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국민보양식’ 개고기의 무한변신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13 11:07:04
  • 댓글 0개

스파게티부터 순대까지…“안되는 개(犬) 어디 있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몸에 좋다면 먹지 못하는 게 없는 세상. 이미 몸에 좋다는 음식이라면 개, 물개의 성기, 지네 등 아끼지 않고 먹는 한국인의 보신행각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누군들 건강이 중요하지 않으랴만 특히 한국인의 ‘몸보신’은 유별난 데가 있다. 최근엔 개고기로 만든 파스타를 판매하는 레스토랑까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쉽게 지치는 여름철, 원기회복 솔루션으로 쏟아져 나오는 개고기의 무한변신과 국내 보신문화를 들여다봤다.  

“한국의 전통 식재료 개고기를 서양식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개고기 수육 샐러드’는 새콤달콤한 들깨 비네그렛을 곁들인 개고기 수육으로 약 12시간 동안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것입니다. ‘개고기 크림 파스타’는 장시간 수비드 조리한 개고기와 부추를 곁들인 크림 파스타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한국은 개를 먹는 민족입니다. 날씨가 더울 때 원기회복을 위해 보양식으로 먹던 개고기, 이젠 개고기 보양식도 서양식 스타일로 즐겨보세요.”

‘개고기 스파게티’
팔겠다고?

 
최근 인천의 한 레스토랑이 개고기를 주재료로 한 음식들을 판매하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거세지자 판매를 중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S레스토랑은 지난 6월 12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고기를 주재료로 한 파스타와 피자, 수육 등을 판매한다”는 홍보글과 함께 음식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 소식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동물애호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해당 구청에는 ‘개고기 요리’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민원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판매를 개시한 지 이틀 후인 14일, 해당 레스토랑 측은 홈페이지에 판매 중단 방침을 밝히고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을 레스토랑 대표라고 밝힌 글쓴이는 “개고기 파스타로 인해 인터넷 상에 물의를 일으킨 점, 그에 대한 잘못된 언행으로 대응한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개고기 요리를) 요리사의 열정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었으나 많은 분의 견해가 저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중략) 지금까지 저희가 진행해 오던 개고기에 관련된 모든 메뉴를 없애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개고기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복날 대비, 개고기 파스타와 피자, 수육 등 파는 레스토랑
‘개고기 박사’가 개발한 개고기 식품부터 화장품까지…

마지막으로 대표는 “저희로 인해 상처받은 애견애호가분들과 많은 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네티즌들이 레스토랑 블로그에 방문해 개고기 요리 판매를 항의하자 대표는 “너 같은 쓰XX 하고는 격이 달라, 우리 손님들이 어떤 분들인데 감히 개들이 사람한테 맞을라고, 당당하면 전화해”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을 일으켰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개고기로 요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주변에 수없이 많은 보신탕집이 널려있는데 이 식당만 비난을 받는 이유가 뭐냐? 고상한 이탈리안 음식에는 천한 개고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소리인가. 개고기 먹는 한국인 비하한 프랑스 여배우랑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개고기 파생식품
양산도 머지않은 듯

이 논란은 예부터 이어져온 ‘개고기 식용’에 대한 일종의 음식문화에서 출발한 듯 하지만 몸에 좋다면 뭐라도 찾아 먹는 삐뚤어진 보신풍습이 낳은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개고기 박사’로 알려진 안용근 교수(충청대학 식품영영학부)가 개고기 소화액으로 발효한 고추장·된장, 개고기 순대, 죽, 개고기 화장품 등을 내놓은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안 교수는 서울 송파구 송파동 모 레스토랑에서 ‘개고기 가공식품 및 화장품 발표회’라는 이색행사를 열고 외신기자들을 초청, 개고기에 대한 외국의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 이날 전시된 제품은 개고기와 관련된 가공식품 등 총 28가지.

개고기 소화액으로 발효한 고추장, 된장, 간장, 김치, 식초, 장아찌, 무술주 등 전통식품을 비롯해 개고기를 이용한 순대, 칼국수, 죽, 통조림 등이 소개됐다. 또한 개고기를 첨가한 마요네즈, 케첩, 빵, 햄버거, 미트볼, 수프 등도 다채롭게 선보여 몰려든 100여명의 외신기자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특히 이날 발표회에서는 다른 동물성 기름보다 칼슘 함유량이 3배나 많고 피부친화성이 우수한 개기름을 이용해 ‘You&I화장품㈜’이 산학 컨소시엄으로 개발한 크림(개기름 함유율 5%), 에센스(10%), 에멀전(15%) 등의 시제품도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당시 행사에서 안 교수는 “전통음식인 개고기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서구로부터 개고기 식용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개고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식용 합법화를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즐겨 찾던
보양식품들

현재 안 교수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로 된 개고기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사람보다 개를 더 섬기라는 주장’, ‘개고기 식용 반대의 비논리’, ‘개고기 식용 반대 세력’ 등의 장에서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정연한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기존의 음식에서 차별화 된 보신식품은 앞으로도 물밀듯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그렇다면 삼국시대 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겼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개’ 외에도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보양음식들이 정말 효능이 있는 것일까?

보신식품의 효능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때 이른 무더위에 벌써부터 보신음식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위에 지친 남성들은 무엇보다도 정력에 좋다는 보양식을 먼저 찾는다.

인간의 잘못된 탐욕이 만들어 낸 막장보신문화 어디까지?
‘묻지마 몸보신’…입증되지 않은 속설 맹신 “화를 부른다”

뱀이나 뜸부기 같은 동물들, 남근(男根)을 빼닮았다는 송이버섯, 바다의 산삼이라는 해삼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말고도 뱀탕, 해구신, 웅담, 쓸개즙 등 몇몇 것들은 예로부터 애용하는 정력제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음식들이 정력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으며 오히려 고열량, 고단백, 고지방 식품이다 보니 과잉섭취 시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민간요법 중 하나인 ‘동종요법’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종요법이란 쉽게 말해서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약제를 써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김소형 혜민한의원 원장은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이열치열’ 동종요법의 원리가 민간에서 잘못된 속설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예를 들면 해구신은 물개의 성기라서 남성의 성기와 동일시되고, 뱀은 그 형태에서 남성의 성기와 동일시하여 정력보강을 위해서 먹거나, 도가니는 인체의 관절과 같은 부위니까,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고 관절이 유연하니까 막연하게 관절염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먹는 것 등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은 질병의 근본치료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병세를 약화시킬 뿐이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에는 한마디로 관절염 치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따라서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보다는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그에 따른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신이 유별나다 못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바퀴벌레 박멸을 위한 최상책은 ‘바퀴벌레가 몸, 특히 정력에 좋다더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보신왕국’에 대한 나라 안팎의 시선은 여간 따갑지 않다. 웅담을 먹겠다고 태국에 갔던 몇몇 사람들이 웃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강제 출국 당해 돌아오고, 국내에선 보신탕 애호가 3명이 5대에 걸쳐 순종 혈통을 이어온 남의 집 천연기념물 진돗개까지 잡아먹었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인의 보신식품 선호와 맹신은 정말 못 말릴 지경이다. 갑자기 나타나 반짝 몸에 좋다고 하면 떠들썩하다가 금방 잊거나, 건강에 치명적인 경우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좋은 새로운 음식이 나왔다고 하면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도전부터 하고 보니 말이다. 

‘보신왕국’오명
벗어날 수 있을까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다든가 몸을 보호해주고, 수술 후 체력회복에 좋다고 하는 등 한마디로 몸에 좋다고 하면 전혀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음에도 찾는 사람들이 있고 매매가 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근거도 없는 과장광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거기에 현혹되어 비싼 값을 지불하며 그것을 복용하고, 보양과 보신에 좋다고 한다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우리나라의 보신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언제까지 인간의 잘못된 탐욕이 만들어내는 이 끔찍한 보신문화와 이에 편승하는 악덕 상혼을 지켜만 봐야 할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