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건설현장은 지금… 2019년 막노동 일당 공개

새벽에 나와 하루 8시간 13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건설 현장서 일을 하면 “못 배운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이들이 흔히 3D(Difficult, Dirty, Dangerous)직업이라며 기피하는 직군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다. 적당한 순화용어도 없이 그저 ‘노가다’라는 일본발 속어로 불리우며 멸시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산업역군으로 우리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이들의 임금 상황과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통 인부의 하루 8시간 근무 시 임금은 13만264원으로 올해 상반기 12만5427원보다 3.85% 증가했다. 13만254원은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6283원이다. 

오르긴 했는데…
임금 상황은?

평균임금 현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전체 123개 직종 중 91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공사직종은 전반기 대비 3.03% 상승, 광전자 4.36%, 문화재 3.23%, 원자력 0.42%, 기타 직종은 4.6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는 전기공사 물량 확대로 전기공사 기사는 26만1628원으로 전 분기보다 8.9% 상승했다. 전기공사 산업기사도 23만1347원으로 9.45% 올랐다. 그에 반해 플랜트·원자력 직종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플랜트 배관공(-2.3%), 플랜트 제관공(-3.7%), 플랜트 기계 설치공(-1.8%), 플랜트 케이블 전공(-2.7%) 등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원자력도 마찬가지였다. 원자력 플랜트 전공은 지난 분기 20만9162원서 올해 하반기 19만7852원을 기록하며 5.4%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원자력 용접공도 19만7852원으로 6.17% 감소했다.

흔히 노가다로 불리는 보통인부 하루 일당은 하반기 13만264원으로 전년동기 11만8130원보다 9.31% 올랐으나 전반기 12만5427원에 비해선 3.85% 상승에 그쳤다. 

이번 결과에 대해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 위축 지속에 따른 건설 물량 축소가 인력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임금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통계는 전국 2000개 공사현장의 2019년 5월 건설근로자 임금을 조사·집계한 것으로 지난 1일부터 건설공사 원가계산에 적용할 수 있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 임금의 실거래가를 직종별로 살펴봤다.

경기도민간고용서비스단체 관계자는 “보통인부의 경우 평균적으로 13만원을 받는다”며 “우리말로 잡부라고 하는데 보조, 심부름,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건설협회가 발표한 13만254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보다 3.85% 증가…상승세 둔화
건설경기 위축으로 인한 물량 축소 이유

직업소개소의 실거래가에 따르면 시멘트, 회반죽 등 미장재료를 이용해 구조물의 내외표면을 바르는 작업을 하는 미장공은 22만원, 벽돌, 치장벽돌 및 블록쌓기 및 해체하는 조적공의 경우 22만원서 28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했다.  

높은 곳의 임시 비계서 각종 작업에 종사하는 비계공의 경우 24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철근의 절단, 가공, 조립, 해체 작업에 종사하는 철거공은 15만원서 20만원의 임금이 책정된다.

구조물의 바닥, 벽체, 지붕 등의 누수 방지 작업을 하는 방수공의 경우 20만원서 25만원의 임금을, 목공은 22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석재 설치 또는 붙이거나 일반 쌓기로 구조물을 축조하는 석공의 경우 20만원을 받는다. 건물 등에서 목재, 철재, 샷시 등으로 된 창 및 문짝을 제작 또는 설치하는 창호공의 경우도 2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협회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미장공 21만4502원, 조적공 19만2633원, 비계공 22만8462원, 철근공 21만2935원, 방수공 15만3086원, 형틀목공 20만7239원, 건축목공 20만3532원, 석공 20만4974원, 창호공 19만5972원, 포장공 18만5736원을 받았다. 

실거래가와 통계치를 비교해보면 실거래가가 적게는 1만∼2만원서 3만∼4만원까지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술의 유무에 따라 보통인부와 확연한 임금 차이를 보였다. 

실거래가와 통계치의 차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금액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지방으로 갈수록 전문 기술을 가진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 임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통계와 다른 
실거래가 왜?

건설근로자의 경우 작업환경이 척박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용직 근로자 업무의 특성상 매일 일을 하기에 육체적인 한계와 근로일이 불규칙하기도 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실시한 건설 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설 노동자의 평균 일당은 지난해 기준 16만5299원이다. 팀장 및 반장급 일당은 20만4909원, 조공(반숙련공)·일반공은 일당 13만4528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당 건설 노당자들의 평균 연봉 수준은 3429만8566원(월 285만원)으로 일당에 미치지 못했다. 팀장 및 반장급과 조공(반숙련공)·일반공의 평균 연소득도 각각 4389만원(월 365만원), 2868만원(월 239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일당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연소득(월급)이 적은 이유는 고된 노동과 일감 부족으로 20일 이상 일할 수 있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이 한달 동안 근무한 건설현장은 평균 1.3곳, 평균 근무일 수는 20.3일이었다.  

근무 환경도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교육은 수시로 받았다는 응답이 85.1%로 많았고 안전장비인 안전대와 안전모를 받아본 적 없다는 응답은 각각 5.8%, 0.8%에 그쳤다. 

▲ 대한건설협회 건설 분야별 임금 현황

건설현장의 화장실 유무에 관한 질문에는 98.7%가 있다고 답했지만, 샤워실이 있다는 응답은 65.3%에 그쳤다. 화장실이 있어도 개수나 크기 등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52.2%로 조사됐다. 화장실이 더럽다는 응답(48.7%)과 접근 등이 불편하다는 응답(29.6%)도 많았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불편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 계획 수립 시 여성노동자의 근로환경 제반시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쉬지 못하는
인부의 한숨

이와 관련해 한 건설노동자 A씨는 “대형건설사는 상대적으로 편의시설 등이 잘 마련돼있는 반면, 중견사의 경우 여성들을 위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며 “법으로는 건설 현장에 화장실, 샤워실 등을 설치하라고 명시돼있지만, 명목상 컨테이너로 된 간이화장실을 하나 갖다놓는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도 “근로자의 날 서울 시내만 나가봐도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며칠 전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건설사의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해당 기업을 향한 주변의 시선이 많다보니 비교적 안전한 환경 내에서 작업이 이뤄지지만, 작은 건설 현장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열악한 현장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과반수”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건설 노동자의 퇴직공제금이 너무 적을뿐더러 그마저도 건설업계의 꼼수로 피해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지난 7월9일 청와대 앞에서 건설노동자의 퇴직금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3만7000건의 서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1996년 12월 제정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8년부터 건설근로자퇴직공제 제도가 시행됐다. 건설 사업주는 고용한 일용건설노동자들에 대해 매월 근로일수를 신고하고 공제부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마련된 공제금은 건설 노동자가 퇴직할 때 소정의 이자를 더해 지급된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주가 납부하는 공제금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공제금액은 4000원이었고 지난해 한차례 인상됐지만 4800원으로 증가폭이 미미한 실정이다.

작업환경·개인능력 따라 수십만원 차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퇴직공제금도 문제

플랜트건설노조 조현일 교육선전국장은 “노후 퇴직금 적립률이 하루 담배 한 갑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퇴직공제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행령이나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퇴직 공제금액은 5000원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다. 더욱이 퇴직공제금 예외규정도 폭넓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총 공사비가 3억원 이상일 경우 공제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기준은 100억원이다. 조 교육국장은 “민간과 공공기관의 차이가 막대하게 커서 누가 봐도 낮춰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업계와 기업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수법도 업계서 통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말하는 쪼개기 계약이다. 총 사업비가 100억원 이상이어도 공사계약을 분할하는 수법으로 공제금 납부 의무를 피하는 것이다.

조 교육국장은 “지난해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정비건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당시 5000명의 노동자가 일했지만, 퇴직공제금을 적용받는 인원은 450여명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적은 공제금마저도 건설업체가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플랜트건설노조는 건설 노동자의 월별 평균 근로일수가 15일가량이지만 건설업주가 실제로 납입한 공제금액은 6.4일치 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나동원 과장은 “현재 2018년 통계자료를 만드는 중”이라며 “다음 주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담배 한 갑 
수준 받고…

노동자민중당 정희성 대표는 이날 발언서 “건설 노동자에게 퇴직공제금은 노후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늙어서 리어카를 끌거나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명우 정책실장은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 환노위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서 처리가 안 되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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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