회사'다.

에스티임은 이 전 회장의 부인 신유나씨와 딸 현나씨가 각각 51%(2만5500주), 49%(2만4500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바인하임과 메르뱅 역시 신씨와 현나씨가 각각 51%(5100주), 49%(4900주)를 보유 중이다.

에스티임 사내이사, 메르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신씨는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셋째동생)의 장녀다. 이 전 회장과 신씨는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를 두고 있다. 남매는 아직 10대로 공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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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