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국민보양식’ 개고기의 무한변신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13 11:07:04
  • 댓글 0개

스파게티부터 순대까지…“안되는 개(犬) 어디 있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몸에 좋다면 먹지 못하는 게 없는 세상. 이미 몸에 좋다는 음식이라면 개, 물개의 성기, 지네 등 아끼지 않고 먹는 한국인의 보신행각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누군들 건강이 중요하지 않으랴만 특히 한국인의 ‘몸보신’은 유별난 데가 있다. 최근엔 개고기로 만든 파스타를 판매하는 레스토랑까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쉽게 지치는 여름철, 원기회복 솔루션으로 쏟아져 나오는 개고기의 무한변신과 국내 보신문화를 들여다봤다.  

“한국의 전통 식재료 개고기를 서양식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개고기 수육 샐러드’는 새콤달콤한 들깨 비네그렛을 곁들인 개고기 수육으로 약 12시간 동안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것입니다. ‘개고기 크림 파스타’는 장시간 수비드 조리한 개고기와 부추를 곁들인 크림 파스타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한국은 개를 먹는 민족입니다. 날씨가 더울 때 원기회복을 위해 보양식으로 먹던 개고기, 이젠 개고기 보양식도 서양식 스타일로 즐겨보세요.”

‘개고기 스파게티’
팔겠다고?

 
최근 인천의 한 레스토랑이 개고기를 주재료로 한 음식들을 판매하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거세지자 판매를 중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S레스토랑은 지난 6월 12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고기를 주재료로 한 파스타와 피자, 수육 등을 판매한다”는 홍보글과 함께 음식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 소식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동물애호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해당 구청에는 ‘개고기 요리’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민원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판매를 개시한 지 이틀 후인 14일, 해당 레스토랑 측은 홈페이지에 판매 중단 방침을 밝히고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을 레스토랑 대표라고 밝힌 글쓴이는 “개고기 파스타로 인해 인터넷 상에 물의를 일으킨 점, 그에 대한 잘못된 언행으로 대응한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개고기 요리를) 요리사의 열정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었으나 많은 분의 견해가 저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중략) 지금까지 저희가 진행해 오던 개고기에 관련된 모든 메뉴를 없애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개고기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복날 대비, 개고기 파스타와 피자, 수육 등 파는 레스토랑
‘개고기 박사’가 개발한 개고기 식품부터 화장품까지…

마지막으로 대표는 “저희로 인해 상처받은 애견애호가분들과 많은 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네티즌들이 레스토랑 블로그에 방문해 개고기 요리 판매를 항의하자 대표는 “너 같은 쓰XX 하고는 격이 달라, 우리 손님들이 어떤 분들인데 감히 개들이 사람한테 맞을라고, 당당하면 전화해”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을 일으켰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개고기로 요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주변에 수없이 많은 보신탕집이 널려있는데 이 식당만 비난을 받는 이유가 뭐냐? 고상한 이탈리안 음식에는 천한 개고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소리인가. 개고기 먹는 한국인 비하한 프랑스 여배우랑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개고기 파생식품
양산도 머지않은 듯

이 논란은 예부터 이어져온 ‘개고기 식용’에 대한 일종의 음식문화에서 출발한 듯 하지만 몸에 좋다면 뭐라도 찾아 먹는 삐뚤어진 보신풍습이 낳은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개고기 박사’로 알려진 안용근 교수(충청대학 식품영영학부)가 개고기 소화액으로 발효한 고추장·된장, 개고기 순대, 죽, 개고기 화장품 등을 내놓은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안 교수는 서울 송파구 송파동 모 레스토랑에서 ‘개고기 가공식품 및 화장품 발표회’라는 이색행사를 열고 외신기자들을 초청, 개고기에 대한 외국의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 이날 전시된 제품은 개고기와 관련된 가공식품 등 총 28가지.


개고기 소화액으로 발효한 고추장, 된장, 간장, 김치, 식초, 장아찌, 무술주 등 전통식품을 비롯해 개고기를 이용한 순대, 칼국수, 죽, 통조림 등이 소개됐다. 또한 개고기를 첨가한 마요네즈, 케첩, 빵, 햄버거, 미트볼, 수프 등도 다채롭게 선보여 몰려든 100여명의 외신기자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특히 이날 발표회에서는 다른 동물성 기름보다 칼슘 함유량이 3배나 많고 피부친화성이 우수한 개기름을 이용해 ‘You&I화장품㈜’이 산학 컨소시엄으로 개발한 크림(개기름 함유율 5%), 에센스(10%), 에멀전(15%) 등의 시제품도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당시 행사에서 안 교수는 “전통음식인 개고기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서구로부터 개고기 식용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개고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식용 합법화를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즐겨 찾던
보양식품들

현재 안 교수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로 된 개고기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사람보다 개를 더 섬기라는 주장’, ‘개고기 식용 반대의 비논리’, ‘개고기 식용 반대 세력’ 등의 장에서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정연한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기존의 음식에서 차별화 된 보신식품은 앞으로도 물밀듯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그렇다면 삼국시대 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겼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개’ 외에도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보양음식들이 정말 효능이 있는 것일까?

보신식품의 효능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때 이른 무더위에 벌써부터 보신음식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위에 지친 남성들은 무엇보다도 정력에 좋다는 보양식을 먼저 찾는다.

인간의 잘못된 탐욕이 만들어 낸 막장보신문화 어디까지?
‘묻지마 몸보신’…입증되지 않은 속설 맹신 “화를 부른다”

뱀이나 뜸부기 같은 동물들, 남근(男根)을 빼닮았다는 송이버섯, 바다의 산삼이라는 해삼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말고도 뱀탕, 해구신, 웅담, 쓸개즙 등 몇몇 것들은 예로부터 애용하는 정력제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음식들이 정력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으며 오히려 고열량, 고단백, 고지방 식품이다 보니 과잉섭취 시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민간요법 중 하나인 ‘동종요법’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종요법이란 쉽게 말해서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약제를 써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김소형 혜민한의원 원장은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이열치열’ 동종요법의 원리가 민간에서 잘못된 속설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예를 들면 해구신은 물개의 성기라서 남성의 성기와 동일시되고, 뱀은 그 형태에서 남성의 성기와 동일시하여 정력보강을 위해서 먹거나, 도가니는 인체의 관절과 같은 부위니까,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고 관절이 유연하니까 막연하게 관절염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먹는 것 등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은 질병의 근본치료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병세를 약화시킬 뿐이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에는 한마디로 관절염 치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따라서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보다는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그에 따른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신이 유별나다 못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바퀴벌레 박멸을 위한 최상책은 ‘바퀴벌레가 몸, 특히 정력에 좋다더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보신왕국’에 대한 나라 안팎의 시선은 여간 따갑지 않다. 웅담을 먹겠다고 태국에 갔던 몇몇 사람들이 웃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강제 출국 당해 돌아오고, 국내에선 보신탕 애호가 3명이 5대에 걸쳐 순종 혈통을 이어온 남의 집 천연기념물 진돗개까지 잡아먹었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인의 보신식품 선호와 맹신은 정말 못 말릴 지경이다. 갑자기 나타나 반짝 몸에 좋다고 하면 떠들썩하다가 금방 잊거나, 건강에 치명적인 경우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좋은 새로운 음식이 나왔다고 하면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도전부터 하고 보니 말이다. 

‘보신왕국’오명
벗어날 수 있을까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다든가 몸을 보호해주고, 수술 후 체력회복에 좋다고 하는 등 한마디로 몸에 좋다고 하면 전혀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음에도 찾는 사람들이 있고 매매가 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근거도 없는 과장광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거기에 현혹되어 비싼 값을 지불하며 그것을 복용하고, 보양과 보신에 좋다고 한다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우리나라의 보신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언제까지 인간의 잘못된 탐욕이 만들어내는 이 끔찍한 보신문화와 이에 편승하는 악덕 상혼을 지켜만 봐야 할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