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국민보양식’ 개고기의 무한변신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13 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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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부터 순대까지…“안되는 개(犬) 어디 있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몸에 좋다면 먹지 못하는 게 없는 세상. 이미 몸에 좋다는 음식이라면 개, 물개의 성기, 지네 등 아끼지 않고 먹는 한국인의 보신행각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누군들 건강이 중요하지 않으랴만 특히 한국인의 ‘몸보신’은 유별난 데가 있다. 최근엔 개고기로 만든 파스타를 판매하는 레스토랑까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쉽게 지치는 여름철, 원기회복 솔루션으로 쏟아져 나오는 개고기의 무한변신과 국내 보신문화를 들여다봤다.  

“한국의 전통 식재료 개고기를 서양식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개고기 수육 샐러드’는 새콤달콤한 들깨 비네그렛을 곁들인 개고기 수육으로 약 12시간 동안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것입니다. ‘개고기 크림 파스타’는 장시간 수비드 조리한 개고기와 부추를 곁들인 크림 파스타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한국은 개를 먹는 민족입니다. 날씨가 더울 때 원기회복을 위해 보양식으로 먹던 개고기, 이젠 개고기 보양식도 서양식 스타일로 즐겨보세요.”

‘개고기 스파게티’
팔겠다고?

 
최근 인천의 한 레스토랑이 개고기를 주재료로 한 음식들을 판매하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거세지자 판매를 중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S레스토랑은 지난 6월 12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고기를 주재료로 한 파스타와 피자, 수육 등을 판매한다”는 홍보글과 함께 음식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 소식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동물애호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해당 구청에는 ‘개고기 요리’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민원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판매를 개시한 지 이틀 후인 14일, 해당 레스토랑 측은 홈페이지에 판매 중단 방침을 밝히고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을 레스토랑 대표라고 밝힌 글쓴이는 “개고기 파스타로 인해 인터넷 상에 물의를 일으킨 점, 그에 대한 잘못된 언행으로 대응한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개고기 요리를) 요리사의 열정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었으나 많은 분의 견해가 저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중략) 지금까지 저희가 진행해 오던 개고기에 관련된 모든 메뉴를 없애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개고기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복날 대비, 개고기 파스타와 피자, 수육 등 파는 레스토랑
‘개고기 박사’가 개발한 개고기 식품부터 화장품까지…

마지막으로 대표는 “저희로 인해 상처받은 애견애호가분들과 많은 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네티즌들이 레스토랑 블로그에 방문해 개고기 요리 판매를 항의하자 대표는 “너 같은 쓰XX 하고는 격이 달라, 우리 손님들이 어떤 분들인데 감히 개들이 사람한테 맞을라고, 당당하면 전화해”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을 일으켰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개고기로 요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주변에 수없이 많은 보신탕집이 널려있는데 이 식당만 비난을 받는 이유가 뭐냐? 고상한 이탈리안 음식에는 천한 개고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소리인가. 개고기 먹는 한국인 비하한 프랑스 여배우랑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개고기 파생식품
양산도 머지않은 듯

이 논란은 예부터 이어져온 ‘개고기 식용’에 대한 일종의 음식문화에서 출발한 듯 하지만 몸에 좋다면 뭐라도 찾아 먹는 삐뚤어진 보신풍습이 낳은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개고기 박사’로 알려진 안용근 교수(충청대학 식품영영학부)가 개고기 소화액으로 발효한 고추장·된장, 개고기 순대, 죽, 개고기 화장품 등을 내놓은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안 교수는 서울 송파구 송파동 모 레스토랑에서 ‘개고기 가공식품 및 화장품 발표회’라는 이색행사를 열고 외신기자들을 초청, 개고기에 대한 외국의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 이날 전시된 제품은 개고기와 관련된 가공식품 등 총 28가지.


개고기 소화액으로 발효한 고추장, 된장, 간장, 김치, 식초, 장아찌, 무술주 등 전통식품을 비롯해 개고기를 이용한 순대, 칼국수, 죽, 통조림 등이 소개됐다. 또한 개고기를 첨가한 마요네즈, 케첩, 빵, 햄버거, 미트볼, 수프 등도 다채롭게 선보여 몰려든 100여명의 외신기자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특히 이날 발표회에서는 다른 동물성 기름보다 칼슘 함유량이 3배나 많고 피부친화성이 우수한 개기름을 이용해 ‘You&I화장품㈜’이 산학 컨소시엄으로 개발한 크림(개기름 함유율 5%), 에센스(10%), 에멀전(15%) 등의 시제품도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당시 행사에서 안 교수는 “전통음식인 개고기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서구로부터 개고기 식용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개고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식용 합법화를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즐겨 찾던
보양식품들

현재 안 교수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로 된 개고기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사람보다 개를 더 섬기라는 주장’, ‘개고기 식용 반대의 비논리’, ‘개고기 식용 반대 세력’ 등의 장에서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정연한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기존의 음식에서 차별화 된 보신식품은 앞으로도 물밀듯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그렇다면 삼국시대 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겼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개’ 외에도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보양음식들이 정말 효능이 있는 것일까?

보신식품의 효능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때 이른 무더위에 벌써부터 보신음식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위에 지친 남성들은 무엇보다도 정력에 좋다는 보양식을 먼저 찾는다.

인간의 잘못된 탐욕이 만들어 낸 막장보신문화 어디까지?
‘묻지마 몸보신’…입증되지 않은 속설 맹신 “화를 부른다”

뱀이나 뜸부기 같은 동물들, 남근(男根)을 빼닮았다는 송이버섯, 바다의 산삼이라는 해삼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말고도 뱀탕, 해구신, 웅담, 쓸개즙 등 몇몇 것들은 예로부터 애용하는 정력제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음식들이 정력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으며 오히려 고열량, 고단백, 고지방 식품이다 보니 과잉섭취 시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민간요법 중 하나인 ‘동종요법’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종요법이란 쉽게 말해서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약제를 써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김소형 혜민한의원 원장은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이열치열’ 동종요법의 원리가 민간에서 잘못된 속설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예를 들면 해구신은 물개의 성기라서 남성의 성기와 동일시되고, 뱀은 그 형태에서 남성의 성기와 동일시하여 정력보강을 위해서 먹거나, 도가니는 인체의 관절과 같은 부위니까,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고 관절이 유연하니까 막연하게 관절염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먹는 것 등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은 질병의 근본치료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병세를 약화시킬 뿐이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에는 한마디로 관절염 치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따라서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보다는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그에 따른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신이 유별나다 못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바퀴벌레 박멸을 위한 최상책은 ‘바퀴벌레가 몸, 특히 정력에 좋다더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보신왕국’에 대한 나라 안팎의 시선은 여간 따갑지 않다. 웅담을 먹겠다고 태국에 갔던 몇몇 사람들이 웃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강제 출국 당해 돌아오고, 국내에선 보신탕 애호가 3명이 5대에 걸쳐 순종 혈통을 이어온 남의 집 천연기념물 진돗개까지 잡아먹었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인의 보신식품 선호와 맹신은 정말 못 말릴 지경이다. 갑자기 나타나 반짝 몸에 좋다고 하면 떠들썩하다가 금방 잊거나, 건강에 치명적인 경우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좋은 새로운 음식이 나왔다고 하면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도전부터 하고 보니 말이다. 

‘보신왕국’오명
벗어날 수 있을까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다든가 몸을 보호해주고, 수술 후 체력회복에 좋다고 하는 등 한마디로 몸에 좋다고 하면 전혀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음에도 찾는 사람들이 있고 매매가 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근거도 없는 과장광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거기에 현혹되어 비싼 값을 지불하며 그것을 복용하고, 보양과 보신에 좋다고 한다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우리나라의 보신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언제까지 인간의 잘못된 탐욕이 만들어내는 이 끔찍한 보신문화와 이에 편승하는 악덕 상혼을 지켜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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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